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46화(46/252)
제46화
제21편 낙뢰 조심하세요(1)
“물의 정령사 2명, 대지의 정령자 3명. 힐러 1명. 원하시는 대로 준비되었습니다. 대기실에 있어요.”
분홍색 머리의 엘프가 방긋 웃으며 루이드에게 말했다.
“고맙군.”
루이드가 용병들의 정보를 훑어보았다.
급수가 낮았지만, 상관없었다.
연구의 일손을 도울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암반수 저수조와 품종 개량 연구팀으로 보내 멜리옌의 밑에 둘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루이드의 일이 훨씬 수월해질 터.
“세반 공작님의 저택에서 한바탕 일이 있었다면서요?”
“응? 그걸 어떻게 알았지?”
헬켄 백작과의 정식 결투는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
저택을 가장 먼저 떠난 것이 루이드 일행이었으므로, 용병 길드의 엘프가 알기 힘든 사실이었다.
“흐흥, 다 아는 수가 있지요. 여하튼, 정말 대단한 분이시라니까요.”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루이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고마워. 다음에 또 보자구.”
루이드가 돌아서는데, 엘프가 루이드의 손목을 탁 붙잡았다.
“조심해요. 도련님의 별자리가 사나우니까요.”
루이드는 눈썹을 꿈틀댔다.
“그게 뭔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별자리가 사나우니, 대비를 잘해두는 편이 좋겠어요.”
엘프의 눈에서 묘한 빛이 어렸다.
늘 싱글거리며 묘하게 웃던 낯이 사뭇 진지했다.
‘별자리? 대체 뭔 말을 하는 거야?’
루이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조심하라고? 대비하라고?’
스륵. 엘프는 꽉 쥐었던 루이드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제 이름은 타샤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도련님? 그럼 잘 가요.”
그녀는 후후하고 묘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껏 봐왔던 모습이었다.
“……뭐, 뭐야?”
“아잉, 뭐긴. 스킨쉽이죠.”
엘프 타샤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헤실거렸다.
‘이상한 엘프…….’
루이드는 손목을 매만지며 밖으로 나왔다.
“리듀! 저 인간 머야?”
콘콘이 루이드를 올려다보며 발을 굴렀다.
“인간 아니고 엘프.”
“에프?”
“응, 엘프들은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감각이 하나 더 있다고 하던데. 뭔 점쟁이 같이 말을 하네.”
“이상해!”
“그렇지? 콘콘 네가 보기에도 이상한 엘프지?”
“웅! 벼짜이가 나쁘게 해도 내가 리듀 지켜주께!”
“아이고, 우리 콘콘. 너무 고맙네.”
루이드가 콘콘의 코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콘콘이 웃음을 터트렸다.
“일이나 하러 가자.”
바깥에는 엘프, 타샤가 말한 용병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드는 마법사 길드에 들러 연금술사 다섯을 더 고용했다.
그리고 왕도를 빠져나올 때쯤 꺼림칙했던 감정은 거의 사라졌다.
루이드와 일행들은 왕도를 떠나 한참을 이동했다.
포커드 남작령까지 절반가량 왔을 때까지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별거 아니었군. 괜한 소릴 해서 사람을 불안하게 해.’
울창한 숲을 무사히 지나 계곡에 들어섰을 때, 루이드의 귓가에 날카로운 소리가 감지되었다.
캉! 카앙!
‘이건, 쇳소리.’
루이드 외에 다른 일행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앞쪽에 싸움이 일어난 것 같다.”
“헉, 어떡하지요? 이 계곡은 길이 하나밖에 없는데요.”
“어쩔 수 없지. 다들 조심하도록.”
그래도 일행 모두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
‘요한과 엠마만 신경 쓰면 되겠군.’
루이드와 일행이 빠르게 말을 몰았다.
곧, 좁은 계곡 사이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옥신각신하는 것이 보였다.
“으아악!”
“살려 주시오!”
“핫핫핫!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
“아이고!”
“이 쓰레기 같은 도적놈들!”
한눈에 봐도 상인무리와 도적단.
상인무리는 30명 정도였고, 도적들은 100인이 넘는 듯했다.
“이런, 야단났군.”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멈춰라!!”
루이드가 큰소리로 외쳤다.
“잉?! 웬 놈들이냐!”
말 위에 탄, 가장 매서운 얼굴을 한 남자가 루이드를 보았다.
“목숨은 살려줄 테니, 그들을 풀어주고 떠나라.”
남자가 루이드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루이드는 누가 봐도 귀족.
걸친 모든 것이 비싼 것이었다. 심지어 얼굴에서도 귀티가 흘렀다.
“이거 땡잡았는걸.”
부두목처럼 보이는 매서운 얼굴의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우리 두목은 예쁘장하게 생긴 놈을 좋아하거든.”
“뭐?”
루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얘들아! 저놈들도 털어라!”
부두목이 소리치자, 강도 몇이 루이드와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파이어볼!”
루이드의 등 뒤에서 아샤라가 외쳤다.
화아악!
순식간에 나타난 불의 공이 강도들을 향해 쏘아졌다.
“으, 으악!”
파이어볼을 정통으로 맞은 강도 하나가 선 채로 불탔다.
그는 마구 발버둥 치며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마법으로 붙은 불길이 쉽게 꺼질 리가 없었다.
“마법사가 있다!”
강도들이 주춤했다.
아샤라의 뒤에 선 연금술사들도 하나둘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뭐야, 돈이 아주 많은 귀족 나으린가 보지?”
산채로 불타는 부하를 보고도 부두목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궁조!”
그가 외치자 계곡 위에서 강도들이 더 튀어나왔다.
“이히히! 귀족 나으리! 가진 물건이 많은가?!”
“마차에 뭐가 든 것인지 아주 궁금하구만!”
“주머니가 두둑하다면 살려는 주지!”
끼리릭.
계곡 위의 강도들은 루이드와 일행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슈슛!
순식간에 화살이 쏘아졌다.
“이런, 피해!”
헤이란이 다급하게 외쳤다.
“피할 곳이……!!”
요한이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쉬이이익!
퍽, 퍼억! 퍽!
도적들이 쏜 화살이 전부 땅에 박혔다.
“어라.”
화살을 쏜 도적들도, 루이드의 일행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깟 화살로 날 죽일 수 있을 거 같냐?”
“공자님!”
요한이 감격한 얼굴로 외쳤다.
“요한, 너는 나랑 몇 번을 같이 다녔는데 아직도 화살이 무섭냐?”
“사람이라면 화살이 당연히 무섭죠!”
“바보 같기는.”
“이익! 궁조 다시 한번 더!”
끼리릭.
화살이 겨누어졌다.
쉭쉭쉭!
쏘아진 화살, 이번에도 요한과 헤이란을 뺀 나머지 일행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도적들이 쏜 화살은 일행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쉬이익! 쏘아진 화살이 루이드 일행을 향하는가 싶더니 곧장 방향을 바꾸어 계곡 위 강도들에게 돌진했다.
퍼억! 퍽!
“으아악!”
“아악!”
계곡 위에 있던 강도들이 아래로 추락했다.
퍽! 퍽!
사방에서 으깨지는 소리가 났다.
“이, 이게……. 도련님의 싸움…….”
엠마는 놀란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바로 앞에 있는 루이드는 말 위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다못해 마법사들처럼 주문을 외우는 것도 아니었다.
루이드가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은 몇 번 본 적 있었다.
영지 내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몇 번.
그러나 자이언트 울프와 온갖 몬스터를 무찔렀던, 크렐리온의 병사들을 쓸어버렸던.
루이드의 전투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강하시다…….’
엠마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을 걱정했다.
자신은 지금 이 상황에서 두려움에 떠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하앗!”
헤이란이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채앵! 챙!
루이드의 앞쪽에 서 있던 도적 둘이 헤이란의 검에 쓰러졌다.
“자알 한다.”
“짜란다!”
콘콘은 루이드에게 안겨 있는 채로 주먹을 흔들었다.
방금까지도 기세가 등등했던 강도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루이드와 일행 쪽으로 하나둘씩 도망쳐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
부두목은 안 그래도 매서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녀석을 데려와!”
“녀, 녀석을요?! 두목 말고는 제어를 못 하는 녀석 아닙니까!”
“지금 상황에 어찌할 방법이 있냐?! 그래도 괜찮아. 두목이 이걸 주고 가셨으니까.”
부두목은 금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드르르륵.
강도들이 뒤편에서 수레 하나를 끌고 왔다.
수레에는 쇠로 된 상자 같은 것이 실려 있었다.
“루이드 님. 녀석들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본데요?”
헤이란의 말에 루이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상자를 보았다.
‘그냥 보통 쇠인데……?’
높이는 1m 정도, 폭은 그보다 더 좁은 직사각형의 상자였다.
마치 금고 같은.
철컥, 철컥. 끼이익.
강도 하나가 쇠 상자의 문을 열고는 곧바로 자리를 피했다.
상자 안은 어두웠다.
스으으.
파직, 파직.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은 작은 빛과 소리가 났다.
“나와라, 이놈!”
부두목이 외치며 목걸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파지지직!
엄청난 전격이 상자로부터 튀어나왔다.
번쩍!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낙뢰는 루이드 바로 앞에서, 그를 향해 오던 상인에게 적중했다.
짜자자작!!
루이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히이이잉!”
화이트가 놀라 앞발을 굴렀다. 루이드는 하마터면 낙마할 뻔했다.
“리듀!!”
“이런.”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낙뢰를 맞은 상인은 새카만 기둥이 되어 있었다.
치이익.
끔찍한 탄내와 기름 냄새가 났다.
“욱.”
“웨엑!”
루이드는 코를 틀어막았고, 요한은 토악질을 해버렸다.
“으, 으아아…….”
안심하고 도적들을 공격하던 연금술사들과 정령사들은 겁에 질렸다.
“으하하하! 네놈들! 통구이가 되기 싫으면 협조하라고? 아, 하긴. 이미 늦었을지도. 이 녀석. 통제가 안 되는 놈이거든. 그러게. 그냥 고분고분 우리한테 털릴 것이지. 괜히 까불다가 말이야.”
강도들은 죄다 부두목의 뒤로 몸을 사렸다.
스으으으.
상자 안에서 작은 손 하나가 나왔다.
무엇인가가 기어 나왔다.
그것은 천천히 일어났다.
“사람?”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이 얼굴을 전부 뒤덮고 있었지만, 사람이 분명했다.
‘사람……. 사람이 분명한가?’
녀석의 신체는 완벽하게 사람의 것이었다.
허나 짐승처럼 머리를 기르고, 때가 묻어 더러운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비쩍 마른 앙상한 팔다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이봐! 뭘 하는 거야! 얼른 놈들을 공격하라고!!”
부두목이 메달 달린 목걸이를 꽉 쥐고 흔들자, 녀석이 흠칫 떨었다.
그리고 루이드 일행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슥.
녀석이 손을 뻗었다.
파직, 파직.
녀석의 주변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상인들이 겁에 질려 마구 달렸다.
“죽고 싶지 않아!”
“루, 루이드 님!”
스으윽!
루이드의 주변에서 몇 개의 검이 떠올랐다.
파직, 파직.
녀석의 주위로 스파크가 격렬해지더니 또다시, 번쩍!
루이드의 검이 날아간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
“쉴드!”
아샤라의 외침이 그사이를 갈랐다.
꽈과광!!
엄청난 굉음이 일었다.
취이이익.
눈앞에는 연기가 가득했다.
“으, 으으. 살아 있는 건가?”
요한이 웅얼댔다.
루이드 일행의 앞에는 금이 간 마나의 벽이 바스스 부서졌다.
“아샤라, 덕분에 살았다.”
“이제 못 써요.”
마법사들은 메모라이징을 해야 주문을 외우지 않고 곧장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나의 마법을 메모라이징 하더라도 그 마법을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스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었고, 얼만큼을 사용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
마법사의 급수에 따라 메모라이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달랐다.
아샤라는 오늘 사용할 실드 마법을 1회분밖에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큭, 제가 좀 더 강했더라면…….”
파직, 파직.
연기 너머로 번쩍이는 스파크가 보였다.
마치 비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칫. 빗나갔나.’
루이드는 녀석을 노렸다.
녀석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연기 너머로 아우성치는 스파크는 녀석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날아간 검이 중간에 벼락을 맞아 궤도가 틀어졌을 수도, 애초에 밝은 빛 때문에 제대로 조준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스으으.
계곡을 타고 바람이 불어왔다.
연기가 조금 걷히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치이이익.
익은 사체의 냄새.
아직 루이드 쪽으로 넘어오지 못한 상인무리의 사람들이었다.
선 채로 절명한 그들의 몸에서 지글거리며 기름이 떨어졌다.
“우웨에엑.”
요한은 한 번 더 게워냈다.
파직, 파직.
녀석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정전기가 인 것처럼 녀석의 덥수룩한 머리가 공중으로 바짝바짝 서 있었다.
“루이드 님, 놈을 봐요.”
아샤라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