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49화(49/252)
제49화
제24편 능력자, 또 능력자(2)
루이드는 의아한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지?”
루이드는 헤이란에게 물었다.
“그것이…… 둔다린의 공자께서…….”
헤이란은 굳은 얼굴로 머뭇거렸다.
“하하하, 이 XXX것들이!”
루이드는 다시 찌르는 듯한 목소리의 남자를 보았다.
체격이 크고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것이 척 봐도 귀족의 자제 같았다.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은 이 세계에서는 평민들이 살찌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었다.
‘둔다린의 공자라고? 하아, 이거 척 보기에도 망나니인데.’
루이드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둔다린의 영주, 리콜 백작의 삼남 로베오다!”
그는 가만히 있던 의자를 뻥 하고 걷어찼다.
“루이드 포커드. 그대의 종들이 우리 영지의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분위기를 흐리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
루이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직도 바닥에 엎어져 있는 요한에게 갔다.
요한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벌벌 떨고 있었다.
“사특한 술수를 쓰는 그대의 종들이, 이 깨끗하고 성스러운 둔다린 이곳저곳을 마구 들쑤시고 있다는 말이야~!”
로베오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것 같았다.
슥.
루이드가 천천히 요한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뚝뚝.
붉은 피가 요한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
자세히 보니 날카로운 것에 얼굴이 길게 그인 상처가 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상처에 울컥울컥 피가 솟고, 상처가 벌름거렸다.
루이드가 확 고개를 쳐들어 보니, 로베오라는 자의 허리춤에 작은 단검이 있었다.
“도, 도련님. 저분이 저희 마법사분들게……. 마법을 보여달라고 조르다가 도련님을 욕보이…….”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
뻔하고 뻔했다.
‘수십 번을 읽었을 망나니물의 뻔한 인트로였겠지. 아니, 저놈은 빙의나 회귀를 한 게 아니니까 그냥 망나니겠지만.’
루이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귀찮게스리. 하여간에 여긴 이게 문제라니까.’
영지 간에 소식이 퍼지는 것이 너무 느렸다.
둔다린의 삼남이 조금 전 루이드가 얽힌 왕도에서의 일에 관해 알았다면, 이런 소동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
루이드는 손수건을 꺼내 요한의 얼굴에 댔다.
“피가 많이 나니, 얼른 위층으로 가 힐러에게 치료해 달라고 해라.”
“예, 예에. 도련님…….”
요한은 피를 철철 흘리는 와중에도 루이드를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요한을 보낸 루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어찌하여 내 몸종에게 상해를 입힌 겁니까?”
“아, 그것은 그놈이 먼저 내게 달려들었다. 쓰레기 같은 놈이.”
로베오는 킬킬거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루이드가 힐끔 헤이란을 보았다. 헤이란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주위의 다른 평민들이나 루이드가 고용한 마법사들, 정령 술사들도 웅성거렸다.
사실 확인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망나니는 망나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니 그런 호칭이 붙을 터였다.
“자, 그럼 어쩌고 싶소.”
루이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물었다.
“사과를 받아야겠는데. 그대가, 무릎이라도 꿇고. 진정성 있게!”
로베오의 기름 낀 눈이 루이드를 아래위로 훑었다.
‘바라는 것도 많군.’
루이드는 헛웃음을 쳤다.
“못하겠다면?”
“뭐?”
로베오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뻔하지. 같은 삼남이라도 지는 백작의 아들이니까.’
루이드가 별달리 대응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제껏 만난 사람들은 다 머저리였나 보군.’
아무리 신분이 강력한 사회라도, 직속인 아랫사람을 건드린다는 것.
그것은 귀족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
루이드에게도 명분은 있다.
“사과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자께서 내 사유재산을 손상시킨 것 아닙니까.”
“허.”
루이드가 날카롭게 노려보자 로베오는 주춤거렸다.
‘역시, 지금까진 뭘 하든 굽실거리는 놈들만 만난 모양이야. 어련하시겠어. 귀찮다, 귀찮아. 이거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놈이.’
로베오 뒤로 선 호위와 하인도 점점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루이드가 평민이었다면 그들은 단번에 검을 빼 들고 베었겠지만, 귀족의 자제이니 그럴 수도 없었던 것.
“정식 결투라도 하겠소?”
루이드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저, 정식 결투?”
로베오의 목소리가 떨렸다.
‘본인 스스로 정식 결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의 허리에는 단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귀족의 검술 기본은 장검을 사용한다.
검의 종류는 다를지언정, 기본적으로 70cm 이상의 검을 사용한다.
‘특별한 가문들은 다른 무기를 사용하겠지만, 저놈은 그냥 검을 다룰 줄 모르는 걸 거다.’
심지어 허리에 찬 단검은 장식용에 가까워 보였다.
물론 요한의 얼굴을 그어버릴 만큼 예리한 장난감이기는 했지만.
‘뒤에 있는 놈들도 시원찮아 보이고, 뭐가 됐든 저런 놈들을 상대하는 일은 초상 능력을 쓰지 않아도 쉬울 것 같아.’
로베오는 여전히 눈알을 굴리며 주위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뭐, 겁이 난다면 대신 싸울 자를 고르셔도 됩니다.”
루이드는 일부러 로베오를 자극했다.
‘솔직히 말해서 정식 결투를 또 하는 것은 귀찮다. 만약 소설 속 상황이었다면, 같은 소재를 금방 두 번 우려먹는다고 독자들에게 욕도 먹겠지.’
하지만 루이드는 로베오가 자신의 의도대로 넘어오기를 바랐다.
‘건방진 놈, 너 잘못 걸린 거야. 이참에 내가 버릇을 고쳐 놓아야지.’
전생과 현생 도합 60년을 살아온 루이드.
40여 년은 유교의 나라에서 살아왔다.
잠들어있던 꼰대 모드가 발동하는 것이다.
바들바들 떨리는 로베오의 손.
“누, 누가 겁이 난다고 그래! 내가 직접 싸울 것이다!”
루이드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도, 도련님!”
“공자님, 자, 잠깐…….”
뒤에 선 호위와 시종은 야단이 났다.
‘리콜 백작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경을 치겠지. 불쌍한 놈들.’
이미 보고 들은 자가 많았다.
내뱉은 말을 주워 담지도 못할 터였다.
‘하지만 망나니 곁에 따라다니면서 네놈들도 사리사욕을 취하고 군림했을 테니, 불쌍해하지 않겠다.’
로베오가 불룩한 배를 내밀었다.
“루이드 D 포커드. 절대로 도망치지 마라! 내일 아침 일찍 둔다린의 영주 성으로 와라!”
“좋소.”
루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베오와 그의 일행들이 주점을 빠져나갔다.
로베오는 문을 나서기 전에 의자를 차 넘어뜨리는 일을 잊지 않았다.
“이런, 정말이지…….”
“저 망나니 녀석이 또…….”
로베오가 완전히 사라진 뒤, 주점의 손님들이 술렁거렸다.
“죄송합니다, 공자님.”
헤이란이 루이드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대가 뭘. 어차피 신분을 믿고 마구 설쳐대는 망나니다. 너희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 입장이 아니었어. 그보다, 요한 외에도 다친 자가 있나?”
“아니오. 없습니다. 제가 검을 빼 든 직후에 공자님께서 내려오셨기에.”
“다행이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 나는 공작 저택에서 그 괴물과도……. 아, 넌 자느라 못 봤지?”
“으흠.”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헤이란도 다른 모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루이드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두가 직접 눈으로 보아서 알고 있었기 때문.
“나으리.”
여관 주인이 루이드 앞에 섰다.
“나으리 덕분에 소란이 금방 잠잠해졌습니다. 원래 로베오님이 한 번 난리를 치기 시작하시면, 날이 밝도록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시거든요.”
주인은 축축한 눈으로 굽실거렸다.
루이드는 마음이 짠해졌다.
전생에서 루이드도 자영업자였으니, 그의 고통을 이해했다.
진상 고객이 오는 날엔 원래 그날 하루 일진을 망치는 법이었다.
“어느 면모로 보나 공자님께서 로베오 님에 달리는 구석이 없을 줄 압니다만. 백작가의 삼남, 로베오 리콜이 저렇게 오만방자한데는 이유가 더 있습니다.”
여관 주인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응? 그게 무엇이지?”
“리콜 백작님의 뒤에는 단데리온 후작님이 계십니다.”
“단데리온이라. 그런 큰 가문에서 여기 뒤를 봐주고 있다는 건가?”
루이드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 세계에도 당연하게 파벌이 나누어져 있었다.
연줄과 연줄이 단단히 얽힌 거미줄 같은 곳이었다.
‘단데리온이라면, 헬켄 백작과도 얽혀 있는 후작 가문이군. 하여튼 끼리끼리 논다니까.’
루이드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네.”
“예? 하, 하지만…….”
“내 뒤에는 세반 전하가 계시니까.”
“에, 예에?!”
주인은 물론이고 헤이란도 눈을 번쩍 떴다.
“농담이야.”
루이드는 큭큭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는 치료가 끝난 요한이 붕대를 둘둘 감고 있었다.
“괜찮아?”
“예에. 힐러한테 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네요.”
“내일 내가 혼쭐을 내줄 테니까. 울지 말고 푹 자.”
“제, 제가 왜 웁니까!”
“어어, 소리 높이면 상처 터진다.”
루이드는 웃으며 요한이 붕대 두른 곳을 자세히 보았다.
* * *
날이 밝자 루이드는 곧장 둔다린의 영주 성으로 향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바리바리 쫓아온 거냐?”
루이드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아샤라와 요한, 헤이란뿐 아니라 엠마와 혈계 능력자 노예까지 있었다.
엠마와 노예의 건강 때문에 힐러까지 붙은 참이었다.
“하지만 도련님이 걱정되니까요!”
“하아, 엠마. 지금 환자는 너거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엠마 씨는 걷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힐러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루이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 녀석은 대체 왜…….”
“제가 엠마씨를 쫓아오면,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또, 그녀가 원하기도 했고요.”
노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구해온 옷을 챙겨입고 깨끗하게 씻은 그녀는 볼품없기는 해도 이제야 겨우 사람처럼 보였다.
“하아. 어디서부터 문제인 건지. 다들 얌전히 있으라고. 그 망나니 놈은 뭐로든 다 물고 늘어질 테니까.”
커다란 문은 루이드가 접근하자 바로 열렸다.
안내를 받아 알현실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리콜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인사를 만나게 되어 기쁘군.”
“반갑습니다. 백작님.”
그는 로베오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둔다린과 어울리는 수수한 이미지의 중년이었다.
“내 아들과 정식 결투를 벌이게 됐다지. 한번 잘해보게.”
리콜 백작은 담백한 얼굴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가 직접 대련장으로 이끌었다.
“그 아이는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네.”
앞서 걷는 백작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나밖에 없다고? 분명 로베오는 자신을 삼남이라고……. 설마 그 위로는 모두 죽었나?’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는 일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했다.
전쟁, 결투, 병과 몬스터.
사실 이곳에는 루이드의 전생보다 덜할지는 몰라도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것들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너무 오냐오냐 키웠지. 녀석이 어떤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는, 부끄럽지만 나도 모두 알고 있네.”
“알고 계시면서도 고치지 않으시는군요.”
“미안하네.”
루이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자식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심지어 자식을 둘이나 잃었다면, 그 마음이 어떻게 무너져내렸을지 짐작도 하기 어려웠다.
‘만약 콘콘을 잃는다면…….’
친자식이 아니라지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리콜 백작이나 로베오의 행태가 옳은 것은 아니었다.
“백작님의 나약함에 대한 대가를 이 영지의 모두가 갚고 있는 셈입니다.”
백작은 대답이 없었다.
그들은 침묵을 지키며 결투장에 당도했다.
“왔나! 본때를 보여주마!”
대련장에 대기하고 있던 로베오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그렇게 소리를 치지 않았더라면, 루이드는 그가 로베오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터였다.
“와, 저게 다 뭐야.”
루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관찰했다.
로베오는 전신을 감싼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육중하고 단단해 보였다.
“저거 움직일 수는 있는 건가.”
“마상 시합할 때 입는 갑옷 아닌가요?”
루이드의 등 뒤에서 일행들이 수런거렸다.
“자, 콘콘 잘 데리고 있어.”
루이드는 콘콘을 아샤라에서 안겨준 뒤 앞으로 나섰다.
“멋진 승부를 보여주시게.”
리콜 백작은 복잡한 표정으로 루이드에게 말했다.
루이드는 지친 듯한 백작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로베오 앞으로 갔다.
심판이 신호를 주었다.
탓! 루이드가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후우욱! 로베오도 자세를 잡았으나 매우 느리고 투박한 움직임이었다.
‘아아, 내 눈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동작들.’
루이드가 로베오를 살폈다.
‘전신을 꽁꽁 싸맸군. 찌르거나 벨 곳이 거의 없어.’
노릴 곳이라고는 갑옷의 관절 정도.
사실 루이드에게는 그런 곳을 노릴 필요도 없었다.
루이드가 로베오의 사정거리 안으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으하하~!”
로베오는 기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휙.
루이드가 로베오의 검을 가뿐하게 피했다.
“으응?!”
휘이잉!
휙.
두 번째 공격도 물이 흐르듯 지나쳤다.
“이익!”
휘익, 휙!
로베오의 공격이 계속됐다.
그리고 루이드는 공격을 흘려보냈다.
“허억, 헉.”
무거운 갑옷을 입은 로베오는 금방 지치기 시작했다.
“이익! 이 미꾸라지 같은 놈!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로베오가 악을 썼다.
“정정당당? 무엇이 정정당당한 싸움이지?”
“뭐?”
로베오가 투구의 눈구멍으로 마주친 루이드의 눈은 마치 얼음장 같았다.
새벽의 별처럼, 겨울의 하늘처럼 시퍼렇고 차갑게 빛났다.
오싹.
단단한 갑옷 속의 말랑하고 기름진 로베오의 피부에 소름이 쭉 돋아올랐다.
“신분을 등에 업고 평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탓.
루이드가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자, 로베오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검은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