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화(5/252)
제5화
제5편 그러니까 이건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2)
[스킬 조물주물(彫物鑄物)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조물주물 lv.1-금속변형]루이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좋아, 3개월이면 빠르군.”
전생에서는 이 스킬을 얻기까지 3년이 걸렸다.
물론 그때는 능력을 다루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이었기 때문도 있었다.
20년 넘게 다뤄온 능력이므로, 아는 길로 더 빨리 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동안의 훈련으로 능력을 과사용하여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도 줄였다.
“전생에서도 아주 쓸모있는 능력이었단 말이지.”
스킬 조물주물.
금속을 어떤 형태로든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
아직은 그 정도뿐이지만, 레벨이 올라가면 더욱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 이곳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 틀림없었다.
“기대되는걸.”
루이드는 눈앞의 강철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을 떠올렸다.
[스킬 조물주물 발동.] [금속 변형.]쭈와아악, 까드드득!
강철 덩어리는 루이드가 떠올린 모양대로 변화했다.
두둥.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100]“아, 역시 레벨 1이라 좀 허접하네.”
루이드의 키 절반만 한 인간 형태의 강철이 만들어졌다.
“그래. 그나마 내 능력을 되찾아 오는 게 이곳에서 제일 재밌는 게 됐군.”
루이드는 되찾을 능력들을 떠올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강철 인간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스킬 얻었으니, 이만 쉬어볼까.”
루이드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 * *
루이드의 행정관 생활이 시작된 첫날.
남작 성에 거하는 행정관을 한자리에 모았다.
다섯의 행정관이 루이드를 보았다.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영지의 유일한 재무관인 사이먼이 웃는 얼굴로 물어왔다.
루이드도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무슨 일이긴. 내가 가져오라고 한 것 가져왔지?”
“아, 예.”
“나도 영지의 행정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하니까. 내가 행정학 과외를 받고 있다는 것. 들었잖아? 이제 막 과외가 끝났거든.”
“벌써요? 르오모년 과정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좀 빨리 끝났어. 좀 있다가 막시무스 타러 가야 하니까, 얼른 줘 보겠어?”
사이먼이 나머지 넷의 행정관에게 손짓했다.
넷은 재빨리 장부를 펼쳐 들었다.
“음, 한 번 설명해 봐.”
“옛.”
행정관이 루이드에게 장부 내역의 상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흐으응.”
루이드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 * *
재무관 사이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딴에 행정학을 공부했다고 거드름 피우려나 본데.’
귀족 도련님의 비위를 못 맞춰줄 이유는 크게 없었다.
“음? 여기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예? 어, 어디가…….”
“여길 봐. 이 부분. 금액이 맞지 않잖아.”
루이드가 손으로 가리키자 행정관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아……. 그것이……. 계산식에서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
루이드는 다음 장, 그다음 장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흐음.”
그리고 이상한 부분마다 곧바로 체크하기 시작했다.
“계산식이 안 맞는 부분이 왜 이렇게 많지?”
루이드는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행정관들은 점점 표정이 굳어가고 있었다.
‘설마…….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바로 저게 파악이 된다고?’
특히 재무관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루이드를 보고 있었다.
재무관이나 행정관들 역시 루이드가 에콘 마을의 비리를 알아차린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은 루이드의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횡령을 하고 있었다면, 촌장의 목을 치지 않았을 리 없다. 적당히 잘못한 일을 가지고 일을 부풀린 거겠지.’
애초에 재무관 사이먼은 루이드를 신용하지 않았다.
그는 별 능력이 없는 막내 공자였으니까.
‘혈계 능력인가 뭔가도. 정말 대단한 능력이었다면, 행정학 같은 걸 공부할 리가 있나. 단번에 전장에 나가 공을 세웠겠지.’
사기꾼.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 여기.”
팔락, 팔락.
장부가 계속 넘어갔다.
루이드는 장부 옆에 종이를 펼쳐놓고 재무관과 행정관들이 처음 보는 문자로 무엇인가 기록하기 시작했다.
“잘 봐. 여러분. 이게 지금 계산이 틀린 정도가 될 수 있나?”
루이드가 금액이 적인 종이를 들어 올렸다.
팔락…….
“……!!”
행정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영지 자금의 야른이나 되는 금액이 알 수 없는 명목으로, 또는 계산 착오로 비어 있는데. 이게 이해가 되는 상황인가?”
야른.
이그라의 표기법으로 25%라는 뜻이었다.
영지의 자금이 25%나 비는 비정상적인 상황.
루이드가 활짝 웃었다.
“일반적인 상황이 맞냐고.”
다섯 행정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그간 한 번도…….’
“이제 달라질 거야.”
루이드는 재무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대답했다.
슥.
루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속 지배 가동.]휙!
그가 손을 뻗자 방 안의 모든 쇠붙이가 붕 떠올랐다.
“헉!!”
“고, 공자님!!”
슈슛!!!
파바박!!
촛대가 날았다.
촤앗!
“으아악!”
“히이익!”
도망치려는 행정관들에게 돌진하는 물건들!
퍼억!
우당탕!
행정관들은 넘어지고 서로를 밀치고 난리가 났다.
“공자님 오해십니다!”
재무관이 소리쳤다.
“괘씸하네.”
휙!
슉!
퍼어억!
촛대가 재무관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으윽.”
“흐으윽.”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렀다.
루이드가 조종하는 금속에 맞아 바닥에 널브러진 행정관들.
[스킬 조물주물 발동.] [금속 변형.]주우우욱.
루이드가 스킬을 쓰자 촛대며 장식품이며 하는 금속제 물건들이 주우욱 늘어나더니 행정관들의 손과 발을 결박했다.
말랑말랑한 것처럼 늘어나던 금속들은 모양을 갖추더니 이내 딱딱해졌다.
그 자리에서 수갑과 족쇄가 만들어진 것!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300]‘이, 이것이……. 막내 공자가 터득했다는 혈계 능력……!!’
재무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덜덜덜덜.
그들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루이드가 다가가 그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내가 에콘 마을의 촌장을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나?”
루이드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마치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비를 베풀 것처럼.
부들부들.
행정관들의 눈이 떨렸다.
“사실대로 말해라.”
“크…… 크으윽……. 죄, 죄송합니다. 다시 기회를…….”
결국 행정관 하나가 이실직고했다.
재무관은 사나운 얼굴로 실토한 행정관을 노려보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도 작은 희망이 피어났다.
‘그래. 에콘 마을의 촌장도 그렇고. 루이드 공자는……. 어쩌면 살려줄지도.’
루이드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척척 걸어 문을 열었다.
휙, 휙.
주위를 살피니 마침 시녀 엠마가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엠마!”
“도련님!”
엠마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버지 좀 모셔올래?”
그리고 루이드는 예의 그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 * *
애초에 루이드는 이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에콘 마을처럼 작은 마을에서도 횡령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윗물이 썩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 사이에 수습해 뒀을 줄 알았는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루이드의 생각보다 훨씬 안일했다.
제이스 포커드가 도착하기 전까지 다섯 명의 행정관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30]꾸우욱.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20]꾸우우욱.
행정관들의 몸을 칭칭 두른 금속들이 안쪽으로 뾰족하게 그들의 몸을 찔러댔다.
‘즉석 아이언 메이든이라고.’
루이드만의 고문 기술이었다.
전생에서도 주로 사용했었던 기술.
부들거리는 행정관들을 내려다보며 루이드는 미소 지었다.
‘역시 금속 변형 스킬이 생기니까 좋네.’
벌컥.
“루이드.”
제이스 포커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작님.”
루이드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훌쩍 뛰어내렸다.
공적인 자리이니 아버지 대신, 작위로 불렀다.
“이 자들은 영지의 재산을 횡령하였습니다. 게다가 거짓된 장부를 작성하여 영지 운영에 큰 혼란을 주었고요.”
루이드는 장부와 정리한 종이를 가져가 제이스에게 보였다.
“…….”
제이스는 앞부분만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확인하는 데에도 조금 시간이 걸렸다.
“놈들을 끌고 가라.”
“응?”
제이스의 말에 루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복도에는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감옥에 가두시게요?”
“아니.”
제이스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척척척.
루이드는 제이스를 따라 걸었다.
“나, 남작님.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오해입니다!”
“남작님!! 잘못했습니다!!”
복도에 비명이 가득 찼다.
병사들을 행정관들을 포박하고 질질 끌어 영주 성 마당으로 갔다.
‘재무관 녀석은 아버지 앞이라고 또 발뺌이네.’
루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재무관과 눈이 마주쳤다.
공포로 얼룩진 눈동자.
‘어라.’
처억.
휙, 퍼억. 퍽!
마당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행정관들을 거의 던지다시피 했다.
“으윽!”
“으악!”
“남작님!!”
스릉.
제이스 포커드 남작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헉, 아버…….”
파앗!
촤아악!!
뎅겅!
후두둑.
일격에 셋의 머리가 날아갔다.
“허…….”
루이드는 깜짝 놀라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았다.
“흐아…… 흐아악!!”
촤아악!
뎅겅!!
나머지 두 개의 머리도 흙바닥을 굴렀다.
“…….”
루이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래……. 사실 이게 맞는 처벌이지. 이 세상에선.’
작은 에콘 마을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횡령.
이건 아버지인 제이스 포커드가 루이드에게 주는 가르침이기도 했다.
배신자에 대한 처벌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쿵. 쿵.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시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도 살인까지 저지른 적도 있었다. 전생은, 재앙이 가득한 지옥이었으니까.
그래도 20년 만이었다.
두근, 두근.
눈앞에 있는 제이스 포커드의 존재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는 분명 오러를 사용했을 터였다.
루이드는 오러를 전혀 운용할 수 없었지만, 확신했다.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닌, 직접 보는 기사로서의 아버지.
‘이런, 분이시구나. 아버지는…….’
씨이익, 씨이익.
날카로워진 공기를 타고 제이스의 숨결이 전해져왔다.
‘칼날 그 자체 같다.’
루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촥!
제이스 포커드가 검을 털자 시종이 달려와 검을 받아 갔다.
그가 뒤를 돌아 루이드를 보았다.
“잘했다.”
그는 피가 튄 손으로 루이드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어느샌가 따뜻한 아버지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는 제이스 포커드.
“이런, 사달이 났군.”
근처에서 비명을 들은 케인 포커드가 달려왔다.
그는 시체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루이드. 괜찮느냐?”
오히려 루이드의 표정을 살피고는 시종들에게 시체를 치울 것을 명령했다.
“무슨 일입니까?”
“놈들이 영지의 돈을 빼돌렸다. 괘씸한 것들. 감히 주군의 재산을 탐내다니.”
“루이드가 알아낸 겁니까?”
“그렇다.”
“대단하구나, 루이드. 가신들의 횡령 때문에 골머리 썩는 귀족들이 많다고 들었다. 네 덕에 영지가 청렴해지겠구나.”
케인이 루이드의 등을 두들겼다.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제이스가 번득이는 눈으로 시체를 노려보다가 케인을 보았다.
“칼린 경과 함께 놈들의 가족을 모두 잡아 와라.”
“……알겠습니다.”
* * *
행정관의 가족들은 강제 부역과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곳의 감옥은 시설이 열악해서 금방 다 죽어 나가겠지만.’
감옥에서 살아나간다고 하더라도 길바닥에서 죽을 터였다.
그들의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루이드는 집무실에 앉아 몰수한 그들의 재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재산이 꽤 되네. 이정도면, 2년간의 영지 관리비인데.’
15년간 그들이 야금야금 빼돌린 재산이 이만큼이나 되었다.
‘쓰레기 놈들. 가족들만 불쌍하군.’
큰 금액이 추가로 생긴 만큼 영지에는 여유가 생겼다.
루이드에게는 무척 이득이었다.
‘이걸로 이것저것 할 수 있겠어.’
똑똑똑.
“어, 들어와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열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수습 행정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자들, 서류 정리 정도를 하는 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횡령의 콩고물이라고는 조금도 얻어먹지 못한 자들이었다.
이 시대의 행정기관이라는 것이 원래 그랬다.
위에 있는 자들만을 위한 행정.
“앞으로 영지의 행정은 내가 총괄한다. 알겠지?”
“예, 옙!”
루이드의 가슴팍에서 재무관을 상징하는 브로치가 반짝였다.
“자, 이게 뭔지 알겠나?”
촤악.
루이드가 커다란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 쓰여 있는 것은.
1, 2, 3, 4, 5, 6, 7, 8, 9, 0.
“예? 모, 모르겠습니다.”
수습 행정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그들.
“이건, 내가 개발한 새로운 숫자 표기법이다.”
아라비아 숫자지만, 이 세계엔 인도나 아라비아인이 없으니 그렇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건 이제 루이드 숫자가 되는 건가?’
그럴싸했다.
루이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행정관들을 보았다.
“새로운 숫자 기호요?!”
그런 루이드에 비해 행정관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장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셈이 어려운 것도. 다 이곳의 표기법 때문이지.’
이그라의 숫자 표기법.
대륙 텔도라그의 공통 표기법.
그것은 거의 상형 문자에 가까웠다.
21세기 지구에서 쓰는, 공용화된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었다.
따지자면 로마 숫자 표기법과 비슷한 느낌인데, 그보다도 더욱더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차라리 로마 표기법이 훨씬 쉬울 거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것도 이것보다 나을 테지.’
1부터 100까지의 수가 다 따로 놀아 셈까지 하려면 ‘노동’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극악의 표기법.
수습 행정관들은 그런 어려운 표기법을 겨우 외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표기법을 또 배우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일 터.
하지만 루이드가 일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뜯어고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