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2화(52/252)
제52화
제2편 불청객(1)
“푹신하다.”
루이드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마을이 큰 만큼 여관의 상태도 훌륭했다.
사실 말이 마을이지, 르란은 소도시 급 규모인 곳이었다.
“가족들이랑 같이 나왔더니, 뭔가 여행 나온 기분도 들고.”
가족과의 여행이라니. 전생이었다면 꿈도 못 꿀 일 아닌가.
“리듀우~!”
아르헬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방을 날아다녔다.
“날개가 커진 것 같은데.”
“콘콘 쑥쑥 크는 중이야. 곧 리듀만해 질걸~! 보여줄까?”
“본모습 말이지? 좋아. 오랜만이군.”
아르헬이 바닥으로 착지했다.
스으으으.
아르헬 주변으로 마법이 일렁이더니 인간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리듀랑 닮으려고 항상 마법을 쓰고 있으니까, 나 마법 실력이 쑥쑥 는대. 아샤라가 그랬어.”
“호오. 그래. 맞아. 아르헬 정말 대단해.”
“후후후.”
아르헬의 웃음과 함께 그녀의 드래곤 형태가 나타났다.
드래곤이라기엔 아직 무척 작아서 누가 보아도 해츨링 상태였지만.
“오, 정말 커졌네!”
“그치!”
아르헬이 깔깔거리며 발을 굴렀다.
쿠웅! 쿵!
바닥이 마구 울렸다.
“어어, 조심! 무너지겠다!”
“안 무너져!”
아르헬이 다시 날개를 펼쳤다.
“날개도 멋지지!”
“그래, 멋지다. 보자. 여기 서 봐.”
루이드가 일어서자 아르헬이 옆으로 꼭 붙었다.
“이제 허벅지까지 오네.”
중형견 정도의 크기.
아르헬은 루이드 옆에 붙은 채로 키득거렸다.
‘귀여워.’
마음이 간질간질하니, 자연스레 미소가 피어오르는 루이드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얼른 자자.”
“우웅!”
퐁!
루이드가 양팔을 벌리자 아르헬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폴리모프 마법은 원래 엄청 대단한 거래. 콘콘은 막 할 수 있는데! 콘콘 대단하지! 그치!”
“그래, 콘콘은 엄청 대단해~!”
루이드는 아르헬의 머리를 쓰다듬은 다음 꼭 안아 함께 침대에 눕혔다.
“리듀! 나 잠들 때까지 안아줘!”
“응? 콘콘. 엄청 대단하고 이제 엄청 많이 컸는데?”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의 입을 쭉 튀어나왔다.
“나…… 아직 아가인데…….”
“뭐?”
루이드는 파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아직 더 아가를 만나기 전이니까.”
아르헬은 작은 머리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루이드는 침대로 올라가 누워 아르헬에게 팔베개를 해 주었다.
“옛날이야기 해 줘! 리듀가 책에서 읽은 것들 마랴!”
“흐음, 그래.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루이드는 아르헬을 토닥여주며 거인이 사는 협곡 이야기를 시작했다.
쌔액, 쌕.
곧 품 안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루이드는 작고 동글동글한 정수리에 턱을 댔다.
‘뭔가, 색다른 행복이네. 자식을 기른다는 건 이런 느낌…….’
턱이 따끈해지니 잠이 몰려왔다.
루이드는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루이드는 불현듯 잠에서 번쩍 깨어났다.
“아르헬?”
품 안에 있던 아르헬이 벌떡 일어나 창문을 보고 있었다.
“아르…….”
“쉿, 리듀.”
작은 손이 루이드의 입을 막았다.
아르헬의 눈은 루이드와 같은 푸른색이 아니라 오리할콘 같은 오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오고 있어.”
아르헬이 작게 속삭였다.
“뭐?”
삐그덕.
루이드가 귀를 쫑긋 세웠다.
객실 창에 딸린 발코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그들은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사람이 하나, 둘, 셋…….
‘셋이라고?’
이 깊은 밤에 창을 통해 몰래 접근하는 괴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르헬, 뒤로 숨어 있어.”
“웅!”
루이드는 아르헬이 침대 밑으로 숨도록 했다.
‘내 방으로만 셋. 다른 가족들은? 괜찮은 걸까?’
먼저는 저 셋을 처리해야 했다.
루이드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침착해야지.’
루이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 올렸다.
“…….”
바깥의 세 사람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익.
나무 바닥이 조용히 앓는 소리를 냈다.
불청객들의 숨소리가 조용히 다가왔다.
스윽.
괴한이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팟!
루이드가 눈을 번쩍 떴다.
“……!!”
쉬이이익!
괴한과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천장에서 열 자루의 검이 마치 비처럼 내리꽂혔다.
루이드가 자는 척하며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파악! 파악!
“윽!!”
열 자루의 검은 괴한의 몸을 꿰뚫었다.
“아악!”
세 사람 중에 둘은 순식간에 절명했다.
“크으윽.”
나머지 하나는 겨우 급소를 관통당하는 것을 피했을 뿐이었다.
내리꽂힌 검은 괴한의 팔다리를 관통했고 그대로 나무 바닥에 박혔다.
“평범한 검과는 다르지?”
검은 펜싱할 때 쓰는 것처럼 뾰족했다.
“베기용이 아니라 찌르기 용의 검이야. 레이피어라고. 이그라에선 잘 안 쓰는 거지.”
차분한 루이드의 목소리.
쉬이익.
어둠을 가르는 소리가 한 차례 더 일었다.
괴한의 입에 재갈이 채워졌다.
입안에 숨겨둔 독약을 삼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암살자들은 이럴 때 자살해 버리거나 하잖아. 의뢰자의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안 되니까. 그렇지?”
루이드는 비릿하게 웃었다.
쿵쿵.
하지만 심장만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살수를 보내다니.
전생에서조차 당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 읽은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질리도록 본 장면이기도 했다.
‘하하, 판타지 세상이니 별일을 다 당하는군.’
“그르륵.”
재갈을 문 괴한의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내렸다.
“리듀, 끝났어?!”
아르헬이 침대 밑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응, 아르헬.”
루이드는 아르헬을 안아 들었다.
“나쁜 놈들!”
아르헬이 눈을 부릅떴다.
“너무 자세히 보지 마, 정서에 안 좋으니까.”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은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방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가족들과 일행이 무사한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놈을 그냥 방치하는 것도 위험했다.
한눈을 판 사이에 무슨 수로든 자결해 버릴 수 있으니까.
안될 말이었다. 놈은 귀중한 증거.
“아르헬이 지킬게!”
“뭐? 안돼. 아르헬. 위험해.”
“아무도 아르헬 비늘을 못 뚫어.”
아르헬이 폴리모프를 풀어 해츨링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앗.”
“……!!”
결박된 괴한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살아서는 못 돌아갈 테니.’
루이드가 싸늘한 눈으로 괴한을 훑어보았다.
아르헬은 기지개를 쭉 켜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스으으.
드래곤 상태의 아르헬 몸 주변이 오리할콘 빛으로 일렁였다.
그리고 비늘 위로 경화된 에너지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이런 기술은 언제 익힌 거야?”
“엣헴. 나도 놀고먹지만은 않는다고 리듀! 나도 이제 어른이야!”
아르헬의 꼬리가 팡팡 바닥을 두들겼다.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귀여운 드래곤 해츨링이었다.
“하하, 정말 대단한데. 아까까지는 아가라고 하더니.”
“아앗!”
아르헬은 울상을 지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루이드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의외였다.
루이드가 아는 드래곤의 이미지는 굉장히 게으르고 오만한 것이었다.
‘설마 날 닮은 건가.’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식이 자라는 모습을 볼 때 부모들은 이런 행복을 느끼는 걸까?’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 어린 아르헬을 두고 가기 걱정이 되었다.
“아르헬, 문제가 생기면 이걸.”
루이드가 손바닥을 펼치자 검 하나가 구부러져 곧장 작은 종 모양으로 변했다.
“……!!”
괴한은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포에 질린 눈빛이었다.
‘하, 살수를 보낸 자는 내 능력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던 모양이지. 게다가 이놈들 모두.’
루이드는 살수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르헬이 종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게 뭐야?”
“이걸 딸랑이면 내가 올 거야.”
“좋아! 갔다 와, 리듀!”
아르헬은 종을 입에다 꽉 물었다.
‘강아지 같아.’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제이스와 이젤리카가 있는 방으로 갔다.
[금속 지배 가동 중.]스슷.
딸그락.
고리가 잠겨 있는 문을 여는 것은 루이드에게 너무 손쉬운 일이었다.
끼익.
천천히 문이 열렸다.
침실 내부는 조용했다.
쌕, 쌔액.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루이드는 안도하며 방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 방, 그다음 방도 확인했다.
결론이 내려졌다.
‘완벽하게 나만 노린 것이군.’
포커드 가문이 아닌, 루이드 D 포커드만을 노린 것이다.
“누가 보냈나.”
방으로 돌아온 루이드가 괴한의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스으으.
“나 잘 지켰지, 리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르헬이 루이드의 무릎에 올라앉았다.
“그래. 잘했어.”
“이거, 종 나 가질래!”
“그래, 그러렴.”
루이드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아르헬은 꼼지락거리며 종을 만지며 놀기 시작했다.
“…….”
괴한은 루이드를 노려볼 뿐이었다.
“누가 보냈을까. 리콜 백작인가.”
루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리콜 백작은 자신에게 살수를 보낼 만큼의 배포가 없는 자였다.
“그럼 헬켄 백작일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럴 확률이 제일 높았다.
‘아무리 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는 해도, 이렇게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전장이 아니라면, 결투장이 아니라면.
잠들어있는 상태에서 암기에 능한 살수를 보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혈계 능력자라고는 해도, 신체 능력 자체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문헌이 존재하니까.’
혈계 능력자는 아니지만, 실제로 루이드도 그랬다.
‘신체 단련에 조금 더 힘써야겠다. 이번에 아르헬이 없었다면, 정말로 위험했을지도 몰라. 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전생에 비교했을 때, 몇 배는 빠른 성장이었다.
원래라면 레벨 1을 올리는 것도 수년이 걸리는 어려운 일.
‘그래도 평판 보너스와 숙련도가 오른 양을 생각하면, 곧 레벨업 할지도 모르겠어.’
평판 시스템 덕분에 레벨을 올리기 훨씬 쉬워졌다.
생각에 잠겼던 루이드가 검지로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들겼다.
“네놈이 쉽게 말해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괴한의 결연한 눈이 빛났다.
루이드는 창밖의 달을 한 번 보았다.
아직 달이 높이 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자.”
스슷.
루이드의 말이 끝나기와 동시에 괴한의 몸을 꿰뚫었던 검이 빠져나왔다.
“으극.”
괴한의 무릎이 꿇려졌다.
촤르르륵.
검은 사슬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괴한의 몸을 칭칭 감았다.
“그래도 심야 예절은 지켜야지?”
괴한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자는 사람들 깨울 순 없잖아.”
루이드가 발코니가 있는 창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듀, 나 졸려.”
안겨 있던 아르헬이 루이드의 어깨에 기대 하품했다.
“응, 아르헬은 쉬고 있어. 무슨 일 생기면 종을 울리고.”
루이드는 안고 있던 아르헬을 내려주었다.
“웅, 리듀. 갔다 와.”
아르헬이 엉금엉금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어차피 잘 됐어. 아르헬에게 보여줄 광경은 아니지.’
루이드는 발코니 바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괴한의 몸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 * *
짹짹짹.
르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의 경계.
맑은 하늘과 푸른 나무,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런 풍경과는 달리 풀밭 위에 시체가 되기 직전인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
남자는 이제 더는 말할 힘도, 고개를 쳐들 힘도 남지 않았다.
그저 가까스로 숨만 내쉬고 있었다.
언제라도 꺼질 듯 미약한 숨이었다.
“뭐야, 진짜로 헬켄 백작이라니. 뻔하고 뻔하잖아.”
루이드가 뒷짐을 지고 하늘을 보았다.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거참, 너도 참 안 됐다. 헬켄 백작 같은 사람에게 고용되어서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공자라고 쉽게 생각했겠지만, 꼴이 말이 아니군.”
“…….”
쓰러진 남자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은 멍과 상처로 뒤덮였고, 손가락 끝에는 손톱 대신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내가 읽은 책들엔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이 너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거든.”
루이드는 역시 아르헬을 두고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너도 날 죽이러 왔으니까. 할 말 없지?”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완전히 기절해 버린 탓이었다.
“흠, 이런 괘씸한 짓을 꾸민 헬켄 백작을 어떻게 조진다…….”
원래라면 무기 공방을 성장시켜 자연스럽게 눌러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헬켄 백작이 살수를 보낸 이상, 더는 늦출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귀찮게 됐어. 조카를 보러 가는 길인데, 모두를 심란하게 만들 수도 없고.’
루이드는 고민하다가 손뼉을 딱 쳤다.
“좋은 생각이 났다.”
루이드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걸 이런 데 쓰게 될 줄 몰랐는데.”
투명한 빛깔의 돌로 만들어진 작은 정육면체. 거기에는 얇은 띠지가 둘려 있었다.
띠지에는 루이드가 알아보기 힘든 문자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