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3화(53/252)
제53화
제3편 불청객(2)
찌익.
루이드가 띠지를 뜯자 정육면체가 웅웅 빛났다.
루이드는 작은 큐브를 남자의 몸에 던졌다.
스와아악!
바람이 일더니 큐브가 남자를 빨아들였다.
“오, 효과가 장난 아닌데. 아샤라한테 잔뜩 칭찬해 둬야겠는데?”
큐브는 아샤라가 만든 마법 아이템이었다.
루이드가 아샤라에게 늘 마법 주머니, 아공간 주머니라고 부르자 만들어 준 것이었다.
툭. 남자를 모두 빨아들인 큐브가 바닥에 떨어졌다.
루이드는 주머니에서 다른 띠지를 꺼내 큐브를 감쌌다.
“마력이 없으니까 귀찮네. 역시 아샤라를 마법 주머니로 챙겨 다니는 게 낫겠어.”
큐브를 주워든 루이드가 서둘러 여관으로 향했다.
* * *
“뭐예요, 정말!”
루이드의 방에 들어온 아샤라가 골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드의 방은 지난 밤의 습격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네가 몰라서 그래. 얼마나 끔찍했다고. 놈들이 날 죽이려고 했다니까?”
“웅! 마자! 나쁜넘들!”
“아르헬 덕분에 살았지, 안 그랬으면 난 벌써 죽었다고. 어휴 무서워.”
루이드가 과장을 보태 말하자 아샤라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두 사람 앞에는 두 구의 시체와 기절한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큐브는 겉에 붙인 띠지를 뜯는 것으로 안의 내용물을 다시 밖으로 소환할 수 있는 형태였다.
“한 놈은 살려뒀어. 놈이 그러더군. 헬켄 백작이 날 죽이려고 보낸 것이라고.”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때 일로 앙심을 품은 거군요. 나쁜 놈들!”
“맞아. 여하튼, 이 녀석은 헬켄 백작이 암살 시도를 했다는 증거니까.”
루이드가 아샤라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가리켰다.
“저번에 너도 죄인을 체포하는 데 썼었지?”
“맞아요. 아공간 안에서도 생명이 살아 있을 순 있지만, 꽤 오래 넣어야 하잖아요? 그럼 이전에 조치해 줘야 해요. 이놈 정도의 상태라면, 안에서 금방 죽을걸요.”
“흠, 그럼 살아있을 만큼만 치료 마법을 걸어 주겠어?”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래도 중간중간 꺼내서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샤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샤라는 회복 마법 전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회복 마법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뭐, 이거 거의 죽여놨네요.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으으으.”
아샤라가 진저리쳤다.
“루이드 님,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고문도 되게 잘하시네요. 으으으으. 징그러워.”
“배후를 밝혀야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중요한 증인이니까 죽어선 안 돼.”
“자기가 다 죽여놓고.”
아샤라가 웅얼댔다.
“뭐?”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씩 확인하면 킬베리움으로 돌아갈 때까지 살려둘 수 있을 거예요.”
스으으으.
회복 마법을 사용한 아샤라가 마법 목걸이의 아공간 속으로 살수를 가두었다.
루이드는 남아있는 시체 두 구를 큐브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 흥건한 피도 좀 치워줄래?”
“참나, 내가 하녀인 줄 알아.”
아샤라가 콧방귀를 끼었다.
“여관 주인은 잘못이 없잖아. 게다가 소란이 벌어지길 원하지 않거든.”
“비밀에 부치시겠다고요?”
“처음으로 조카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다른 사람들 기분까지 다 망치잖아? 걱정시키기도 싫어.”
“참나. 가족들 생각은 엄청나게 하셔~! 저는 걱정하고 부려 먹어도 되고요?”
“넌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잖아.”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약간 얼이 빠진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황급히 목을 가다듬었다.
“흠, 흠! 어쨌든, 알겠어요. 다들 루이드 님이 왜 안 내려오시냐고 난리니까요. 으흠! 얼른 처리하고 내려가죠.”
아샤라는 빨개진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홱 뒤로 돌았다.
“고마워, 아 맞아. 이 큐브 아주 유용했어. 이번에 아주 잘 썼어. 그런데 여기 시체를 담아서 헬켄 백작에게 보낼 거야.”
“뭐라고요?! 기껏 만든 비싼 마법 아이템을 시체 바구니로 쓰다니. 정말!”
“그러니까 그냥 아샤라 네가 이전처럼 계속 내 아공간 주머니 해. 알겠지? 내 옆에 찰싹 붙어있어.”
“……뭐, 알겠어요.”
아샤라는 진저리를 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포옹, 퐁.
바닥에 그득한 피가 방울방울 솟아올랐다.
놀랍게도 이미 나무 바닥에 스며든 피까지 모두 솟아올랐다.
아샤라가 품 안에서 빈 병을 꺼내 들었다.
스으으으.
방울방울 모인 피들이 아샤라의 병에 들어갔다.
“뭐야, 클린 같은 마법을 쓰는 거 아녔어? 이건 무슨 마법인데?”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기에 루이드가 물었다.
“사람 피가 어디 쉽게 구할 수 있는 줄 아세요? 연구 재료로 쓰게요.”
“뭐? ……징그러워.”
루이드는 진저리를 쳤다.
* * *
“백작님.”
시종이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자 집무실 안에 날카로운 눈매의 노인과 몇몇 가신이 앉아 있었다.
“포커드에서 물건을 보내왔습니다.”
헬켄 백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건?”
“예. 이것입니다.”
“이것을 가져온 자는?”
“이를 전하고는 곧바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가신들이 혀를 찼다.
“건방지군.”
“영지의 주인에게 인사도 없이 가다니.”
“쯧쯧, 포커드라고? 어디서 별 예법도 모르는 가문이…….”
“…….”
헬켄 백작은 말이 없었다.
포커드에서 무엇인가 왔다면, 그가 보낸 살수들이 임무에 실패했다는 뜻이니까.
그들이 임무에 성공했다면, 포커드의 심장을 가지고 직접 돌아왔어야 했다.
이런 상자가 아니라.
“쓰레기 놈들…….”
백작은 후회했다.
아차 싶었다. 이번에 너무 서둘렀다.
평소라면 몇 수를 더 고심했을 헬켄 백작이었다.
하지만 단데리온 후작이 포커드에게 집적거리기 전에 그 빌어먹을 포커드의 삼남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단데리온 후작의 손이 닿는다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테니까.
백작은 급했다.
그래서 경솔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나가 봐라.”
“예.”
시종이 나간 후 헬켄 백작은 조용히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보석함으로나 쓰일 듯한 작고 고급스러운 상자였다.
암살당할 뻔한 포커드가 보내온 상자.
손가락이나 눈알 따위가 들어 있을지도 몰랐다.
‘설마하니, 그런 짓을 하겠어.’
그 정도로 교양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포커드의 삼남 정도라면 그러고도…….’
그래도 백작은 겁에 질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 들키면 어쩔 것인가.
비열한 짓을 하기는 했어도 병력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헬켄 백작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포커드다.
헬켄 백작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뭐가 들었습니까?”
가신들이 기웃거렸다.
헬켄 백작이 띠지가 둘린 작은 큐브를 들어 올렸다.
“장난감입니까?”
“참나, 포커드에서는 뭘 이런걸…….”
“대체 왜 이런 걸 보낸 걸까요?”
가신들의 호기심은 점점 더 깊어졌다.
“…….”
헬켄 백작으로서는 큐브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백작은 큐브가 있던 밑, 함의 바닥에 깔린 서신을 발견했다.
그는 큐브를 내려놓고 서신을 펼쳤다.
『친애하는 헬켄 백작님께.
보내주신 선물을 기쁘게 받았습니다. 적적한 밤을 달래기에 더할 나위 없더군요.
온전히 제가 갖기에는 너무도 큰 선물이니, 다시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추신, 넌 이제 뒤졌다.
루이드 D 포커드.』
헬켄 백작은 추신에 쓰인 내용을 읽을 수 없었다.
루이드 전생, 대한민국의 한글은 그가 난생처음 보는 문자였기 때문이었다.
“이게 뭔…….”
서신을 뒤집자 가장 뒤편에 아주 대충 휘갈긴 글씨로 ‘띠지를 푸르시오.’라고 쓰여있었다.
백작이 큐브를 다시 집기 위해 서신을 내려놓자 가신들이 기웃거리며 서신의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
그 사이, 미간을 잔뜩 구긴 헬켄 백작이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을 움직여 큐브의 띠지를 뜯어냈다.
스으으으!!
큐브는 푸른 빛을 발했다.
“……이, 이건. 마법 아이템!”
“으, 으엉?!”
“피, 피해!”
가신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고 더러는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놀란 헬켄 백작이 큐브를 냅다 집어던졌다.
파아앗!
큐브가 바닥에 떨어지는 동시에 두 구의 시체가 소환되었다.
“으, 욱…….”
헬켄 백작은 뜻밖의 참상에 헛구역질하고 말았다.
“으아악!”
“이, 이게 뭐야!”
“이, 이, 이런 일이……!”
가신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백작의 손이 처참하게 떨렸다.
* * *
“이럴 수가!”
“천사가 따로 없군!”
포커드 남작 부부가 탄성을 내질렀다.
“꺄아아.”
에밀리의 품에 안긴 아기가 방긋 웃음을 터트렸다.
“어쩜…….”
이젤리카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눈 색은 케인의 것, 머리 색은 에밀리의 것이구나.”
아이의 것과 똑같은 제이스의 푸른 눈에선 눈물 대신 애정과 사랑이 뚝뚝 흘렀다.
“정말 천사라는 말이 아깝지 않군요.”
루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품에 안긴 아기를 보고 있자니 감탄과 경이로움이 엄습했다.
‘이 작은 것이 언젠가는 자라서 걷고 뛰고 세상을 살아가겠지.’
새삼스럽게 감상에 빠진 루이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는 루이드 혼자뿐이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형제나 자매조차 없었다.
물론 살아가며 가족과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지만, 진짜 혈연관계의 가족이 아이를 낳은 일은 처음이니까.
‘어쩌면 이 아이를 못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목숨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루이드는 위험할 수도 있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헬켄 백작의 습격을 받은 후, 루이드는 비밀리에 마법 큐브를 그리슨빌로 보냈다.
아버지인 제이스도 어머니인 이젤리카도 그날 밤 습격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오직 루이드와 아샤라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큐브를 전한 전령조차 상자에 든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포커드 일행은 무사히 센티미온 성에 도착한 것이다.
“날짜가 지났는데도 태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고생을 시켰는데요.”
에밀리가 핼쑥해진 얼굴로 말했다.
“네가 정말 고생했다.”
포커드 부부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형수님. 아이가 정말 예뻐요.”
“고마워요, 도련님. 후후후.”
루이드를 바라보는 에밀리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도련님 덕분에 케인 님과의 관계도 부쩍 가까워졌고요.”
“하하,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루이드가 머리를 긁적였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루이드는 시선을 돌려 에밀리의 곁에 선 케인에게 말했다.
케인의 얼굴은 몇 개월 전과 비교해도 훨씬 밝아져 있었다.
“내가 아빠가 되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다.”
“아빠…….”
루이드의 품에 안겨 있던 아르헬이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이구나, 아르헬. 자, 보아라. 네 조카란다. 예쁘지? 네 태명을 빌려 코니라고 부르고 있단다.”
“이분이 아르헬 아가씨로군요.”
케인은 아르헬이 아직 콘콘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때 킬베리움을 방문한 적 있었다.
허나 임신을 한 에밀리는 입덧도 심해져 킬베리움까지 오지 못했던 것.
그래서 아르헬을 만나는 것이 처음인 에밀리였다.
“터울이 깊지 않으니, 둘이 좋은 동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줄 거지? 아르헬.”
“웅! 콘……. 아니, 아르헬이 누나니까! 아기를 축복해 줄 거야!”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빛냈다.
“후후후, 아가씨는 정말 상냥하시군요.”
에밀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르헬은 그런 에밀리와 그 품의 아기를 번갈아 보다가 눈을 빛냈다.
비유적인 의미의 눈을 빛냄이 아니었다.
오리할콘의 색으로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응? 아르헬?”
포커드의 시선이 모두 아르헬에게 쏠렸다.
“아기를 축복할게!”
“으응?”
“아르헬! 뭘 하려는…….”
“잠……!!”
아르헬이 작은 손을 뻗었다.
에밀리의 품에 안긴 아기의 이마를 톡 쳤다.
파아앗!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아르헬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아기의 이마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제이스가 눈을 껌뻑거렸다.
뛰어난 기사인 제이스라면 순발력을 이용해 아르헬의 행동을 저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르헬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빛은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르헬?”
“이제 아기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거야. 콘……. 아니 아르헬이 축복했으니까.”
아르헬이 맑은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축복…….”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아가씨는 마법에 엄청난 재능을 타고나셨다고 하시더니, 우리 아이에게 마법을 걸어 주신 거군요?”
에밀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맞아! 이제 땅을 걷고 날갯짓하는 모든 것들이 아기를 사랑할 거야.”
“정말 멋져요. 우리의 아기가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군요.”
“어허허!! 그렇구나, 우리 아르헬이 조카에게 아주 큰 선물을 해줬구나.”
“대단해요! 아르헬, 정말 멋지다.”
이젤리카가 아르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 잘했지?”
아르헬이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아르헬. 정말 잘했어. 멋진 누나인걸.”
“응, 아르헬 멋진 누나야! 아기를 평생 지켜줄 거야!”
아르헬의 말에 루이드는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신비 드래곤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 걸까?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신비 드래곤이 받는 것처럼 만물의 사랑을 받게 하는……. 정말이라면, 정말 멋지다!’
그렇다는 것은 포커드 가문이 드래곤의 보호를 받는 가문이 된 것이다.
오랜 판타지 팬으로써 엄청나게 감명 깊은 순간이었다.
‘예전부터 드래곤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말이야. 내 꿈이 이런 식으로도 이루어지는구나.’
루이드는 아르헬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훈훈한 상봉식이 끝나고 포커드 가문이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서로의 근황 등 소소한 것까지 주고받는 포커드의 저녁 식사.
단연 루이드가 주인공이었다.
술의 개발, 곡식들의 종자 개발.
약초학 이야기까지.
루이드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식탁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무척이나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루이드가 세반 공작의 저택에서 있었던 연회와 정식 결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케인은 식사를 멈출 정도였다.
그리고 그간의 모든 이야기를 끝낸 루이드가 말했다.
“전쟁 준비를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