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4화(54/252)
제54화
제4편 이것이 클라스 차이(1)
“뭐라고?”
“저, 전쟁?”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게 되었네요.”
“그렇게 되다니, 다짜고짜 무슨 소리냐.”
제이스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정식 결투 때문이냐? 하지만 정식 결투에서 네가 이기지 않았느냐. 헬켄 백작의 자존심은 충분히 꺾었으니, 네가 아량을 베풀도록 해라.”
케인 역시 루이드의 치기 어린 발언으로 생각하고 좋게 좋게 타일렀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저도 헬켄 백작에게 준 수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죠.”
루이드는 참담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헌데?”
“사실, 어머니 아버지께서 걱정하실까 봐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루이드가 뜸을 들이자 모두 숨을 죽였다.
“이번 여정에서 암습이 있었습니다.”
“뭐라?!”
콰앙!
제이스가 식탁을 내려쳤다.
“르란 마을의 여관에서 묵던 날 밤. 세 명의 살수가 제 방에 침입했습니다.”
“그런……!”
“으애, 으애앵!”
제이스의 흉흉한 기세에 에밀리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 코니가 울음을 터트렸다.
“이, 이런. 아가…….”
에밀리가 코니를 안고 토닥였다.
“아버지 진정하세요.”
루이드는 침착한 얼굴로 제이스를 말렸다.
“진정하게 생겼느냐?!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르란 마을은 엄연히 포커드의 영지. 감히 나의 영지에서……!”
제이스의 눈은 불이라도 붙은 듯 이글거렸다.
그의 말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다른 귀족의 땅에서, 그 귀족을 해하려 했다.
물론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들키지 말아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전쟁은 일어나야 했다.
“네 말대로 헬켄과 담판을 지어야겠다.”
“아버지……!”
케인이 불안한 눈으로 제이스와 루이드를 보았다.
루이드는 케인의 눈빛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헬켄은 백작 가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포커드의 병력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였다.
헬켄 백작은 크렐리온 자작과도 비교가 안 되는 큰 병력을 가졌다.
게다가 무기와 방어구의 수준도 뛰어났다.
루이드가 한창 따라잡고 있지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대장간의 사업 규모가 달랐다.
병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의 수준도 다른 영지에 비해 월등했다.
또한 헬켄 백작의 뒷배가 되는 가문들.
그리슨빌에서 무기를 지원받는 많은 귀족들.
그들이 헬켄 백작과의 전쟁에 힘을 보탠다면, 포커드는 완전히 짓뭉개질 터였다.
그것은 너무나 타당하고, 또 너무 뻔한 이야기였다.
“형님. 걱정하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루이드, 네 능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다. 크렐리온과의 전투에서도 너는 훌륭했지.”
케인의 눈에 비친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단호한 눈빛.
“압니다, 형님. 지금 우리 병력으로 헬켄 백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지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
“허나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다.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야!”
엄한 제이스의 말에 조금 잦아들었던 코니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아버지의 말도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고요.”
루이드의 말에 제이스는 침착함을 되찾고 자리에 앉았다.
“정녕 전쟁을 치르겠다는 말이냐.”
“예, 형님. 하지만 우리에겐 좋은 전통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 전통?”
루이드가 씩 웃었다.
명예 전쟁.
가문의 명예를 걸고, 전술도 전법도 없이 서로 마주 보며 미련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전쟁.
바보 같은 이곳의 구습에도 쓸만한 구석이 있었다.
일반 전쟁이 아니라 명예 전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첫 전투에서는 외부나 다른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명예 전쟁을 한다고 해도……. 선언을 하는 사이에 이미…….”
케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첫 전투에서 요행으로 이기더라도 그다음 전쟁부터는 다른 가문이 관여할 수 있었다.
헬켄에서는 명예 전쟁을 선포하기 전부터 다른 가문에게 요청해 힘을 비축할 터였다.
첫 전투에서 만에 하나 헬켄이 지는 일이 있더라도 다음 전투부터 기세를 다잡으면 됐다.
그에 반해 포커드는 조력을 구할 다른 가문이 없었다.
“헬켄 백작에게 사람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전령이 도착할 때쯤이면, 우리는 킬베리움에 도착해 전열을 다듬고 그리슨빌로 움직이고 있겠지요.”
루이드는 모든 시간을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했다.
전령이 헬켄 백작의 영지로 가는 동안 루이드와 가족들은 일정을 마치고 킬베리움으로 돌아갈 터였다.
시간은 충분했다.
헬켄 백작이 큐브를 열기 전까지 전쟁 준비를 할 만큼.
백작이 큐브의 봉인을 제대로 푼다면, 그때부턴 이미 명예 전쟁이 선포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헬켄의 원조 요청이 다른 가문에 닿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전령에게 갈 때는 천천히 확실하게, 돌아올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번개처럼 돌아오라 지시했다.
루이드는 헤이란이 자신의 임무를 멋지게 완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킬베리움 쪽으로도 기사들에게 이미 연락을 넣어 뒀다.
“뭐?”
케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그날 밤에 이미 사람을 보냈다는 것이냐?”
제이스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루이드. 그런 일은 내게 고했어야지.”
다시 어두워지는 제이스의 목소리.
전쟁을 위해 전령까지 보냈다.
영주인 제이스에게 가감 없이 곧바로 보고했어야 이치에 맞는 일.
루이드의 독단은 명확한 월권행위였다.
루이드는 제이스의 눈치를 보며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이런 즐거운 자리에 오는 동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
“사랑스러운 제 조카 코니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온전한 기쁨과 사랑을 받을 수 없을 테고요.”
“너도 참…….”
제이스는 여러모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말하지도 않고 모두 처리해 버린 것이 괘씸하기도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번개같이 빠른 일 처리에 감탄스럽기도 했기 때문.
게다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니.
효심 어린 마음이 제이스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어쨌든, 이번 전쟁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겠구나. 첫 전투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굳어있던 제이스의 얼굴이 풀어졌다.
‘휴. 다행이다. 평소에 응석 부리던 포지션이 아니었다면, 큰 벌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어.’
솔직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을 저질렀다.
제이스의 눈치를 보며 루이드는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첫 번째 전투가 조금 더 유리해졌다는 것은 알겠다.”
케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이었다.
조금의 유리함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으나, 전략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루이드는 그런 케인의 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형님. 걱정하시는 두 번째 전투는 없을 테니까요.”
“뭐, 뭐라?”
케인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케인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루, 루이드 네가 뛰어난 것은 알지만. 크렐리온과는 정말 다를 것이다. 사실 그때에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 놀라웠지. 게다가 그리슨빌에는 마법사 부대도 있다고 들었다.”
“과연 백작의 군사력이로군요.”
케인의 말에도 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했다.
“무, 물론. 아녀자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란 것은 압니다만. 물론……! 도련님께서 마련해주신 좋은 갑옷과 무기가 있는 것도 압니다만…….”
에밀리의 목소리가 불쌍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형수님. 저를 믿으시지요?”
“……그, 그건 그렇지만요. 도련님.”
“아바바.”
에밀리의 품에 안긴 코니가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깜빡였다.
“형수님과 이 사랑스러운 조카에게 슬픔을 안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루이드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죠. 일어나세요. 보여드리겠습니다.”
“으응?”
포커드 가족들은 조금 놀란 얼굴로 엉거주춤 루이드를 따라나섰다.
‘좋아, 적당히 어둑어둑해서 훨씬 드라마틱하겠군.’
루이드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센티미온의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 * *
번쩍!
콰과가가강!!
엄청난 빛과 굉음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그 밝은 빛 가운데에 솔라가 있었다.
그녀의 금색 머리와 민트색 눈이 어두운 밤 중에도 선명했다.
자유자재로 벼락을 조절하는 솔라의 모습은 마치 신이 이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지직…….
번개가 조금씩 사그라들며 솔라가 모든 기운을 거두었다.
“대, 대단하군.”
제이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루이드가 솔라를 데려온 이후로 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
여전히 노예 인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또 솔라 그녀의 보호를 위해 아샤라와 엠마와만 지내게 했던 것이다.
“이런 강력한 능력자라니.”
“혈계 능력자는 루이드 너 외에는 처음이다.”
케인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가 의기양양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물론이죠. 전 원래 겁쟁이라서요. 확실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요.”
루이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네가 겁쟁이라니. 그 말을 들으면 지나가는 개가 웃겠구나.”
제이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개라니, 아버지도 참…….”
“게다가 엠마가 혈계 능력자로 각성했습니다. 그러니 전력에 굉장히 도움이 될 거예요.”
“엠마가? 그 너와 친하게 지내던 하인 말이냐?”
케인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루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절대 방어.”
“절대 방어?!”
루이드의 말에도 케인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형수님. 제가 형님만은 그 어떤 공격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어요. 그러니 걱정을 거두세요.”
루이드가 에밀리의 곁으로 가 방긋 웃었다.
에밀리의 얼굴에는 의아함과 기대가 솟아올랐다.
* * *
“제게 그런 엄청난 물건을 맡기셨다니.”
헤이란이 루이드 옆에서 중얼거렸다.
“시체를 운반한다고 하면 네가 꺼림칙할까 봐 그랬지.”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겁니다.”
“하하하, 어쨌든 다 잘 되었잖나?”
“어쩐지 물건을 넘겨주고 곧장 도시를 떠나라 하시더니……. 조금만 뭉그적댔어도 전…….”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겠지?”
헤이란은 심란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포커드의 병사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오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은 제이스 포커드와 케인 포커드가 있었다.
“후……. 이게 제가 일으킨 전쟁이라니.”
“정확히는 네가 일으킨 전쟁이 아니지. 내 명령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헤이란은 말을 줄였다.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다.
루이드 D 포커드.
이자의 곁에 있는다면 사건 사고에 휘말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헤이란이 택한 길이었다.
“걱정하지 마. 다 내 예상대로 되고 있으니까.”
루이드가 싱긋 웃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선물을 전달했다는 헤이란의 보고가 들어오자마자 포커드에서는 사로잡은 암살자를 이용해 재빨리 명예 전쟁을 선포했다.
헬켄 백작의 명예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백작령은 충격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을 터였다.
선두를 잡았으니 이제 휘몰아칠 차례였다.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전쟁을 선포해버리면, 기분 잡치거든. 하하하.’
이전의 전쟁으로 루이드가 크렐리온에게 배운 한가지였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헬켄 백작은 나를 만만히 보고 있을 거다. 아니, 정확히는 포커드 남작 가문을 무시하고 있겠지. 이 세계의 정보력은 어찌나 한심스러운지.’
헬켄 백작은 당연히 얻을 승리를 생각하며 느릿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헬켄 백작령의 군사력은 포커드 남작령에 비해 10배는 많을 테니까.
‘내게는 잘된 일이지만.’
루이드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마법사 아샤라, 혈계 능력자인 솔라와 엠마가 있었다.
용병으로 데려왔던 마법사들과 정령 술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드워프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어떤 병사들보다 더 결연한 자세로 행군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헬켄의 빚이 있었다.
그리슨빌의 빚이 있었다.
루이드는 드워프 동료들에게도 선물을 줄 생각이었다.
달콤한, 첫 번째 복수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