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6화(56/252)
제56화
제6편 이것이 클라스 차이(3)
스스슷!
할콘 그레이스는 빠르게 솔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솔라의 민트색 눈에 당황스러움이 내비쳤다.
파직, 파지직!
솔라의 주변으로 강렬한 스파크가 튀더니, 할콘 그레이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아앗!”
파아앙!
또다시 튕겨 나가는 전격.
전격의 궤도가 바뀌어 할콘 그레이스 주변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초반 대응이 어려웠을 뿐, 생각보다 쉬울지도.’
할콘 그레이스는 몸 안의 오러를 빠르게 순환시켰다.
육신은 늙었지만, 오러를 다루는 기술만큼은 그가 살아온 세월만큼 노련했다.
고농도로 응축된 오러 장벽.
그것으로 혈계 능력자의 전격 에너지를 밀어내는 것.
늙은 기사는 눈앞의 어린 혈계 능력자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지는 것을 직감했다.
‘됐다.’
후우욱!!
할콘 그레이스가 온몸의 오러를 검에 집중시켰다.
츠츠츠.
검을 감싸는 오러.
할콘 그레이스의 진심을 담은 일격.
콰아아아앙!!
엄청난 파찰음이 전장을 갈랐다.
‘콰아앙?’
할콘 그레이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베어지지 않았다.
할콘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전격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혈계 능력자들은 어떻게 몸을 보호하는가.
빠르게 그의 머리가 돌아가는 사이, 시야가 확보되었다.
눈앞에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달랐다.
금발에 민트색의 눈이 아니라, 부드러운 갈색과 검은 올리브 빛깔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엠마.
포커드 성의 하녀이자 새로운 혈계 능력 각성자.
실전 전투는 처음인 그녀가 늙은 기사의 강력한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할콘 그레이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의 검을 막은 것은, 소녀의 두 손이었다.
“뭐…….”
엠마는 마치 기도를 하듯 가지런히 손을 모아 할콘 그레이스의 오러 소드를 막아냈다.
“아무도 그녀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엠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굳세었다.
“말도 안 되는…….”
할콘은 뒤로 물러났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오러를 실은 공격이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저 여자도 혈계 능력자인가?’
할콘 그레이스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로 가녀린 여인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단 말인가.
심지어 거창한 장비도 없었다.
그저 단련되지 않은 맨몸.
할콘의 뒤에 있던 드로인의 얼굴은 충격과 절망으로 뒤덮였다.
엠마가 뒤를 돌아보았다.
“걱정하지 마. 너를 지키는 것이 내 임무니까. 오늘 아무도 너를 아프게 하지 못할 거야.”
솔라의 얼굴은 안도감으로 붉어졌다.
“루이드 님의 이름으로, 너를 향한 모든 적의를 무효화시킨다.”
엠마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가 방어 자세를 취하는 동안, 할콘 그레이스의 두 번째 공격이 쇄도했다.
콰아아앙!
후우웅! 스각!
몰아치는 할콘의 검.
위세 역시 무시하지 못할 강한 것이었다.
‘엉터리다. 방어 자세는 물론이고, 속도와 판단 모두 기사 지망생 정도도 안 되는 수준이야.’
사실 엠마는 할콘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팔이며 다리, 복부.
모든 곳이 무방비했다.
하지만 데미지 역시 들어가지 않는 상황.
‘이거 기가 찰 노릇이군. 이래서 혈계 능력자들이 무서운 거구나.’
할콘의 눈에 빛이 어렸다.
‘하지만 이따위 실력으론 더는 나를 막지 못한다. 이 여자가 할 줄 아는 건, 그저 공격을 상쇄시키는 능력뿐.’
할콘은 금방 엠마의 능력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그저 지나쳐서 뒤에 있는 혈계 능력자를 죽이면 될 일이다.’
엠마를 무시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모든 공격을 상쇄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녀를 공격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엠마는 할콘의 공격을 따라잡지 못한다.
할콘 그레이스가 승리를 옅본 순간.
“포커드에 영광을!”
주변으로 쏟아지는 포커드 남작령의 병사들.
“가문을 모욕한 죄를 갚도록 해 주마!”
영롱한 오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은 제이스 포커드의 검이 할콘에게 쏟아졌다.
‘아차.’
할콘은 직감했다.
자신은 이곳에서 죽는다.
이유는 터무니없었다.
그는 이곳이 전장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가 상대해야 할 적이 눈앞의 혈계 능력자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었다.
단순한 결투가 아니라 전쟁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었다.
‘황당하군.’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혈계 능력자에게 한눈팔려서는……. 이래서야 드로인 님 볼 면목이 없구나.’
제이스 포커드의 검을 가까스로 쳐낸 할콘이 빙글 돌아 측면으로 비켜나갔다.
‘나도 늙은 게지.’
몰아치는 제이스의 검.
즈즈즈.
할콘의 눈에는 제이스의 검에 둘린 강력한 오러가 보였다.
아직 젊고 기세가 등등한 오러였다.
“하앗!”
제이스 포커드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으윽, 그레이스 경!”
다시 정신을 차린 드로인이 제이스의 뒤를 잡기 위해 발을 옮겼다.
“정말이지, 헬켄의 비열함은 두고 볼 수가 없구나.”
드로인이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제이스 포커드와 똑같은 색을 발하는 갑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포커드의 장남.
케인 포커드였다.
“부끄러운 짓을 그만두고 죽어라!”
스각!
드로인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케인의 검에 쓰러졌다.
“드로인 님!”
할콘 그레이스가 절명하는 드로인을 보며 비통하게 외쳤다.
“네 주군의 곁으로 보내주마!”
채앵! 챙!
검이 부딪힐수록 할콘 그레이스는 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하고, 아무리 과거의 영광이 빛나는 기사라 할지라도 기세에 밀린 후부터는 어쩌지 못했다.
이미 그의 마음부터 무너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라!”
스각!
제이스의 기합과 함께 선혈이 공중을 갈랐다.
와아아아!
이제야 드디어, 본격적으로 헬켄의 병사들과 포커드의 병사들이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 뒤엉켜, 무력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이것이 바로 명예 전쟁이었다.
* * *
쿠우웅, 쿠웅!
금속 거인에 탄 루이드는 전장을 누비며 발을 굴렀다.
땅을 굴렀을 뿐이지만, 엄청난 진동에 사람들이 넘어지고 쓰러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정말 끔찍하네요. 루이드 님.”
쏟아지는 비명을 들으면서 아샤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응?”
“루이드 님의 별명은……. 지옥의 학살자나 비정의 금속 마스터나 뭐 그런 거 어때요?”
“별명?”
“혈계 능력자들에겐 능력에 따라서 별명이 붙거든요. 그런데 역시 루이드 님은…….”
“너무 촌스러운 것 아냐? 좀 더 멋진 걸로 부탁할게. 게다가 잘 봐, 최대한 사상자를 적게 내려고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루이드는 금속 제어를 이용해서 살짝 바깥을 내다보았다.
애초에 루이드와 아샤라가 타고 있는 머리 부분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서 보이는 마법사들은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헬켄이 우리를 만만히 봐도 너무 만만히 봤군.”
“얼른 마법사들을 저지하고 돌아가죠.”
아샤라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르륵.
안간힘을 쓰며 주문을 외우던 마법사들이 픽픽 쓰러졌다.
“슬립 마법을 썼으니, 이제 루이드 님 차례예요.”
“대단한데, 저렇게 많은 마법사에게 죄다 슬립 마법을 걸다니.”
“……루이드 님이 이런 난장판을 만들어줘서 수월했던 거죠.”
쑥스러운지 아샤라가 턱을 살짝 들었다.
[금속 지배 가동 중.]즈즈즈.
금속 거인의 몸에서 일부 금속이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마법사들을 감싸는 철창이 만들어졌다.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갈지니!”
아샤라가 주문을 외우자 철창들 주위로 푸른 기운이 어렸다.
루이드가 만든 케이지에 아샤라의 차단 마법을 덧씌운 것이다.
이제 마법사들이 깨어나더라도 이 마법이 깨지기 전까지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까 루이드는 한순간에 헬켄의 마법사 부대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다.
“발을 묶은 것으로 충분하다. 돌아가자.”
아무리 3,000명의 군사라고는 하나 우두머리를 잃는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쓸데없는 살상을 하는 것보다 머리를 쳐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나았다.
이것이 루이드가 명예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쥘 전략이었다.
크렐리온과의 전투에서처럼 말이다.
“헬켄의 삼형제가 모두 죽었다! 목이 달아났다!”
“그리슨빌의 기사들이 모두 끝장났다!”
루이드가 전장을 가르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대단한데, 우리 포커드 군이 절대로 약한 게 아니라는 말이지.”
“루이드!”
아래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루이드가 금속 거인의 머리를 열어젖혔다.
아래에는 제이스와 케인이 있었다.
“헬켄의 군사들이 흩어지고 있다. 역시 비열한 놈들의 영지라 그런지, 군사들도 보잘것없구나!”
제이스가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무엇보다 네가 초반에 전열을 틀어 놓은 것이 이번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뒤쪽의 마법사 부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다 처리했으니, 계획대로 곧장 그리슨빌의 성으로 진군하죠.”
루이드의 말에 제이스와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즈즈즈.
루이드는 금속 거인을 마치 계단처럼 변형시켰다.
그리고 아샤라와 다시 말에 올랐다.
‘레벨업 덕분에 초상 능력의 힘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됐지만, 역시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는 것이 낫지.’
루이드는 헬켄 백작처럼 방심하지 않기로 했다.
엠마가 솔라를 태우고 루이드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두 사람, 정말 대단하더구나.”
케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내 명령대로 모두를 잘 지켜줬구나. 엠마!”
“모두 너무 강하셔서 제가 지키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답니다.”
엠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
솔라는 엠마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루이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참 말이 없다니까. 하긴, 고생을 많이 했으니. 이런 전장에 데리고 나온 것 자체가 무리였어.’
이만큼 따라온 것 자체가 무척 고마운 상황.
“자, 가자.”
제이스가 앞장섰다.
헬켄의 병사들은 마치 모세가 기적으로 바다를 갈랐던 것처럼 흩어졌다.
거침없이 진군한 포커드의 군대는 곧 그리슨빌에 당도했다.
“공성전의 시작이다!”
원래대로라면 성을 함락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포커드에게는 루이드가 있었다.
“으, 으어어!”
“저게 뭐야!”
그리슨빌의 병사와 거주민들은 벽을 넘어오는 거대한 금속 거인을 맞닥뜨렸다.
“구, 궁벼……!!”
파지, 파지지직! 금속 거인의 머리 위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성벽 위에 둘러 서 있던 병사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츠으으으…….
“으, 으아악!”
살아남은 자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쿠우우웅!
루이드의 금속 거인이 성벽을 부쉈다.
부서진 성벽으로 포커드의 군대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마법사 부대!”
헬켄의 병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타올라라! 파이어 그라운드!”
화아아아.
포커드의 병사들을 덮치는 화염 마법!
화염은 멈추지 않고 루이드의 금속 거인에게까지 쇄도했다.
지글지글.
루이드의 금속 거인이 뜨겁게 달구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