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8화(58/252)
제58화
제8편 이것이 클라스 차이(5)
알현실의 단이 높은 의자에 헬켄 백작이 앉아 있었다.
첫 번째 명예 전쟁 이후로 며칠이 지난 상태였지만, 헬켄 백작과 그리슨빌에게는 이 상황이 너무나 급작스러운 일일 터였다.
게다가 아무리 비열한 짓을 한 헬켄 백작이라지만, 전쟁에서 꼬리를 감추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수치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 드디어 다시 만났군. 더러운 배신자들.”
“배신이라니.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그때도 비열하게 뒤에서 기사를 붙였었지. 이번에도 포커드의 공자를 해하기 위해 암살자를 보내고!”
“수치를 모르는 놈!”
드워프들이 욕을 뱉었다.
“…….”
헬켄 백작은 말없이 가는 눈으로 흘겨볼 뿐이었다.
“우리의 정의로운 드워프 친구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는군.”
제이스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헬켄 백작. 그리슨빌의 영주여. 그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제이스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뜨거웠다.
“감히 포커드의 영지를 침범하고 나의 자식을 해하려고 하였다. 이는 비열하고 간악한 행위. 왕국 재판에 회부 되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악.”
제이스를 따라 케인도 앞으로 나아갔다.
루이드는 이 모든 광경을 면밀하게 살피며 뒤쪽에 서 있었다.
“나는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대를 살려둘 수 없소. 그대는 모든 희망을 버리시오.”
제이스의 검이 헬켄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대를 기다리는 곳, 깊은 땅속의 어둠. 겐나와 어비스. 심연의 도시로 가 죄의 심판을 받아라.”
검에서 광폭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헬켄 백작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뭐지?’
루이드가 눈썹을 꿈틀거리는 순간.
“루이드 님! 숙여요! 함정이에요!”
아샤라가 외쳤다.
쐐애액!
그와 동시에 공중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팟!
루이드는 거의 본능적으로 초상 능력을 사용했다.
함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쿠웅!
아샤라가 잡아끈 덕분에 루이드는 바닥을 굴렀다.
“으아악!”
“어억!”
귓가에 침음성이 흘렀다.
“허억.”
루이드가 고개를 들어보니 드워프들은 물론이고 제이스와 케인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흥건한 피.
가장 앞에 있던 제이스와 케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드워프들의 몸 군데군데 굵은 화살이 박혀 있었다.
루이드는 눈앞이 새하얗게 비는 것 같았다.
“아하하하하! 멍청한 놈들! 바보 같은 놈들! 내가 당하고 있을 줄만 알았나!”
헬켄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현실의 좌우 어두운 공간에서 쇠뇌를 든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쇠뇌…….”
루이드는 황망하게 읊조렸다.
“어째서 몰랐지?”
“그들은 은신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제 감지 마법이 캐스팅했을 땐 이미…….”
으드득.
루이드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루이드 D 포커드. 참으로 얄궂은 인연이다. 그대가 그때 조금만 굽히고 나왔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헬켄 백작이 입맛을 다셨다.
“봐라. 어차피 이렇게 다 죽어버릴 드워프들 아닌가. 어쩌자고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해. 안타깝구나. 멍청한 아들 때문에 포커드는 가주와 장남을 모두 잃었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아, 말은 바로 해야지. ‘멸문’당했다고.”
“자기소개는 그쯤 하시지.”
“응?”
헬켄 백작은 얇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멸문당한 건 헬켄 가문 아닌가? 내가 네 아들놈들의 심장을 모두 뽑아버렸으니까.”
“뭐, 뭐라……!”
“게다가 당신 문제가 뭔 줄 알아?”
“……뭣.”
“혓바닥이 너무 길단 거야.”
화아아악!
일순간 알현실 전체가 흔들렸다.
쇠뇌를 든 기사들의 몸도 마구 휘청거렸다.
“내가 금속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주다니. 멍청한 건 알아줘야겠군.”
“쏴라!”
헬켄 백작의 외침에 기사들이 몸을 가누고 쇠뇌를 조준했다.
“네놈에겐 딱 맞는 무기를 준비했으니까!”
쇠뇌에 장전된 화살이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달랐다.
가만 보니 쇠뇌 자체도 금속이 아닌 무엇인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정석을 가공한 마법 화살이다. 이거야!”
슈슈슛!!!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카앙!
후두둑.
“……!!”
헬켄 백작들과 기사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무…….”
헬켄의 전령이 미처 보고하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다.
아주 근처에서 그녀와 맞붙은 자만이 알 수 있었던 존재.
엠마의 절대 방어 능력.
“괜찮으세요?”
그녀가 루이드 앞을 막아선 것이다.
강렬한 마법의 힘이 깃든 화살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응.”
루이드의 뺨으로 붉은 피가 흘렀다.
스친 마법 화살에 당한 것.
대부분의 화살은 엠마가 막아냈으나 그녀는 루이드보다 덩치가 현저히 작았기 때문이었다.
“루, 루이드 님!”
루이드가 엠마의 어깨를 지그시 잡고 앞으로 나갔다.
“다 뒤졌어.”
“하, 네놈이 금속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모두 보고 받아서 알고 있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촤아악!
루이드의 검이 가장 측면에 있는 기사의 몸을 베어냈다.
붉은 피가 흘렀다.
“바보처럼, 내 이능력에만 집중해서.”
“어, 어엇!”
기사들이 당황하며 자세를 잡았다.
루이드는 기가 찼다.
그들이 준비했다는 것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의 금속 조절 능력에 당하지 않기 위해 강철 갑옷을 벗어 던진 것.
알현실 내부의 모든 금속을 치워버린 것.
그리하여 자진해서 근접전에 무방비해진 것이다.
기사들은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쇠뇌 말고는 이렇다 할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촤악, 챙!
루이드의 검과 기사의 쇠뇌가 부딪쳤다.
찌이잉.
밀려나지 않는 루이드를 보며 기사가 적잖이 당황했다.
‘부, 분명 포커드의 막내 공자는 오러라고는 조금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루이드는 당황한 시선에서 기사의 생각을 훤히 읽었다.
“혈계 능력자라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아니라고.”
카앙! 캉!
검이 아닌 쇠뇌로 공격을 막아내는 기사는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난 오러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내 검에는 내 능력이 담긴다고.”
스걱!
루이드가 기사의 팔을 뎅겅 잘라냈다.
“크아아악!”
“그러니까, 오러가 담긴 검만큼이나 강력한 공격을.”
스각!
천 갑옷을 걸쳤을 뿐인 기사의 몸은 아주 간단하게 베여 나갔다.
“할 수 있다고.”
“마, 마법사!”
헬켄 백작이 높은 단 위에서 외쳤다.
“예!”
마법사가 손을 뻗어 주문을 외우자 루이드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속박 마법…….”
“파이어 볼!”
공격 주문을 외운 것은 아샤라였다.
커다란 불꽃이 구를 이루며 쏘아졌다.
“실드!”
헬켄의 마법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파아앙!
아샤라의 파이어 볼은 실드 앞에서 무력하게 흩어졌다.
‘은신 마법의 수준을 봤을 때 알아봤다. 저 마법사는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
바깥에 있는 마법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실력을 가진 자였다.
슥.
솔라가 손을 뻗었다.
파직, 파지직!
전격이 쏘아져 나갔지만, 실드는 깨지지 않았다.
‘5 클래스 이상 마법사라고?’
아샤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녀가 무엇인가 더 준비할 틈도 없이, 헬켄 쪽 마법사의 주문이 아샤라와 솔라에게 쏟아졌다.
“으윽!”
아샤라와 솔라, 그리고 엠마의 몸은 순식간에 속박되었다.
손가락 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주문을 외우기 위해 입을 여는 것조차.
‘말도 안……. 이, 이대로 끝인가?!’
아샤라는 침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
“아하하하!! 이 멍청한 것들. 작은 시골 영지에만 있다 보니 네놈들이 뭐라도 된 것 같았지?”
헬켄 백작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꼴 좀 보라지. 시골뜨기들이. 아하하하! 네놈들, 쉽게 죽지는 못할 거다.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오줌을 지릴 때까지 고통 속에 있게 할 테다. 자, 너희들의 무력감을 실감해라.”
“체, 놀랐잖아.”
“오른 녀석. 방심하다가 당했군.”
기사들이 저들끼리 숙덕거렸다.
“검을 잘 못 다룬다고 하더니, 아주 그런 것은 아니었나 봐.”
“우리가 검만 제대로 있었어도 한주먹거리지.”
“하지만 그게 다 뭐가 중요하겠소. 이제 목숨을 잃을 터인데.”
“하, 헬켄 백작님의 지하실에 가게 되느니 이곳에서 숨이 끊어지는 것이 나을 텐데.”
“쉿, 백작님께서 들으시겠소.”
기사들은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마법사들도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안심한 얼굴이었다.
‘쳇……. 내 능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아샤라는 분한 마음에 몸을 떨었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기절한다면, 헬켄 백작의 뜻대로 될 터였다.
아샤라는 간신히 시선을 돌려 루이드를 흘긋 보았다.
루이드는 눈을 감고 있었다.
너무나 평온한 얼굴이었다.
‘……? 루이…….’
아샤라가 속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퍼억!
퍽!
타격음과 함께 몸을 옥죄고 있던 마법의 힘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커……어억.”
눈앞의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주위를 둘러싸고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던 기사들까지 앞으로 고꾸라졌다.
루이드가 눈을 떴다.
“역시, 힘숨찐이 좋은 이유가 있다니까.”
‘무슨……?’
루이드는 늘 아샤라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 * *
루이드가 지금껏 검을 이용해 능력을 사용한 것은 그저 멋있기 때문이었다.
조그마한 금속으로 이것저것 해 봤자, 멋이 나지 않았다.
엄청난 회전력으로 돌풍이 이는 강력한 파괴력의 검.
멋지지 않은가.
성벽을 부수는 거대한 금속 거인.
정말 멋지지 않은가!
병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을 우그러뜨려 압사시키는 것도, 꽤나 드라마틱했다.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루이드가 살상 기술을 사용하기에는, 아주 적은 양의 금속이면 충분했다.
“후.”
루이드는 엄지와 검지만 세우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든 것이었다.
물론 이곳의 모든 사람은 그 손 모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마치 손가락으로 총을 쏜 듯 루이드는 검지 끝을 훅 하고 불었다.
“무, 무슨……. 무슨 짓을…….”
헬켄 백작 역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루이드가 벌인 일을.
하지만 실로 간단한 것이었다.
작은 금속을 총을 쏘듯 빠르게 움직였다.
루이드는 이제 아주 작은 금속도 폭발적인 힘으로 쏘아지게 할 수 있었다.
근육과 뼈를 끊고 심장을 꿰뚫을 수 있게 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자신이 죽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주위에 있는 모두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루이드는 지금껏 이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이다.
“힘숨찐이 뭔지 아시나?”
루이드는 이해했다.
왜 그렇게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힘을 숨기는지.
미지의 힘, 상대가 알지 못하는 힘은 어느 순간에든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줬다.
지금 이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루이드의 초상 능력 자체는 마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헬켄 백작이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루이드의 몸은 막을 수 있어도, 루이드의 초상 능력은 막을 수 없다.
루이드의 정신만 똑바르다면, 그가 힘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
루이드의 질문에 헬켄 역시 별 괴상한 말을 다 듣겠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사실 그에게는 루이드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알현실을 채우고 있던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힘숨찐이 뭐냐면…….”
“이런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나를 능멸한 것도 모자라 나의 영지를 침범하고! 나의 세력들이 너를 용서할 성싶으냐! 단데리온 후작님께서 너를 가만히 두실 것 같으냐 말이다!”
헬켄 백작은 패닉에 빠져 버렸다.
이렇게 전쟁이 벌어지고, 그리슨빌까지 침공당하는 동안 그는 정신적으로 너무 몰려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저런 애송이에게……. 저런 시골 작은 영주에게……!’
헬켄 백작은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무서웠다.
눈앞에 있는 하룻강아지가 무서워서 온몸의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아, 안 되겠군. 도저히 대화가 안 통해. 그래도 당신이 왜 졌는지는 알려줄게. 난 정말 착하다니까.”
루이드는 손가락을 헬켄 백작에게 겨누었다.
“여기 있는 금속을 다 치우면 뭘 해.”
사실 이런 행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내가 가져온 금속들이 있는데. 바보야.”
존재하지 않는 방아쇠를 당겼다.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