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59화(59/252)
제59화
제9편 이것이 클라스 차이(6)
털썩.
심장을 꿰뚫린 헬켄 백작이 쓰러졌다.
‘이런 식으로 보내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아까워? 뭐가? 이런, 난, 나는…….’
루이드는 현기증을 느꼈다.
멋이고 나발이고, 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자신은 왜 이런 상황에서 얄궂은 포즈나 취하며…….
‘내가 돌아버린 건가.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애초에 나는 이 세상엔 이질적인 존재.’
그는 헬켄 백작을 어떻게 처리할지 멀리 내다볼 정신이 아니었다.
루이드의 뒤에는 쓰러진 제이스와 케인이 있었다.
현실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를 인지하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루이드가 휘청였다. 그의 무릎이 확 꺾였다.
“루이드 님!”
아샤라와 엠마가 달려와 루이드를 붙잡았다.
“…….”
루이드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진정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에밀리에게 약속했다.
케인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어머니에게도 약속했다.
아버지가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얼얼하던 모든 것이 조금씩 감각을 찾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손과 발이 저릿했다.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들지 않았다.
기껏 손에 넣은 행복이, 가족이,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난, 난 괜찮…….”
“쿨럭, 쿨럭.”
“……!!”
익숙한 기침 소리에 루이드가 비틀거리며 확 몸을 일으켰다.
“아, 아버지!”
“콜록, 뭐냐. 다 끝나버린 거냐?”
제이스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어떻게…….”
“허어억!”
기다렸다는 듯이 케인이 숨을 들이켜며 일어났다.
“형님…….”
제이스와 케인이 무사했다.
“내가……. 꿈을…….”
“무슨 소리냐? 으윽.”
제이스가 갑옷 틈새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리려 했다. 하지만 화살은 나무 부분이 없어 부러지지 않았다.
화살을 그냥 뽑는다면 출혈이나 상처가 덧날 수 있었다.
제이스는 화살을 그냥 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괘, 괜찮으세요?”
루이드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제이스와 케인의 몸을 살폈다.
“네가 선물한 갑옷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구나.”
“아.”
루이드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그게 있었지.”
제이스와 케인의 몸을 두르고 있는 오리할콘 갑옷에 흠집이 나 있었다.
마정석 쇠뇌를 튕겨냈지만,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했던 것.
때문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 제이스와 케인이 잠시 기절한 모양이었다.
‘헬켄 백작이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무기를 만들었군. 아니면 오리할콘과 마정석의 상성이…….’
루이드는 이마를 짚었다.
지금은 복잡한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
“응? 너도 참. 그 귀한 선물을 주고 잊어버린 것이냐?”
“아, 예에. 제가 좀 인간미가 있죠?”
루이드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제이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부상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니 얼른 치료하셔야겠습니다.”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나는 보았어. 그 순간에 그 많은 화살 중 일부가 그냥 튕겨 나가는 것을.”
제이스가 루이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필시 너의 능력이었겠지.”
‘그랬던가? 그것이 막아졌던가? 나는 전혀 제어할 수 없었던 것 같은데.’
루이드는 멍하니 제이스를 보았다.
아직도 머릿속은 온통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으으으…….”
쓰러져 있던 드워프들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맞습니다. 아니었으면, 저희도 모두 죽었겠지요.”
몬드롬이 침통한 얼굴을 했다.
드워프들은 오리할콘 갑옷을 입지 않았다.
드워프 중 서너 명은 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가장 어린 콜타 역시 마정석으로 된 화살이 강철 갑옷을 뚫었고 심장이 찢겼다.
정신을 차린 드워프들이 일어나 목숨을 잃은 동료의 시체를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 싸움에 그대들의 목숨이 희생되었군.”
“아닙니다. 이건 포커드 가문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그때 이야기해 주셨지요. 우리가 포커드와 함께 하는 그동안, 포커드가 우리 드워프들을 보호할 것이라고요.”
몬드롬의 눈이 빛났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포커드가 우리를 지키는 동안, 우리는 포커드에게 헌신하고 의리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드워프 형제들은 용맹하게 싸우다가 전장에서 죽었습니다. 분명 쇠의 신에게 인도받아 찬란한 광맥의 혼이 될 겁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요.”
몬드롬이 루이드에게 예를 갖춘 인사를 했다.
“루이드 님 덕분에 우리는 원수에게 복수하고, 또한 명예롭게 죽을 수 있었습니다. 루이드 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드워프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런 모습을 제이스와 케인이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루이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 드워프의 시신은 걱정한 것과 달리 무척이나 평온한 표정이었다.
안타까움은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그나저나…….’
루이드는 이전에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
‘분명 헬켄 백작은 나의 능력에 맞서기 위해 마정석으로 된 화살을 사용했다고 했어. 그렇다면, 100% 마정석으로 된 무기란 건가.’
금속 지배의 레벨이 벌써 5였다.
흙이나 바위 안에 있는 미세 금속까지 다룰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마정석은 달랐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성분은 정확하게 따지자면 금속이 아니었다.
루이드는 마정석이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깜빡, 깜빡.
루이드는 반투명한 시스템 창의 하단 알림을 발견했다.
‘확실히 조금 전까지 정신이 나간 상태가 맞긴 했나 보군. 시스템 창 같은 건 완전히 잊어버렸어.’
슥.
루이드가 알림을 확인했다.
[금속 지배가 순간적으로 최대치를 넘어섰습니다.] [금속 간섭력이 순간적으로 최대치를 넘어섰습니다.] [쾌속 본능의 한계까지 다다랐습니다.] [초월합니다.]‘초월?’
루이드는 쏟아지는 알림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월. 전생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여간, 다시 살아도 이렇게 새로운 것투성이라니.’
루이드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시스템 창을 마저 읽어내려갔다.
[초월한 당신은 지배의 경계가 넓어집니다.]루이드는 속으로 무릎을 탁하고 쳤다.
‘그렇군. 아마 이 알람은 처음 쇠뇌 공격을 당할 때 해금된 것 같군. 그래서 내가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아주 미약하게 제어할 수 있었던 거야.’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PC:루이드 D 포커드]▷Lv.6(금속의 주인)
-근력:101(+48)
-건강:73(+47)
-민첩:53(+30)
-지식:20(+10)
-지혜:44(32)
-행운:15(+4)
-감지력:6(-)
금속의 주인 레벨 6.
‘레벨이 올랐다. 어쩐지, 기사들을 상대할 때 움직임이 훨씬 빠르고 가벼워진 것 같더니.’
순간적으로 폭발한 분노의 힘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실력도 대단하지 않은 내가 화를 내봤자 오히려 검 끝이 더욱 흔들렸을 거다.’
루이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오러를 다루지 못해도, 이제 충분히 상급 기사들과 싸울 수 있어. 이제 그걸 습득할 수 있을 테니까.’
루이드는 금속 지배 레벨 6이 되면 사용할 수 있었던 스킬을 떠올렸다.
‘일단은 나중에 단련하기로 하고.’
루이드는 제이스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잠시만요.”
“응?”
스스스.
루이드가 초상 능력의 힘을 끌어올렸다.
[물질 지배 가동 중.]‘평범한 금속 지배보다 훨씬 많은 힘이 사용되고, 집중력이 필요하군.’
즈즈즈.
제이스의 몸에 박힌 화살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윽.”
“조금만 참으세요.”
스슷.
화살의 모양이던 마정석이 길쭉한 바늘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정석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그런 방법도 있구나.”
루이드는 제이스의 팔 안에 박힌 마정석으로 된 화살의 모양을 바꿔 상처를 덧내지 않고 뽑아냈다.
화살을 함부로 뽑지 못하는 이유는 화살촉의 모양 때문이었다.
끝이 뾰족하고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의 화살은 발사할 때의 추진력의 이유도 있었지만, 대부분 살상력 때문이었다.
갈고리처럼 만든 화살촉은 뽑아내기 어렵게 했다.
또 뽑아낼 때, 마치 낚싯바늘이 물고기를 꿰듯 억지로 뽑아내면 살을 찢어발기는 것이다.
“제가 치료할게요.”
루이드가 화살을 모두 뽑아내자 아샤라가 다가왔다.
아샤라는 간단한 회복 마법을 사용해 응급처치했다.
그리고는 드워프들에게도 약간의 마법을 사용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케인이 다가와 상처를 압박하고 붕대를 묶었다.
“고맙다. 아들들아.”
제이스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케인과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스는 곧장 일어나 헬켄 백작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내가 직접 놈의 목숨을 앗아갔다면 좋았겠지만, 루이드 네가 곧 나다. 내 아들의 손으로 죗값을 치르게 한 것에 만족하겠다.”
스릉.
제이스가 헬켄 백작의 머리를 그러쥐었다. 그리고 검을 들었다.
서걱.
겁에 질려 새하얗게 변한 늙은 머리가 힘없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목은 그리슨빌의 주탑 벽에 걸렸다.
헬켄의 모든 병사가 볼 수 있도록.
* * *
“전쟁이, 끝났군요.”
엠마가 얼떨떨한 얼굴로 복도를 걸었다.
그들은 아직 그리슨빌의 성, 복도에 있었다.
전쟁이 끝난 자리가 늘 그렇듯, 그리슨빌도 포커드 군이 장악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헬켄의 핏줄이 모두 끊겼다.
그리슨빌의 기둥이었던 수많은 기사마저 모두 목이 달아난 가운데 반기를 들고 일어서는 자들은 없었다.
“…….”
솔라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일행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다들 괜찮아?”
루이드의 물음에 아샤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샤라는 보기보다 담력이 좋다니까.’
조금은 안심되는 루이드였다.
솔라의 표정도 괜찮아 보였다.
아니, 어쩌면 조금 들뜬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어라, 이건 좀 위험한가?’
루이드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솔라가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웃는 건가?’
루이드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엠마는 침착한 척하고 있었지만,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확실히 이곳의 그 누구보다 엠마에겐 어려운 전쟁이었을 터였다.
직접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보았을 테니까.
루이드는 전생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던 날을 떠올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루이드는 조심스레 엠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
엠마는 흠칫 놀라며 루이드를 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는 루이드 님이야말로. 이번 전투에서 곤욕을 치르셨죠?”
아샤라가 깍쟁이처럼 새침하게 말했다.
“응?”
“헬켄 백작을 잡기 전에 말이에요. 완전히 혼이 나가셨잖아요? 루이드 님도 참 웃겨요. 이길 줄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게 떵떵거리시더니.”
“눈앞에서 가족이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제정신인 게 이상한 거라고!”
루이드가 돌아보자 아샤라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클라스 차이 지린다고 했잖아요.”
“뭐? 이게.”
루이드가 웃는 얼굴로 아샤라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어라?”
아샤라의 보랏빛 동그란 눈이 일렁였다.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난 듯이.
“뭐, 뭐, 뭐야? 아샤라?”
루이드와 눈이 마주친 아샤라는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마구 구기고 울음을 터트렸다.
“루이드 님이 죽는 줄 알았다고요.”
와락.
아샤라가 안겨 왔다.
“어, 어라.”
“미안해요. 나 더 강해질 테니까. 죽지 마요.”
“어라라?? 뭐, 뭔 소리야. 잘 이겨놓고 왜 이래.”
“흐어어엉.”
“으, 으흐엉.”
“뭐, 뭐야! 솔라 너까지……! 이 다 큰 아가씨들이!”
“으어어엉!”
“엥? 엠마도?!”
세 여자가 루이드를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런, 환장하겠네.”
“강해질게요, 루이드 님.”
엠마는 딸꾹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 그래, 그래. 그래 주면 나는 고맙지…….”
루이드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최선을 다해 아샤라와 솔라, 엠마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전투에 익숙할 거라고 생각한 아샤라나 솔라에게도 역시 전쟁은 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면, 루이드의 존재가.
루이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그녀들에게 중요할지도 몰랐다.
복도의 천장만 바라보던 루이드는 어쩐지 코끝이 찡해졌다.
‘짜식들……. 감동인걸.’
그렇게 그들의 전쟁이 끝났다.
* * *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곤란하구나.”
제이스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