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62화(62/252)
제62화
제12편 구원의 성주님(3)
‘뭐야, 왜 다들 저렇게 긁는담.’
루이드는 눈썹을 찌푸렸다.
물론 이 세계의 것은 기본적으로 더러웠다.
루이드의 노력으로 킬베리움에서부터 수로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그라 전역으로도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커드 남작령을 제외한 영지에서는 그 수로 사업이 생각보다 거뜬한 일이 아니었다.
영주들에겐 수로를 설치하지 않는 각자의 이유가 많았다.
헬켄 백작령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슨빌 성도에조차 제대로 된 수로가 깔려있지 않았다.
‘이런 변방의 마을이 더러울 것이라는 건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지만. 좀 심하지 않나?’
루이드가 언뜻 보기에도 긁는 증상이 심해 보였다.
피부가 울긋불긋하고 긁는 형세가 신경질적이었다.
‘낙후된 다른 곳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저건 누가 봐도 피부병이잖아. 설마 옮는 건 아니겠지.’
그리 큰 마을은 아니어서, 루이드는 금방 여관에 도착했다.
벅벅.
여관 내부의 주민들도 팔이나 목을 긁어댔다.
‘아, 아샤라가 있었으면 보호 마법이라도 걸어 주는 건데.’
그래도 밖에서 자는 것보다는 나을 듯했다.
“오늘 묵으려고 하는데.”
“아아, 방이 있습죠. 여행자 나으리. 목욕물도 준비해드릴까요?”
“얼마지?”
여관 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대단했다.
‘참나, 수로가 안 깔리니까 아직도 목욕물이 이렇게 비싼 거 아니야. 쯧쯧.’
루이드는 혀를 차며 값을 치렀다.
더 못 씻으면 이곳 사람들처럼 피부를 긁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방으로 올라가 기다리니 곧 뜨끈한 목욕물이 올라왔다.
“오, 문지기가 들여보내 줄 만큼 꼬질꼬질하네.”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루이드.
첨벙.
깨끗하게 몸을 씻고 나오자 나무 욕조에는 구정물이 가득했다.
“아, 멜리옌이 있었으면 운다인에게 씻겨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 그거 꼭 해보고 싶었던 건데.”
물의 정령에게 부탁해 옷을 입은 채로 전신 샤워를 하는 것.
그게 진짜로 가능한지는 몰라도 꼭 겪어보고 싶은 일이었다.
루이드는 머리를 탈탈 말리고 여관 주인에게 빌린 옷으로 갈아입었다.
입고 온 옷들은 세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더러워진 상태였다.
“그나저나, 멜리옌과 정령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콘콘도.”
많이 자랐지만, 콘콘은 아직 어리고 작고, 약했기 때문에 전쟁에 데려올 수 없었다.
게다가 루이드가 없는 사이 폭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따로 조치해 놓았었다.
루이드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성을 나오기 전에 콘콘을 데려왔어야 했는데. 너무 내 감정에만 매몰되어 있었군. 돌아가면, 바로 데려와야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콘콘이 폭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은 것.
루이드는 식사를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여행자 양반! 인물이 훤하구만?”
여관 주인은 깨끗해진 루이드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디, 귀족 자제분이라도 되시는 건…….”
그의 얼굴이 급격하게 공손해졌다.
“아, 아니. 그런 말 많이 듣는데. 전혀 그렇지 않소.”
루이드는 일부러 걸걸한 말투를 사용했다.
소설을 읽으며 다진 뛰어난 언어구사력 덕분에 여관 주인은 금방 경계를 거둬들였다.
“저녁 메뉴는 뭡니까.”
“메뉴랄 게 있겠습니까. 여긴 늘 저게 다죠.”
여관 주인이 가리킨 것은 커다란 냄비였다.
“아……. 저건…….”
루이드는 그것을 처음 보았지만, 뭔지 알았다.
무한 스튜.
대량의 스튜를 끓인다.
스튜를 다 먹지 않고 어느 정도 남겨서, 새로운 재료를 넣는다.
그리고 스튜를 완성하고 또 다 먹지 않는다.
거기다가 또다시 새로운 재료를 넣고 끓여서 스튜를 완성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퍼먹은 뒤 남겨서 또 새로운 재료를…….
영원히 끝나지 않는 스튜.
루이드의 눈썹이 움썩거렸다.
‘그래, 지금껏 내가 다닌 여관들은 죄다 고급이었군.’
루이드는 애써 웃는 얼굴로 그릇을 받아들었다.
냄비 근처로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 형씨는 어디에서 왔나?”
그는 루이드의 그릇을 빼앗듯 가져가더니 무한 스튜를 한 국자 푹 떠 주었다.
“오오, 오늘은 꽤 고깃덩이가 건져지는군.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하, 횡재했네요. 저는 최근엔 크롬 백작령에 머물렀었습니다.”
루이드는 되는대로 말했다.
“호오. 크롬 백작령이라, 꽤 떨어진 곳에서 왔군. 고생했어. 어쩐지 아까 들어올 때 꼬질꼬질하더라고! 으하하하.”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과 거칠게 생긴 얼굴에 비해 싹싹하고 친절했다.
무엇보다 루이드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몸을 덜 긁는다는 점이었다.
여관의 1층인 주점에는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그득했는데, 그들 모두 형편없이 몸을 긁어대고 있었다.
“친절하시네요.”
“으엉? 우리 카데린 마을 사람들은 모두 친절해.”
“그런가요?”
“으응, 형씨가 이전에 와보질 못해서 모르는 모양이야. 이 척박한 헬켄 백작령에서도 이 마을은 특히 사람들이 친절하거든. 아, 이젠 헬켄 백작령이 아니지만.”
“아아, 전쟁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저는 북쪽 숲을 가로질러 와서 아직 그리슨빌에는 닿지 못했습니다.”
루이드의 말을 듣더니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북쪽 숲을 가로질러 왔으면, 이 마을이 헬켄 백작령에서 처음 만난 마을이었겠구만.”
루이드가 그릇을 든 채 서 있자 남자가 테이블로 이끌어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남자는 여관 주인에게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포커드 남작과 전쟁을 벌였는데, 거의 일주일 만에 성도를 빼앗겼다지 뭔가.”
“대단하네요.”
루이드의 말에 남자는 눈썹을 쑥 하고 치켜떴다.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레한이네.”
“아, 제 이름은……. D입니다.”
“디?”
루이드는 자신의 중간 이름으로 둘러댔다.
중간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귀족이라면 몰라도 이런 곳의 평민들이라면 이렇게만 둘러대도 루이드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터였다.
레한의 눈썹이 팔자로 축 처졌다.
“안타깝게도, 이름으로 글자 하나밖에 얻지 못하다니.”
그는 루이드가 노예 출신이나 농노의 자식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귀족의 중간 이름이 아닌 경우에야 여러 가지 이유로 한 글자밖에 없는 이름은 천한 것이었다.
사실 루이드의 D도 약자일 뿐.
더 긴 중간 이름이 존재했다.
“하, 하하. 뭐, 그렇게 됐습니다.”
“사연이 많은 여행자 같으니, 오늘 술은 내가 한잔 사지.”
“그래 주시면 고맙죠.”
루이드는 맥주를 넙죽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제길, 분명 겁나 맛없는 맥주일 텐데.’
쭈우우욱. 탁!
레한은 형편없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하하, 정말 신기한 형씨로구만. 여행자인데도 술을 좋아하지 않다니.”
레한이 루이드가 홀짝거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여행자인 루이드에게 편안함을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루이드의 여행에 대해서 불편하지 않은 선을 잘 지키며 이것저것 물었다.
루이드는 즉석에서 이것저것 조합해 둘러댔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루이드는 책을 정말 많이 읽었으니까.
“뭐어! 왕도에도 다녀왔다고?! 대단한걸.”
레한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루이드의 거짓말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왕도의 이야기는 직접 겪은 일이니, 더욱 사실감 있는 즐거운 모험담이 되었다.
‘정말 성격 좋은 사람이잖아. 그의 말대로 이곳 사람들도 착한 사람들일지도……. 의외로군, 헬켄 백작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루이드는 무한 스튜를 떠먹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벅벅, 벅벅벅.
“레한. 실례지만, 사람들이 왜 저렇게 긁는 겁니까?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아아, 글쎄. 어느 순간부터 저렇게 긁고 있더군. 나도 잘 모르겠네.”
레한이 갑자기 훌렁 윗도리를 들쳐 배를 까 보였다.
“사실 나도 요즘 신경 쓰이는 게 생기긴 했는데.”
루이드가 보니 그의 몸 이곳저곳이 울긋불긋했다.
“흐음, 이거. 피부병인 것 같은데 치료는 하지 않습니까?”
“에이, 치료는 무슨. 좀 그러다가 말지 않겠어.”
“하아.”
“사람만 안 죽으면 됐지!”
루이드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지만, 레한은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이 자, 가려움증을 안 겪어봐서 모르는 거군. 사람이 미치고 말 텐데.’
아직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걸까.
루이드는 레한과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일찍부터 루이드는 다시 달렸다.
이틀 만에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북북, 북북북.
‘여기도.’
이번에 루이드는 멈추지 않고 다음 마을을 향했다.
북북, 북북북. 북북북북북북북.
‘여기도.’
성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사람이 죽었다고요?”
루이드는 기함하고 말았다.
다섯 번째 마을에 다다랐을 때, 이곳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글쎄, 죽기는 했는데. 저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소.”
마을 주민이 머리를 긁었다.
“저것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용하군요.”
루이드는 눈앞에 있는 수레를 보았다.
시체가 실려 있는 수레.
시신의 피부는 마치 화상을 입은 사람처럼 죄다 벗겨져 있었다.
“영주께 보고는 올라갔나요?”
“이런 자잘한 일은 원래 보고를 하지 않소.”
“자잘하다니…….”
“이런 일로 영주님께 보고를 올리면, 마을 전체가 징벌을 받는다고 하더군.”
“누가 그럽디까?”
“누구긴. 촌장께서 그리 말하지.”
루이드는 인상을 찡그렸다.
헬켄 백작령은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경영되었을 터였다.
촌장 위로는 관리, 가신들이 있을 터인데 모두 별일 아니라고 모르는 척한 것이다.
‘착하다더니, 그냥 영지민들이 호구에 이런 호구가 없나 보군. 결국 이 사달이 났구나. 황당하군. 이렇게 병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루이드가 얼굴을 굳히고 있자 마을 사람은 곤란한 듯 쩝쩝거렸다.
“아아니, 뭐. 사람이 막 죽어 나가는 그런 전염병은 아니구. 그냥 가려운 것 정도야.”
‘어떻게 이리 바보 같을 수가 있는가.’
루이드는 곧장 여관에 방을 빌렸다.
초상 능력의 힘으로 일반인과는 다른 신체 능력을 가진 루이드였다.
하지만 말은 평범한 짐말.
지금까지 제대로 달려준 것도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었다.
‘일단 계획을 세우자. 말을 새로 산다. 이 병의 원인을 찾아야 해.’
걱정이 앞서기는 했다.
피부병의 원인을 어떻게 찾는다는 말인가.
똑똑.
“목욕물 왔습니다.”
“들어와.”
종업원이 목욕물을 놓고 떠나자 루이드는 옷을 벗어 던졌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서 생각을 정리해 볼까. 후우……우?”
루이드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반점.”
옮았다.
헬켄 백작령 전역에 퍼지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기이한 피부병에 옮고 만 것이다.
“……역시 전염병이군. 바이러스성인가, 그건 이곳의 의학으론 알 수가 없는 거잖아.”
루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생의 지식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유의미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루이드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다.
“하아, 평범한 사람이 의술에 대해서 어떻게 아냐고요. 심지어 따지고 보면 이거 의술도 아니지. 아닌가. 의술인가.”
루이드가 배를 매만졌다.
‘아직 가렵지는 않지만, 곧 가려움이 시작되겠지. 이제 나를 위해서라도 치료 약을 만들지 않으면……. 그래, 내게 약초학 스킬이 있었잖아. 포션 제조도. 그걸 어떻게 하면 뭔가…….’
그때.
띠링.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초상 능력의 시스템이 메시지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