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64화(64/252)
제64화
제14편 구원의 성주님(5)
철컹철컹.
루이드는 지하 감옥에 갇혔다.
물론 능력을 쓰려면 쓸 수 있었지만,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멍하니 끌려갔다.
“아, 아샤라?”
철창을 붙든 루이드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아샤라를 불렀다.
아샤라가 턱짓을 하자 경비병들이 자리를 비워줬다.
“……후우.”
둘만 남자, 아샤라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아샤…….”
“장난해요?!”
아샤라가 왁! 하고 소리를 질렀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지하 감옥 안을 뒤흔들었다.
“너 지금 마법 썼지!”
루이드가 귀를 틀어막았다.
“네! 썼어요! 왜요!”
“…….”
어쩐지 루이드는 대꾸할 수가 없었다.
“지금 얼마 만에 돌아온 건지 알고나 있어요?!”
“……어? 어어…….”
“그놈의, 남자의 동굴이 어쩌고!! 미쳤어요?!”
“아사랴……. 저기, 그래도 내가 고용주인데 미쳤냐는 좀…….”
하지만 루이드도 양심은 있었다.
처음 성을 나선 것만 해도 바람을 쐬고 온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피부병을 추적하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루이드는 그리슨빌 성의 아샤라에게 편지 한 통 없이 독단으로 병을 추적하고 하늘비늘뱀을 사냥했다.
사냥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병의 추적도.
오히려 영지민들을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말을 바꾸었지만, 원래 타던 화이트와 같은 좋은 군마도 아니었다.
“와나, 아무리 다녀오라고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평민 마법사한테 성을 맡기고 잠적하는 성주가 어딨어요?! 이거 영주님한테 걸렸으면 루이드 님은 완전히 제명이에요. 알아요?!”
“그게 아니고, 아샤라. 잠시만 내 말 좀 들어봐.”
“말은 무슨~~~!!!”
루이드가 사정했지만, 아샤라는 마치 기관총을 쏘듯 다다다 쏟아냈다.
“……다 했어?”
긴 시간이었다.
아샤라는 씩씩대며 루이드를 노려보았다.
“얼굴은 또 왜 그래요. 좋아지려고 나돌아다녀 놓고.”
“나 병 걸렸어.”
“뭐요?!”
아샤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쩐지……. 그, 그래서 지금 힘도 못 쓰고 거기 갇혀있는 거예요?!”
“으응…….”
아샤라가 깜짝 놀라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감옥의 철창문을 열었다.
“빨리 말하지!”
“계속……. 계속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했는데…….”
루이드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샤라의 취향에 꼭 맞춘 지금의 외모라면, 평소보다 훨씬 더 잘 먹힐 터였다.
“아휴, 참!”
아샤라가 루이드를 부축했다.
“아, 너 옮을 텐데.”
“……! 대체 무슨 병에 걸려온 거예요?!”
루이드는 아샤라의 팔을 살짝 떼어놓고 팔을 걷었다.
울긋불긋한 발진이 꽤 진행된 상태의 피부.
“허억! 이, 이게 뭐예요?!”
“지금 헬켄 백작령 전체에 퍼지고 있는 피부병이야. 그동안 용케 옮지 않았구나. 다행이야.”
“그러게, 싸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돌아오지. 병에나 걸리고…….”
아샤라의 눈이 촉촉해졌다.
“이 병을 고칠 방법을 찾느라 늦은 거야. 뭐, 그렇다곤 해도 네게 제대로 설명을 못 해줘서 미안해. 그동안 성을 잘 지켜줘서도 고맙고.”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의 표정이 누그러뜨려졌다.
“……나 정도 되니까, 이렇게 성을 잘 지킬 수 있었던 거 알죠?”
“암, 알고말고.”
“그래서, 이 병을 고칠 방법을 찾긴 한 거예요? 어떡해요?”
아샤라가 한껏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방법을 찾았어. 게다가 원흉도 없앴고.”
“원흉을 없앴다고요?”
“응, 이건 평범한 피부병이 아니거든.”
루이드는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방문했던 여러 마을의 상황들.
병이 진전되어 목숨을 잃어간 사람들.
그리고 원흉이었던 하늘비늘뱀.
동굴에서 일어난 모든 이야기를.
아샤라는 놀라워하며 루이드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샤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문제는 치료 약을 만들 아이템이 아주 귀한 것이라.”
“뭔데요?”
“드래곤의 비늘.”
“드래곤의…… 비늘이라고요?”
아샤라가 무엇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쿵!
지하 감옥의 문이 열리는 큰 소리가 났다.
다다다다다!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루이드으으으으!!!”
“헉.”
루이드는 눈을 크게 떴다.
검은 물체는 도움닫기를 해 루이드에게 뛰어들었다.
“아르헬!”
아르헬이 루이드에게 대롱대롱 매달렸다.
“루이드!! 어디 갔었어! 보고 싶었잖아!”
“너, 왜 이렇게 컸어?!”
“나이 먹을 때가 됐다고 했는데?”
아르헬은 부쩍 자라 10세 언저리로 보였다.
“누가?”
“큰 파파, 큰 마마가!”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 근데 만나고 왔다고?”
“물론!”
아르헬이 가슴을 쭉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래 봬도 나, 그동안 허물을 벗었다고.”
“허물을!”
루이드가 깜짝 놀라자 아샤라가 아르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맞아요, 그래서 힘을 다루는 능력이 이전보다 안정화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장에서 빠져나와도 됐던 거고요.”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루이드는 없고 말이야! 기다렸다고!”
아르헬이 미간을 찌푸렸다.
별장.
루이드는 전쟁 중에 아르헬이 있을 곳을 따로 마련했다.
혹시라도 루이드가 없는 사이에 폭주한다면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정화됐다고…….”
“응, 저택을 벗어났는데도 괜찮았어! 루이드랑 떨어져 있는데도! 여기까지 오는 내내 그랬어!”
“……그, 그렇구나.”
분명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아르헬이 강해졌다는 의미였다.
자신을 돌볼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걱정 없이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드는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 섭섭하지? 잘된 일인데.’
루이드는 머리를 긁었다.
“그나저나, 허물을 벗었다는 건 어떤……. 정말로 말 그대로 허물을 벗은 거야?”
“응! 내 본래 모습에서 말이야. 본래 모습도 훨씬 더 커졌어! 이제 루이드보다 클걸!”
아르헬은 신이 나서 조잘거렸다.
“혼자서 큰일을 해냈구나.”
“타이밍이 정말 좋죠?”
아샤라가 웃으며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마침 드래곤의 비늘이 필요하다니.”
스아아아아.
아샤라의 목걸이 속의 차원이 열리고, 무엇인가가 빠져나왔다.
후두두둑.
“이, 이게 뭐야?”
오리할콘 빛으로 빛나는 무언가였다.
“내 허물!”
아르헬이 소리쳤다.
“……!!”
“잘 됐죠?”
아샤라가 미소 지었다.
루이드가 다가가 허물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떨어져 나온 비늘이 가득했다.
“일반 뱀 허물과는 다른 느낌이구나. 그냥 허물이 아니라, 비늘이 죄다 떨어져 나왔네.”
“응! 멋지지. 내 비늘들은 다 새것이야!”
아샤라가 폴짝폴짝 뛰었다.
루이드는 치료약의 재료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허물을 벗은 건 아주 타이밍이 좋았다.
아르헬의 비늘이 필요해도, 어떻게 추출해야 할지 걱정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단계 성장한 아르헬이 대견하기도 했다.
긁적.
“응? 루이드! 왜 막 몸을 긁어? 안 씻었어?”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르헬, 네가 도와줘야 해. 얼른 약을 만들어야 하거든.”
“약?”
아르헬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샤라와 루이드를 번갈아 보았다.
* * *
루이드의 병증도 깊어지고 있었다.
‘하늘비늘뱀을 직접 상대했기 때문이겠지.’
루이드는 최선을 다해 가려움을 참으려 했지만, 계속해서 손이 갔다.
다행이라고 할 것은.
[의학(입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03]루이드의 증세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스킬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재료를 모두 모아 왔어요.”
“좋아, 아샤라. 포션 제조에 돌입한다.”
“좋아요!”
그리슨빌의 창고에서 루이드와 아샤라가 약 제조를 시작했다.
아르헬은 테이블 위에 걸터앉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족하면, 새 비늘도 떼어서 줄게.”
“헌 비늘로 충분해. 아마도.”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킬킬 웃었다.
‘드래곤 비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재료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 양은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야.’
루이드는 의학 스킬과 약초학 스킬, 포션 제조 스킬을 사용해가며 심혈을 기울였다.
“약을 만드는 방법은 어떻게 알아내신 거예요?”
“책에서 읽었지.”
“책이요?”
“내가 원래 책 읽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
“루이드 님은 맨날 책에서 다 읽었대.”
아샤라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게 사실인 걸 어떡하냐?”
초상 능력의 힘 덕분이긴 했지만, 이것까지 아샤라에게 알려줄 수 없는 루이드였다.
금속 제어를 제외한 다른 스킬들은 혈계 능력으로 설명하기에는 곤란했다.
“루이드! 나도 루이드 없는 동안 책 많이 읽었어!”
“오, 아르헬. 착하다. 역시 내…….”
루이드는 순간 ‘딸내미’라고 말할 뻔했다.
‘……멈칫한 것도 웃기긴 한데.’
“응?”
“역시 내 아르헬이라고.”
“아하하! 뭐야, 싱거워~!”
“어쭈, 이제 싱겁다는 말도 할 줄 알아?”
루이드는 아르헬의 성장이 놀랍기만 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눈앞의 존재는 드래곤.
심지어 그중에서도 희귀종인 신비 드래곤이었다.
그런 존재와 이렇게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번에 만난 하늘비늘뱀도 평범한 몬스터치고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계에는 놀라운 생명체가 얼마나 더 많을까?
기대감이 생기는 루이드였다.
“루이드 님, 집중해요! 얼른 고치지 않으면 죽는다면서요.”
“그래, 아직 궁금한 게 많은데 피부병 때문에 죽을 순 없지.”
루이드는 다시 포션 제조에 집중했다.
[스킬 약초학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55] [스킬 포션 제조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25] [스킬 의학(입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46]어느새 루이드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루이드 님 괜찮으세요?”
아샤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응,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간지러워 죽겠으니까.”
슬슬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지금껏 지켜봐 온 다른 환자들에 비해 진척도가 제일 빨랐다.
‘그놈의 사악한 뱀 새끼.’
루이드는 이를 뿌득 갈았다.
부글부글.
정확하게 개량하고 다듬은 재료들을 한데 모아 끓이기 시작했다.
“욱, 냄새!”
아르헬이 코를 막았다.
부글부글부글.
끓을수록 걸쭉하게 변하는 솥의 액체.
띠링.
[완벽한 포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킬 약초학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9.99] [스킬 포션 제조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9.99] [스킬 의학(입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9.99]“오오오!”
“뭐예요? 다 된 거예요?”
루이드가 외치는 소리에 아샤라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응, 그런 것 같아.”
시스템의 알람은 멈추지 않았다.
[스킬 약초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포션 제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약초학과 포션 제조의 레벨이 올랐다. 좋아.’
보글보글…….
루이드는 포션을 끓이던 솥의 불을 줄였다.
“효과가 있을까요?”
아샤라는 조금 안 미더운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포션 제조라는 것은 사실 아주 고급 기술이었다.
마법사들조차 1 클래스나 2 클래스의 초급 마법사들은 제대로 된 포션을 만들기 어려웠다.
아샤라 정도가 되어야 겨우 포션에 입문할 정도였다.
그마저도 포션을 주로 만드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서툴 수밖에 없는 종목.
아샤라가 루이드의 곁에 있은 지도 벌써 몇 해였다.
그동안 아샤라는 루이드가 포션을 만드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음, 확실히.”
루이드가 구리 국자로 포션을 한 컵 떠올렸다.
“후우, 후.”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포션.
“겉모습은 전혀 포션 같지 않아요. 그냥 진흙을 끓인 것 같다고요.”
“으음…….”
포션의 외관을 설명하는 아샤라의 묘사가 꽤 정확했으므로 루이드는 망설여졌다.
하지만 두 눈을 꾹 감고 포션을 들이켰다.
더는 가려움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나쁜 뱀이야!’
꿀꺽, 꿀꺽.
루이드의 목울대가 요란하게 움직였다.
아샤라와 아르헬은 두손을 맞잡고 긴장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푸하!”
원샷을 때린 루이드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이거 X 맛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