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67화(67/252)
제67화
제17편 질기고 탱탱한(1)
“응? 찾다니?”
“이리 와 봐!”
아르헬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루이드! 여기야 여기!”
“누굴 닮아서 저렇게 말을 잘 타는 거야.”
루이드는 혀를 내둘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어린 해츨링.
겉모습이 10살 언저리여도 그 나이는 겨우 5살이 되지 않은 아르헬이었다.
물론 드래곤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아르헬의 모습을 보면서 루이드는 또다시 슬그머니 광대가 승천했다.
“간다니까~!”
열심히 아르헬을 쫓아 들어간 곳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동굴?”
“응! 맞아!”
아르헬은 벌써 말에서 내려 근처 나무에 단단히 묶고 있었다.
“이게 뭔데?”
루이드는 챙겨온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에는 동굴이 있다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저 끈적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기분 나쁜 숲의 입구라는 설명이 다였다.
“끈적한 몬스러라니, 정말 기분 나쁘네. 흐음, 게다가 여기는 미개척 험지인데…….”
“엣헴, 아르헬 엄청 대단하지?!”
아르헬은 자랑스러운 듯 동굴 입구에서 가슴을 쭉 내밀었다.
“설마 이곳에 오리할콘이 있는 거야?”
루이드는 내심 기대를 품고 물었다.
전설의 금속 오리할콘.
포커드 남작령의 구리 광산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신비의 금속.
아주 많은 양의 오리할콘이 묻혀 있었지만, 루이드는 그 모든 오리할콘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르헬의 주식이 오리할콘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헬은 지금껏 오리할콘 외에 다른 물질을 섭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루이드는 단 네 벌의 갑옷과 검에 오리할콘을 사용한 뒤로 그 금속을 아르헬의 식사에만 썼다.
아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르헬이 성체가 될 때까지 부족한지 아닌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헌데 지금 아르헬이 또 다른 오리할콘을 찾아낸다면, 그런 걱정을 덜고 오리할콘으로 된 강력한 무기나 갑옷을 조금 더 생산할 수 있을 터.
“응? 으응, 그건 아닌데…….”
아르헬이 눈썹을 으쓱했다.
“아, 그래? 그거 좀 아쉬운걸.”
루이드가 입맛을 다시자 아르헬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루이드 오리할콘이 많이 필요해? 내가 좀 덜 먹을까?”
“무슨 그런 말을. 성장기엔 쑥쑥 먹고 쑥쑥 자라야지.”
루이드가 아르헬의 머리를 장난스레 헝클어놓았다.
“으아! 아샤라가 예쁘게 묶어준 머리인데!”
어느새 어깨까지 자란 아르헬의 검은 머리는 곱슬곱슬하고 부드러웠다.
“그럼 이 안에 뭐가 있는데?”
“들어가 보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지!”
아르헬이 신나게 동굴로 뛰어들었다.
“어허, 아르헬! 조심해야지. 나 참.”
루이드는 횃불에 불을 붙이며 아르헬을 쫓아 들어갔다.
아르헬은 어두운 동굴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드래곤이라 그런가. 밤눈이 정말 밝네.’
그리고 곧이어 펼쳐지는 장관에 루이드가 눈을 번쩍 떴다.
“이건…….”
오리할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다이아몬드로 가득 찬 동굴처럼 보였다.
루이드는 곧바로 능력의 힘으로 빛나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석영…….”
루이드는 잠시 말을 잃고 경치를 감상했다.
“오리할콘은 아니지만, 이것두 짱 멋지다!”
아르헬도 신이 나서 주위를 뛰어다녔다.
“아르헬, 이것도 먹을 수 있어?”
“에, 아니…….”
아르헬을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럼 역시 아르헬의 식량은 오리할콘 뿐인 건가. 그건 그거 나름대로 걱정이 되네.’
그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골몰하던 루이드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스쳤다.
‘석영은 유리의 주원료.’
이 세계에도 유리는 존재했다.
유리의 강도나 투명도가 좋진 않았지만, 희소하고 귀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깨끗한 거울은 귀족 중에서도 부유한 부류만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루이드는 일단 동굴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됐다.
초상 능력을 사용하면 됐다.
스으으으으.
루이드의 탐지 능력이 동굴 전체를 훑었다.
‘엄청나게 큰 동굴이다. 게다가 석영이 엄청나게 많다.’
유리 사업을 하기에 충분한 양.
‘유리에 다른 금속을 섞어 좀 더 강하게 만들면 된다. 이걸로 사치품을 만들어도 좋고, 밀폐 용기를 만들어도 좋지.’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
‘고무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곳에서는 주로 역청을 사용했다.
역청은 송진, 그러니까 나무의 진액을 증류하여 끈적한 점성을 가진 검은 액체로 만든 것.
방수나 방부제, 혹은 접착제로도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싼 제품은 아니었다.
이그라 왕국에서는 역청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큰 공방도 없을뿐더러 기술자도 없어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실정.
‘하지만 고무를 구하고 싶다고 구해지는 것도 아니고.’
천연고무는 고무나무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무나무가 야생에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마존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했다.
하지만 루이드가 아는 범위에서 이그라 왕국에 그런 곳은 없었다.
‘하아, 합성 고무를 만든다면?’
물론 천연 고무 대신에 합성 고무를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천연 고무와 비슷한 성분을 조합해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야생에서 고무나무를 얻을 필요가 없었다.
고무를 구성하는 최소 단계인 이소프렌은 5개의 탄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걸 루이드가 알 턱이 없었다.
“제기랄.”
“응? 루이드 왜?!”
루이드가 한숨을 푹 내쉬자 아르헬이 놀라 달려왔다.
“아, 아니야. 학교 좀 제대로 다닐 걸 싶어서.”
“학교?”
루이드는 아르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르헬은 금방 기분 좋은 얼굴로 루이드의 손을 따라왔다.
‘일단은 유리로 만족을 해야지. 뭐, 그냥 되는 대로 살자. 어차피 고무는 내 분야도 아니고.’
밀폐 용기가 있다면 분명 아주 좋을 터였다.
음식을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그러면 그 음식을 다른 지역에 내다 팔기도 쉬워진다.
그렇다면 상업이 발달하게 되고, 카이린 세반이 원하는 평민들의 힘이 강해질 좋은 방법이 될 터였다.
‘어쩌겠어. 없는데.’
루이드에겐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굳이 고무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같은 건…….
‘……가만. 지도에서, 아까…….’
루이드는 주섬주섬 지도를 꺼냈다.
끈적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기분 나쁜 숲.
‘……어쩐지, 이거. 이게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말이야. 이런 거, 완전 복선 아니냐고.’
루이드는 동굴 입구로 몸을 틀었다.
“응? 루이드 벌써 돌아가게?”
아르헬은 아쉬운 듯 입을 쭉 내밀었다.
“성장기엔 햇볕을 많이 쬐야 한단다. 아르헬.”
“힝, 그치만.”
“그게 아니라, 조금 더 둘러볼 곳이 있어서 그래.”
“정말?!”
아르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난 또 루이드가 이 동굴을 보고 또 할 일을 벌이는 줄 알았잖아.”
“뭐?”
“루이드는 새로운 것만 보면 맨날 일을 어어어어엄청 늘리니까!”
아르헬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루이드는 괜히 언짢은 마음으로 동굴 입구를 벗어났다.
* * *
“루이드, 더 가두 돼?”
조금 전과는 달리 어두운 표정의 아르헬이 물었다.
숲은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 그 사이 사이를 덩굴과 끈끈한 무언가들이 잔뜩 늘어져 있었다.
“기분 나빠, 루이드!”
아르헬이 장화에 붙은 끈끈이를 털어내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 봐. 착하지~”
루이드는 그런 아르헬을 보며 웃음만 나왔다.
‘금방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아직 아이구나.’
루이드의 뒤로 투덜거리는 소리는 조용해지지 않았다.
부스럭.
루이드와 아르헬 모두 인기척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루이드.”
“쉿…….”
말들이 불안한지 움찔대며 발을 굴렀다.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바삭, 바삭.
전체적으로 불길하고 찐득한 숲의 이미지와는 달리 생각보다 가벼운 발소리.
‘어떤 몬스터냐, 모습을 드러내라.’
루이드는 전신의 기운을 집중했다.
어느새 루이드와 아르헬의 주위를 포위한 기척.
팟!
“뿌아아!”
“뿌아아?”
루이드는 곧장 공격하려던 능력의 힘을 멈췄다.
눈앞에는 작고 앙증맞은, 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소인들이 있었다.
언뜻 눈에 보이는 것만 30명은 되어 보이는 소인들.
수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으로 보아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인들은 각각의 피부가 짙거나 어둡거나 밝아서 아주 다양했고, 모자를 쓴 차림새까지 오히려 번듯해 보였다.
‘그……, 뭐더라. 호……, 호벳? 포빗? 헤비트? 그거 같군.’
루이드는 전생의 미디어에서 접한 판타지 종족을 떠올렸다.
“꺄아!”
아르헬이 주먹을 쥐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뿌아아우아아!”
소인들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루이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앗, 정말이야?! 너네 짱이다!”
아르헬이 기쁜 듯 말에서 뛰어내렸다.
“아르헬? 이들의 말을 알아듣는 거냐?”
“응? 루이드는 못 알아듣겠어?”
아르헬은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뿌뿌뿌아, 아부빠뿌아!”
소인들이 아르헬에게 뭐라고 말하자 아르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숲에는 인간들이 온 지 엄~청 오래되었대. 루이드가 거의 천 년 만이래.”
“천 년이라고……?”
루이드가 놀란 얼굴로 소인들을 보자 그중 리더인 것 같은 소인이 앞으로 나왔다.
“뿌부부, 우바오버바.”
“원래라면 인간이 들어오는 게 금지된 장소래.”
“뿌뿌뿌뿌, 우뿌우뿌빠빠.”
“루이드가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나랑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래. 이들이 허락해 준 거래! 잘됐다~!”
루이드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상황을 살폈다.
‘뭐지? 비슷한 기운? 오리할콘…… 때문일까?’
몸에 걸친 방탄 오리할콘 갑옷이 아르헬과 같은 기운을 풍겼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저놈들이 무척 무해하게 생겼지만, 천 년이나 인간이 들어오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루이드는 목을 가다듬었다.
“영광인데, 어떻게 예를 갖춰야 할지 모르겠군.”
아르헬이 루이드의 말을 전하자 소인들이 고개를 훼훼 저었다.
“뿌아뿌아, 빠뽀뽀빠!”
“아, 리그말 족은 인간에게 예를 받고 싶지 않대. 이 녀석들, 인간이랑 사이가 무척 나쁜가 봐.”
“허…….”
루이드가 가만 보니, 그들의 무해한 기운은 오직 아르헬을 향한 것이었다.
루이드를 향한 눈빛은 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
‘이거 부러운데, 나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스킬 레벨을 잔뜩 올리면 아르헬처럼 될 수 있으려나.’
그러는 사이에도 아르헬과 리그말 족 족장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애초에 아르헬은 계속해서 공통어를 쓰고 있잖아. 저쪽에선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나도 똑같이 공통어를 쓰는데 아르헬이 통역을 해 줘야 하고.’
어쩌면 소리 자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어떠한 기운을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루이드! 얘들이 우리를 초대한대! 마침 리그말 족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아……, 흐음.”
루이드가 뜸을 들이자, 리그말 족의 족장이 ‘감히 인간 따위가 우리의 초대를 거절해?’라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쫄 루이드는 아니었지만, 잔뜩 기대한 아르헬의 눈망울과 이 숲에 대한 호기심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고무를 구하고 싶었을 뿐인데, 좀 옆길로 새게 됐는걸’
아르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뭐 별일 있겠어?”
“신난다!”
리그말 족이 앞장서기 시작했고, 아르헬과 루이드가 열심히 뒤를 따랐다.
그리고 별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