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69화(69/252)
제69화
제19편 질기고 탱탱한(3)
“흐으크으윽!”
“쁘빠삐빠뽀아~!!”
아브리키아스의 신음에 족장이 거품을 물 듯이 소리를 질렀다.
“흠.”
그런 족장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루이드는 집중했다.
마정석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일반 금속을 다룰 때보다 더 많은 힘이 들었다.
‘쉽지 않다.’
마치 금속이 루이드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리가 없는 데도…….’
묘한 감각.
단순히 마정석 때문일까?
하지만 루이드는 돌이킬 생각이 없었다.
스으으윽.
아브리키아스의 가슴팍에 있던 금속 상처가 천천히, 마치 금속으로 된 피처럼 몽글몽글하게 흘러내렸다.
“후우우.”
루이드의 이마도 촉촉해졌다.
“와아…….”
아르헬은 그런 모습을, 경이로움에 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흐으으으음!”
아브리키아스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버티십시오.”
루이드는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금속을 뽑아냈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난 신을 죽인 사나이가 되는 건가.’
우습지만, 오싹한 생각이었다.
“삐, 뿌아아!!”
“그렇게 소리 질러댈 시간 있으면 치료 약이라도 가져오지?”
족장의 원성에 루이드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르헬은 당황한 얼굴로 족장에게 루이드의 말을 전했다.
족장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섰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깨달았는지 후다닥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버틸 수 있으시죠?”
루이드는 겉으로 보기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금속 자체는 제대로 제거되고 있다. 하지만 깊은 상처니만큼, 아브리키아스가 버텨 줄지가…….’
후욱, 훅.
잠시 거칠어졌던 아브리키아스의 숨이 천천히 진정세로 돌아오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 어차피 죽을 목숨 아닌가.”
아브리키아스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지만, 루이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말 마십시오. 아브리키아스 님이 정말로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리그말 족이 저를 살려두겠습니까?”
“아하하하. 겁이 없는 사내인 줄 알았더니.”
“겁은 없고, 생각은 있는 거죠.”
루이드는 머리 위로 아브리키아스의 배딱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아브리키아스는 웃고 있었다.
‘뭐, 괜찮은 건가.’
스으으으.
어느새 아브리키아스의 몸에 깊숙이 박혀 있던 금속이 모두 빠져나왔다.
“뿌삐아 뿌삐!”
때마침 나타난 족장과 다른 리그말 족이 아브리키아스에게 들러붙었다.
루이드는 금속과 함께 물러났다.
“고맙다, 인간이여.”
아브리키아스는 작은 리그말 족에게 둘러싸여 미소 지었다.
“루이드, 대단해!”
드래곤의 모습인 아르헬이 얼굴을 쭉 내밀었다.
“루이드가 정말로 해낼 줄 몰랐어! 루이드가 신을 살린 거야!”
“……후, 이거. 내가 해 놓고도 믿기지 않네. 그런데 아르헬. 저…… 거북이가 정말로 신이 맞아?”
루이드가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글쎄,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리그말 족들은 확신하고 있던걸!”
“신을 돕다니.”
스스로 중얼거리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루이드가 눈썹을 들썩이며 아브리키아스의 몸에서 뽑아낸 금속을 살펴보았다.
[성분] [강철…크롬(15%)…니켈, 망……, 탄소(0.25%)]초상 능력 덕분에 금속을 구성하는 것들이 전부 루이드의 눈에 보였다.
“루이드, 이게 대체 뭐야?!”
“으응, 좀 이상하긴 한데. 특별한 건 없어.”
“왜에! 뭔데!”
“그저 아주 여러 가지 금속에 마정석이 섞여 있을 뿐이야.”
“그거 헬켄 백작도 사용했던 거 아냐?! 전쟁 때! 아샤라한테 들었어.”
“흠, 그때랑 완전히 같지는 않아. 그때 헬켄 백작은 금속을 전혀 섞지 않았고, 오직 마정석에만 마법을 부여해서 만든 거였거든.”
아르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이드는 아르헬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금속을 통해서 지금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으음, 이제 됐다.”
루이드가 금속을 매만지는 동안, 뒤에서 아브리키아스의 음성이 들렸다.
거북 신의 음성이 울리자 작은 리그말 족들은 그에게서 곧장 떨어져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시선만은 아브리키아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천 년을 지켰다더니, 정말 애틋한 사이인가 보군.’
족장이 루이드와 아르헬에게 다가왔다.
“뿌뿌뿌아아뿌아뿌아삐.”
“루이드! 아브리키아스 님의 상태가 안정됐대! 이제 다시 신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대!!”
아르헬이 기쁜 듯 앞발을 번쩍 들었다.
족장의 표정도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띠링.
[적대적인 상대에게 호감을 얻었습니다.] [스킬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99]“호오.”
루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리 가까이. 은혜로운 자여.”
아브리키아스가 루이드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훨씬 깨끗하게 들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졸음이 낀 목소리였다.
“덕분에 신운이 도는 맥이 다시 움직이게 되었다.”
“내가 신을 살린 생명의 은인입니까?”
“하하하하!”
아브리키아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다. 어린 운명자여.”
“그 천 년 전 배신자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으음, 미안하구나.”
아브리키아스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나도 무척이나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나, 나는 신력을 소모하여 죽음의 직전까지 갔던 몸. 곧 동면에 들어갈 듯하다.”
“예? 지금이요? 당장요?”
“그렇다.”
루이드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개고생하며 신을 살려 놓았는데, 옛 이야기하나 건질 수 없다니.
“허나 그대가 원하는 바가 있지 않았는가?”
아브리키아스가 무척이나 졸린 눈을 끔뻑거렸다.
“원하는 바요?”
“이 숲에 온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루이드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퍼뜩 기억해냈다.
“설마…….”
“그래,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리그말 족이 그대를 도울 것이다. 정말 고맙다. 별자리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여.”
“그걸 어떻게…….”
커다란 아브리키아스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마치 나무 둥치 같은 네 개의 다리에서 스르륵 힘이 빠지더니, 곧 그는 등딱지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허어…….”
대신, 그대에게 내 조금 남은 신력을 나눠 주도록 하지.
새카만 등딱지 안에서 그윽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등딱지 안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루이드의 이마에 닿았고,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어, 어어…….”
띠링.
[스킬 언어학의 새로운 부가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리그말 족어(입문)] [스킬 언어학의 새로운 부가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의식어(입문)]“어라.”
의식어 입문 스킬을 얻음으로써, 아브리키아스가 구사했던 묘한 의사소통을 자신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깨달아졌다.
“세상에, 아브리키아스님이 잠드셨어.”
“족장님! 동면입니다. 이로써 아브리키아스님은 회복하실 겁니다.”
“우리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보답을 받은 거야!”
귀로 리그말 족의 말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역시 신비 드래곤 님이십니다. 신비 드래곤 님 덕분에 아브리키아스님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흰옷을 입은, 마치 의원인 것 같은 리그말 족이 외쳤다.
그러자 족장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길을 이끌어 주신 것은 신비 드래곤 님이시지만, 아브리키아스 님을 구해주신 것은 이분이시다.”
리그말 족들의 시선이 루이드에게 꽂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웅이시여!”
리그말 족들은 무릎을 굽혀 바닥에 엎드려 절했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저희에게는 정말 소중한 분이셨습니다. 그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꺼이이이, 꺼이이이이.”
“얘들아 일단 진정해라. 이분은 리그말 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니…….”
족장이 아르헬에게 말을 전하려 할 때 루이드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족장. 나는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어 나도 기쁩니다.”
“허억……!!”
족장은 놀라, 거의 주저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족장은 루이드와 처음부터 마주쳤던 자.
전혀 모르던 언어를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한 루이드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로군요. 역시 신비 드래곤님의 동행자. 이제야 아브리키아스님께서 두 분을 이끄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아브리키아스 님께서 힘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여러분들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군요.”
루이드의 말에 족장은 더욱 놀랐다.
“그랬단 말입니까! 천 년 만에……. 아브리키아스 님이 힘을 나누어 주신…….”
“그래서 말인데, 그 천 년 전에 힘을 나누어 받았다는 인물에 대해서 좀 물을 수 있겠습니까?”
루이드는 궁금했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이런 판타지스러운 세계의 놀랍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특히나 루이드의 구미를 당겼다.
신의 이야기라니.
그 어떤 책의 이야기보다 재밌으리라.
“아아, 저희도 전승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인지라 정확하게 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족장의 설명으로 리그말 족은 수명이 50년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루이드는 아쉬운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아주 면밀하게 관리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정보가 남아있기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아브리키아스님께서 들은 이야기들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그 이야기는 잘 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오늘 영웅님께 그리 스스럼없이 이야기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지요. 그러고 보니, 영웅님의 존함도 모르는군요.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리그말 족장의 말투는 어느새 아주 극진해져 있었다.
‘내 이름을 아직도 몰랐단…….’
루이드는 조금 의기소침해져서 이름을 알려주었다.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하지만, 아브리키아스 님이 그놈을 무척이나 아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놈의 물건이 남아있지요. 그것이라도 보여드릴까요, 루이드 님.”
“물건……! 좋지!”
루이드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응?”
그리고 그 생기는 금방 꺼졌다.
“이게…….”
마치 관리가 엉망인 박물관에 온 것 같았다.
팔찌 같은 것들은 모두 녹슬었고, 책은 너덜너덜해서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
‘천 년이나 지났고, 그래……. 게다가 내 전생의 현대에 비하면 기술력이……. 하아,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몇 백 년 전에는 리그말 족도 그리 발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 책보다 훨씬 재밌는 이야기가 될 줄 알았는데. 완전 고구마 전개 아니냐 이거.’
루이드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손길로 버석해져 버린 노트의 모서리를 매만졌다.
두껍게 쌓인 먼지가 벗겨지며 표지에 쓰인 글자가 드러났다.
‘페르디날……. 이름인가?’
“루이드 님!”
“으응?”
“일단 축제를 즐기시지요! 게다가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아브리키아스 님께서 주신다던 선물 말입니다.”
실망한 루이드의 기색을 눈치챈 족장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명랑하게 말했다.
“아, 그렇지 참.”
루이드가 이 숲에 왔던 목적.
“여기 고무라는 게 있나?”
“고무요? 으음, 그런 이름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브리키아스님의 의지는 전해 받았습니다. 일단 직접 보시죠.”
리그말의 족장은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이고, 이것 참. 또 한참을 내려가야 되겠군.”
루이드는 잠이 든 거북의 등딱지를 한 번 돌아본 뒤, 족장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아브리키아스는 아주 좋은 꿈을 꾸는 듯, 편안한 얼굴이었다.
* * *
“아브리키아스 님께서 루이드 님께 안내하라 지시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족장은 나무 신전을 내려오고도 한참을 걸어 일행을 이끌었다.
“몬스터?”
루이드는 눈을 끔뻑였다.
마치 개구리나 도롱뇽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놀라운 것은 그것들이 그저 숲을 활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희는 리봉이라고 부릅니다.”
리봉은 사육하는 가축처럼 둘린 울타리 안에 있었다.
게다가 척 보기에도 몬스터 치고 굉장히 순해 보이기도 했다.
몬스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루이드조차 이것이 어떤 몬스터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런 놈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예, 잘 보십시오, 이놈을…….”
족장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더니, 나무 막대를 쥐고 리봉에게 접근했다.
그러더니 나무 막대를 이용해 리봉의 등을 긁었다.
쭈우욱.
찐득한 점액이 리봉의 피부에서부터 끈적하게 늘어졌다.
“헐.”
“윽, 저게 뭐야? 루이드!”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아르헬이 역겨운 것을 본 듯 기겁하며 루이드의 팔에 달라붙었다.
족장은 그것을 손에 쥐고 모양을 만들었다.
모양을 만든다고는 하나, 족장의 기술이 좋아서였지. 아니라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처럼 점액은 물컹거렸다.
“이것을.”
족장이 울타리에서 나오더니 바로 근처에 있던 화로에 점액을 던져 넣었다.
화아악!
불길이 치솟았고, 부지깽이로 뒤적거리던 족장이 곧 점액을 꺼냈다.
“보십쇼. 루이드 님이 원하던 것 아닙니까?”
“어, 어라.”
루이드는 자신의 손에 올려진 물체를 관찰했다.
루이드가 흔히 생각하던 색은 아니었다.
불에 탔는데도 깨끗한 흰색의 공 같은, 점액질이 굳은 형체.
말랑, 말랑.
탱글, 탱글.
점액질은 아주 쫀득하게 질겨져 있었다.
“이거, 고무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