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7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70화(70/252)
제70화
제20편 질기고 탱탱한(4)
티용~티용~용.
루이드가 받아든 물건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마치 탱탱볼 같은 촉감이었다.
“고무? 일단 저희는 고무라고는 부르지 않고 리봉의 공이라고 부릅니다.”
“리봉의 공이라. 보통 이걸 어디에 사용하지?”
“이 물질은 방수도 잘 되고 이렇게 불에 굽기 전에는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 수 있어서, 틀에 넣고 여기저기 다양하게 쓸 수 있습니다.”
촌장은 ‘리봉의 공’의 쓰임새를 설명했다.
“열에 약한 것이 흠이기는 합니다. 변형이 끝난 뒤에 다시 열을 가하면 망가지거든요. 그래도…….”
‘그냥 고무잖아.’
루이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무까지 구했다면, 밀폐 용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건 엄청난 일이야. 거의 문화 대혁명이라고!’
루이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세계의 수준에서 수준 높은 밀폐 용기는 대규모 군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다 줄 터였다.
“내게 이것이 많이 필요한데. 어떻게 유통해 줄 수 있겠나?”
루이드의 물음에 촌장은 씩 웃었다.
“물론입니다. 루이드 님은 이 숲과 리그말 족, 아브리키아스 님의 은인이 아닙니까. 리봉의 공 정도는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고맙군. 대신 값은 제대로 치르도록 하지.”
“값이라뇨!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곳까지 왕래하기 힘드실 테니, 이 리봉을 키우고 번식시키는 방법까지 모두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오오.”
루이드의 눈이 반짝거렸다.
영지에서 직접 리봉을 기를 수 있다면, 고무를 가공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에도 훨씬 수월할 터.
게다가 지금은 밀폐용기에 관한 생각이 먼저였지만, 고무로는 무궁무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공짜로 받는 것은 너무…….”
“아이참! 루이드 님. 이렇게 상냥하시니, 그런 엄청난 힘을 갖게 된 것이겠지요?!”
촌장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반나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이었다.
‘몇 시간 전에는 완전히 혐오 받고 있었는데 말이야. 기분이 좋군.’
“자아, 어쨌든 이것이 루이드 님께서 원하시는 물건이 맞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응?”
“축제를 즐기시죠!”
촌장이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일 다 끝났어?! 가자! 루이드!”
잠자코 뒤를 따르던 아르헬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루이드의 팔을 잡아끌었다.
족장의 뒤를 따라 리그말 족의 광장 가까이 가자, 커다란 북소리가 들렸다.
둥, 두두둥. 둥, 두두둥!
“춤추자! 루이드!”
아르헬이 루이드의 두 손을 잡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춤? 너 춤은 언제 배운 거야?”
“왜 이래! 귀족 영애의 기본 소양이라고!”
아르헬이 웃음을 터트렸다.
“귀족 영애라니. 너, 네가 얼마나 어린지…….”
“뭐야, 루이드! 큰 파파처럼 굴지 마!”
뱅글뱅글 도는 아르헬의 손길에 이끌려 광장으로 진입하자, 엄청난 광경이 루이드를 압도했다.
“헉, 내……. 조각상인가 저거.”
광장의 중앙에는 커다란 분수가 있었다.
그 분수의 꼭대기에는 조각상을 올릴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곳에 누가 보아도 루이드로 보이는 조각상이 엄청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언제 만든 거야, 저거?!”
“대단하지요! 우리 리그말 족의 기술이랍니다! 리봉의 공으로 만든 것이지요!”
족장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하, 그래서 조형하기가 수월했던 거구나?”
“수월하기는 하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루이드 님!”
“암, 그랬겠지. 물론. 고생했네. 것 참, 나를 이렇게 반겨 주니 고마워.”
“저희의 영웅이시니까요!”
루이드는 아르헬의 동작에 맞춰 춤을 춰주며 조각을 감상했다.
‘낯간지럽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모든 광경이 꿈 같았다.
어두워진 광장에 하나둘씩 등불이 켜졌다.
마치 나뭇잎으로 만든 것 같은 신비로운 등.
“와 예쁘다! 루이드, 저길 봐!”
열심히 춤을 추던 아르헬이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반딧불이 같은 것이 광장의 하늘을 가득 채워 날고 있었다.
반딧불이와 다른 점은 그 빛깔들이 오색으로 다양하게 반짝이고 있다는 것.
“원령들입니다.”
축제 때문에 바빠 보이는 족장이 어느샌가 나타나 설명을 해주었다.
“원령이라. 그러고 보니, 천 년 동안이나 이곳에 인간이 들어올 수 없었던 건 이유가 있는 거지?”
주인 없는 땅도 아니었다.
엄연히 이그라 왕국 안의, 헬켄 백작령 안.
“역시 루이드 님이십니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이 숲은 아브리키아스님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저희가 처음 만난 곳처럼 황폐하고 으슥해 보이죠.”
“그렇군.”
리그말 족의 숲은 신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
“그대들은 그 경계를 없앨 생각은 없는 거지?”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가 협조하는 것은 오직 루이드 님 뿐입니다. 저희는 이 구역을 벗어날 생각도 없거니와 인간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촌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긴 천 년 동안 인간을 미워했는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겠지. 내게 협조해주고 리봉을 나누어 주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야. 어쨌든, 그렇다는 것은 리봉은 이곳에밖에 없는 건가? 그럼…….’
와락!
또 일머리를 뱅뱅 돌리고 있는 루이드에게 아르헬이 꽉 안겨 왔다.
“응?”
“루이드! 난 루이드가 참 좋아!”
“어…… 응? 갑자기?”
“갑자기가 아냐! 난 루이드가 날 깨워줘서 정말 좋아!”
“널…… 깨워서?”
루이드가 가만히 아르헬을 내려다보았다.
“응, 나 알에서의 기억이 있거든.”
“뭐?! 지금까지 그런 말은 한 번도 없었잖아!”
“설명할 길을 못 찾아서 그런 거지. 난 얼마 전까지 말도 잘하지 못했잖아.”
“그런 것 치고는 말을 잘하던 거 같은데.”
아르헬이 포동포동한 볼을 잔뜩 부풀렸다. 그리고는 루이드의 품에 얼굴을 기댔다.
“난 나를 둘러싼 세상이 좋았지만, 외로웠거든. 단단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어두웠거든. 진짜 엄마 아빠도 어딨는지 모르고.”
“…….”
진짜 엄마 아빠.
그 말에 루이드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루이드는 바쁘니까, 지금이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서 말해 두려고. 나는 루이드를 만나서 엄청 운이 좋은 드래곤이라고 생각해.”
아르헬은 망설이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니까, 루이드. 나는 이제 허물도 한 번 벗었고. 그러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아르헬의 눈썹은 팔자로 축 늘어져 있었다.
루이드는 순간 마음이 시큰거렸다.
“뭐야……. 아르헬.”
아르헬이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자랄 줄만 알았던 루이드였다.
‘물론, 아르헬은 드래곤이고 난 인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부모 이야기 같은 건 한 적 없었는데…….’
아르헬은 루이드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신경 쓰지 말라니.’
벌써 사춘기가 온 것인가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성숙해야 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던 것은 아닐까.
루이드는 전생의 유년기를 떠올렸다.
10살, 재앙이 시작된 뒤로 루이드는 누구에게도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다.
그건 너무 이르고 가혹한 것이었다.
루이드의 눈에 아르헬은 꼭 그때의 자기와 비슷하게 보였다.
루이드는 아르헬을 꼭 안아주었다.
“너무 빨리 크지 마.”
“응?!”
아르헬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나 빨리 자라야 루이드가 편한 거 아냐?”
“아니야, 맞긴 하지만……. 그냥 천방지축으로 자라도 괜찮아. 가족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늘 너한테 신경 쓸 거야.”
“……귀찮지 않아?”
“그럴 리가 있겠어.”
아르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헬켄과의 전쟁 때문에 루이드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르헬이었다.
폭주를 염려하여 격리라는 선택을 했다.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어린 드래곤에게는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여행을 조른 것도 확인받고 싶었던 것일지 몰랐다.
아르헬은 루이드에게 귀찮다거나, 혹은 귀찮지 않다거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아르헬의 표정을 본 루이드는 이 모든 것을 다 깨달았다.
“아르헬, 너도 포커드라는 사실을 잊지 마.”
포커드.
루이드는 그 이름이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응, 루이드!”
두 사람은 서로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 * *
그리슨빌로 돌아간 루이드는 제일 먼저 사람을 모았다.
더는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었으므로 루가데올 상단의 데이슨에게 용병 모집을 의뢰했다.
왕도의 용병 길드 직원인 엘프 타샤와 안면을 터 둔 것도, 일을 수월하게 했다.
사실 이제 이그라 왕국에 거하는 용병이라면, 루이드 D 포커드가 용병을 구하는 날만을 고대하고 있기도 했다.
“왜 이렇게 많은 용병이 필요한 겁니까?”
데이슨이 물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만들어낼지 안다면 그대가 정말 재밌어할 텐데.”
루이드가 씩 웃자 데이슨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얼굴을 굳혔다.
“뭐, 뭡니까?! 이러시는 걸 보니 엄청난 호재가 있는 모양이지요?”
“흠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니 비밀이다.”
“……! 이런, 포커드 남작령에 더욱 자주 발길을 해야겠습니다.”
데이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륙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이곳만 전혀 다른 세상 같군요.”
“아, 그랬지.”
루이드의 말에 데이슨이 옅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이그라 왕국은 사정이 낫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다른 나라의 상인들에게 들어봐도 말입니다.”
“그건 모두 내 덕분인가?”
루이드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물론이죠. 루이드 님이 아니셨다면, 이 작은 나라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루이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5년째죠. 어쩌면 이 대륙 전체가 루이드 님 덕분에 버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륙 전체까지야.”
슬슬 루이드는 민망해졌다.
데이슨이 루이드의 비위를 맞추느라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드는 그 정도까진 되고 싶지 않았다.
비록 40대, 아니 전생과 현생 도합 60대의 아재라도.
루이드는 꼰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노력……했던가? 했겠지. 난 언제나 꼰대만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니까……. 아, 아마도.’
루이드의 반응에 데이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닙니다. 요즘 알게 모르게 이그라 왕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수가 많다는군요.”
데이슨의 말에 루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술을 캐내려고 말입니다.”
“수로 기술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크라우스 제국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대제국 아닌가?”
“아, 하지만 제국의 본국을 제외하고는 그 기술이 널리 퍼지지 않았지요. 속국은 착취하기만 하면 될 뿐이니까요. 물론 필요한 부분에서는 발전하는 부분도 있지만. 뭐, 그렇습니다.”
루이드가 눈썹을 찡그렸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루이드 전생의 대한민국도 침략당한 역사가 있었다.
“그럼 제국 외의 다른 나라들에서 이그라를 찾는다는 말이지?”
“예,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요. 혹 막으시려고 하시더라도…….”
“아니다, 저들도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인데. 난 막을 생각이 없다. 나만 잘먹고 잘살고자 한다면 애초에 왕국에도 기술을 내어주지 않았을 거야.”
루이드의 말에 데이슨은 감탄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만약 제국에서 찾아왔다고 하면 무엇이라도 건질 수 있는 것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의 속국이나 이그라 주변의 다른 나라들을 생각하면 크게 얻어낼 것이 없었다.
“결국, 루이드 님의 뜻대로 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 와서 루이드 님의 수로 기술뿐만 아니라 숫자도 배워가고 있으니까요.”
“흐음…….”
“아, 그러고 보니 이웃 나라인 밀라비아에서 사절을 보낸다는 말이 있더군요.”
밀라비아는 제국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사절을?”
“아마 이번엔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술을 배워가려는 모양입니다.”
“흐음, 그렇군.”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루이드 님께서 특별히 찾으시던 장인을 데려왔습니다.”
“오!”
데이슨의 말에 루이드가 기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시게!”
데이슨이 외치자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