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7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73화(73/252)
제73화
제23편 고무, 고무!(3)
쿵, 쿵, 쿵!
로마의 작은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어……. 어어, 무…….”
작은 얼굴은 안쓰러울 정도로 파랗게 질렸다.
아주 짧은 찰나, 로마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가득했다.
‘제국에서 사람을 보낸 걸까? 제국 사람인 걸까?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걸까? 괜히 드워프랑 얽혀서는……!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대로 끌려가면…… 아니 끌려가기는 무슨. 지금 당장 목이 달아날 거야!’
“어이, 어이. 진정해라. 소녀여. 다짜고짜 내가 실수했군.”
몬드롬은 당황하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뭘 어쩌려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안색이 너무 나빠서,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로마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 드워프가 무슨 소릴 하는 거람?’
로마가 아는 드워프들은 이렇지 않았다.
괴팍하고 과격하고 걸걸해서, 같이 어울리고 싶지 않은 부류였다.
물론 세공이나 제련에 관련하여서는 배울 점이 많았지만.
제국에서 겪은 드워프들은 모두 언제나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들은 걸핏하면 성을 냈고, 물건을 부숴댔다.
“도움……이라니. 그냥 모른 척해주는 것이 돕는 거예요.”
로마의 입에서 날카롭게 가시 돋친 말이 튀어나왔다.
몬드롬의 움푹 들어간 눈이 민망함으로 물들었다.
“……간섭이라면 미안하군. 하지만, 나도 비슷한 고통을 겪은 적 있기에 그대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다.”
로마는 다시 한번 더 놀랐다.
눈앞의 드워프가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고 있었다.
‘비슷한……?’
심지어 자신의 연약한 부분까지 밝히며.
“소녀여. 나 역시 은둔자며 망명자며 도망자였다. 하지만 이 땅, 포커드의 영지로 와서 모든 것을 치유 받고 위로받았다. 그분께 마음을 열고 의지한다면, 아마 그대도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다.”
로마는 아직도 정신이 얼얼했다.
하지만 드워프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괴팍하기는 해도 영악한 부류는 아니었다.
“어려움을 겪은 만큼,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을 믿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루이드 님은 믿어도 좋다. 그분은 신에게 선택받은 자니까.”
신에게 선택받은 자.
몬드롬의 그 말이 로마의 귓가에 꽂혔다.
“그분이 하신 일들을 보아라. 단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가?”
과연. 로마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그리슨빌에서 본 것들, 루이드 포커드의 가신들이 하는 말들. 그 엄청난 업적들.
도저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이었다.
“소녀여, 그대에게 더 많은 것은 묻지 않겠다. 그럴수록 더욱 곤란하고 힘들 테니까. 나 역시 그런 때가 있었지.”
몬드롬의 그 말이 로마에게는 훨씬 더 진실하게 다가왔다.
‘그렇구나.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무슨 일을 겪었고 성주님께 도움을 받았구나.’
이제야 모든 것이 천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곳에 드워프들이 있었구나.
그래서 저 드워프는 오늘 만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 주고 있구나.
로마는 어쩐지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곳에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어쩌면 저 드워프들이 보호받은 것처럼 자신도 할아버지도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 하지만……. 크라우스 제국은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아무리 이곳의 성주님이시라도…….”
로마의 말에 몬드롬이 고개를 저었다.
그 고갯짓은 무척이나 힘이 느껴졌다.
믿음의 힘이!
로마는 감탄하고 말았다.
머리로는 알았다.
크라우스 제국의 망명자인, 도망자인 자신들을 거두는 일은 뛰어나고 명석한 성주에게도 부담스러우리란 사실을.
하지만 마음만은 완전히 기울어버렸다.
기대고 싶었다.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정말인가요. 그게 가능할까요.”
“물론이다. 만약에 루이드 님께서 그대들을 거두지 않으신다고 하셔도, 말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움이라도 주실 수 있을 거다.”
“그런……. 정말로…….”
로마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몬드롬은 깊은숨을 삼켰다.
그리고 작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내 고향 포에닉스와 라이트숄더의 모든 것을 걸고 보장하건대 그분은 나쁜 마음을 먹을 분이 아니다.”
“……!”
몬드롬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헬켄 백작에게 묶여 있던 자신들 또한 거두어 준 루이드가 아닌가.
결과적으로 헬켄 백작과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그때도 루이드와 포커드는 드워프들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싸웠다.
드워프들이 복수할 수 있게 되었다.
몬드롬은 눈앞에 있는 도망자 소녀가 도움을 받기를 바랐다.
그건, 그녀의 눈빛에서 과거의 자신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도망자는 도망자를 알아보는 법.’
몬드롬은 소녀가 슬기롭게 행동하기를 바라며 자리를 벗어났다.
* * *
‘흐음, 그렇게 된 거로구만.’
루이드는 벽 뒤에서 턱을 매만졌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몬드롬과 로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루이드가 대화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을 찾아온 몬드롬이 로마의 인상착의를 말하며 누구인지 물었다.
그것이 신경 쓰였던 탓에 슬쩍 따라와 본 것이었다.
‘크라우스 제국의 도망자들이라.’
크라우스 제국.
루이드 역시 제국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제국은 대륙의 어떤 나라에게든 위협적인 존재였다.
만약 제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최대한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다.
엮여 봤자 좋은 것이 하나도 없을 터였다.
‘물론 한 번 여행은 가보고 싶긴 하지만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루이드가 노력한다고 해도 크라우스 제국에 맞서서 싸워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
‘그나저나 감동인데, 몬드롬. 날 그렇게까지 믿어주다니. 제국을 겁내지 않는다라…….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크라우스 제국이 너무나 강력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도망자들을 받아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이그라 왕국까지, 게다가 왕국의 변경인 포커드 남작령까지 크라우스 제국의 손길이 닿을 일이 없었기 때문.
‘사실 크라우스 제국에서 이곳까지 망명자를 찾아올 확률이 희박하긴 하지. 제국령도 아니고.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일단은 이그라는 속국도 아니니.’
어떤 이유로 망명하게 되었는지 들어볼 일이었지만, 이미 제국령을 벗어난 이상 제국에서도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만큼 제국령 내부에서는 경비가 삼엄할 터였고.
띠링.
[당신은 목표를 바꾸기 힘든 상대를 설득했습니다.] [스킬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0.99]‘오.’
루이드는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했다.
숨을 죽인 루이드가 살짝 자리를 이동했다.
‘뭐가 진행됐나 본데? 로마가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 건가?’
실로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루이드는 기술자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그녀가 마음을 열고 속을 털어놓는 것을.
그날 밤.
젠과 로마가 찾아왔다.
‘사실 로마가 젠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로마와 달리 젠은 오랜 세월과 풍파를 겪은 자.
사랑하는 손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더욱이 쉽게 설득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루이드였다.
결국 그동안 루이드의 행동이 젠에게도 두터운 믿음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주님. 비록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성주님의 넓고 따뜻한 성품을 보았습니다.”
젠은 간절함과 사랑과 걱정이 잔뜩 묻어나오는 눈과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드리기 어려운 부탁이옵니다만…….”
그들이 할 말의 내용을 얼추 알고 있는 루이드는 젠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진지한 얼굴로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노인이 이야기하는 내내 곁에 앉은 로마는 불안한 눈으로 루이드의 표정을 살폈다.
“고생이 많았겠군.”
사정을 들은 뒤 루이드가 꺼낸 첫마디는 그거였다.
진심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루이드는 마음이 무척 아팠다.
아무리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라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
제국에게 점령당한 국가들의 상황은 루이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걱정하지 말게. 그대들이 이곳에 머무는 것은 내가 오히려 반길 일이지.”
루이드의 말에 로마가 눈물을 터트렸다.
안도의 눈물이었다.
“물론 그대들은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이그라 왕국은 생각보다 훨씬 제국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이지. 그리고 힘이 닿는 한 그대들을 보호할 것이니 걱정을 덜게.”
젠은 글라슨 가문과 제국의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루이드는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 정도의 일은 커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그 유명한 크라우스 제국에서 조용하단 말이지. 분명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럼 이런 일은 더욱이 신경 쓰기 어렵지. 이들에게 새 신분을 주고 품으면 크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지.’
그들의 새 신분은 아버지인 제이스에게 부탁하면 될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주님! 앞으로 충성을 다해서 포커드 남작령을 위해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혼이라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주름이 가득한 젠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억하게, 포커드는 온 힘을 다하여 가족을 지키는 곳이니.”
이렇게 루이드는 유리 장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 * *
“와, 저게 뭐야!”
“으악! 몬스터다!”
“히이익, 징그럽게 생겼어!”
그리슨빌의 성이 멀지 않은 마을.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구경하고 있는 것은 마을을 지나는 포커드 군의 행렬이었다.
이 행렬에는 포커드 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호위하고 있는 것은 몬스터 떼였다.
그 광경은 너무나 이색적인 풍경이어서,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리기도 하고 호기심에 잔뜩 들떠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몬스터의 정체는 리봉.
리그말 족의 은신처에서 사육을 위한 리봉을 보내온 것이었다.
“헉, 저 소인을 좀 봐!”
한 아이가 포커드 군이 둘러싼 행렬 사이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리그말 족 한 명이 있었는데, 말을 혼자 몰 수 없어 인간 병사가 탄 말에 함께 타고 있었다.
“저것도 몬스터야?!”
“삐우삐, 삐삐삐아!”
리그말 족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히이익!”
아이는 놀라서 어른들의 뒤로 숨어버렸다.
“아하하, 애들이잖아. 용서해주자.”
곁에서 말을 타던 아르헬이 리그말 족을 타일렀다.
“제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하고 이곳으로 나온 것인지 신비 드래곤님은 잘 아시잖아요!”
“알지, 알지. 룐룐. 네 맘 잘~알지. 그래서 친히 내가 너를 데리러 온 것이잖아. 인간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그래. 위대한 리그말 족인 네가 이해해.”
아르헬은 부쩍 의젓해진 얼굴로 룐룐을 타일렀다.
“참나, 신비 드래곤 님을 보고 참는 거예요!”
“하하하, 착하다. 룐룐. 그리고 그 신비 드래곤이라는 말 대신 아르헬이라고 부르라니깐.”
“하, 하지만…….”
“그편이 나도 훨씬 편하니까.”
아르헬이 활짝 웃자 룐룐의 얼굴이 붉어졌다.
행렬은 부지런히 움직여 그리슨빌 외성 밖에 마련된 리봉의 사육장에 도착했다.
앞으로 룐룐이 리봉을 사육할 곳이었다.
“자아! 들어가라! 이놈들아, 들어가라!”
룐룐의 신호에 따라 리봉들이 드넓은 우리 안으로 질서정연하게 들어갔다.
“이렇게 와 주어서 정말 고맙다.”
기다리고 있던 루이드가 룐룐과 병사들을 기쁘게 맞이했다.
“흐응, 영웅님께서 그렇게 부탁하니 어쩔 수 없었지요.”
“아니, 룐룐 그대가 무척이나 용감한 자이기에 가능했지. 감사한 마음이야.”
“에, 엣헴.”
룐룐은 우쭐해진 얼굴로 입술을 씰룩거렸다.
리그말 족에게서 리봉의 공을 계속 수입하고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리봉을 사육하는 것도 진행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슨빌 영지에서 리봉을 사육하려면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했다.
리그말 족 쪽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종족 간의 왕래를 허락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룐룐이라는 리그말 족이 용기를 낸 것이다.
‘좋아. 이제 고무도, 유리도 걱정이 없다. 그것들로 다른 여러 가지도 잔뜩 만들어낼 수 있고.’
거칠 것이 없는 루이드의 행보.
루이드 스스로도 자랑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아, 그런데 뭐. 사실 이 정도 했으면 뭘 더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강해지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다.
하지만 벌써 몇 년째 쉬지도 못하고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요즘은 책 읽을 시간도 잘 없고 말이야. 쯧.’
루이드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말을 탄 병사가 빠르게 다가왔다.
“성주님! 왕도에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왕도?”
루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