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7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74화(74/252)
제74화
제24편 작위(1)
“예, 엘빈 포커드 님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
“아, 둘째 형님께서.”
루이드는 밝게 웃으며 서신을 건네받았다.
‘요번 전쟁 때문에 형님께선 왕궁에서 또 가시방석이겠지. 미안하군. 형님께 선물이라도 보내야겠어.’
붉은색 밀랍으로 봉해진 서신을 뜯자 정갈한 글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내용인데? 왕도에서 왜 서신이 와?”
아르헬이 잔뜩 기대한 얼굴로 서신의 내용을 보기 위해 팔짝팔짝 뛰어올랐다.
“……어, 왕도로 오라는데. 밀라비아에서 사절이 온대. 그 전에 얼굴을 좀 보자는군.”
“에에?! 정말?!”
아르헬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하아, 바쁜데…….”
루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루이드, 우리 왕도에…… 못 가?”
“응?”
아르헬의 풀죽은 목소리를 듣자 루이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거 진짜 일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붙은 거 아닌지 몰라.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어 놓고!’
루이드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
“아냐, 갈 수 있어. 아르헬 왕도에 가고 싶어? 당연히 갈 수 있지.”
루이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다.
‘어차피 영지의 질서는 얼추 잡아놨다. 귀족들도 제법 말을 잘 듣고 있고. 걱정되는 것은 크게 없지.’
다른 영지나 가문이었다면 달랐겠지만, 루이드가 손 본 행정 체계와 가신들로 빠르게 영지는 안정화되고 있었다.
루이드를 믿고 맡긴 제이스조차 놀랄 정도로.
‘게다가 내가 자리를 비워도, 스킬로 영지의 사정을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으니까.’
루이드는 다시 한번 서신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럼 그 전에 미뤄둔 일을 좀 하고 가야겠는걸.’
* * *
그리슨빌 성의 알현실.
중앙 통로의 주변에는 가신들이 늘어서 있었다.
단 위에는 루이드가 서 있었고, 그 앞에는 헤이란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정갈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장내에 모인 모두가 낯설어 보이게 만들었다.
“제이스 포커드 남작의 대행으로서 그대에게 포커드의 기사가 될 것을 명한다.”
루이드가 검을 뽑아 헤이란의 양어깨를 번갈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눈짓하자 시종이 쿠션 위에 얹어진 검을 들고 나타났다.
“영광스러운 포커드의 검이 되어라.”
“포커드에 영광을.”
헤이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받았고 그의 맹세를 끝으로 기사 서임식이 끝났다.
서임식이 끝나고 그리슨빌 영주성에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헤이란의 기사 서임식을 축하하며 루이드가 연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성의 다른 모두가 헤이란이 기사가 된 것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것.
어찌 되었든 상관없는 이들도 이 작은 축제로 한층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될 터였다.
“어때, 좋지? 헤이란.”
한껏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루이드가 헤이란의 어깨를 툭 쳤다.
“……좋습니다.”
“뭐야, 표정이 안 좋은데?”
“……아닙니다, 좋습니다.”
“흐음, 아닌 거 같은데~ 뭔데, 말해봐.”
헤이란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이놈의 도련님. 언제는 자기가 쉽냐고 그랬다가 언제는 편하게 대하라고 그랬다가.’
살짝 얄미운 마음이 들었지만, 깊은 속마음으로는 그런 루이드를 좋게 평가하는 헤이란이었다.
사람을 들었다가 놨다가 하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설마 내가 헤이란에게 일을 떠넘기려고 기사 작위를 줬다던가,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헉.”
헤이란은 정곡을 찔린 나머지 소리를 내어 놀라고 말았다.
‘역시 눈치가 백단이야. 함부로 생각조차 할 수가 없군.’
꿀꺽. 헤이란이 침을 삼켰다.
“허얼, 진짜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아, 아닙니다…….”
“에이, 참 헤이란도. 우리가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만데.”
헤이란은 거의 선임에게 갈궈지는 이등병처럼 표정을 굳혔다.
“흠, 내가 그동안 헤이란에게만 너무 엄했던가?”
“아닙니다.”
“아닙니다만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루이드는 피식 웃고는 헤이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순수하게 믿어주면 좋겠군. 이전부터 생각해오고 있던 일이었어. 내 무심함 때문에 미뤄진 거고.”
“이전부터 생각하고 계셨다고요?”
“물론이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어, 자리 비네! 이러고 작위를 내렸겠어?”
“아, 아닙니다.”
“그대의 평소 행실을 좋게 보고 있었어. 늘 내 뒤치다꺼리를 열심히 해주지 않았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런 점도 마음에 들고.”
루이드가 웃자 그제야 헤이란의 얼굴도 풀어졌다.
“기사 작위는 그대가 정당히 받아야 할 성과고, 그리고 이번에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해낼 그대의 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명이 될 거야.”
확실히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평민에 용병 출신인 헤이란이 기사 작위를 받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루이드는 비록 자신이 까먹어서 계속 밀린 일이었지만, 그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그렇군요.”
헤이란은 감명받은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그 모든 것을 계산에 두고 계셨다니……. 정말이지, 성주님은 무서운 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니, 잘 부탁하네. 헤이란. 그대를 믿어.”
띠링.
루이드는 시스템 창에 떠오르는 평판 상승 알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다녀오는 동안 정말이지, 문제없겠군.’
* * *
“여분의 바퀴를 준비해서 오길 잘했다.”
루이드가 화이트에 올라탄 채로 마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차 안에는 아르헬이 드러누워 있었다.
“놀랐어. 바퀴가 세 번이나 터지다니. 말랑말랑하고 엄청 튼튼하고 질겨 보였는데.”
“내가 말했잖아. 아직 좀 더 강하게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세 번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바퀴가 망가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에는 제대로 포장된 도로라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도 사람이 사는 곳 근처는 괜찮았지만, 아무리 길이 나 있더라도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은 엉망진창이었다.
온갖 자갈과 돌, 나뭇가지와 뿌리가 타이어를 망가트렸다.
“모든 도시 간에 루이드의 도로가 다 깔리면 좋을 텐데. 그렇지? 대로만이라도 연결되면 훨씬 다니기 좋을 거야.”
“대단한 생각인데?”
루이드는 아르헬의 상상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사람이 다니는 대부분의 길에 도로가 깔리는 것은 루이드의 전생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고속도로를 닦아 놓으면, 캬. 볼만하겠는데.’
정말로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훨씬 안전하고 빠른 교통과 상업의 활로가 될 터.
“왕궁에 가는 김에 전하께 말씀드려볼까?”
“우왓, 좋아!”
아르헬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덧 왕도의 성벽을 넘은 루이드 일행.
익숙한 멋진 성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간 변한 게 없네.”
거리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풍경.
루이드가 지내는 그리슨빌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곳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달랐다.
성과 시가지의 풍경들까지도 그랬다.
모든 것은 루이드가 벌이는 공사와 사업들 때문이었다.
매일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닦이고 시설물이 들어섰다.
그런 곳에서 지내다 보니,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흐응. 이그라의 수도인데도 발전이 아주 더디게 느껴지네.”
일행은 곧 왕궁 안으로까지 진입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루이드 님.”
루이드가 궁정의 시종을 따라 걷자니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루이드!”
엘빈이었다.
“형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지. 네 덕분에.”
엘빈이 한쪽 눈을 깜빡거렸다.
“하하,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저 때문은 아니지요.”
“맞는 말이다. 아버지에게 다 들었다. 가족을 해하려는 자가 있는데 어찌 포커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전쟁을 승리로 이끈 네가 자랑스럽다.”
엘빈이 루이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내 막내 여동생이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아르헬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애정이 묻어났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아이들은 정말 쑥쑥 자라는군. 아르헬,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엘빈은 품속에서 작은 함을 꺼냈다.
“웬 선물입니까?”
루이드가 한눈에 보기에도 세공 수준이 대단한 상자였다.
“귀한 것을 얻었거든. 자, 열어봐라.”
“와아아!”
상자를 열자 아르헬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반짝이는 빛이 아르헬의 얼굴을 뒤덮을 정도였다.
“이게 뭐예요?!”
“문스톤이라단다.”
“문스톤? 그런 귀한 것이 어디서…….”
루이드는 깜짝 놀랐다.
문스톤은 오리할콘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다이아몬드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운 광물이었다.
그 빛이 마치 달빛을 머금은 것 같다고 하여 문스톤이라 이름이 붙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냥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그 빛과 이름처럼 정말로 달의 힘을 품고 있어 마법사들에게도 인기 있는 광석이었다.
거의 준 마정석에 가까운 물질.
‘진짜 문스톤이잖아.’
루이드는 스킬로 광물의 성분을 읽어냈다.
순도가 높고 깨끗한 문스톤이었다.
“내 막내 여동생이 마법에 큰 재능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힘들게 구했지.”
자르륵.
엘빈이 함에 있는 문스톤을 들어 올렸다.
문스톤에는 반짝이는 은빛 사슬로 된 끈이 엮여있었다.
목에 걸 수 있도록.
“오라버니! 정말 기뻐요!”
엘빈이 직접 아르헬의 목에 문스톤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문스톤이 아르헬의 가슴팍에서 반짝였다.
아르헬은 문스톤 목걸이에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그러고 보니 아르헬, 내게는 한 번도 오라버니라고 부른 적 없잖아.”
“헤에, 루이드는 루이드잖아.”
아르헬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굴렸다.
“상처받았어, 아르헬.”
“하하하!”
엘빈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런데 형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문스톤은 구하기가 힘들었을 텐데요.”
“이 형님이 다 방법이 있지.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서가 아니냐. 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수완이 좀 있거든.”
엘빈이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에이, 당연한 말씀을요. 복잡한 왕궁에서 이때까지 잘 해내고 계신 형님 아닙니까.”
“하하하, 녀석. 자,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가자. 전하께서 고대하고 계신다.”
“응? 정말입니까?”
루이드는 카이린 세반 국왕을 떠올렸다.
이전에 친구를 하자며 꽤나 질척하게 굴었던 국왕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연락이 없어 자신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든 줄 알았다.
그것이 루이드가 원했던 바였고.
“물론이지. 전하께선 무척 바쁘시지만, 그래도 네 소식을 늘 궁금해하신단다. 게다가 드디어 네게 작위를 내려주실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엥?”
엘빈의 말에 루이드는 멍한 얼굴로 바보 같은 소리를 내버렸다.
“엥이라니?”
엘빈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루이드를 마주 보았다.
“작위……라니요?”
“설마 서신을 받아 보지 못했느냐?”
“무슨 서신이요?”
“이런.”
엘빈은 당황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서신이 킬베리움으로 간 것인가? 하긴, 그건 전하께서 직접 보낸 서신이니…….”
“제가 작위를 받는다고요?”
“으음……. 뭐 이게 나쁜 소식도 아니고. 어쨌든 받으면 될 일이니까. 딱히 준비할 것도 없거니와…….”
“형님!”
“아, 아. 그래. 루이드. 내가 당황해서 잠시 혼이 나갔다. 그 서신이 네게 도착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루이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전하께선 네 걱정을 무척 많이 하고 계신단다.”
“제 걱정을요?”
“그래, 헬켄 백작과의 전쟁으로 많은 귀족의 혀 위에 올랐지 않았느냐.”
엘빈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아직 딱히 다른 압박은 들어오고 있지 않는데요.”
“그것이 다 전하의 배려 덕분이겠지.”
“……!”
루이드는 놀란 얼굴로 엘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포커드 가문이 남작의 위치에 있고, 중앙 정계에도 진출하지 않았으니 한쪽 무리가 마음을 먹고 누르려 한다면 힘든 일이 되지 않겠느냐.”
헬켄 백작보다도 더 강한 귀족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루이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전하께서 네게 작위를 내려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셨다. 백작의 작위를 내리기 위해 말이다.”
“백작이라고요?”
루이드는 하마터면 딸꾹질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