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화(8/252)
제8화
제8편 높은 곳으로(2)
“이, 이런!”
병사들은 모두 당황했다.
동료를 붙들려 했지만, 이미 너무 높은 곳으로 딸려 올라가고 있었다.
휘두른 검들은 허공만 갈랐다.
“다, 다들 활을……!!”
모두가 놀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금속 지배 가동.]“하앗!”
루이드는 곧바로 능력을 발휘했다.
단련 덕분에 찰나의 순간에 전신의 감각을 깨울 수 있었다.
채앵!
막시무스의 등에 매달아 놓았던 검집에서 다섯 개의 검이 뽑혀 떠올랐다.
‘일단 구출이 먼저!’
슈우웃!
검은 엄청난 기세로 쏘아져 나갔다.
“방패를 위로 들어라! 붙들리지 마라!”
루이드가 병사들에게 외치는 동안 쏘아져 나간 검은 제일 먼저 요한을 붙든 거미줄을 끊어냈다.
퍼억!
촤악!
우수수……!!
말끔하게 잘린 거미줄 뭉텅이가 하늘하늘 떨어졌다.
‘아슬아슬했군.’
요한의 머리가 거대한 거미의 톱니 이빨에 박살 나기 직전이었다.
루이드는 요한이 가끔 귀찮기는 해도,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케에에엑!”
거미가 분한 듯 괴성을 질렀다.
“우어아아악! 공자니이이임~!”
요한이 버둥거리며 추락했다.
“널 받아줄 만큼 튼튼하진 않아!”
루이드가 오른손을 횡으로 크게 움직였다.
솨아아악!
콰악!
검이 떨어지는 요한의 망토를 꿰뚫으며 나무에 박혔다.
“켁!”
나무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린 요한.
“땅에 떨어져 다리뼈나 목뼈가 부러지는 것보다 나을 거야!”
“콜록,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자님……!”
슈아아악!
와중에도 남은 4개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촤악!
검은 자유자재로 날아 끌려 올라가던 병사들을 떨어트렸다.
슉! 슈왁!
“히이익!”
“살았다!”
터억!
높이 끌려간 병사들은 요한처럼 추락하지 않게 매달고 적당한 높이의 병사들은 땅에 착지하게끔 했다.
‘훈련을 게을리했다면, 큰일 날 뻔했군.’
엄청난 집중력과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검술을 단련해 전투 감각을 상승시켜 놓은 보람도 있는 것 같고.’
물론 전생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것과 같았다.
병사들은 풀려났지만, 거대 거미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막아라! 공격해온다!”
촤아아악!!
거미줄 공격이 쇄도했다.
루이드의 명령대로 병사들은 방패를 쳐들어 거미줄을 막아냈다.
퍼억, 퍼억! 촤르륵!
“쏴라!”
한차례 거미줄을 막아낸 후, 나무 위의 거미들에게 활을 쏘는 병사들.
쉬이이익!
피융, 피융!
“케에엑!”
몇 개의 화살이 거미에게 맞았으나, 대부분은 나무에 박히거나 힘없이 떨어졌다.
‘거미의 위치가 너무 높고 숲이 우거져 있다.’
게다가 명중한 화살도 거미에게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한 것 같았다.
화살에 맞았는데도 거미는 놀랍도록 빠르게 움직였다.
‘흠.’
척.
루이드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집중했다.
깊은 곳에서부터 초상 능력의 힘이 루이드의 전신을 휘감았다.
[금속 지배 100% 가동 중.]그그그그……!!
“키, 키에엑?”
화살을 맞았던 거미들이 움찔거렸다.
우둑.
꾸둑!
얕게 박혀있던 화살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거미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살촉은 금속이지.”
루이드가 씨익 웃었다.
즈즈즈즉!
거미의 안으로 더 깊게 침투하는 화살촉.
“키에에엑!!!”
거미가 고통에 겨워 발광하기 시작했다.
“무, 뭐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병사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그때 웃고 있는 루이드를 발견한 건 헤이란 뿐이었다.
그의 눈에 루이드는 여유만만하게 손을 뻗고 허공을 손가락으로 비틀고 있었다.
‘막내 공자님이 뭔가 하고 있구나!’
우수수수!
거대 거미가 꿈틀대느라 나무가 흔들리고 나뭇잎이 비처럼 떨어졌다.
즈즈즉, 즈와아아악!
루이드는 거미의 머리까지 화살촉을 이동시켰다.
물론, 이미 거미의 온몸을 잔뜩 헤집은 후였다.
“터져라.”
[스킬 조물주물 발동.]퍼어억!!
루이드가 작게 외치는 동시에 거미의 머리가 폭발했다.
촤아악!
거미의 체액이 비 오듯 아래로 쏟아졌다.
휘이잉.
퍼억.
거대한 거미의 몸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쿠웅! 쿵!
그렇게 떨어지는 거미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으아악!”
병사들은 재빨리 피하거나 여럿이 모여 방패로 거미를 받아냈다.
“공자님? 어떻게 하신 겁니까?”
헤이란이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화살촉을 거미의 머리로 보냈지. 그리고 아주 잘게 쪼갠 다음에 사방으로 튕겨 보냈어.”
루이드는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헤이란은 그런 루이드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헤이란이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가 사용한 건, 새로 익힌 스킬의 능력을 응용한 것.
‘조물주물은 제조용으로도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말이지.’
전생에서 루이드가 꽤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기도 했다.
“케에에엑!”
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아직 많은 수의 거미가 괴성을 질러댔다.
“화가 난 모양인데?”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거대한 거미 몬스터!
“흐어어!”
병사들이 기겁하며 화살을 쏘았다.
태앵!
챙!
“화살을 막아내잖아?!”
루이드는 눈을 크게 떴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군.”
“크림슨 스파이더라고 하는 종입니다. 녀석들은 지능이 꽤 높아요!”
헤이란이 외치는 사이에도 거미들은 병사들의 공격을 피하며 일행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어림없지.”
루이드는 능력을 이용해 활을 쏘고 있는 병사들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놀고 있는 칼 좀 빌릴게. 난 이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거든.”
슈카아아아!!
루이드의 곁으로 몰려든 검들은 회전하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헤이란의 눈이 커졌다.
‘자이언트 울프를 잡았을 때 쓰던 기술이다. 그때보다 더 많은 수의 검을……!’
꿀꺽.
헤이란이 침을 삼키는 순간.
30개의 회전하는 검이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바람이 인 찰나.
검들은 마치 자석처럼 거미에게 쇄도했다.
퍼어어엉!!
퍼어어어엉!!
후두두둑.
거미들의 검은 체액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으악, 더러워!”
루이드는 자신의 바로 앞에 검 하나를 회전시켰다.
촤촤촤촤촤!
마치 프로펠러를 돌리듯.
덕분에 거미의 체액을 단 한 방울도 뒤집어쓰지 않을 수 있었다.
“……끝난 건가.”
“우……우와아아!!”
“공자님이……, 공자님께서 몬스터를 물리치셨다!!”
주위는 크림슨 스파이더의 신체 조각들과 체액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사사사사…….
루이드의 머리 위.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절지동물의 기척이 재빨리 멀어졌다.
“도망치는군.”
헤이란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더욱 강력해지셨군요.”
경외와 선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이었다.
루이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건질 수 있는 건 별로 없겠습니다.”
헤이란이 장화에 들러붙은 거미의 살점을 비벼 닦았다.
끈적끈적한 거미의 조각들은 자이언트 울프의 때보다 훨씬 훼손 상태가 심했다.
“아.”
아차 싶은 얼굴의 루이드 뒤로 피를 뒤집어써 새카매진 요한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공자니이이임~! 이제 내려주세요~!”
* * *
처억, 처억.
붉은 숲을 벗어났을 무렵엔 루이드 일행의 짐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있었다.
몬스터의 사체.
이번에는 팔 수 있을 만큼 온전한 상태의 것이었다.
‘소문대로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숲이었어. 내 능력이 각성하지 않았다면, 목숨이 위험해졌을지도.’
루이드는 뒤를 힐긋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그랬다면 애초에 붉은 숲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겠지.’
갑자기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은 현타가 엄습했다.
루이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쩐지 놀고먹기만 하는 삶이 저 멀리 멀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덕분에 레벨이 올랐지.’
루이드는 시스템 창을 보았다.
[PC:루이드 D 포커드]▷Lv.2(금속의 주인.)
근력과 힘, 민첩성 등 기본 스텟이 높아졌다.
‘이제 일반 검술을 할 때도 훨씬 수월하겠어.’
일반인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체 능력을 얻는 건 시간문제였다.
“정말 끔찍한 숲이었어요.”
요한이 꼬질꼬질한 얼굴로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왜? 나만 있으면 무섭지 않다더니?”
“그건 그렇지만요…….”
일행은 붉은 숲에서 총 3번이나 몬스터를 맞닥뜨렸다.
루이드의 활약으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벼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성도에 도착하면 의원을 찾아야겠군.’
어쩌면 자신 혼자 움직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실 때도 붉은 숲을 가로질러 가실 건가요?”
“그럴 생각인데?”
루이드가 씩 웃자 요한은 울상이 되었다.
“공자님이 몬스터를 쓸어버리신 탓에 돌아가는 길은 힘들지 않을 거다.”
헤이란이 킥킥대며 요한 곁을 지나쳤다.
요한은 크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곤 해도 붉은 숲을 가로질러 왔더니 빠르군요. 내일쯤 성도에 닿을 것 같습니다.”
헤이란이 루이드에게 바짝 붙어 말을 걸었다.
“그거 다행이야. 이제 슬슬 길에서 자는 건 그만하고 싶어서.”
“성도에 도착하면 가장 좋은 여관으로 안내하죠.”
“흠, 좋다.”
헤이란은 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리베리아에 간 적 있나 보군.’
루이드는 짐작할 뿐이었다.
시무룩해 있던 요한이 고개를 바짝 들었다.
“공자님, 저길 보세요.”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멀지 않은 곳에 한 무리가 보였다.
“행상인들인가 봅니다.”
“행상인?”
“예, 저 짐마차를 보십시오.”
헤이란이 손을 들어 그들을 가리켰다.
확실히 많은 짐을 실은 마차가 죽 늘어서 있었다.
“마차가 10대나 되는군.”
“규모가 크군요. 보통 행상인들은 아닌 듯합니다.”
헤이란의 말대로, 무리는 언뜻 보기에 루이드 일행과 비슷한 수로 보였다.
무장하고 말을 탄 자들도 꽤 있었다.
“척 봐도 저들은 용병이겠고.”
행상인들은 늘 용병을 끼고 다녔다.
그건 몬스터와 강도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방법이었다.
상인과 상단 소속의 짐꾼들을 제외하고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이 50명 남짓은 되어 보였다.
“용병이 저렇게 많다니, 돈 많은 상단이 분명합니다.”
루이드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랑 뭔 상관이야. 얼른 성도에 도착해서 침대에 눕고 싶다.’
샤워를 못 한 지도 몇 주째였다.
뒤집어쓴 몬스터의 체액들을 하루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오늘 저녁은 푸짐하겠군요.”
헤이란이 큭큭 웃었다.
“엥? 그게 무슨…….”
그 사이 상인의 무리에서 말을 탄 자 몇이 일행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포커드 가문 분들이시군요. 저는 루가데올 상단의 데이슨이라고 합니다.”
꽤 훌륭해 보이는 흑마를 탄 자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루이드는 그의 억양에 조금 놀랐다.
원래 평민들과 귀족의 말투는 척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말투와 어조, 사용하는 단어까지 모두.
그런데 데이슨은 꽤 유려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었다.
‘가문의 문양을 한눈에 알아본 것도 그렇고. 헤이란 말대로 고급 상단 출신인가 보군.’
헤이란도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이슨은 자신의 뒤에 있는 다른 자들을 소개했다.
그들 모두 크롬 백작령의 성도, 리베리아로 향하는 다섯 상단의 행상인들이었다.
헤이란이 루이드를 소개했다.
“그렇소. 이분은 제이스 포커드 남작님의 막내 공자님이시오.”
루이드는 눈을 찌푸리고 헤이란을 보았다.
‘어허. 그게 다가 아니지.’
다행히 헤이란은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남작령의 재무관이시기도 하지.”
헤이란은 얼른 말을 보탰다.
루이드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래처를 늘리고 싶은 모양이로군요.”
헤이란이 루이드에게만 들리도록 속닥였다.
“알만하군.”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과 엮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귀족에게 잘 보일 기회를 누가 놓치겠는가.
병사를 50명이나 이끌고 다니는 자라면 더더욱.
모른 척 지나치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도 있었다.
‘주위에 귀족이 있으면 알아서 기어. 라는 분위기지 여긴.’
상인들은 귀족의 눈치를 많이 보아야 했다. 영지마다 주인인 귀족들이 절대 법이니 당연했다.
그들의 눈 밖에 난다면, 장사는 둘째치고 영지를 지나는 일조차 골치 아파지게 된다.
영주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따라서 ‘통행료’의 값은 천지 차이가 났다.
양심 없는 귀족을 만난다면, 통행료를 내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법.
잘 처신해 귀족의 눈에 들어 놓는 건 손해가 아니었다.
‘바깥을 돌아다닌 일이 적으니 예상을 못 했군.’
데이슨의 눈은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목적지가 같은 것 같군요. 크롬 백작령의 성도엔 내일쯤 도착할 테니, 함께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헤이란이 말한 푸짐한 저녁이란 말이 바로 이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