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1화(81/252)
제81화
제6편 밀라비아의 그림자(2)
“무, 무슨……!!”
루빈 백작은 놀라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대체…….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십시오.”
본능이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루이드는 백작을 일으켜 세워 보내고 폭발음이 들린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르헬, 아르헬은 어디 있지. 괜찮은 건가.’
폭발음의 근원지에 다다른 루이드의 눈에 보인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전하!”
부연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것은 카이린 세반의 눈부신 은발, 그리고 그 앞을 버티고 선 레온 크레이브 공작.
“…….”
그리고 또. 왕궁 정원을 둘러싼 벽 위에 올라선, 복면을 쓴 괴한.
그 주변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정원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였다.
괴한은 루이드를 발견한 듯 살짝 고개를 틀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크레이브 공…….”
그와 동시에 루이드의 시야에서 레온 크레이브의 모습이 사라졌다.
콰아앙!!
곧 괴한과 레온 크레이브의 사이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아니, 폭발음이 아니라 마찰음이었다.
괴한의 검과 레온 크레이브의 검이 부딪힌 것.
엄청난 기의 격돌이 일었다.
루이드가 제대로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헉,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조차……. 소드 마스터라 이건가? 엄청나군.’
콰앙! 캉!!
눈 깜짝할 사이에 파찰음이 이어졌다.
‘그래도 저 움직임들이 얼추 보인다는 건, 내 실력도 꽤 봐줄 만 해졌다는 거지.’
루이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맨몸으로 붙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야. 살 떨리네. 게다가 저놈은 뭐냐. 소드 마스터인 레온 크레이브와 쌍벽을 이루고 있잖아?’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그라에도 수많은 오러 유저가 있었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결코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이그라에 존재하는 소드 마스터는 단 한 명.
레온 크레이브뿐이었다.
‘정체가…….’
두 사람의 검은 계속해서 부딪혔다.
오러의 격돌도 점차 강해졌다.
정원의 돌과 나무가 뽑혔다.
자칫하면 주위에 있는 일반인들까지 휩쓸릴 만큼 그 힘의 소용돌이가 거셌다.
감히 끼어들 수조차 없을 것 같은 전투.
다리가 후들거렸다.
루이드는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정말 괴물들이군. 이거 이러다가 왕궁이 완전히 박살 나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살피던 루이드의 시선에 다시 카이린이 들어왔다.
‘그래, 일단 전하를…….’
루이드는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흔들었다.
카이린 세반은 아주 뛰어난 검사는 아니었지만, 오러를 사용할 수 있고 검을 다루는 자였다.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 공작과 괴한의 기세가 너무 강했다.
그녀의 신체적 기량은 루이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떨어질지도 몰랐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오래 버티긴 힘들 터.
‘전하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루이드는 괴물들의 전투를 흘긋 보고 카이린 쪽으로 움직였다.
직접적인 전투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에게 맡기면 될 터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카이린 세반의 안위.
“포커드 백작……!”
카이린도 그제야 루이드를 발견하고 외쳤다.
몰아치는 오러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쉬익!
괴한의 몸쪽에서 무엇인가 날아왔다.
레온 크레이브는 물체를 따라잡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괴한에게 막히고 말았다.
콰앙! 카앙!
“크으윽!”
레온 크레이브가 신음성을 흘렸다.
‘안……!’
루이드는 반사적으로 초상 능력의 힘을 끌어냈다.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의 전투였지만, 레벨 6의 능력이라면 물체에 닿는 정도는 충분했다.
궤도만 틀어도 된다. 루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라?’
후욱.
능력의 힘이 카이린 세반에게 쇄도하는 물체에 닿기 직전에 흩어졌다. 아니, 분명히 닿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뭐?’
휘리릭! 퍼어어억!
루이드가 사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기도 전에 물체는 정확하게 카이린 세반에게로 날아가 꽂혔다.
그대로 카이린 세반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전하!!”
괴한의 검에 맞서며 레온 크레이브가 소리쳤다.
괴한은 그가 돌아볼 틈이 없도록 공격을 쏟아부었다.
‘말도……!’
루이드는 모든 상황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왜 능력이 통하지 않은 거지? 분명 저것은 금속일 텐데.’
쿠웅!
날아간 카이린 세반은 돌벽에 처박혔다.
벽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후두둑.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네놈……!!”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입술을 짓이겨 씹었다.
“용서 못 한다!!”
“…….”
콰앙, 콰아앙!
레온의 검이 빠르고 강해지기 시작했다.
“……큭.”
어느덧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괴한.
“어쩔 수 없지.”
복면 아래로 섬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싹.
소름이 끼쳐왔다.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아.’
오히려 그 음침한 목소리에 루이드는 오히려 현실감각을 되찾았다.
“내 검에 죽어라!”
콰아아아!
레온 크레이브의 눈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초점이 나갔다.
“공작! 안……!!”
루이드가 말릴 시간은 없었다.
후우우욱!!
공간을 압도하는 오러.
온몸이 짓이겨지는 거대한 압력.
‘안 돼……! 이건, 나도 위험하다! 스킬을 써야겠어. 이걸 이런 곳에서 쓰게 될 줄이야. 언제 쓰나 고심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져 버리네.’
즈즈즈즈!
순식간에 초상 능력의 힘이 루이드의 전신을 감쌌다.
‘아직 스킬 획득이 되지 않았지만……!’
키이이잉!
찰나의 순간에 온몸을 뒤덮은 초상 능력의 힘은 폭발할 듯 루이드의 몸 안을 휘저었다.
루이드의 푸른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크으으윽!”
스킬을 얻기 위해 훈련을 해 왔으나 없는 스킬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루이드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그 힘을 쓰는지 알았다.
엄청난 격통이 루이드에게 엄습했다.
“안 되면 죽는다고! 크읏!”
파직, 파지직!
전신의 핏줄에 초상 능력의 에너지가 타고 흘렀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같이 격렬한.
띠링!
번쩍이는 초상 능력의 에너지 사이에서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금강불괴] [스킬 금강불괴를 사용합니다.]촤아악!
시스템 알람과 동시에 루이드의 오리할콘 갑옷이 마치 액체처럼 녹으며 치솟았다.
‘좋아!’
좌아아악!
그리고는 다시 루이드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오리할콘에게 간섭하는 중력이 루이드의 몸 안에서 발동되고 있는 것처럼.
“크윽!”
스스스.
오리할콘이 루이드의 피부를 뚫고 그 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곧 루이드의 피부 전체가 옅게 반짝였다.
그 모든 일 또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벌어졌다.
일반인이 봤다면,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괴한과 레온 크레이브 공작조차 자신들의 전투 때문에 루이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킬 금강불괴.
이는 금속과 신체를 결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루이드는 이제 그야말로 강철과도 같은 신체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 아닌 것들과 붙으려면 확실히 인간을 초월해야지.”
루이드는 숨을 몰아쉬었다.
사실 이 스킬을 습득하기에 자신은 부족했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신이 오리할콘과 같이 강력해졌지만, 초상 능력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한 덕분에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운이 좋다. 오리할콘과 결합할 수 있게 되다니.’
전생에서 이 스킬을 사용했을 당시 구할 수 있었던 가장 강한 금속도 오리할콘의 발끝에도 오지 못했다.
오리할콘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전설의 금속.
‘전생의 나를 뛰어넘은 거야.’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루이드는 재빨리 카이린 세반이 파묻힌 곳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서 있기도 힘들었던 것이 거짓말 같았다.
‘확실히 달라졌다. 가볍고, 빠르고, 강해. 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몸이야.’
다를 만도 했다. 루이드의 뼈와 살은 완전히 오리할콘화 되었으니까.
슷.
초상 능력의 힘으로 벽의 잔해가 치워졌다.
‘그래, 스킬을 얻은 것도 그렇고 방금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내 힘은 제대로 발동되고 있다. 한데 아까는 왜…….’
루이드의 눈앞에 드디어 카이린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자세히 살펴볼 여력은 없었다.
‘얼른 벗어나자.’
척. 루이드는 카이린 세반을 둘러업었다.
츠아아!
레온 크레이브의 주위로 루이드의 눈에 보일 정도로 형형한 오러가 서리고 있었다.
검보랏빛으로 물든 오러는 불길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그그그그.
주위를 둘러싼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저런 미친놈. 이대로는 전하가 살아 있대도 곧 죽겠어.’
루이드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즈즈……!
루이드의 초상 능력이 카이린의 몸을 둘러쌌다.
곧장 감지되는 오리할콘의 기운.
루이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오리할콘 갑옷……!! 내가 줬던 걸 그대로 입고 있었어! 어쩌면 아까 그 공격에도 버텼을지 몰라!’
[스킬 조물주물 발동.]즈아악!
카이린이 입고 있던 갑옷이 죽 늘어났다.
그리고 보호막처럼 그녀의 전신을 둘렀다.
곧 카이린의 신체는 마치 오리할콘 박을 입힌 것처럼 변했다.
‘누가 보면 오리할콘으로 만든 조각상인 줄 알겠네.’
루이드가 금속과 완전히 결합한 금강불괴 스킬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응급처치라도 해야 했다.
‘오리할콘은 오러를 담은 충격에도 강한 금속. 조금이나마 신체를 보호해 줄 거다.’
타아앗!!
루이드는 카이린 세반을 업은 채 전력으로 질주했다.
“윽, 무거워.”
카이린 세반의 무게 탓이 아니었다.
그녀는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레온 크레이브의 오러 때문이었다.
폭력적인 오러가 주변의 모든 것을 압살시키려는 듯했다.
‘아니, 진짜. 저 새끼 미친 거 아냐?!’
루이드는 이를 악물었다.
화아악!
얼마나 달렸을까.
분명 찰나였겠지만, 루이드에게는 천만금 같은 시간이었다.
어느덧 온몸을 짓누르던 무거운 오러의 압박이 사라졌다.
“허어억!”
루이드는 숨을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에서 굉장한 파찰음과 함께 건물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앙!!
“미친놈…….”
그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전하.”
루이드는 다급하게 카이린 세반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능력을 이용해 오리할콘을 거두어들였다.
두근.
루이드는 바닥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카이린 세반의 가슴에 귀를 댔다.
“숨을…… 안 쉬잖아?”
루이드는 곧바로 목의 맥을 짚어보았다.
“이런, 씨.”
그리고 다급하게 카이린 세반의 상위를 찢어버렸다.
‘명치보다 높은 곳, 양 가슴에서 가장 높은 곳 사이.’
루이드는 카이린의 가슴 위에 올린 두 손을 아래위로 겹쳐 쥐고 팔뚝을 곧게 폈다.
‘아이씨, 이거 약하게 하면 안 되는데. 그런데 내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전하 역시 완전히 일반인은 아니지, 단련된 사람이니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배운 걸 아직도 안 잊어버렸네. 나참, 여튼. 모르겠다!’
루이드는 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더라도 심장이 다시 뛰는 게 먼저야. 집중하면, 부러지는 정도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흉부 압박은 일정하고 강한 압력이 포인트.
‘수직으로 체중을 실어 압박. 깊이는 최소 5cm. 속도는 분당 100회에서 120회! 30번!’
팟, 팟, 팟, 팟, 팟……!
30회의 흉부 압박을 마친 루이드는 한 손으로 카이린의 이마를 젖히고 다른 손으로 턱을 들어 기도를 확보했다.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불어 넣는다. 이때 가슴이 상승하는지 확인.’
훅, 훅!
빠르게 2회 실시 후 다시 흉부 압박을 시작하는 루이드.
‘제발……! 제발……!’
팟, 팟, 팟, 팟……!!
루이드는 기계적으로 카이린의 흉부를 압박했다.
아무리 판타지 같은 세상을 원했고, 즐겼지만.
이건 아니었다.
국왕의 자리는 위험하니 뭐니 하면서 그녀에게 오리할콘 갑옷을 선물하기는 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하필이면 이그라의 국왕이 테러를 당하다니.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었다.
왕실을 습격한, 왕을 시해하는 자객.
게다가 소드 마스터와 붙어도 쉽게 제압당하지 않는 실력자.
등 뒤로 소름이 끼쳐왔다.
그런 강한 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솔라를 만났을 때도 이러했을까?
아니었다.
솔라는 분명히 강했다.
하지만 조금 전 괴한과 레온 크레이브가 맞붙었을 때의 박력.
달랐다.
루이드는 확신했다.
솔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압도적인 힘을 처음 마주했을 때와 급이 달랐다.
괴한 쪽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레온 크레이브도 이성을 잃기 전까지는 카이린이 말려들지 않기 위해 힘을 제어했을 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아무리 흉부를 압박해도, 카이린의 심장이 다시 뛰질 않았다.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말도 안 돼, X발!”
루이드는 한국어로 된 욕을 내뱉었다.
“정신 차리라고!”
쾅!
“허어어억!”
카이린의 상체가 튀어 올랐다.
그녀는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을 쓸어 담듯 게걸스럽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컥, 커어억. 큭. 콜록, 콜록.”
“헐, 전하…….”
“컥, 크억……. 으으으……. 으으윽…….”
카이린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루이드는 카이린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두근, 두근.
그녀의 심장이 확실히 다시 뛰고 있었다.
카이린은 루이드의 품속에서 힘겹게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감히, 내게 무겁다고…… 하다니.”
“하아? 무슨 소립니까!”
루이드는 일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어쩐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웅성, 웅성.
어느새 주위로 수많은 사람의 인기척이 몰려들었다.
왕실 경비대나 시종이나, 어쨌든 위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들의 발소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몰아치는 안도감 속에서, 루이드는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발견했다.
“이건…….”
루이드의 힘이 통하지 않았던, 괴한이 카이린을 향해 공격했던 물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