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4화(84/252)
제84화
제9편 밀라비아의 그림자(5)
이미 사건이 터지기 전.
루이드는 미심쩍은 것이 있었다.
폭발음이 들리기 전에 루빈 백작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
그는 계속해서 이상하게 행동했다.
밀라비아가 이그라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
허나 루빈 백작은 어딘지 모르게 밀라비아를 낮추며 루이드를 포섭하려 하였다.
일반적이지 않은 태도였다.
누군가를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잘난 점과 강한 점을 더욱 내세우는 것이 맞지 않는가.
물건 하나를 팔아도 장점을 내세우면서 판다.
물건의 단점을 셀링 포인트로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루이드의 눈에는 그가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이성적인 판단을 잘할 수 없고, 간절해 보였다.
급박해 보였다.
무엇인가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
그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루이드는 이 회의장에 오기 전, 이미 루빈 백작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어서 자세히 말해보시오.”
카이린이 굳은 목소리로 루빈 백작을 재촉했다.
“우리 사절이 이그라로 떠나기 전, 단 며칠 전 일입니다.”
루빈 백작은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밀라비아는 그 어떤 외교적 움직임도 하지 말라, 라는 것이 괴단체가 보내온 편지입니다.”
“그곳이 괴단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카이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것은 짐작일 뿐입니다. 출처가 어딘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지요.”
“허어.”
레온 크레이브가 혀를 찼다.
“밀라비아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 피를 볼 것이다. 편지에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루빈 백작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협박이 확실하군. 하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도 없는데 감히 국가를 상대로 협박을 한다? 통할 리가.”
셜린 세반이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반쯤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라비아의 국왕께서도, 관리와 가신들 모두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불안했죠. 막상 사절로 움직이는 건 저였으니까요.”
루빈 백작은 조용히 신음했다.
“밑도 끝도 없는 협박 편지니, 그럴 수밖에. 모두의 상황이 이해는 가는 바다. 밀라비아 입장에서도, 사절이 떠나기 며칠 전에 출처를 알 수 없는 협박 편지 때문에 일정을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카이린은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의문의 편지 한 장으로 국가적 일정을 곧장 취소할 수 있겠는가?
경비가 훨씬 삼엄해지겠지만, 일정이 취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일정을 축소한 것입니다.”
“그랬군, 그래서 연회나 접대를 모두 거절하고 다시 밀라비아로 돌아가려고 했던 거고.”
카이린은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얼굴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피를 보기 싫었으니까요. 제가 간곡히 요청한 일입니다.”
“하지만 밀라비아를 협박했다면서, 공격당한 것은 카이린 전하 아닙니까.”
“그러니 밀라비아가 훨씬 곤란해진 거지, 지금처럼.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어쨌든 그들이 책임져야 하게 되었으니.”
크레이브 공작의 말에 셜린 세반이 대답했다.
루빈 백작은 벌벌 떨었다.
“밀라비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진 않지만, 극심한 압박은 가한다라.”
“흐음…….”
“어쨌거나 밀라비아에 대해 굉장한 악의가 느껴지는 사건입니다. 이 일에서 이그라는 그저 희생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루이드의 말에 테이블에 모인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거 엄청나게 기분 나쁘군.”
레온 크레이브가 으르렁거렸다.
“확실히.”
카이린의 표정도 어두웠다.
“밀라비아를 위협하기 위해, 이그라 국왕의 목숨을 노리다니.”
엑스트라나 부속물 취급을 당한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든 엄청난 수치였다.
“이런 일을 벌이다니. 감히.”
크레이브 공작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존재를 몰랐을 리가 없다. 목적이 밀라비아였다고는 하나…….’
루이드는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는 뜻은 밀라비아를 협박하고 있는 괴단체의 규모가 크고, 레온 크레이브에 맞설 수 있는 실력자가 넉넉히 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만약에 그들이 다시 공격해 온다면?
하나가 아니라 둘, 아니 그보다 더 많다면?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 짐작되는 곳이 없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물론 밀라비아 역시 우호국이나 적대국이 있습니다. 크라우스 제국과도 관계가 나쁘지도 않고요.”
루빈 백작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휘말릴 만한 일은 정말로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고 파렴치하고 폭력적인……!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이 일은 이제 밀라비아만의 일이 아니오.”
카이린은 루빈 백작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이제 이 사건은 이그라의 일도 되었으니, 힘을 합하며 괴단체를 추적하고 이 일의 죄를 묻기로 하지요.”
“……! 그, 그래 주시는 겁니까?”
루빈 백작의 얼굴에 환한 빛이 돌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에 말려든 이그라는 완전히 봉변을 당한 셈.
그 책임을 완전히 밀라비아에게 물 수도 있었다.
애초에 밀라비아가 제안한 사절의 방문에다, 밀라비아 때문에 벌어진 테러니까.
게다가 밀라비아 때문이라는 내용까지 모두 밝혀진 상황이니 죄를 묻는다면 루빈 백작은 엄하게 벌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 뭐 어쩌겠어. 내 생각에도 이게 낫다. 힘을 합쳐 이상한 놈들을 잡아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놈들인 거 같으니까.’
루이드가 생각했듯, 카이린 역시 괴단체의 규모에 관하여 계산을 마치고 위험을 대비해 밀라비아와 협력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루이드는 품속의 나머지 증거를 만지작거렸다.
“밀라비아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합니다.”
카이린은 그대로 펜과 종이를 꺼내, 서신을 작성했다.
이 일에 관하여 밀라비아와 이그라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이는 밀라비아의 국왕에게 바로 전달될 터였다.
“그리고 사절이 밀라비아로 돌아갈 때까지, 우리 태양 기사단이 사절의 안전을 보호할 겁니다.”
카이린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을 보며 눈짓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 태양 기사단이라니……! 감사합니다!!”
루빈 백작은 카이린이 쓴 편지를 들고 물러났다.
“의구심이 끊이질 않는군.”
문이 닫히자 레온 크레이브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실직고한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카이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밀라비아의 손해가 될 일을 고한 것은 나도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아. 그대의 말처럼 그건 그들 손해니까.”
“전하의 말대로 거짓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루이드가 말을 보탰다.
루이드는 루빈 백작을 신뢰했다.
‘왜냐하면, 내 스킬의 보정을 받은 것 같으니까.’
루빈 백작과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던 숙련도를 떠올렸다.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스킬.
그로 인해 백작은 따지고 보면 자신과 속한 국가의 손해가 되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된 것이다.
테러라는 커다란 사건 때문에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것도 스킬이 잘 먹힌 플러스 요인이었다.
“…….”
레온 크레이브 역시, 루이드의 말에 더는 크게 반박하지 못했다.
스킬의 잔잔한 능력도 있겠으나, 이미 루이드에게 진 빚이 많은 크레이브 공작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 자리에서는 더 진전이 없을 것 같군. 앞으로 밀라비아와 협력하여 괴단체를 추적하는 수밖에.”
“하아,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다니. 뭐, 지루한 왕궁이 좀 더 다이내믹 해지긴 했지만.”
셜린 세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무엇이 즐거운지 입꼬리는 쭉 올라가 있었다.
크레이브 공작은 그런 셜린을 경멸하듯 노려보았다.
카이린은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에게는 정말 고마움이 크다. 루이드 포커드 백작.”
“아닙니다, 전하. 단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으응, 아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거다. 고마워. 내 친구여.”
루이드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까딱였다.
* * *
루이드가 밖으로 나오자 밀라비아의 사절 루빈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포커드 백작님.”
“제가 무엇을요. 오히려 백작님께서 제게 밀라비아가 받은 협박 편지에 대해 솔직히 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밀라비아와 이그라는 형제 국가입니다. 같은 적과 맞서게 되었으니까요.”
루빈 백작의 눈에 의협심이 솟아올랐다.
“예, 밀라비아 국왕께도 잘 전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왕께서도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과 책임을 느끼실 겁니다.”
백작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루이드의 손을 꽉 쥐었다.
“언제 한 번 밀라비아에 꼭 들르십시오. 이 일에 관하여 포커드 백작님의 공을 국왕께도 소상히 전하겠습니다.”
“저의 공이요?”
루이드는 루빈 백작의 호의가 좋지만, 부담스러웠다.
‘또 밀라비아에서 작위를 받니, 전향하라니 그런 말을 잔뜩 할 텐데.’
그런 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루빈 백작이 결단한 듯 외쳤다.
“아무리 이번 사건이 있었어도 밀라비아에서 ‘꿀’을 거래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백작님께서 방문해주신다면, 그리하여 제가 백작님께 대접할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꿀’을 거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지요.”
“예? 그렇다고는 해도…….”
“꿀을 관리하고 꿀 장인을 배출하는 건, 바로 우리 루시빌 가문이니까요.”
루이드는 깜짝 놀랐다.
눈앞의 루빈 백작이 바로 그 루시빌 가문이라니.
그렇게 따지면 그는 밀라비아의 왕족 가문이었다.
‘이 양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집안 출신이었잖아?’
루이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그라의 정세가 흔들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밀라비아에 방문하도록 하지요.”
“고맙습니다, 백작님! 고맙습니다.”
루빈 백작이 루이드의 손을 꽉 쥐었다.
‘끄응…….’
어쩐지 귀찮은 친구를 얻게 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 * *
이그라 국왕 테러 사건이 있고 난 뒤, 며칠이 흘렀다.
“이제 돌아가는 거냐?”
루이드의 뒤로 엘빈이 서 있었다.
“네, 형님. 왕궁의 보수 작업도 잘 진행되고 있어요. 나머지 관리에 대해서는 관리들에게 잘 일러두었습니다. 로빈 톰멀 경과 약속이 있어서요. 클레벤으로 떠날 겁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장 알려주시고요.”
엘빈은 천천히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네가 자랑스럽다, 루이드. 네가 아니었다면 이정도로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뭔가 할 수 있어서요.”
루이드는 엘빈을 빤히 보았다.
‘마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말해주시지 않으려나. 얼른 가족들에게도 말해주시면 좋을 텐데. 모두 기뻐할 테지.’
루이드는 간질거리는 입을 앙다물었다.
엘빈은 딱히 심각하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닌가.’
엘빈이 다가와 루이드의 손을 맞잡았다.
“또 보자꾸나. 부디 건강하게 보내렴. 가족들에게도 안부 잘 전해다오.”
“예, 형님.”
“자주 보면 좋겠어~! 오라버니!”
달려 나온 아르헬이 맞잡은 두 사람의 손에 매달렸다.
“이런, 이런. 어엿한 영애가 되기에는 너무 가볍구나, 아르헬. 살을 좀 찌워야겠어.”
엘빈이 아르헬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앗~! 꺄하하하! 간지러워요, 오라버니!”
“루이드 네가 잘 가르치렴.”
엘빈이 빙긋 웃었다.
“이 아이는 정말로 뛰어난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다.”
“물론이에요. 누구 딸인데요.”
루이드는 우쭐해진 마음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르헬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뭐든 하게 해주고 싶고 뭐든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응? 하하, 그래. 물론 우리 아버지 딸이지. 아버지 성정을 따르면 뭐든 해내는 아이일 거다.”
“네? 아, 아아. 맞아요. 하하하.”
루이드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응?”
엘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르헬을 내려놓았다. 아르헬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엘빈의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닙니다. 여하튼, 형님도 건강하세요. 연락도 자주 하고 지내요.”
“그래.”
엘빈의 마중을 받으면서, 루이드는 달라진 풍경의 왕궁을 나섰다.
루이드가 메꿔 놓은 벽을 가득 채운 크랙 무늬.
“성이 벼락 맞은 것 같아!”
아르헬이 마차의 창문에 매달려 웃음을 터트렸다.
* * *
어두운 실내.
꽤 넓은 공간에 바닥에는 흐린 촛불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모양새.
사삭. 사사삭.
망토가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기척으로만 보면 꽤 많은 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그라에서의 임무에 실패했다지?”
굵은 목소리가 말했다.
누군가를 탓하는 듯한 말투.
“으응, 의외군. 아무리 소드 마스터가 있다고 한들 평범한 왕 하나 처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었던가?”
나른한 목소리가 물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방심했다고 봐야 하겠지.”
차가운 목소리가 대답했다.
“방심했다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여유가 생겼지?”
“하하하, 뭘 모르는군. 그렇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 아무도 우리의 말을 거스를 수 없으니 말이야.”
“그러게 쓸데없이 잡놈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니 감이 무뎌진 거야.”
“쓸데없다니, 이 세계를 움직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금화가 필요한지 모르는가?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야.”
여러 가지 목소리가 마구 뒤섞였다.
의견은 분분했다.
“그래서, 위기 상황인가?”
“그럴 리가.”
“놈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위기란 없지.”
“놈이 돌아오더라도 이젠 우릴 못 이겨.”
“흐응.”
“그래서 그 루이드 포커드란 자는, 신경 쓸 필요 없는 건가?”
시끌거리던 목소리가 일순간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