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6화(86/252)
제86화
제11편 클레벤의 사정(2)
루이드는 로빈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 그곳을요?”
로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데! 뭔데!!”
아르헬이 팔짝팔짝 뛰어올랐지만, 루이드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비밀!”
“아이참!”
아르헬은 짜증이 아니라 설렘으로 가득 차 얼굴을 찌푸렸다.
“말을 타고 가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2~3일 중으로 다녀올 수는 있나요?”
루이드의 말에 로빈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 급하게 다녀와도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출발하는 게 어떨지요.”
“흐음, 사실 전 괜찮습니다만.”
사실 루이드는 전혀 지치지 않은 상태였다.
‘초상 능력의 힘이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전생에서도 이랬던가? 20년 동안에 일반 몸에 익숙해졌더니. 새삼 좋네.’
게다가 괴한이 이그라 왕궁을 습격한 사건 이후 신체 능력이 훨씬 강화되었다.
루이드의 뼈와 근육에 합성된 오리할콘 덕분이었다.
‘오리할콘 덕분이기는 해도, 확실히 엄청난 힘을 얻었어. 내 예상보다 훨씬. 로빈 톰멀과의 대련 전에 힘을 빼놓지 않으면 안 될 수준이야.’
짚이는 것은 너무 많았다.
벌써 두 번째의 초월.
게다가 아르헬의 축복까지.
‘아직 아르헬의 축복이 어떤 메커니즘인지 잘 모르지만. 강해지는 건 좋은 거니까.’
루이드가 아르헬을 보았다.
“쉬었다가 내일 갈까?”
“갈 수 있어! 빨리 가보고 싶어! 내가 좋아할 거라고 했잖아!”
“영애께서 좋아하실 거라고요?”
루빈은 아리송한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하하,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럼 바로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경께서만 괜찮으시다면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지요.”
로빈이 손짓하자 마부가 달려가 말을 데려왔다.
다각, 다각.
네 사람은 말을 몰았다.
말의 등에는 네 사람이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 식량과 야영 도구가 실려 있었다.
루이드와 아르헬, 로빈 톰멀을 제외하고 잡일을 할 시종을 한 사람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신체가 강화되니 밖에서 야영해도 별로 힘들지 않고 좋아, 좋아. 역시 각성자가 최고야.’
루이드는 벌써 몇 해 전인 첫 야영을 떠올렸다.
‘능력을 과사용해서 현기증까지 느꼈었지. 그때 야영은…… 정말 끔찍했어.’
오랜만에 여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왕궁에서의 사건 때문에 계속 정신이 없었다.
아직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었고 불안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는 걸 루이드는 잘 알았다.
‘일단 아르헬에게 그걸 보여준 뒤, 찬찬히 조사해보자. 어차피 밀라비아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쪽에서도 조사를 멈추지 않을 거야.’
루이드는 역동적인 말의 움직임과 주변의 풍경을 즐겼다.
찬바람이 기분 좋게 뺨을 스치는 날씨였다.
“그곳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로빈 톰멀이 루이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책에서 봤습니다.”
“책이라고요?”
그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사들이 보는 책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틈틈이 읽던 책 중에 지금 가려는 곳의 정보가 있었다.
꽤 인상 깊은 내용이었기에 기억해 두고 있었던 것.
로빈 톰멀이 클레벤으로 초대했을 때도 아르헬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겸사겸사 수락한 것.
“아하, 그렇군요. 사실 그곳이 이곳 클레벤의 명소이기는 하지만, 왕래하는 사람이 적은 곳이거든요.”
“왜죠? 굉장한 곳이라고 들었는데요.”
“음, 그러니까……. 길이 험하기도 하고요. 별로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서요. 하지만 소문은 소문이니까요.”
로빈은 아르헬의 눈치를 흘끔 보더니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톰멀 경께서도 그곳에 가본 적은 없나요?”
“예에, 이곳 사람들은 굳이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소문 때문인가요?”
사실 루이드는 그 ‘소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책에서 읽었단 말이지.’
하지만 로빈의 반응이 재밌기에 계속 물어보는 것이었다.
로빈은 약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제대로 답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조심한다고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톰멀 경처럼 뛰어난 기사도 무서운 것이 있나요?”
“아,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니고……. 그게…….”
“무서워?”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거든.”
로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소문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아아, 들켰네요.”
루이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깜빡 속았네요.”
로빈도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는 민망해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이지만, 설명을 좀 해 드릴까요?”
로빈은 다시 아르헬의 눈치를 보았다.
“네, 좋죠. 아르헬, 괜찮지?”
“응! 난 귀신 하나도 안 무서운걸! 유령도!”
아르헬은 신이 난 듯, 말 위에서 발을 파닥거렸다.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은 넬반 폭포입니다.”
“폭포!”
아르헬의 눈이 반짝거렸다.
“무척 큰 폭포여서, 이그라에서 이것보다 더 큰 폭포를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로빈의 설명을 듣던 아르헬이 살짝 루이드를 올려보았다.
루이드는 그 눈빛만 봐도 아르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귀신이 나오는 폭포라니. 재밌긴 하지만 아르헬은 지금 실망했겠지. 무엇보다, 실망했는데 안 한 척하는 게 너무 귀여워.’
하지만 루이드가 숨기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다.
루이드는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르헬을 보았다.
“다만, 이 고개 이후부터는 조금 긴장하셔야 합니다.”
“왜요?”
아르헬이 로빈의 말을 따라잡으며 물었다.
“몬스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몬스터! 어떤 몬스터가 나오나요?!”
전혀 겁먹지 않는 아르헬의 모습을 보면서 로빈은 입을 떡 벌렸다.
“영애께서는 정말 용감하시군요.”
“엣헴, 제가 좀 용감하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마법도 좀 할 줄 알거든요.”
“정말입니까?!”
로빈은 정말 놀란 것처럼 보였다.
“보여줄까요?!”
“가능하시다면, 저야 영광입니다!”
아르헬은 손 위에 라이트로 광구를 만들어냈다.
또 작은 파이어볼까지 만들어 뽐냈다.
‘귀여워 죽겠군.’
로빈을 상대로 으스대는 아르헬을 보면서 루이드는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단하시군요, 이렇게 어린 나이인데도 용감하시고 똑똑하신데 마법까지……! 정말 대단합니다. 일전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아가씨는 절대로 꼬마 영애가 아니시군요.”
“헤헤, 다 루이드 덕분이에요.”
아르헬은 로빈의 칭찬이 기분 좋은지 양 볼이 장밋빛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백작님 덕분이요?”
“네! 루이드……. 그러니까 오라버니가 아니었다면, 전 아직 동굴 속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하하, 아르헬. 무슨. 다 네가 타고난 재능을 노력까지 해서 발전시키고 있는 덕분이지.”
동굴 이야기에 놀란 루이드가 재빨리 맞받아쳤다.
루이드의 염려와는 달리 로빈은 감동한 듯한 얼굴이었다.
“동굴 속이라……. 영애께선 문학적 감성이 출중하시군요.”
그는 동굴 이야기가 그저 비유인 줄 안 모양이었다.
“두 분이 우애가 넘치시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사실 저도 누이가 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몰랐군요.”
루이드는 아까 클레벤의 알현실에서 본 톰멀 후작의 자식들을 떠올렸다.
“아아, 누님께서는 몸이 약해 방 밖으로 잘 나오지 못하십니다.”
로빈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아르헬 아가씨처럼 건강하고 씩씩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병을 앓으시는 겁니까?”
“음,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에는 건강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일입니다.”
아르헬은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
“어느 날 열병을 앓으신 후부터는 몸이 아주 약해졌다고 하더군요. 왕도의 의사들을 데려왔는데도 차도가 없었고요.”
로빈의 얼굴에서는 측은함이 뚝뚝 떨어졌다.
“누님께서도 건강하실 땐 마법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아르헬 아가씨를 보며 누님 생각이 더욱 나는 것 같습니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르헬이 다짜고짜 물었다.
“누님을요? 아마 누님의 상태를 보고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워낙에 몸이 약하셔서요. 가족들과도 자주 만나질 못한답니다.”
로빈은 머쓱하게 볼을 긁었다.
“아, 이제 슬슬 아영을 준비해야겠군요.”
로빈이 말의 속도를 늦췄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겨울에, 숲속으로 들어왔더니 금방 어두워지는군요.”
네 사람은 말을 세우고 적당한 곳을 찾았다.
“흠, 시작해 볼까.”
루이드가 빠릿한 움직임으로 자리를 준비했다.
원래 야영 준비는 따라온 시종이 전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이드는 시종의 일을 거들어주었다.
“나, 나으리. 제가 하면 됩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내가 답답해서 그런 거니까.”
“다, 답답이요?!”
시종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니, 자네가 일을 못 한다는 게 아니라. 내 성격이 그러니까 자네가 참으라고.”
“예……? 예에?”
시종의 얼굴은 난감함과 어리둥절함으로 얼룩졌다.
타닥, 타닥.
곧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백작님은 참 독특하신 분입니다.”
“으응?”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으시는군요.”
로빈 톰멀의 말에 음식 준비를 하던 시종이 힐끔거렸다.
“아아, 그냥. 다 같이 하면 빨리 끝나니까 그런 겁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루이드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굉장한 일벌레라고 하시더니 이런 작은 부분도 아주 열심히 하시는군요. 정말 배울 점이 많습니다.”
“에헤이~, 뭐 이정도를 가지고.”
루이드는 속으로 반성했다.
‘아이참, 자제하려고 해도 잘 안 되네. 난 귀족인데 말이야. 이게……. 이번 생에서 능력을 각성하고 나선 더 심해진 것 같아.’
그냥 답답했던 것뿐인데, 이곳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너무 부지런한 루이드였다.
“아닙니다. 아랫사람들이 할 일까지 손수 모범을 보이시니, 포커드의 영지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로빈의 말을 들으며 시종이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하기로 소문난 저희 둘째 형님도 이런 궂은일을 직접 하시지는 않으시거든요. 아마 형님은 아궁이에 불 때는 법도 모를 겁니다. 하하하. 정말이지 백작님은 독특한 분이세요.”
띠링. 띠링.
루이드의 눈앞에 아주 미약한 수치지만, 평판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별난 놈인 덕분에 평판은 잘 올라가네.’
루이드는 헛기침을 했다.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부끄럽네요. 귀족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덕목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하, 하지만……!”
로빈은 입을 우물거렸다.
“확실히 그런 이유로 백작님을 깎아내리는 무리가 있습니다.”
‘어라, 정말로……? 막상 들으니 열받는데.’
이미 예상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받은 백작위 역시, 그런 여론을 신경 쓴 결과일 터.
“뭐, 예상하고…….”
루이드가 뭐라고 덧붙이기 전에 로빈이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백작님을 직접 본 사람들을 그런 말을 절대 하지 못할 겁니다!”
로빈은 간절한 눈으로 외쳤다.
“전 정말로 백작님을 존경하고 있답니다!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두 주먹까지 꽉 쥐고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참으로 젊은이다운 풋풋하고 어수룩한 고백이었다.
‘으응, 말하지 않아도 사실 다 아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도! 나도 루이드를 존경해!”
아르헬이 눈에 힘을 잔뜩 주며 끼어들었다.
음식을 준비하던 시종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졸지에 엄청 훈훈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잖아.’
루이드는 어서 솥의 스튜가 완성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폭포를 향해 떠난 이틀째 밤.
루이드와 아르헬은 전날과 같이 로빈이 들려주는 클레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로빈 역시 아르헬이 들려주는 루이드의 사업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하루 만에 부쩍 친근해진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이었다.
이 여정에 따라온 시종은 일손도 빠를 뿐 아니라 성품이 괜찮은 자였다.
루이드는 영지에 두고 온 요한을 떠올렸다.
그래서 요한에게 대하듯 그를 더욱 편안하게 대우해 주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종에 의해서 평판은 열심히 올랐다.
“한슨이 좀 늦는 거 같은데?”
루이드의 말에 로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