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7화(87/252)
제87화
제12편 클레벤의 사정(3)
“그렇군요, 백작님의 말대로입니다.”
오늘의 야영지는 냇가에서 가까운 수풀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사용한 식기를 헹구기 위해 한슨이 자리를 비운 지 벌써 한 시간가량이 흐른 상태였다.
“뭔가 이상하군.”
졸졸졸.
이곳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냇가와 가까운 곳.
“제가 가보겠습니다. 사실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이곳은 몬스터가 많다고 알려진 숲이거든요.”
로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루이드는 묘한 불길함을 느꼈지만, 로빈도 톰멀 가문에서 실력 있는 기사였다.
믿지 못하는 것도 실례.
루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빈은 재빨리 냇가로 향했다.
“괜찮을까?”
아르헬이 물었다.
“……뭔가 느껴지니?”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빛을 받은 아르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응, 이상해. 바람이…….”
사사사사사!!
순간 불어온 돌풍에 모닥불의 불이 꺼져버렸다.
“……아르헬, 이리로.”
루이드는 곧바로 아르헬을 품에 안고 풀쩍 뛰어올랐다.
숨을 죽이고 기척을 느끼려 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어째서? 이제 내 신체 능력과 감각으론 어느 정도 잡아낼 수 있을 텐데.’
엄청난 몬스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을 죽이는 루이드.
“아니야, 루이드. 우릴 지나쳤어.”
아르헬이 루이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로빈.”
루이드는 아르헬을 안은 채로 재빨리 로빈이 이동했을 냇가로 달렸다.
“톰멀 경!”
루이드는 곧 로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그가 공중에 떠올라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공중제비를 도는 것처럼 2m 정도 떠오른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게 무슨…….”
“허, 허억! 배, 백작님!”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던 로빈이 루이드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검을 뽑은 채였지만, 제대로 반격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루이드는 놀랐다.
로빈 톰멀은 호락호락하게 당할 실력이 아니었기 때문.
“이건 마법……?”
문제는 루이드의 눈에도 로빈을 공중으로 띄워 올린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기척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놓아줘!”
외친 것은 아르헬이었다.
“……어라?”
“어어어?”
놀랍게도 아르헬의 외침에 빙글빙글 돌던 로빈의 움직임이 멈췄다.
스슥.
쿵!
“윽!”
로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르헬, 어떻게 한 거야?”
“대화를 한 거지.”
아르헬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대체 뭐랑?”
“음……. 앗, 갔어! 물을 따라 가버렸어.”
아르헬이 물의 상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갔다고?”
“응, 이젠 여기 없어!”
“……괜찮습니까?”
루이드가 경계하며 로빈에게 다가갔다.
로빈은 엉덩이를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냇가 주위의 자갈밭에 떨어진 터라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전 괜찮습니다, 한데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로빈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기운을 느꼈습니까?”
“느낄 순 있었지만, 순식간이었습니다. 대처할 시간도 주지 않더군요.”
“이젠 없어요!”
아르헬의 말에 로빈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기운을 읽어보니 과연 사라졌군요.”
로빈의 발치 근처에 한슨이 가져왔던 식기들이 흩어져있었다.
“저항의 흔적이나, 혈흔은 없습니다. 아마도 저와 똑같이 당한 모양인데…….”
“데려갔어요.”
루이드의 품에 안긴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려……갔다고?”
“응, 해치진 않았을 거야.”
“아르헬 아가씨께선,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로빈이 걱정되는 얼굴로 아르헬에게 물었다.
“나한테 이야기해줬는걸. 아까 그 ‘친구’가 일행인가보다, 라고. 폭포로 오라고 했어.”
아르헬은 두려워하거나,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한슨을 데려갔다고…….”
“사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움직이면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폭포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 곧장 이동하죠. 한슨이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루이드와 로빈은 빠르게 짐을 챙겼다.
“밤이라 몬스터와 마주치는 것이 염려되지만, 물을 따라 움직이면 그나마 나을 겁니다.”
루이드가 말하며 앞장섰다.
탓, 타닷!
세 사람은 빠르게 움직였다.
로빈 또한 오러 사용자에, 기사로서의 수련을 한 자였기 때문에 루이드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
콰아아아!!
곧 폭포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 엄청나다!”
루이드의 품에 안긴 아르헬이 외쳤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넋을 놓고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루이드 역시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폭포.
달빛을 받아 부서지는 폭포수는 마치 은하수를 코앞에서 보는 듯했다.
“한슨이 어디에 있는지 알겠습니까?”
“아니오. 폭포의 소리가 워낙 커서 인기척은커녕…….”
로빈이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루이드 또한 한슨이 어디에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
거대하고 소란스러운 폭포만이 그들 앞에 있을 뿐이었다.
“저기.”
그때, 아르헬이 폭포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저기?”
“안쪽에 있어.”
“안쪽이라고요?”
로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폭포수 안쪽에 공간이 있어.”
“아르헬, 너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르헬 아가씨, 혹시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건가요?”
로빈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하하하!”
아르헬이 웃음을 터트렸다.
“안쪽에서 말을 걸고 있어. 이건……. 마력이 담긴 목소리인가 봐.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나 본데. 이렇게 크게 외치고 있는걸!”
아르헬이 루이드의 옷을 꽉 잡아끌며 재촉했다.
“흐음…….”
“백작님…….”
로빈은 아르헬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게 맞긴 하지. 그가 보기에는 아르헬은 그저 평범한 10살짜리 같아 보일 테니까.’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루이드는 달랐다.
“그래, 아르헬. 널 믿는다.”
“역시 루이드!”
“하, 하지만 백작님. 저길 무슨 수로…….”
확실하게 폭포의 뒤편에 공간이 있다고 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폭포는 루이드 전생의 나이아가라 폭포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절반 정도는 되어 보일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컸기 때문.
넓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커다란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의 무게, 힘.
아무런 대책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온몸의 뼈가 부서져 버릴 터였다.
‘대형 트럭에 치이는 것과 같을 테지.’
루이드가 로빈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예?”
슥.
로빈은 루이드의 눈동자에 빛이 어리는 것을 보았다.
[금속 지배 가동 중.]펄럭.
루이드의 망토에 고정된 수많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그건…….”
그리고 루이드의 허리에 둘린 원통 모양의 물체.
금속으로 된 막대였다.
검과 쇠막대가 솟구쳤다.
“헉!”
츠츠츠츠.
쇠붙이들은 공중에서 모양을 만들어나갔다.
“마, 마차?”
로빈의 눈에는 그것이 마차로 보였다.
쇠로 만들어졌지만, 사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설치되어 있고 안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다.
루이드는 케이블카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다.
‘흠, 어차피 케이블을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마차가 맞는 말이겠군.’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백작님의 혈계 능력이로군요.”
로빈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마법 같아요.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신다고 들었는데, 허……. 그렇다면 이 금속을 평소에도 들고 다니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는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아무래도 주위에 금속이 많은 편이 좋아서요.”
땅에서 금속을 뽑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반이 약해졌다.
해서 건물 안이나 지반이 원래부터 약한 곳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던 것.
이곳 역시 수분이 풍부한 지형으로 조심해야 했다.
오리할콘과 합성된 이후로 신체 능력이 강화된 루이드는 무거운 금속을 직접 지고 다녀도 일상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자, 그럼 들어가죠.”
“저, 저것을 타고요?”
“이야! 신난다!”
아르헬이 제일 먼저 폴짝 뛰어올랐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빈이 떨리는 얼굴로 루이드의 쇠 마차에 올라탔다.
‘이대로 돌진한다면 차체가 많이 흔들리고 소음도 장난 아니겠지.’
츠아앗!
루이드는 남은 금속으로 또 하나의 지붕을 만들었다.
마차 위에서 물을 한차례 막아줄 지붕이었다.
“자, 갑니다! 아르헬 저기로 곧장 가면 되냐?”
“응! 루이드! 가자!”
“출발!”
슈우우욱.
루이드의 쇠 마차는 단숨에 폭포로 돌진했다.
“윽!”
타다다다다닥!!
쇠 마차 위로 있는 지붕으로 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응? 하지만, 생각보다…….’
루이드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동안 쇠 마차는 금방 폭포를 통과했다.
“허어.”
쇠 마차 안에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던 로빈은 감탄을 뱉었다.
“놀랍군.”
루이드 역시 놀랐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굴 입구가 폭포수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톰멀 경.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오. 전혀 몰랐습니다. 톰멀 가문이 이 땅을 다스린 지 벌써 200년이 넘는데 말입니다.”
그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이드의 힘으로 공중에 떠 있던 쇠 마차가 동굴 입구, 안전한 곳에 착지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걸어가죠.”
츠츠츠츠. 촤아앗!
루이드는 쇠 마차를 거두어들였다.
쇠 마차는 마차의 모양에서 분해되었다.
검과 막대의 형태로 돌아와 자동으로 루이드의 망토와 허리춤에 수납되었다.
“다시 봐도 놀랍군요. 마법사들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으론 환상을 보여주진 못하니까요.”
로빈은 낮게 웃으며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저벅, 저벅.
“그러고 보니 무척 조용하지 않나요?”
루이드가 말하자 로빈이 놀란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군요? 그렇네요? 아무리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지만, 그렇게 큰 폭포가 바로 앞에서 쏟아지고 있는데. 너무 조용합니다.”
“아까 폭포를 통과할 때도 그랬습니다.”
“예?”
로빈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 정도로 많은 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가 작았거든요.”
“……허어.”
“게다가 애초에 전 대륙에 가뭄이 이어지는 이때, 아무리 커다란 폭포라고 해도…….”
“……!! 그, 그렇군요!”
로빈이 외치는 동시에 그의 몸이 훅 떠올랐다.
“헉!!”
“또……!!”
쉬이이이익!
그리고 로빈의 몸은 어두운 동굴 안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으아아아아!”
“톰멀 경!”
루이드는 아르헬을 껴안은 다음 로빈을 쫓아 달려들어 갔다.
“내가 좋아할 거라던 게 바로 이거였구나, 루이드!”
아르헬이 밝은 얼굴로 루이드의 옷을 붙들어 맸다.
“뭐?”
화악!
루이드가 제대로 물어보기도 전, 발밑이 훅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