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8화(88/252)
제88화
제13편 클레벤의 사정(4)
“허엇!!”
촤아아악!
루이드의 망토와 허리춤에 있던 금속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몸을 받쳤다.
“휴우.”
우우웅.
소리가 울렸다.
쉬우우우우.
바람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넓은…… 동공?’
“……라이트!”
아르헬이 루이드의 품에서 외쳤다.
루이드와 아르헬의 몸을 받친 금속이 밝게 빛났다.
“오. 잘했다. 아르헬!”
“엣헴. 마법을 헛배운 게 아니라고.”
“……벌써 이렇게 커버리다니.”
루이드는 아르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흠.”
촤아악!
루이드는 라이트가 걸려 있는 쇳조각을 잘게 부수어 마치 반딧불이처럼 주위를 밝혔다.
“엄청나게 큰 동굴인데. 폭포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어.”
“루이드! 저기! 저기로 가자!”
아르헬이 루이드를 잡아끌었다.
동공의 바닥에는 통로가 있었다.
쉬오오오.
그 안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분다는 건 반대편에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다는 건데.’
루이드는 동굴의 구조를 상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소리와 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때 아르헬이 루이드의 옷을 잡아당겼다.
“괜찮아, 루이드. 가자!”
“……그래, 아르헬.”
루이드는 리그말 족과 조우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신비 드래곤의 능력 덕분에 무엇인가에 끌리는 것일지도 몰라. 사실…… 내가 준비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사실 루이드가 아르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달맞이꽃이었다.
책에 쓰인 내용에 의하면 폭포 가장 윗부분에는 엄청나게 넓은 달맞이꽃 군락이 있다고 했다.
그냥 단순한 군락이 아니라, 정말 마법과도 같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락.
마법사가 보기에도 황홀한 장관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어쩐지 달에 관련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달맞이꽃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한 것뿐이었는데.’
달맞이꽃에는 미약한 마력이 흐르고 있어서, 일대에 도는 유령에 관한 소문은 꽃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만든 허상이라는 것이었다.
그 또한 아르헬이 무척 좋아할 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네.’
탓탓탓.
루이드가 통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로빈 톰멀까지 사라져 버리다니.’
아르헬의 눈치를 보니,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로빈이 잘못되면 난 영원히 톰멀 후작 가문과 척지게 되겠지.’
루이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 루이드! 저기!”
금속 조각들이 밝혀주는 통로의 끝, 아르헬이 가리킨 곳에는 로빈이 있었다.
“톰멀 경! ……어라?”
다급하게 달려가던 루이드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로빈의 뒤로는 한슨도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기척이 심상치 않았다.
“뭐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눈은 마치 죽은 생선처럼 탁하게 변해 있었다.
“아르헬…….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니?”
“어라?”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스아아아악!
로빈이 검을 빼 들어 돌진했다.
카아아앙!!!
루이드와 로빈의 검이 부딪혔다.
“크으으윽.”
찌릿, 찌릿.
‘강하잖아.’
오리할콘과 결합했다고 하더라도 감각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로빈은 오러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러가 검에 일렁였다.
‘기분 탓이 아니지? 요즘 들어서 오러가 훨씬 잘 느껴져.’
루이드는 힘겨루기를 하며 검 너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역시, 조종당하고 있나 본데.’
좀 전까지의 정황만 봐도 대충 예상이 갔다.
그간 절대로 판타지 소설을 헛읽지 않은 루이드였다!
‘문제는, 제정신이 아닌데도 엄청나게 강해. 다치지 않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귀한 집 도련님이 다치는 건 안 될 말이었다.
슈우우욱, 츄르르륵!
루이드의 금속들이 모여들었다.
금속들은 합쳐져 채찍의 모양을 만들었다.
촤아악!
채찍은 로빈을 사로잡기 위해서 사방에서 쇄도했다.
쉭, 쉬익! 촤앗!
“빠르잖아!”
로빈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루이드의 금속들을 피했다.
“제길, 이거. 생각보다 훨씬 실력이 무시무시하군. 로빈 톰멀 경.”
루이드는 인상을 찡그린 채 씩 웃었다.
타앗!!
루이드의 채찍을 따돌린 로빈 톰멀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허잇!”
루이드가 가까스로 로빈의 검을 피해냈다.
‘흐음, 환술 같은 걸까? 그저 조종 마법일까?’
파앗!
루이드가 톰멀의 공격을 흘려보내며 손날로 그의 등을 후려쳤다.
빠악!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차.’
오리할콘과 결합한 신체는 루이드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타격을 만들어냈다.
“컥!”
“아차차, 미안!”
루이드의 말에 로빈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검을 휘둘러왔다.
제정신이었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검의 궤도로.
“인제 그만!”
아르헬이 외쳤다. 루이드에게 외친 것은 아니었다.
루이드는 아르헬의 외침을 듣고 곧장 초상 능력의 힘으로 로빈을 제압했다.
슛.
“헛!”
로빈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애초에 루이드는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로빈 톰멀은 강철로 된 갑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어떤 식으로 조종당하는 건지 좀 보려고 했더니만.’
“인제 그만 하라니까!”
아르헬의 목소리가 동공을 웅웅 울렸다.
묘하게도 로빈도 한슨도 더는 반항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미미한 바람이 부는 공간에 적막이 맴돌았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야 하겠어?!”
“잉? 아르헬!”
스스스스.
마나가 감싸는 아르헬의 신체가 천천히 변했다.
밝은 오색으로 빛나는 비늘이 돋아나고 아르헬의 주둥이가 쭉 늘어났다.
그녀의 등에서 날개가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공간의 윗부분에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루이드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달이 보였다.
창백하고 푸른 달이.
‘어라,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구나.’
촤아!
드래곤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화한 아르헬.
어느덧 그 모습이 루이드의 키를 훌쩍 넘어설 만큼이나 컸다.
‘헉. 애들은 너무 쑥쑥 자란다니까.’
이 이상한 상황 속에서도 루이드는 아르헬의 본모습을 보며 넋을 놓았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르헬은 탄탄하고 균형 잡힌, 완벽하게 아름다운 드래곤의 형체였다.
길고 쭉 뻗은 목에는 엘빈에게 받은 문스톤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아르헬이 콧김을 뿜어냈다.
“이래도 안 나올래!”
“아르헬, 무슨…….”
“쉿!”
아르헬이 루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재빠르게 다시 앞을 보았다.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인가 봐.”
“……??”
루이드는 어리둥절한 채로 아르헬의 옆으로 바짝 섰다.
“……너, 너어. 진짜로 왔네.”
어둠 속에서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머, 네가 오라고 했잖아. 모습을 계속 드러내지 않을 셈이야? 예의가 아니지. 손님이 왔는데.”
아르헬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이드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을 굴렸다.
“……미, 미안.”
스윽.
어둠 속에서, 아르헬이 있는 달빛이 쏟아지는 부분으로 파충류의 발이 나타났다.
‘……엥?’
루이드는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솔직히 기겁했다.
‘드, 드래곤?’
잔뜩 눈치를 보며 바닥에 거의 끌리다시피 한 파충류의 머리가 빛 아래로 나왔다.
그 머리의 크기는 말의 머리보다 컸고, 비늘의 색은 묘한 보랏빛.
눈은 은하수 같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아르헬처럼 한 쌍의 날개도 가지고 있었다.
“지, 진짜로 여기까지 온 자들은 없었거든…….”
“우릴 초대해 놓고 다짜고짜 친구들을 조종한 건?”
“그, 그건 장난으로…….”
“뭐어! 사과해! 그건 아주 무례한 행동이거든! 다칠 뻔했잖아!”
아르헬이 가슴을 쭉 내밀며 고개를 쳐들었다.
“……미, 미안.”
“이쪽에게 확실히 사과해야지.”
아르헬은 자신의 앞발을 이용해서 루이드를 밀었다.
루이드는 처음 보는 드래곤 코앞까지 쭉 밀렸다.
‘진짜로 드래곤이잖아?’
가까이서 보니 확신이 드는 루이드였다.
하지만 덩치는 아르헬보다 훨씬 작았다.
“미, 미안합니다…….”
“……사과는 받아들이지.”
루이드의 말에 드래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봐.”
“그, 그건……. 하지만 난……. 내 땅에 누군가 들어오면 항상……. 이랬는걸.”
작은 드래곤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참, 그게 아니지. 네 이름부터 먼저 말 해줘야지.”
아르헬을 짓궂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작은 드래곤은 고개를 확 빼고 피했다.
“히, 힉. 나, 나는……. 내 이름은……. 악몽의 데모니어스…….”
“뭐?”
아르헬과 루이드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자극적인 이름 아냐?”
“거창한데.”
데모니어스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루이드는 웃음을 터트리려는 아르헬의 입을 잡아 다물게 했다.
“으브브, 왜부배~!”
“아냐, 원래 꿈은 크게 가지고 목표는 거창하게 가지랬어. 멋지네!”
루이드의 말에 데모니어스의 고개가 살짝 올라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 장난이었다고?”
“으응……. 게, 게다가 여긴 내 레어니까. 지, 지켜야 하고…….”
“그럼 혹시 환각 마법 같은 것도 쓴 거야?”
“으응, 그, 그간 폭포수가 좀 말랐거든. 그러면 입구가 보이니까…….”
이제야 이상하던 것들이 이해가 가는 루이드였다.
“그렇다는 건 이 일대에 계속 마법을 걸고 있는 거고?”
“우, 우응.”
“사람들이 접근하면 이런 식으로 골려주는구나.”
“……으응.”
“유령에 관한 소문은 네가 원인이겠고.”
데모니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일이었다.
이런 수준의 마법을 유지한다는 것은 4 클래스 마스터인 아샤라에게 조차 버거운 일일 터.
‘역시 드래곤이라 이건가? 이렇게 어수룩해도.’
“하지만 내 말을 알아듣는 존재도, 이렇게 동굴 안까지 들어온 존재도 없었어. 아마……. 400년 만인가.”
“헤엑! 너 그렇게나 나이가 많아?”
아르헬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이댔다.
“나, 나? 나는 600살이 조금 넘었는데……. 너, 너, 너는……. 며, 몇 살인데?”
아르헬은 루이드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콧김을 뿜어냈다.
“넌 몰라도 돼. 여하튼 너보단 많으니까.”
루이드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아르헬을 보았다.
‘벌써 거짓말을……!!’
600년 정도면 데모니어스는 청소년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츨링을 벗어났지만, 성체는 아닌.
하지만 아르헬은 아직 해츨링 상태.
100년은커녕 알에서 부화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아르헬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아르헬이 훨씬 크지? 해츨링의 성장 속도를 모르긴 하지만……. 아르헬은 곧 성체가 될 것처럼 금방 강해지는데…….’
루이드는 생각에 잠겼다.
‘종이 달라서 그런 건가?’
아르헬은 루이드를 힐끗거리다가 다시 폴리모프 마법을 시전했다.
스스스스.
“왜, 왜, 왜 그런 모습을 하는 거야?”
데모니어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친구가 있는 용들의 매너야. 넌 폴리모프 마법을 할 줄 모르니?”
“……할 줄 알아.”
스스스.
데모니어스는 아르헬과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으로 변했다.
머리카락은 아르헬의 비늘 색과 비슷한 오묘한 은발이었고, 눈은 그대로 반짝이는 은색이었다.
“멋지네! 이렇게 인간 모습을 하면 작은 찻잔도 쥘 수 있고, 부드러운 옷도 입을 수 있어!”
아르헬의 말에 소년으로 변한 데모니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 책에서 읽었어…….”
책에서 읽은 덕분인지 데모니어스는 인간의 옷도 잘 챙겨 입고 있었다.
“게다가 말도 탈 수 있지! 엄청 재밌어!”
루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날개도 있는 것들이.’
데모니어스 역시 루이드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듯 아르헬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쨌든. 고마워, 루이드!”
아르헬이 루이드에게 폭 안겼다.
“나한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였구나!”
“……어?”
루이드는 눈을 깜빡였다.
‘그게 그렇게 되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된 셈이긴 했다.
‘하지만 나도 여기 드래곤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아르헬의 말에 데모니어스가 커다란 은색 눈을 깜빡였다.
“이 인간씨는 내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어?”
“물론! 우리 루이드는 모르는 게 없어! 완전 짱이거든!”
“짱?”
어리둥절한 데모니어스의 눈에도 존경심과 비슷한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데모니어스는 반짝이는 눈으로 루이드를 보았다.
“다, 다, 당신이 바로 그 예언의 별잡이로구나!”
“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