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8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89화(89/252)
제89화
제14편 클레벤의 사정(5)
“별잡이라니?”
데모니어스는 어둠 속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그리고는 뭔갈 끌고 왔다.
커다란 나무 상자였다.
끼이익.
상자를 열더니 오래된 책을 꺼냈다.
“여, 여기에 쓰여 있어어…….”
“이게 뭔데?”
“우, 우리 엄마 일기.”
“엄마?”
“으, 으응……. 엄마는…… 내가 처음으로 탈피하고 난 뒤에 멀리 떠났어. 처, 첫 탈피를 하고 나면 혼자 살 수 있댔거든.”
루이드는 깜짝 놀랐다.
‘첫 탈피라면 아르헬도 했던 건데……. 그게 해츨링 상태를 벗어난다는 의미인가?’
루이드는 책을 뒤적거리는 데모니어스의 뒤통수에다 슬쩍 물었다.
“첫 탈피는 언제 했는데?”
“우, 우웅……. 100년 전쯤?”
“헤에, 그렇구나.”
아르헬 역시 첫 탈피를 했으니, 500살 된 드래곤보다 더 성장했다는 의미였다.
‘아르헬의 성장이 특별히 빠른가 보구나.’
데모니어스는 커다란 책을 쫙 펴더니 한곳을 짚었다.
“여기.”
루이드와 아르헬이 고개를 숙여 내용을 확인했다.
“별잡이가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없으며, 언젠가는 별잡이에 의해 모든 별이 떨어지리라.”
“보, 봐아. 별잡이는 찾아내지 못하는 게 없대.”
데모니어스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루이드를 보았다.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여, 여기에, 또 봐아……. 별잡이 곁에는 악몽과 신비가 함께 하리라.”
“호오?”
“너, 너는 신비 드래곤이잖아. 그, 그치? 나는 아, 악몽의 데모니어스고.”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마주 보며 눈을 빛냈다.
“맞다! 맞아! 루이드! 루이드가 별잡이가 맞나봐!”
“그, 그치! 그치!! 어, 어쩐지 내 악몽이 안 통하더라니.”
두 어린 드래곤이 팔짝팔짝 뛰며 루이드의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어쩌다 우겨 맞은 거 같은데. 이런 거 사이비에서 성서 해독하는 방법, 뭐 이런 거랑 지금 비슷한 거 같은데……. 게다가 애초에 일기라며? 이게 왜 예언이 되는 건지…….’
루이드는 책의 다른 장도 살펴보았다.
하지만 몇 장을 제외하고는 다른 장들은 루이드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었다.
‘그냥……. 시를 연습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남의 일기를 이렇게 봐도 되나 싶기도 하고.’
루이드가 슬쩍 아래를 보았다.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는 아직도 루이드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다.
‘이렇게 신나 하는데 아니라고 우기기도 그렇고. 별일 아닐 테니. 그냥 그러기로 할까나.’
루이드가 책을 접어 품에 안았다.
“그래, 뭐. 대충 그렇게 하자.”
“예에에~ 별잡이라네~ 루이드는 별잡이라네~!”
“그, 그렇다네~!”
빙글빙글 돌던 데모니어스가 우뚝 멈춰섰다.
“그, 그럼 조금만 기다려어…….”
“응?”
“지, 짐을 싸야 하니까. 오늘 별잡이가 올 줄 모, 몰랐어…….”
“어라?”
데모니어스는 다시 후다닥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라라?”
“왜 어라라야?”
아르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랑 함께 떠나려는 건가?”
“당연하지! 별잡이 곁에는 악몽과 신비가 함께 한댔잖아!”
아르헬이 팔짝 뛰었다.
“그런 거야? 그런……. 일기장의 내용 때문에 그냥?”
“응!”
곧 잔뜩 채비한 데모니어스가 나타났다.
“이, 이제 별을 따러 가는 거지?”
데모니어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에…….”
루이드는 생각에 잠겼다.
어린 용의 꿈을 부수고 싶지는 않다.
녀석을 데려가서 잘 구슬리면 꽤 쓸모가 있기도 하다.
조금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린 용이 이곳에서 혼자 지내는 것도 신경 쓰였다.
‘물론 용이랑 인간이랑은 전혀 다르지만. 엄마도 없이 100년 넘게 이곳에 혼자 있었던 건 왠지 불쌍하잖아…….’
게다가 아르헬과 다를 바 없이 어린 드래곤이었다.
아르헬보다 훨씬 어수룩하고.
언제 레어를 들켜 토벌 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루이드는 결단을 내렸다.
“좋아, 하지만 아직 너희가 어리고 약하니까. 당장 별을 따러 갈 순 없어.”
데모니어스의 말에 장단을 맞춰 주기로 한 것.
“호, 호오오아아아!”
데모니어스는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눈을 빛냈다.
“나, 나아 강해질게! 별잡이 곁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그래! 언젠가는 별을 따러 가자!”
데모니어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자, 아르헬도 따라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아……. 이거 어쩐다. 예상치 못한 혹이 하나 더 붙었네. 이거 로빈에겐 뭐라고 설명하지?’
루이드가 고민하는 사이 두 아이는 루이드의 앞에 얌전히 섰다.
두 눈에서는 모험심이 불타고 있었다.
“음, 일단 이 둘을 깨워야 하는데. 혹시 위험한 마법을 쓴 건 아니지?”
“아, 아니야! 전혀 위험하지 않아……. 사, 사실은……. 혼자인 건 심심하니까. 이렇게 조금 놀다가 늘 돌려 보내줬어…….”
데모니어스는 혼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나아는 악몽의 데모니어스. 이런 정신계 마법에 강하거든…….”
“그래, 잘 알겠어. 그럼 이제 이 친구들을 깨워줘. 여기서 나가야지.”
“으, 으응.”
“그리고 내가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동안 너희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 돼. 알겠지? 허튼 말은 하지 말고.”
“으, 으응!”
데모니어스는 눈을 빛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딱! 하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로빈과 한슨이 정신을 차렸다.
“어, 어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요?”
“여기는 대체…….”
“루이드 님!”
둘은 오락가락하는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루이드를 발견해 몸을 일으켰다.
“어디까지 기억이 납니까?”
루이드는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아, 어……. 그게, 뭔가에 엄청난 속도로 끌려온 기억 말고는…….”
“냇가에서의 기억이 답니다. 어라, 그런데…… 분명 냇가에서 우리 마누라가 있어서…….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한슨도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행이군, 기억이 거의 없네.’
수월하게 된 셈이었다.
“마누라라니?”
“아니, 다짜고짜 건너편에서 나타나서는 바가지를…….”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렇지요. 제 마누라는 성에서 요릴 하고 있을 테니까요. 환상…… 같은 걸 본 건가?”
“톰멀 경은 뭐 본 거 없습니까?”
“……저도 뭔갈 보긴 했는데. 사실 이곳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로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아, ‘악몽의’라는 것이 이건가?’
루이드는 작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폭포 위에 엄청나게 큰 달맞이꽃 군락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예? 달맞이꽃이요? 그건 갑자기 왜…….”
“이곳은 달맞이꽃 군락과 연결된 동굴인 듯합니다. 달맞이꽃에는 미약한 마력이 흐르지요.”
로빈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 동굴에 고인 마력이 뭔가 이상한 기운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게 강력한 폭포의 기운으로 냇물을 따라 퍼진 거고요.”
“몬스터 같은 건 없다는 뜻인가요? 우릴……. 공격한 것도요?”
“맞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고인 마력이 일으킨 촌극 같은 거지요.”
“허어…….”
로빈과 한슨은 얼이 빠진 얼굴로 동굴 주위를 살폈다.
“이곳에 고여 있던 기운은 제가 흩어버렸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유령 소동이나, 이곳으로 납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백작님께서…….”
로빈이 아무리 둘러보아도 동굴에는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그 아이는 누구죠?”
“아, 이 아이도 우리와 같이 이곳에 휩쓸린 아입니다.”
루이드는 곧바로 대답했다.
“정말입니까?”
로빈의 말에 데모니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헬도 옆에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백작님께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군요.”
로빈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뭐어……. 그랬겠죠? 하지만 오늘 이 아이까지 무사히 구조했으니 다행이군요.”
루이드는 대충 대화를 마무리했다.
로빈과 한슨은 아직도 작은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여, 역시 사악한 별잡이야. 거, 거짓말을 엄청나게 잘해.”
데모니어스가 아르헬의 귀에다 속삭였다.
* * *
로빈과 한슨이 정신을 차린 후, 일행은 동굴의 천장에 나 있는 출구로 나왔다.
그리고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장관을 맞이했다.
그냥 일반적인 달맞이꽃이 아니었다.
과연 마력을 지닌 풀.
달빛을 받은 달맞이꽃은 옅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노랫소리 같은 음을 피워냈다.
로빈이 루이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어어어엄청나게 멋진 달맞이꽃밭이었다. 그치?!”
클레벤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르헬은 달맞이꽃밭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듯하여 루이드도 뿌듯했다.
“정말이지, 백작님의 넓은 마음은 제가 따라잡을 수가 없군요.”
로빈의 저 말도 돌아오는 내내 반복되고 있었다.
루이드가 짠 설정상 데모니어스는 기억을 모두 잃은 아이였다.
부모가 누구인지, 언제 어떻게 동굴 속에 휘말렸는지.
그런 아이를 루이드가 거두겠다고 한 것이다.
“어차피 아르헬과 동년배로 보이니, 친구도 될 수 있고 좋은 일 아닙니까.”
루이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정말이지……. 진짜 위인은 자신의 위대한 업적 앞에서도 저렇게 소탈한가 봅니다.”
한슨도 중얼거렸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 다시 클레벤 성이 보였다.
꼬박 일주일이 걸린 여정이었다.
‘그런 것 치곤 성과가 엄청나지만.’
그저 달맞이꽃밭을 보기 위해 온 것이었는데 드래곤 동료를 얻은 것이다.
“우, 우와아. 서, 성이다…….”
데모니어스가 루이드의 앞에 앉아 중얼거렸다.
데모니어스는 클레벤 성의 웅장한 시가지와 북적이는 인파, 다양한 상점들의 물건들에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벼, 별잡……. 아니고 루이드 님. 저, 저것 좀 봐요! 채, 책에서 봤던 거다! 맞죠?!”
“아이고, 그래. 그래.”
루이드는 데모니어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쩐지, 아들이 생긴 느낌인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 루이드였다.
드디어 내성의 문이 열리고 일행은 주탑으로 돌아왔다.
“고생이 많았으니, 푹 쉬시지요.”
“예! 백작님도 푹 쉬십시오. 대련 전에 기력을 모두 회복하셔야 하니까요.”
‘아, 이런. 우리 둘은 이미 한 번 붙어봤는데 말이지.’
로빈이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에 정식으로 붙을 때도 한 방에 제압하지는 말아야지. 이번에 시험해보니 가능할 것 같아.’
루이드는 생각을 정리하며 두 꼬마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자아, 데모니어스.”
“아, 악몽의 데모니어스!”
“응, 네가 악몽의 데모니어스가 맞긴 하는데. 강해질 때까지는 네 정체를 숨겨야지.”
“오, 오오오!”
데모니우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려면 새 이름이 있어야 할 텐데. 모니? 니어스? 이렇게 줄여 부르면 어떨까 싶은데.”
“조, 좋다! 아니, 좋아요!”
“재밌다! 암살자 같은 느낌이다!”
아르헬도 거들었다.
“아, 암살자!”
데모니어스가 팔딱대며 뛰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지만, 어쩐지……. 뉘우스~라니. 북쪽 친구들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북쪽 친구?!”
“부, 북쪽 친구?”
“아니야, 아니야. 니들은 모르는 이야기야.”
전생의 이야기였다.
“그냥 귀엽게 모니라고 줄여 부르자.”
“응! 봐, 루이드는 진짜 아는 게 많지?”
“으, 응! 가히 별잡이다!”
“그놈의 별잡이…….”
루이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장난치는 모습을 보자니 한없이 기분이 좋았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딸 하나 아들 하나라니. 완벽해.’
루이드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돌아왔으니까 깨끗이 씻고 좀 자자!”
“와아아! 좋아, 좋아!”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싸늘한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어두운 동굴 안에 들어선 몇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후드가 달린 로브를 입은 자들.
복면을 써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자들.
“이곳에 있어야 할 마수가…….”
“깨끗하게 비어 있다.”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대체 누가 악몽의 마수를 빼돌린 것인가.”
“이대로는 안 돼.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황당한 일이군.”
목소리들이 분노를 토해냈다.
“분명 우리의 지시대로 얌전히 있었어야 했는데, 덕분에 몇백 년 동안 이 근처엔 인간들이 얼씬도 하지 않지 않았나.”
“놈이 우리의 지시를 어길 리가 없다.”
“그 멍청한 파충류 대가리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지령서가 사라졌군.”
“어미가 준 것이라고 거짓말했던 그 골동품?”
“그래도 그것 덕분에 놈을 제어할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기능이 있었기를 빌지. 추적 장치는?”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그놈은 원래 여기 계속 처박혀 있기만 하면 됐으니까!”
낮은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소리를 높였다.
동굴이 마구 울렸다.
마치 수천, 수백 명이 모인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꼴 좋다!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니 마수를 잃어버리지.”
“계획에 차질이 생겨 봤자 아닌가. 어차피 그 멍청한 파충류 대가리가 없어도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다.”
“대신 기한이 훨씬 늦어지겠지.”
“마수를 잃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차피 우리가 아니라면, 그 마수를 다루지도 못할 것이다.”
“하긴, 그놈의 이름이 괜히 악몽이겠는가. 엮인 놈들이 불쌍하구나.”
크크크.
동굴 안에 음습한 웃음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