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91화(91/252)
제91화
제16편 클레벤의 사정(7)
로빈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새로운 오러의 맥.’
오러는 쉽게 말하자면 기와 같은 맥락.
몸 안에서 흐르는 길을 뚫어 개발하고 강화했다.
그 길을 더욱 섬세하게, 자세하게. 또 다양하게 ‘운기’하는 것이 오러의 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로빈의 신체에 흐르는 오러의 흐름이 조금 전과는 다른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라?’
루이드 역시 눈앞의 로빈에게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운이 변한다고?’
그것과 더불어 자신이 로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이렇게 예민했던가?’
띠링.
‘어라?’
루이드는 뜬금없는 시스템 알림에 시선을 빼앗겼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길들이는 자.]‘이건 뭐야. 또 전생에 없던 새로운 스킬이다.’
스킬의 간략한 설명이 아래로 떴다.
‘뭐야, 이거……. 양육 스킬?’
[당신은 상대방의 힘을 일깨워줄 확률이 높아집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상대는 성장합니다.] [당신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상대와 함께 있으면 당신 또한 항상 ‘이득 효과’를 봅니다.] [당신의 도움을 받아 큰 성장을 한 상대가 있다면, 당신은 경험치를 받습니다.] [당신에게 도움을 받아 성장한 상대는 당신을 거스르기 어렵습니다. 이는 본능처럼 발동될 것입니다.]‘뭐야, 이 사기 같은 스킬은? 항상 이득 효과? 이건 또 뭐고.’
루이드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다른 곳에 집중했다는 것을 로빈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했다.
다행히 로빈은 내면의 힘에 집중하느라 루이드에게 신경 쓰지 못한 상태였다.
[스킬 길들이는 자 발동 중.] [당신의 도움을 받아 크게 성장한 상대와 함께 있습니다. 당신은 경험치를 받습니다.]‘역시, 로빈 톰멀이 뭔가 깨우친 모양이야.’
스으으. 분위기가 바뀐 로빈이 검을 쥔 자세를 바꾸었다.
“허어?”
소리를 낼 정도로 놀란 것은 밸레이 서머즈였다.
‘원래도 가문의 검법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었지만, 저 자세는 더할 나위 없다. 마치 검술 자체가 소생한 것 같은…….’
꽈악.
난간을 잡은 밸레이 서머즈의 손에서 땀이 났다.
‘대체 두 사람은 무슨 싸움을 하는…….’
서머즈 경이 알 수 없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히는 동안, 로빈의 눈빛이 다시 바뀌었다.
“갑니다.”
츠차차찻!
그의 발걸음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듯, 공기를 밟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움직였다.
카아앙! 캉! 카아아앙!!
로빈의 검이 쉴새 없이 몰아쳤다.
‘빠, 빠르잖아!’
이번에 땀을 흘리는 쪽은 루이드 쪽이었다.
루이드는 금속 촉수와 함께 손에 든 검으로 로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찌이이잉.
손을 타고 흐르는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위력도 엄청나게 세졌군. 그래도 아직 이건 버틸 수 있겠는데.’
오리할콘과 합성하지 않았다면,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루이드는 아찔해졌다.
‘하지만 속도 면에서는 아직 좀…….’
점점 밀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었다.
대련의 방향이 어떻게 되든 객석에서는 감탄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분위기는 화끈 달아올라 있었다.
사실 관객들 모두는 당연히 로빈 톰멀이 쉽게 승리하는 대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로빈의 강함은 이미 증명된 것이었으니까.
루이드가 팽팽한 전투를 보여준 것만으로 그들은 넘치는 만족감을 얻은 상태였다.
‘그래, 슬슬 끝내자. 이제 막 힘을 깨운 로빈에겐 미안하지만.’
로빈은 루이드를 구석으로 몰았다.
그리고 승부를 낼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듯했다.
파앗! 루이드가 공중으로 자신의 검을 던져버렸다.
“?!”
“저……!”
“무슨?”
관중석은 일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모두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슥.
루이드는 검을 던짐과 동시에 손을 뻗었다.
로빈 톰멀의 바로 정면으로.
아마 장내에 모인 모두에게도 슬로우 모션처럼 보일 만큼, 아주 극적인 장면이었다.
내던져진 검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로빈의 칼날이 루이드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려는 찰나.
관객석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우뚝.
“어라?”
비명 뒤에는 의아한 웅성거림이 따라왔다.
로빈 톰멀의 눈 또한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이……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로빈의 검은 루이드의 목에 겨눠진 채로 멈췄어야 했다.
루이드의 패배 선언을, 심판의 판결이 로빈의 승리로 내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하지만 로빈의 검은 그럴 궤도에 한참 못 미치는 자리에서 멈춰 섰다.
휘둘러지지 못했다.
질러지지 못했다.
“이것이……. 백작님의 혈계 능력.”
기긱. 기기긱…….
로빈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온몸에 꼭 맞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숨을 헐떡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이긴 거야?”
객석이 술렁거렸다.
루이드는 로빈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검을 던졌다고 해서 그대에게 모욕을 줬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난 검사가 아니니.”
“……내, 내가 졌습니다.”
로빈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굴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놀라움으로 물든 표정은 운동을 끝마친 사람처럼 개운했다.
“대, 대련 종료!”
심판관이 외쳤다.
“루이드 D 포커드 백작님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
“우오오오오!”
“세상에, 난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귀부인들은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해댔다.
“포커드 백작이 혈계 능력을 쓴 모양이야.”
“저렇게 강한 기사가 꼼짝을 못 하는군요.”
“대단해요. 엄청나군요.”
“무서울 지경이네요!”
신사들도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군! 로빈 톰멀 경이 금속 갑옷을 입었기 때문이야!”
누군가 외치자 놀라움이 섞인 탄성이 쏟아졌다.
“세상에, 오러를 사용하더라도 포커드 백작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까?”
“맙소사…….”
“무시무시한데요.”
“루이드! 최고다! 멋지다!”
“배, 백작님이 이겼다아아!”
숨죽여 대련을 지켜보던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팔짝팔짝 뛰었다.
루이드는 로빈과 악수했다.
“멋진 경기였습니다.”
“저야말로……. 백작님과의 대련은 제 인생에 큰 행운입니다.”
“뭘 그렇게까지. 하하하.”
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씩 웃었지만, 로빈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뭐, 덕분에 나도 새로운 스킬을 얻었고.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개이득이다!’
로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흥분을 애써 누르며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새로 깨우친 기운과 조금 전 겪은 루이드의 초상 능력 때문에 정신이 혼란한 것이었다.
“로빈 톰멀 경. 분명 그대는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루이드의 말에 로빈은 순수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고맙습니다, 백작님.”
“우리가 계속 이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예를 들면……. 친구?”
“허억! 정말입니까?!”
로빈은 감격한 얼굴이었다.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치, 친구라니요. 그건 너무 과분한…….”
“그래서 싫은가요?”
루이드가 방긋 웃자, 로빈은 당황한 듯 입술을 떨었다.
“아, 아니요. 싫지 않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루이드는 다시 한번 로빈의 손을 꽉 쥐고 악수를 하고는 돌아섰다.
‘카이린 전하가 들었다면, 좀 섭섭했겠지?’
카이린의 친구 신청을 처음에 대차게 거절했던 루이드였다.
“포커드 백작님.”
아르헬과 데모니어스에게로 돌아가려던 루이드를 누군가 불러세웠다.
“저는 밸레이 서머즈. 톰멀의 기사입니다.”
루이드의 눈이 커졌다. 그 역시 소문으로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밸레이 서머즈! 그 기사의 표본!’
루이드는 밝은 얼굴로 눈인사했다.
“엄청난 대련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밸레이 서머즈의 주름진 눈가가 호를 그렸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혹 오러를 다룰 줄 아십니까?”
“아니오. 전혀요. 그건 왜…….”
“로빈 톰멀 경의 공격을 모두 받아쳐 내시는 것 같기에 말입니다. 그럼 그것이 온전히 혈계 능력인 겁니까?”
늙은 기사는 자신의 호기심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런 게…….”
“글쎄요. 기사들이 자신의 검술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마법사들 역시 마법식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 법이죠.”
“아!”
루이드의 말에 밸레이 서머즈의 얼굴이 낭패로 물들었다.
“죄송합니다. 혈계 능력자는 워낙 신비로운 존재라 저도 모르게…….”
“괜찮습니다. 저야 익숙하니까요.”
“아닙니다! 익숙하게 겪으신 일이라 하더라도 제가 한 일이 무례하지 않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밸레이 서머즈가 고개를 푹 숙였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루이드는 조금 민망해졌다.
‘20년간 신분제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40년 동안이나 유교의 나라에서 살았단 말이지. 게다가 이런 예의 바른 어른을 만나면 더 그렇고.’
루이드는 손을 내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대의 사과를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백작님!”
밸레이 서머즈는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한 뒤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맑은 눈으로 루이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정말 멋진 대련이었습니다. 게다가 로빈 톰멀 경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을 겁니다.”
“저도 로빈 톰멀 경처럼 훌륭한 기사와 겨루어 볼 수 있어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무척 기쁘군요. 톰멀 경이 어리실 적부터 제가 그의 검술 스승이었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톰멀 경께서 넘지 못하는 벽이 있었는데 백작님 덕분에 그 벽을 깬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드는 다시 놀랐다.
‘우리의 대련을 보면서 로빈 톰멀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대단한데.’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눈치챌 수 없었을 터였다.
물론 루이드의 스킬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밸레이 서머즈라 할 지라도 할 수 없을 테지만.
루이드는 그와의 대화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럼 클레벤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밸레이 서머즈가 각 잡힌 인사를 건네고 뒤돌아섰다.
‘흐음, 정말 멋진 사람이었잖아. 밸레이 서머즈 경. 소문 속 그대로, 우직한 기사다. 이런 스승 덕에 로빈 톰멀 역시 기사다운 멋진 면모를 가지고 있었던 거군.’
점점 멀어지는 밸레이 서머즈의 걸음걸이는 보통 사람과 조금 달랐다.
‘부상당했다는 곳이 다리인가. 저런 상태인데도, 클레벤 최강의 기사라니. 그가 만약 다치지 않았더라면…….’
심란한 마음으로 루이드는 뒤를 돌았다.
“어라?”
그런데 눈앞에 있어야 할 아르헬과 데모니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