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95화(95/252)
제95화
제20편 클레벤의 사정(11)
[스킬 의학(초급)의 시크릿 성능이 개방됩니다.]‘시크릿은 또 뭐고?’
루이드는 시스템 창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루이드! 마나맥을 찾아줘!”
“마나맥이라니…….”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루이드는 초상 능력과 각성을 통해 겨우 마나와 오러를 느낄 수 있게 된 몸.
그것조차도 일반적으로 마나와 오러를 느끼는 자들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진 성능일 터였다.
그런 능력으로 마나의 맥이라니.
애초에 루이드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책에서는 마나나 오러가 다니는 길 같은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루이드와 반대로 시야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크릿 성능이란 게 이런 건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합니다…….] [병명을 검색합니다…….] [증상 : …….]‘뭐야, 이거.’
레미르의 체질부터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
언제 병이 시작된 것인지, 문제 부위가 어디인지 시스템 창에 드러났다.
‘이번엔 그냥 보기만 해도 다 알 수 있잖아? 아니 그런데 마나맥이란 건 대체…….’
루이드가 레미르의 신체로 시선을 옮기자, 서서히 푸르른 혈로 같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부학 도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혈관을 기록해 놓은 해부학도면.
그것이 그저 푸르게 빛날 뿐.
“헉?”
“보이지?!”
아르헬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 이게 뭐야. 아르헬?!”
“이상한 게 보일 거야. 마나맥이 뭉친 곳.”
아르헬은 무척이나 침착했다.
“……마나맥이 뭉친 곳.”
루이드는 떠오른 마나맥을 관찰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아르헬이 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 여기. 엄청 이상한데? 이거……. 완전히 꽉 막혀서.”
얇게 전신을 흐르는 마나맥.
그러나 레미르의 명치 부근에 있는 맥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잔뜩 꼬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문제였던 건가.”
“응, 흔하지 않은 병이야.”
아르헬은 루이드가 짚어준 곳에 손을 얹었다.
“어떻게 하려고?”
루이드는 시스템 창을 다시 확인했다.
스킬이 알려준 대로라면 이 병은 치료법이 없었다.
마나가 흐르는 통로가 완전히 엉켜버린 것으로 인간의 힘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
‘이건……. 약간 그거랑 비슷한 건가. 주화입마 같은 거.’
루이드가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아르헬의 눈이 푸른색이 아닌 오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치료하려고. 루이드. 치료해도 되는 거지?”
“뭐?”
“이거, 루이드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해. 레미르 아가씨를 고칠 거야. 하지만 루이드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 해.”
“고친다고?”
루이드는 아르헬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다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르헬이 레미르의 병증을 고칠 수 있다는 말.
“허락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루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르헬의 손에서 빛이 일렁였다.
스으으으!
“고마워, 루이드.”
아르헬은 나머지 손으로 루이드를 잡고 놓지 않았다.
화아악!
강렬한 빛이 아르헬의 손에서부터, 레미르의 몸을 타고 흘렀다.
빛은 완전히 방안을 가득 채웠다.
“우, 우아아!”
데모니어스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이 멀 것 같은 부신 빛 속에서 루이드는 보았다.
레미르의 명치 쪽에 있던 완전히 엉켜 하나가 되어버린 마나맥이 스르륵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일어나고 있었다.
루이드는 어쩐지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
“루이드, 기분이 좀 이상할 수도 있어.”
“뭐?”
쭈우욱.
루이드는 갑작스러운 빈혈을 느꼈다. 온몸의 힘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아르헬과 맞잡은 손을 통해서.
휘청.
루이드의 무릎이 꺾였다.
“헉.”
스아아아아.
방안을 가득 채운 빛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됐다.”
모든 빛이 다시 아르헬의 손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휘유!”
아르헬은 뒤로 벌렁 주저앉았다.
“아르헬. 뭘, 어떻게 한 거야?”
루이드는 온몸에 퍼지는 나른함을 떨치려 애쓰며 물었다.
“에헤헤. 루이드 미안.”
“미안?”
“그게……. 그대로 두면 레미르 아가씨는 몇 해를 못 넘기고 죽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루이드는 놀란 얼굴로 아르헬을 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응. 발작까지 일으키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아르헬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었다.
“넌 괜찮은 거야? 어떻게 이런 힘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거야? 전에 내게 써줬던 축복 같은 거야?”
“어……. 어?”
루이드가 질문을 쏟아내자 아르헬은 당황한 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비슷한 거긴 한데……. 모르겠어. 그냥 딱 보니까 알게 됐어. 축복이랑은 비슷한데, 또 달라. 게다가 맥을 찾는 것 자체는 내가 할 수 없었고.”
“……너도 잘 모르겠다고?”
“으응. 어쩐지 딱 알 것 같았다는 느낌?”
“흐음,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은데.”
“거짓말 아냐!”
아르헬이 펄쩍 뛰었다.
“그럼 축복은 뭐야? 왕궁에서 있었던 일. 자세히 묻고 싶었어.”
“축복은……. 그냥 내 힘을 나눠 준 거야. 자주 할 순 없어. 그리고 대신에 타인의 힘도 빌려 쓸 수 있는 것 같고.”
“타인? 그럼 내 힘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수 있어?”
“아마?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어.”
“흐음, 이건……. 그리슨빌로 돌아가서 아샤라와 함께 연구해 봐야겠군.”
아르헬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쌔액. 쌕.
고른 숨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루이드는 어느새 고른 숨소리로 잠들어 있는 레미르를 보았다.
“일단 치료가 완전히 끝났다는 거지?”
“응.”
“그럼 레미르 아가씨는 완전히 치유된 거고?”
“응!”
아르헬이 뿌듯한 얼굴로 헤헤 웃었다.
“하아. 일단은 레미르 아가씨가 쉴 수 있도록 해야겠다.”
루이드는 레미르를 안아 침대에 제대로 눕혔다.
아주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안한 얼굴이었다.
* * *
“형님.”
“…….”
“형님~!”
“그만 좀 불러라! 내게 얼마나 더 수치를 안겨줄 셈이야?”
카멜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로빈을 비난했다.
“수치를 드릴 생각이 아닙니다. 그저 형님이 걱정되어서…….”
“내가 걱정된다는 놈이, 그때 내 앞을 막아섰느냐?”
“제가 막아서지 않았다면 포커드 백작께서 형님을 해쳤을 겁니다.”
로빈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
카멜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루이드 D 포커드.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다.
귀족의 명예나 이 왕국에서의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
그 얼굴을 떠올리니 다시 두통이 시작되는 것 같은 카멜이었다.
“넌 어쩌자고 그런 자의 편이 된 것이냐…….”
“편이 아니라……. 그분과 저는 친구입니다.”
로빈의 대답에 카멜을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그거지…….”
“하지만…….”
“됐다.”
카멜은 로빈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긴 세월 동안 모든 죄를 돌린 얼굴이었다.
모든 증오와 분노, 저주와 탓을 돌렸던 얼굴이었다.
그 모든 감정을, 사실을. 다시 마주하고 나니 로빈을 대하기가 민망했다.
민망하다는 말로 부족할 터였다.
자신은 어린 동생에게 죄를 짓고 살아왔다.
“…….”
카멜은 침묵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너를 보기가 어렵다. 로빈.”
하지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솔직하기로 했다.
악마의 말대로, 새로 살아갈 수 있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제껏 널 탓했다. 네 잘못이 아닌데……. 너도 알고 있었겠지만.”
“형님의 잘못도 아니었잖습니까. 그날의 일은요.”
“……뭐라고?”
“형님이 그간 제게 행하신 것들은 모두 잊겠습니다.”
로빈의 말에 카멜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분명 그 사고 이후에 형님께서 제게 한 잘못들은, 저에게 상처가 되었습니다. 저는 형님께 단 한마디도 거스르지 못하고 눈치만 보며 지냈지요.”
“로빈…….”
카멜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검을 쥘 때마다 형님이 떠올랐습니다. 대체로 나쁜 의미로 말입니다. 행복을 느낄 때마다, 성취를 느낄 때마다 그랬습니다.”
로빈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그건 형님께도 제게도,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
“포커드 경께서 하는 행동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또 그놈 이야기로군.”
카멜이 혀를 찼다.
아쉬운 마음이 몰아쳤다.
동생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이었다면. 그날 그런 사고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백만 번을 아쉬워해도 바뀌지 않을 그 날을 떠올렸다.
“그분과 대련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요. 강해져도 된다는 걸요.”
로빈이 눈을 빛냈다.
“전 강해질 겁니다.”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저를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을 넘어서고요.”
“로빈…… 너.”
카멜은 자신의 동생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카멜에게는 로빈과 자신 모두 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잇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형님. 함께 강해집시다.”
로빈이 손을 내밀었다.
그 간단한 악수 하나에 엄청나게 많은 세월과 감정과 눈물과 고통과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카멜은 알았다.
형제간에 응어리진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카멜은 그 손을 잡고 싶었다.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날 순간.
다시 살아갈 순간은 악마나 천사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카멜은 로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어느새 훌쩍 자란 동생은 왜소해진 형의 어깨를 다독였다.
형제 모두,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 *
“으음…….”
잠에서 깬 레미르가 눈을 깜빡였다.
“분명……. 아이들과……. 포커드 백작님이…….”
어렴풋한 기억이 레미르의 머리를 울렸다.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맑았다.
“으응?”
레미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레미르 아가씨를 치료할 거에요!’
‘치료하지 않을 리 없잖아!’
이해하기 힘든 기억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레미르는 강한 갈증을 느꼈다.
물을 마시기 위해 협탁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대체 얼마나 잔…… 응……?”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전신을 은은하게 감싸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라?”
레미르는 어쩐지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윽.
슬리퍼를 신고 바닥을 딛는 순간.
레미르는 깨달았다.
달라졌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감옥 같은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슨…….”
레미르는 의아해하며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보았다.
“어째서?”
레미르는 창문의 커튼을 걷어 보았고, 폴짝 뛰어 테이블과 쇼파가 있는 곳까지 갔다.
끼이익.
방문이 열렸다.
“어라? 아가씨?”
시녀가 놀라며 안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갑자기 이렇게 움직이시면……. 발작을 일으키셔서 이틀 꼬박 주무셨어요.”
“내가 이틀 동안 잤다고?”
하지만 그건 레미르에게 자주 있는 일이었다.
발작을 일으키기만 하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꼬박 잠들었다.
요즘에는 그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상하다. 숨 쉬는 게 어렵지 않으세요?”
시녀는 들고 온 물그릇과 수건을 내려놓고 레미르를 살폈다.
“이상해…….”
레미르가 중얼거렸다.
“네,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혼란스러워 보이세요.”
“포커드 백작님은 어디 계셔?”
“포커드 백작님이요? 그분은 왜요?”
“어디 계셔!”
확!
레미르는 두 손으로 시녀의 손을 붙들었다.
“어, 어이쿠! 그, 그게……. 아침에 성을 떠나셨는데요?”
“뭐어!”
레미르가 시녀의 손을 놓고 방을 뛰쳐나갔다.
탁탁탁…….
그녀의 발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아, 아가씨!”
시녀는 레미르를 쫓아가려다가 황당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빨갛게 자국이 남아있는 손.
“아가씨가 이렇게 힘이 세셨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