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98화(98/252)
제98화
제23편 길들이는 자(2)
“사람, 뼈잖아.”
루이드의 말에 병사는 물론이고 엠마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사, 사람 뼈라고요?”
“……굉장히 꺼림칙한데.”
루이드는 이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주에 관련된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우리 영지에서 일부러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키고 있는 존재가 있다. 확실해.”
“세상에……!”
엠마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건 주술사들의 저주 토템이야.”
주술사.
그들은 어쩌면 흑마술사와 비슷한 갈래의 길을 걷는 자들일지 몰랐다.
루이드는 확실히 모르지만, 책과 국가들은 그렇게 규정했다.
어둠을 다루는 자.
세계의 원초적인 정령과 신을 숭배하는 자들.
영혼과 저주, 피를 다루는 자들.
‘책에 쓰인 대로라면, 사실 흑마술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마법사 중에서 연금술사가 있고, 힐러가 있는 것과 비슷한 차이였다.
특화된 계열이 다른 것.
루이드는 그들의 특성이 전생의 무당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흐름을 중시하고 혼을 다룬다고 알려진 그들은 부두 술사이며 드루이드이기도 했다.
“주술사라니. 그런 사특한 존재가……!”
병사의 얼굴에 두려움이 한껏 서렸다.
이렇듯 왕국 내에서 주술사는 굉장히 불길한 존재였다.
“걱정하지 마라. 놈을 잡으면 되니까.”
“놈을 어떻게 잡지요?”
엠마가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이 토템은 한 개만 있는 게 아닐 거야. 게다가.”
콰직.
루이드가 뼈 토템을 한 손으로 부숴버렸다.
“헉!”
“루, 루이드 님! 그,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누가 봐도 불길하고 사특한 기운이 넘치는 토템.
건드리기만 해도, 저주가 옮아 붙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응. 사실 이렇게 주술사의 저주가 걸린 토템을 부수면, 저주가 옮지.”
“예?!”
엠마는 기겁한 듯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아직 토템이 완성되지 않았어. 이 토템은, 짝이 있거든.”
“짝이요?”
엠마는 아직도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응, 이 토템은 원래 짝이 4개야. 동, 서, 남, 북. 이렇게 4개의 방향에 설치되거든.”
“소름이 끼쳐요.”
엠마가 부르르 떨었다.
“토템이 모두 설치되고 저주가 발동되면 이 안의 부적이 타오르는 거야.”
루이드는 부서트린 뼈 토템 안에서 휴지 뭉치 같은 것을 꺼냈다.
[의학(초급) 발동 중.]“이것 역시 피로 쓰인 부적이군.”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피 역시, 인간의 피였기 때문.
피로 쓰인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그렇군. 이 저주는 발동되면 근방의 생명체들이 무기력해지는 주문이야.”
“무기력해진다고요?”
“몬스터 웨이브에 마을들이 입은 피해가 컸던 게 이 때문이겠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거로군요?”
“그래. 맞아.”
엠마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이렇게 저주가 내게 옮으면.”
루이드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새로운 기운을 느꼈다.
불길하고, 불온한 기운.
몸을 파먹는 듯한 뜨거운 기운.
“놈이 어딨는지 알 수 있거든.”
루이드는 자신의 몸을 휘젓는 기운에 집중했다.
기운의 한 가닥이 길게 이어진 선이 보였다.
인연을 이어주는 붉은 실처럼 가느다란.
“찾았다.”
일순간 루이드의 눈이 붉게 빛났다.
“다른 병사들에게 일러 토템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해. 이 저주가 또 다른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모르니까.”
“넷!”
병사는 후다닥 뛰어갔다.
“루이드 님? 또 다른 효과라뇨? 그럼 루이드 님이 위험한 것 아녜요?”
“뭐, 원래 모든 일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지. 그래도 엠마가 있잖아.”
“무……!”
“가자!”
루이드는 재빨리 기운이 이어진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은 빌루이즈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거기 숨어있단 말이지?”
“루이드 님. 우리끼리 이렇게 와도 되는 건가요?!”
“어차피 추적조가 할 일은 다 끝냈는걸. 혹시나 몬스터가 흘러들어가면 마을 사람들을 지켜야 하고.”
“애초부터, 주술사를 루이드 님 혼자서 잡으려고 하신 거군요!”
루이드는 대답 대신 씩 웃었다.
“이제부터 몬스터가 잔뜩 나올지도 모르니까. 나 잘 지켜줘야 한다?”
“……네!!”
엠마의 기합과 함께 루이드는 숲으로 들어섰다.
스스스.
스오오오.
숲은 생각보다 훨씬 우거져 있었다.
내부는 어둡고 빡빡했다.
“딱 나쁜 놈이 숨어있기 좋은 환경인 것 같네.”
까악, 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온다. 엠마.”
파삭, 파삭. 사삭, 사사삭.
루이드의 말과 함께 시작된 기척.
사사삭, 사사사삭!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이드 님, 제 뒤로.”
엠마는 검을 뽑아 자세를 잡았다.
검을 쥔 자세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엠마가 포커드 가문의 검술을 제대로 익혔다는 사실을.
루이드는 흐뭇한 마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와 동시에 풀숲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뻔하잖아.”
“크아앙! 갸오옹!”
“놀이예요!”
수풀을 뚫고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놀.
하이에나와 같은 짐승의 머리를 가진 인간형 몬스터였다. 신장은 인간보다 조금 작은 정도.
지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놈들은 침팬지 정도의 지능으로 도구를 겨우 사용했다.
“응?”
그런데 놀의 상태가 이상했다.
원래도 더럽고 지저분한 놈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놈들은 확실히 더 끔찍한 몰골이었다.
가죽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 여기저기 녹아 있었다.
뼈가 드러나 훤히 보이는 곳도 있었고, 안구가 있을 자리가 텅 비어 있기도 했다.
그곳에 드글거리는 구더기.
“좀비……?”
“루이드 님! 와요!”
“크아아앙!”
놀 수십 마리가 엠마와 루이드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앗!”
엠마는 능숙하게 놀을 쳐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놀이 한 놈씩 쓰러졌다.
카앙! 캉!
어두운 숲속에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루이드 역시 검을 빼내 들고 놀을 상대했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쇠붙이를 사용하는 몬스터라면, 완전한 짐승형 몬스터보다 상대하기 쉬웠다.
하지만 루이드는 놀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쉭! 서겅!
루이드의 검이 놀의 팔을 잘라냈다.
“그아아앙!”
놀은 팔이 잘리든지 말든지 루이드에게 쏟아져 공격을 퍼부었다.
‘아무리 지능이 없는 놈들이라지만, 고통까지 못 느끼지는 않아. 이건 완전히 좀비 상태다. 쯧.’
루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퍼억! 퍽!
“루이드 님! 이놈들, 이상해요!”
엠마의 앞에 목이 떨어진 놀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저 생명이 있는 곳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듯 보였다.
“놈들이 쓰러지질 않아요!”
엠마는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놈들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각오한 엠마지만, 좀비 몬스터를 상대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계속해서 놀을 상대할 수 없었다.
놈들이 쓰러지지 않는다면 루이드에게도 방법이 있었다.
“엠마, 인제 그만.”
스으으.
팟!
루이드의 말과 함께 놀들의 무기가 전부 떠올랐다.
무기를 놓지 않는 놈들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즈즈즈!
놀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이 한 번에 뭉쳐지고 죽 늘어났다.
촤아아악!
한없이 얇게 늘어난 금속이 서로 엮였다.
그리고 단단한 와이어가 되어, 놀 무리를 칭칭 둘러쌌다.
꽈아악!
순식간에 결박당한 놀들.
“키에에엑! 카아아아!”
“컹! 컹! 컹! 컹!”
놀들은 마구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 역시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생명체를 향한 적의.
분노.
폭력성.
하지만 그마저도 그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다.
주술사에게 주입된 본능.
그들은 의식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수십이 넘는 놀 좀비가 루이드의 와이어에 감긴 채 발악했다.
숲을 메우는 놀의 비명.
끔찍한 모습이었다.
“루, 루이드 님.”
“놈들은 이미 죽어있다.”
“네?”
루이드의 말에 엠마가 놀들을 보았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이었지만, 측은함도 담고 있었다.
“시체를 조종하는 흑마술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한 걸까요.”
“지금부터 찾으러 가야지.”
루이드는 손을 들어 엠마의 눈을 가렸다.
“네?”
촤아아악!
그와 동시에 놀들을 칭칭 감은 와이어가 꽉 조였다.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힘으로.
촤아악!
놀들의 몸이 순식간에 조각나며 피가 쏟아졌다.
후두둑!
놀들의 몸은 아무리 좀비라도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작게 조각났다.
“무……슨.”
“보기 좀 껄끄러운 장면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조각난 채로도 놀의 시체는 멈추지 않고 꾸물거리고 있었다.
일반인이 본다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정도로 끔찍한 광경.
“놈을 저지해야만 하겠군.”
“……녀석이 우릴 눈치챈 거겠죠?”
“응, 하지만 그 녀석은 내가 토템을 부쉈을 때부터 알았을 거야.”
“그, 그렇군요.”
“내가 놈을 알아챘듯이, 놈도 날 알아챘을 테니까.”
루이드는 다시 몸에 흐르는 붉은 기운에 집중했다.
“하지만 도망치진 않았군.”
루이드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보고서에는 좀비 몬스터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놈을 지키는 최측근 경호원 같은 걸까?’
타다닷!
“……!!”
기운을 쫓아 숲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루이드는 괴상스러운 광경과 맞이했다.
“루이드 님……! 나, 나무에……!!”
주변 나무에는 온갖 뼈가 매달려 있었다.
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털로 만든 불쾌한 물건들도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치 기묘한 모양의 과일처럼.
루이드는 그것들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다 알 수 있었다.
[의학(초급) 발동 중.]‘인간의 것도 있고, 몬스터의 것도 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간 거지?’
스읏.
루이드는 붉은 실의 기운이 부쩍 굵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까워.”
곧 끔찍한 목소리가 울렸다.
“후후, 후후후. 똑똑한 녀석이 왔구나.”
지익. 지이익.
나무 위로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찾아낸 건 네가 처음인데.”
무엇인가 질질 끌리는 듯한 소리.
“먹고 싶구나, 네 영특함. 아아, 먹고 싶어. 네 강함. 네 능력!”
좌아아악!
나무 위에서 무엇인가가 쏜살같이 내려왔다.
“엠마, 피해!”
루이드는 엠마를 밀쳐 옆으로 굴렀다.
콰아앙!!
빠른 속도로 내려온 것은 엠마와 루이드가 서 있던 자리를 짓이겨버렸다.
“헉……!”
얕은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놈의 모습을 보고 엠마는 숨을 들이켰다.
“인간……? 몬스터?”
분간할 수 없었다.
루이드조차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판단하지 못했다.
그 모습은 너무나 기괴했다.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는 했다.
허나 팔과 다리가 거미처럼 많고, 이빨은 늑대의 것 같았다.
눈은 올빼미처럼 크고 번들거렸다.
그리고 전체적인 덩치는 곰과 같았다.
[의학(초급) 발동 중.]스킬의 분석을 읽은 루이드는 아연실색했다.
“인간이야.”
“저……게 인간이라고요?!”
엠마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알 것 같군. 몬스터를 먹은 인간이다.”
“그런……!!”
루이드는 스킬의 분석과 주술사의 말을 이용해 놈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의학 스킬로 본 주술사는 몬스터 및 여러 가지 동물과 사람이 융합된 상태.
그리고 주술사가 말한 ‘먹는다’는 말.
몬스터를 먹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몬스터 고기는 독이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먹기 위해서는 많은 처리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기가 귀한 세상이니 그것도 역시 식품으로 활용되었다.
식품이 아니더라도 몬스터의 고기나 부속품들은 쓸모가 많았다.
기름을 짜내거나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고, 마법 아이템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놈의 ‘먹었다.’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먹고 싶다. 먹고 싶어. 강한 혈계 능력자구나. 내 양분이 되어라.”
달그락.
놈이 여러 개의 손 중에 하나를 흔들었다.
거기에는 두개골로 만든 토템이 들려 있었다.
달각, 달그락.
주술사의 손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이고, 토템이 흔들렸다. 그리고 놈이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루이드 님. 제가 먼저 공격을…….”
엠마가 검을 쥐고 자세를 다잡았다.
“큭.”
“……? 루이드 님?”
엠마가 뒤를 돌아보았다.
루이드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 색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