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99화(99/252)
제99화
제24편 길들이는 자(3)
“루이드…… 님?”
엠마의 얼굴에 공포가 얼룩졌다.
“커……억, 엠…….”
루이드는 말을 하기 위해 애썼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저주.
토템을 부수면서 옮은 저주가 발동된 것이다.
‘한번 옮겨붙어서, 새로운 저주가 더욱 쉽게 발동된 거겠지.’
쉬이이이익!
루이드의 망토 아래에서 금속들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육신이 속박당해도 정신만 온전하다면 능력을 쓸 수 있는 루이드였다.
파박! 파바박!
금속이 주술사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팔 몇 개가 끊어졌을 뿐이었다.
“키이이이! 네놈……!! 정말 대단한 놈이군! 더욱 탐난다!”
주술사는 고통스러운 기색도 없이 다른 팔에 달린 해골 토템을 흔들었다.
피잉!
순간 루이드는 아득한 골짜기로 굴러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라, 안 보여.’
풀썩.
루이드의 무릎이 꺾이고 그대로 쓰러졌다.
“루이드 님!!”
엠마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후후후후, 후후후. 걱정하지 마라. 난 죽은 것은 안 먹으니까.”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아…….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려.’
루이드는 자신의 정신이 현실과 분리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공간에 갇혀버린 느낌.
이대로라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 했는데.’
주술사를 추적하기 위해 저주를 입었을 때 각오한 일이었다.
저주를 입는 것 자체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렇게 무력하게 쓰러지다니. 그건 좀 쪽팔리긴 했다.
‘아, 엠마도 있는데 이건 아니지.’
그래도 놈을 빠르게 추적하는 방법이었다.
실수는 아니다.
게다가 혼자서였다면 애초에 이런 짓을 시도하지 않았을 터.
루이드는 엠마를 믿었다.
포커드의 검술을 제대로 익힌 엠마.
그건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엠마가 검술을 익히기 시작한 기간은 약 1년.
애초에 평범한 시녀가 맞는지 의심되는 일이었다.
그런 엠마라면 어지간한 상대는 제압할 수 있을 터.
‘어지간한 상대라면…… 말이지. 그 주술사.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거 같긴 했는데. 설마 죽진…….’
띠링.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다.
[스킬 길들이는 자 발동 중.] [상대가 당신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당신은 이득 상태가 됩니다.]‘어라? 이 상태에서도 시스템 창이 보이긴 하네?’
루이드는 까맣게 변했던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힘이 빠지고 무뎌졌던 손과 발의 감각도 돌아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이렇게 빨리?”
두어번 눈을 깜빡이니 흐릿했던 루이드의 시야가 완전히 돌아왔다.
그리고 루이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루이드 님!!”
“후후후, 걱정하지 마라. 난 죽은 것은 안 먹으니까.”
루이드가 쓰러졌다.
엠마는 순간 모든 이성의 끈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지켜달라고 했는데.
지켜준다고 했는데.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자신 따위가 그를 보좌한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이 가진 혈계 능력은 분명 ‘절대 방어’.
그렇다면 분명.
이 모든 공격도 불행도 다 막아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제대로 그를 향한 공격을 막은 적이 없었다.
“난……. 한 번도…….”
“크큭, 크크크……. 킁킁, 그러고 보니 너도 혈계 능력자군. 달콤한 냄새가 나. 오늘 나는 정말 운이 좋구나.”
주술사가 흐느적거리며, 기이하게 뻗은 다리를 이용해 나무 사이를 이동했다.
“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니? 정말 궁금하구나. 쉿, 쉬쉬쉬. 말하지 않아도 돼.”
주술사는 키득거렸다.
정말 즐거운 듯이.
주술사의 눈에는 엠마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나와 하나가 되면, 네 모든 능력은 내 것이 되니까.”
다각, 다가각.
주술사의 거미 같은 팔다리가 떨렸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같은 혈계 능력자로서, 네게 친절하게 대해 줄게. 혈계 능력자를 먹는 건 처음이기도 하고. 후후후후. 정말 기대 돼. 한 번에 두 명의 혈계 능력자를 먹다니.”
“혈계…… 능력…….”
“그래. 혈계 능력. 덕분에 나는 인간을 초월하게 되었지. 너희 둘을 먹고 나면, 아마 나는 신이 될 거다.”
주술사가 다가왔다.
“그러면, 더는 이렇게 어둠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겠지. 모두 시체로 만들어서. 내 왕국을 건설할 거다.”
주술사는 황홀하다는 듯 주절댔다.
“아아, 나는 그저 천대받는 부두술사였지. 쓰레기 같은 인간 놈들은 필요할 적에만 나의 기도를 빌리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면 내 탓을 해댔다. 미웠지, 미웠어.”
끈적한 숨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다 먹어버렸다. 내가 다 먹어버렸어. 히히힉. 히히히힉!”
주술사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엠마는 방어 자세조차 취하고 있지 않았다.
“착한 아이로구나.”
“……X까.”
“뭐?”
“X까라고!!”
덥석!
엠마는 주술사의 몸을 붙들었다.
“……? 무슨…….”
주술사의 번들거리는 눈이 의문을 띠었다.
스으으으으.
파아아아아앗!!!
엠마가 잡은 부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 으어어?!”
주술사는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드드드득.
하지만 엠마는 손아귀의 힘을 더욱 강하게 줄 뿐이었다.
“……노, 놔……!! 놔!!! 히이이익!!”
엠마가 잡은 주술사의 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에 날리는 재처럼.
“무,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콰악!
엠마는 오른손을 들어 주술사의 얼굴을 쥐었다.
“네놈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걸, 부정(否定)한다.”
“그, 그아아……!!”
주술사의 얼굴에서부터 엠마의 빛이 번져갔다.
그리고 얼굴은 마치 재로 만든 조각물이었던 것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파사삭!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바스러진 얼굴.
사아아아…….
주술사의 얼굴은 형체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습이 끔찍하다기보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으으. 쿵.
주술사의 몸이 쓰러졌다.
“헉.”
엠마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윽…….”
“루, 루이드 님!”
엠마는 루이드의 신음을 듣고 후다닥 돌아섰다.
그러나 선뜻 루이드를 부축하지 못했다.
방금 자신이 만진 주술사가 재처럼 흩어져버렸기 때문.
“엠마, 놈을 해치웠구나. 대단한데.”
루이드는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다, 다행…… 다행이에요.”
루이드가 주술사의 시체를 확인했다.
몸에 흐르고 있던 저주의 기운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루이드가 묻자 엠마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 그게…….”
엠마는 어물어물 루이드가 쓰러진 뒤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제 안에서 혈계 능력 에너지가 마구 날뛰었어요.”
엠마의 설명을 들은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로군.’
엠마의 능력은 절대 방어.
아샤라가 이름 붙이기를 그리한 것이고, 그 방어의 원리는 상대의 공격, 에너지, 힘 등을 와해시키는 데 있었다.
그러니까 엠마의 몸에 닿는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방어가 되는 것.
그런데 루이드의 스킬 ‘길들이는 자’ 때문에 엠마의 혈계 능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엠마가 무효화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데미지 뿐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엠마가 부정하는 ‘존재’까지 그 힘이 미치게 된 것.
‘그래서 저 끔찍한 주술사가 꼼짝없이 당하게 된 거로군. 불쌍하게도. 포식해보려다가 되레 당했어.’
루이드가 엠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하자 엠마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뺐다.
“……? 엠마, 네 혈계 능력의 이름을 바꿔야겠어.”
“네? 뭐, 뭐로요?”
“절대 방어가 아니라, 절대 무효화 같은 걸로. 아니면 절대 부정?”
루이드는 진지했다.
원래 이런 것은 기술명이 멋져야 폼이 나니까.
“네? 루이드 님은 제가 어떻게 된 건지……. 다 아시는 건가요?”
“대충 짐작이 가. 확실한 건 아샤라와 함께 확인해 보면 되겠지만.”
조금 위험할 뻔했지만, 루이드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덕분에 엠마를 성장시킬 수 있었으니까.
아직 능력에 관하여 연구를 해 봐야겠지만, 확실히 엠마의 혈계 능력은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방어만이 아니라 공격에도 무시무시한 효과를 보게 된 것.
엠마는 심각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차라리 뼈 토템을 제가 부술 걸 그랬어요.”
“응?”
루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라리 제가 저주를 받았어야 했어요!”
엠마의 목소리는 심각했다.
“루이드 님은 왜 이렇게 계속 자신을 위험으로 몰아넣으시는 거예요?!”
“어엉?”
루이드는 당황했다.
‘내가……? 아니, 난 딱히 그런 적 없는데……? 나는 내 몸……. 되게 사리는데?’
엠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 아니. 엠마 진정해. 난 혈계 능력자잖아. 일반인들이랑은 달라.”
“저도 혈계 능력자예요!”
“어……. 그렇지. 그렇긴 한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남한테 시키는 건 좀…….”
“…….”
“게다가 나는 저주로 놈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결국 그렇게 했고…… 어?”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 내가 변명을 하는 듯한 이 상황 뭐지?’
루이드는 엠마의 눈치를 보며 다가갔다.
“어쨌거나, 다 잘됐잖아? 엠마의 능력도 업그레이드됐고.”
“……죄송해요, 루이드 님.”
“으응? 또 뭐가.”
“루이드 님께서 저를 의지하시지 못하는 건, 제 탓인데. 루이드 님께 화풀이를 했네요.”
“에, 음. 사실 그렇긴 한데.”
루이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엠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엠마. 너무 자책하지 마. 넌 오늘, 날 구했잖아.”
엠마는 루이드의 손을 잡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네가 마음 졸인 건 잘 알겠어. 하지만 이것 모두 다 내 계획의 일부였는 걸. 널 믿었기 때문에 그런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고.”
“……아.”
“내가 너를 믿는 만큼 너도 날 믿어주면 좋겠는데.”
“……루이드 님을.”
엠마는 조금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믿어요.”
“거짓말.”
루이드가 피식 웃었다.
“그럼 왜 내 악수 안 받아주는데?”
“그, 그건……! 제 능력 때문에……!”
“네가 미다스의 손도 아니고.”
루이드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우린 동료니까. 서로 더 잘 믿어보자고.”
“…….”
엠마는 한참을 고민했다.
주술사를 처리했을 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은 자신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직도 미숙했다.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자신을.
루이드 포커드는 믿고 있다.
이제 다시는 두 번 다시는 그 믿음을 배반해서는 안 된다.
그의 기대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난 강해져야 해.’
처음 맹세했던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루이드 포커드를 지켜낼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엠마는 루이드의 손을 꽉 잡았다.
“옳지.”
루이드는 주술사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엠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루이드는 엠마의 손을 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자, 이제……. 여기를 치워야 하는데.”
거대한 주술사의 시체와 여러 가지 토템, 불길한 천 조각과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즈즈즈.
루이드의 푸른 눈에 빛이 어렸다.
* * *
“이번에 성주님께서 직접 몬스터 토벌에 나셨다는군!”
“평범한 몬스터들이 아니었대. 혈계 능력자가 부리는 불길한 몬스터였다는 거야!”
“세상에, 세상에!”
마을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숙덕거리고 있었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았나?”
“우리 가게에 영지 군들이 항상 모여서 술을 퍼마시지 않나.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
“에이, 거짓말. 포커드 성에서 만드는 술이 더 맛있는데 자네 가게에 왜 가나?”
“어허, 무슨 그런 섭한 소릴. 우리 가게에서도 성에서 나온 술을 판다고!”
“그건 됐고, 혈계 능력자라니?”
“자세한 건 모르는데, 인간을 잡아먹는 혈계 능력자라고 하더군.”
주점 주인의 말에 사람들은 뒤로 확 몸을 젖혔다.
“히이익!”
“사, 사람을 먹는다고?!”
“그랬다니까~! 확실히 그랬어!”
“세상에……. 백작님이 없었다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었겠군.”
“다행이야. 이곳이 아직 헬켄 백작령이었다면 우린 꼼짝없이 혈계 능력자의 밥이 됐을 거야.”
“맞아, 맞아.”
“요즘은 백작님께서 자리를 안 비우시고 늘 성에 계셔서 어찌나 안심되는지.”
“백작님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면 좋겠어!”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 *
“흐음,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아샤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