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화(1/400)
<동대 중학교 또다시 우승>
<시속 150km를 던지는 중학생>
<미국, 일본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야구 유망주>
대한민국은 김도진을 두고 시끌벅적했다.
고작 16살의 나이에 150km의 공을 던지는 이 미친 중학생의 이름은 하루가 멀지 않게 미디어를 탔다.
하지만 그는 모종의 이유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누구도 그의 행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야구판에서 완전히 잊혔다.
* * *
하얀색 반소매 카라티에 짙은 청색의 반바지를 입은 백인 학생이 같은 옷을 입은 검은 머리 학생에게 물었다.
“헤이. 도진 킴. 수업 등록은 제대로 했어?”
도진은 자신에게 말을 건넨 백인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이크. 너 아니었으면 이번 학기 망할 뻔했다. 수업 등록을 까먹고 있었다니. 제대로 빚졌어.”
“알아서 다행이네.”
“다음에 부탁 하나 들어줄게.”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빚은 제대로 받아 갈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정말 이번 학기에도 방과 후에 야구 안 할 거야?”
마이크는 오늘도 키 183cm 다부진 체격의 도진에게 야구 동아리를 제안했다.
오늘로써 벌써 20번째였던 것 같다.
도진은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핥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마이크는 아쉬움의 한숨을 삼키더니 이내 자리를 벗어났다.
도진은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야구라.’
역대 최고의 유망주라고 평가받던 도진은 중학교를 끝으로 야구를 관뒀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동업자가 돈을 갖고 날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도진은 도피성 이민을 떠나야만 했다.
그 종착지는 바로 미국 LA.
아버지의 누나.
즉, 고모가 이곳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계셨던지라 비자에 대한 문제는 해결했다.
도진의 가족도 미국이라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도진은 미국에 가기 싫었다.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야구를 끝까지 하고 싶었다.
혼자 한국에 남아서라도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도진의 생각에 아버지는 크게 반대하셨다.
-지금은 또래보다 뛰어날지 몰라도 미래에도 지금처럼 남들보다 앞서 있을 것 같아?
-혹시나 다쳐서 더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땐 네 인생을 누가 책임져주지?
그때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예민하셨다.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악담만 늘어놓으셨다.
하지만 중학생의 도진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돈.
집안에 돈이 없다.
아버지도 사실은 도진의 재능을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도대체 누가 대줄 것인가.
설사 장학금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혼자 한국에 남는다면 생활비와 월세는?
자신과 가족에게는 그 돈을 충당할 능력이 없었다.
-미국으로 갈 거다. 거기서 영어라도 배운다면 네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도진은 결국 아버지의 말에 따르게 되었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미국으로 떠나자마자 또 다른 문제가 도진의 가족을 덮쳤다.
미국의 사립고등학교 학비는 비싸다.
그러면 공립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다양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피성 이민을 온 도진에게 그런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었다.
도진은 1년 꿇어서라도 공립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낯선 땅에서 1년이란 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때 다시 한번 도진의 고모가 가족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배고프고 힘들더래도 자식 교육만큼은 제대로 시켜야지.”
빌려준다는 명목하에 도진의 졸업까지 학비만큼은 선뜻 대신 지급했다.
그렇게 결국 도진은 LA 산타모니카의 FS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비싼 학비. 어려운 집안 사정. 그리고 통하지 않는 언어.
도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자신이 집안을 도우면 도왔지, 더 이상 가족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진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자 1년간 영어 공부만 죽어라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영어가 서서히 트이기 시작했을 무렵.
도진은 아버지의 말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영어 덕분에 먹고 사는 데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 도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언제나 야구를 떠올리면 심장을 쿡쿡 찌르는 통증 때문이었다.
‘약한 마음을 가져선 안 돼.’
도진은 언제나처럼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고는 이를 견뎌냈다.
야구는 자신이 갈 길이 아니다.
야구는 미래가 불확실하다.
야구는……
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 * *
미국의 고등학교는 한국과는 다르게 총 4학년까지 있다.
한국 나이로 18살. 만 나이로 아직 16살의 도진은 이곳에서 막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미국 고등학교는 4년제.
졸업까지 2년을 남겨둔 시점이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한결같았다.
수업을 듣는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영어 공부를 한다.
이 일상의 반복이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이 자신에게 다양한 동아리를 권유했지만, 도진은 언제나 고개를 저었다.
“영어가 딸려서 공부해야 해.”
그저 핑계였다.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결국 돈이 필요하기 마련.
미국에서의 생활은 완전히 망해버린 한국에서의 생활보다는 나았지만.
갑자기 집안이 일어서게 되는 드라마틱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하는 상황에서 돈이 다른 데 새어 나아가는 것을 자제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도진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미련? 그런 건 돈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돈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도진은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버렸다.
결국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개척하는 거라며 영어 공부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똑같은 하루가 펼쳐지는 듯했다.
“헤이 킴.”
어제 대화를 나눴던 백인 마이크.
그는 어김없이 학교를 마치는 종이 울리자 도진에게 다가왔다.
“내게 빚진 건 잊지 않았겠지?”
“알고 있지. 나 그렇게 쓰레기 아니다?”
마이크는 입꼬리를 살포시 들어 올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좀 도와줘.”
“도와줘? 뭘? 그냥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 오늘 우리 방과 후 활동 야구 동아리가 다른 학교랑 시합하거든? 근데 한 명이 급한 일이 있어서 늦는다고 했어. 잠깐 자리만 좀 채워주라.”
미간을 구긴 도진이었지만 마이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아리에 들어오라는 게 아니야. 너도 알잖아? 학기 초부터 다른 학교와의 약속을 펑크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음번엔 시합도 잡지 못한다고?”
마이크의 사정은 이어졌다.
“1시간. 자리만 채워줘. 그거면 충분하니까. 대신 오늘 도와주면 두 번 다시 동아리 권유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
도진도 이미 마음은 정했다.
멍청하게도 날짜를 착각해 수업 신청을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마이크.
그에게 큰 빚이 있던지라 요구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야구라니.
‘아니. 오히려 잘 된 건가?’
도진은 빚지는 걸 싫어했다.
원래의 성격이 이랬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계산적으로 변했다.
그렇기에 농구, 축구도 아닌 자신이 할 줄 아는 야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빚진 건 제대로 갚으면 되니까.’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다.
오늘만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나가고 다시 공부에 매진하겠다.
도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가면 되는 거야?”
마이크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다.
“같이 가자. 다들 모여 있을 거야.”
도진은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는 마이크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시합이 펼쳐지는 야구장에 도착했을 땐.
또다시 심장을 쿡쿡 찔러대는 통증이 느껴졌다.
* * *
야구 동아리에 포함된 인원들은 대다수 도진이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이크와 1, 2명을 제외하면 전부 다른 학년으로 보였다.
‘흐음. 어색하네.’
하지만 미국인 특성상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사 정도는 친한 친구처럼 나누는 법.
그들은 하나같이 살갑게 다가왔다.
“고마워. 정말 한 명이 급했거든.”
“친선 경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1시간이면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오면 바로 교체해줄게.”
그저 참가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퍼부어댔다.
그와 동시에 마이크는 도진에게 글러브를 건넸다.
“9번 좌익수. 괜찮아?”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글러브를 넘겨받고는 멍하니 쳐다봤다.
‘오랜만이네.’
그때.
심판 옷을 입은 학교의 야구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모여라. 인사 나누고 바로 경기를 시작하겠다.”
도진은 맞은편의 상대와 악수를 끝내며 좌익수 방면으로 이동했다.
“플레이 볼.”
시합이 시작되자 심장이 두근거림은 박차를 가하더니 더욱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글러브를 손에 껴서 그런가?
아니면 영상으로도 애써 외면하던 야구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어서?
도진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자 이를 악물었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나한테 날아오지 마라.’
타구를 뜻했다.
다행이라면 1회는 전부 땅볼 타구로, 자신에게 공이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2회는 달랐다.
상대는 안타와 볼넷을 얻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주자는 1아웃의 만루.
깡.
1사 만루에서 경쾌한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타구는 다름 아닌 도진에게로 향했고.
도진은 평범한 플라이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결국 오네.’
도진은 낙구 지점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도진이 다가간 곳으로 공이 서서히 낙하하기 시작하더니 빨려 들어가듯 글러브에 안착했다.
‘오늘만이다.’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 야구를 할 일은 없겠지.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제대로 해주겠다.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글러브에 살포시 안착한 공을 빼내고는 곧바로 홈으로 송구했다.
“백 홈.”
송구는 유격수를 그대로 지나쳐 바운드 없이 그대로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툭.
“아웃!”
심판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그때.
잠깐의 정적 후에는 짧은 탄성만이 전부였다.
“와우.”
지금 저 멀리서 홈까지 다이렉트로 던진 거야?
저 무지막지한 송구 속도는 도대체 뭐지?
그들은 하나같이 놀란 토끼 눈으로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도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묵묵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뒤따라오던 다른 아이들의 경악 섞인 시선이 느껴지자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오. 운이 좋았어.”
아무도 도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뭐야? 야구 했었어?”
“송구 뭔데? 메이저리거인 줄 알았다니까?”
도진은 미국에 도착한 후로 버릇이 된 영업용 미소를 띠었다.
‘역시 립서비스가 과하네.’
메이저리거라니. 진짜 메이저리거가 이 말을 들었다면 배를 움켜잡고 비웃었겠지.
마이크는 도진에게 공을 내밀었다.
“슬슬 펑크낸 친구가 올 때 됐으니까.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라갈래?”
마이크는 아까 손을 얼얼하게 만들었던 도진의 송구를 떠올리며 제안했다.
그가 마운드에 서서 던지는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싫은데?”
“난 네 반년을 구했는데? 네 반년의 가치는 마운드에 서는 것보다 못하다는 건가?”
거부권은 없다.
도진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교활하네.’
도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글러브를 내밀었다.
어차피 오늘은 구세주를 위해 뭐든 할 계획이었다.
마이크는 방긋 웃으며 글러브 안에 공을 집어넣었다.
3회 초.
도진은 결국 마운드에 섰다.
온갖 복잡미묘한 감정이 자신의 전신을 휘감았다.
‘아니야. 오히려 잘됐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깔끔하게 마무리 짓자.’
오늘로써 전부 털어내겠다.
더는 야구의 미련을 갖지 않게 후회 없이 던지겠다.
도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오른손을 글러브 안에 넣어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글러브를 머리끝까지 들어 올려 와인드업하며 눈을 번뜩였다.
들어 올린 왼쪽 다리는 가슴에 닿았고.
그 다리가 힘차게 바닥으로 내디뎌지는 순간 공은 도진의 오른손을 떠났다.
쉐에에에엑.
도진이 던진 공은 바람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포수 미트로 향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미트에 꽂혀버렸다.
퍼억.
경기장엔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스, 스트라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