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04화(104/400)
경기 시작 5분 전.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해설은 라인업을 소개했다.
[NY의 라인업이야.]1. 조니 CF. L.
2. 토미 2B. R.
3. 팀 3B. R.
4. 타카시 P. L
5. 제이크 C. R
6. 대니 RF. R
7. 마이클 1B. R.
8. 라이언 LF. L
9. 케빈 SS. L
P: 타카시. R.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과 올 리그를 폭격한 라인업 그대로야.] [세대교체가 훌륭하게 된 케이스지. 작년에도 전부 3학년이 대회에 출전했으니까.] [확실히 좋은 선수들이 많아. 전부 예상 드래프트 랭킹 1, 2라운드에 기록됐어.] [타카시 사토는 타격과 투수 부분 모두 1라운더로서 완벽하다는 평가가 자자하지.] [3번과 5번을 맡은 팀과 제이크도 무시할 수 없잖아?] [두 선수 모두 1라운드 감이라는 말이 많아. 예상 랭킹도 30위와 31위를 기록했고.] [그럼 이제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FS의 라인업을 확인해봐야겠지?]1. 도미닉. 2B. L.
2. 마이크. C. R.
3. 알렉산더. 3B. S.
4. 도진. P. R.
5. 페르난도. SS. S.
6. 크리스. CF. L.
7. 린더. 1B. R.
8. 퍼시벌. LF. R
9. 다테우스. RF. R.
[타순에 변화가 보이네.] [마이크와 페르난도의 순번이 바뀌었어.] [페르난도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잖아?] [아무래도 그렇지. 지금 8타수 무안타. 그가 가진 포텐에 비해 처참한 성적이야.] [물론 그를 나무랄 수는 없지. 이제 고작 1학년이니까. 하위타선도 기세가 좋지 않아. 총합 1개의 안타만 뽑아냈어.] [오늘 1학년들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거야. 물론 상대가 타카시 사토라 쉽지는 않겠지만.]도미닉이 타석에 들어서며 1회가 시작됐다.
도진은 두 선수의 승부를 지켜보다 말고 타카시 사토의 투구에 혀를 내둘렀다.
결과는 3구 삼진.
그는 도미닉을 어린애 다루듯 우습게 눌렀다.
‘젠장. 1회부터 진심이네.’
도진은 어금니를 갈았다.
타카시 사토가 뿌리는 95마일의 패스트볼에서는 완급조절 따위는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긴 해.’
NY는 FS보다 강하다.
그리고 두 팀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바로 불펜이었다.
NY는 훌륭한 불펜 투수를 다수 보유한 반면.
‘솔직히 우리는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없어.’
마무리 투수는 1학년 자말이 맡고 있다.
자말은 아직 1학년이기에 완벽하다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FS의 오늘 경기 작전은 선취점을 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다.
1학년을 다수 보유했기에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좌지우지될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우세한 분위기로 어찌어찌 9회까지 버텨낸다는 작전은 실행도 전에 막혀버렸다.
타카시 사토가 전력으로 투구하면 그를 초반에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늘 2번에 배치된 마이크 역시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채 도진에게 다가갔다.
“우리 작전 들통난 것 같다.”
“보인다. 완급 조절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쩔 생각이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마이크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방금 타석은 마치 미국전에서 너를 상대하는 것 같았어.”
그만큼 타카시 사토의 컨디션이 좋다는 뜻이었다.
세 번째 타석은 알렉산더.
“스트라이크 아웃!”
그러나 알렉산더마저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 역시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쉽지 않다.”
“어.”
알렉산더는 도진만 들을 수 있게끔 나지막이 속삭였다.
“믿는다.”
FS의 에이스.
도진은 고개만 한번 끄덕한 후 글러브를 손에 쥐고 마운드에 올랐다.
* * *
마운드에 오른 도진은 로진백을 톡톡 건드렸다.
‘기선제압에서 밀릴 수 없지.’
타카시 사토가 압도적인 투구를 보였다면, 자신도 그래야 한다.
때마침 마이크의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바깥쪽 패스트볼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그 후 몇 번이나 고개를 더 젓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사인이 나왔다.
한복판 패스트볼.
도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은 굉음을 내지르며 미트로 향했다.
타자는 타이밍에 맞게끔 스윙했지만.
퍼억.
미트에 꽂힌 투구는 펑 터지는 소리를 유발했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타자와 눈이 마주쳤다.
타자가 이빨을 갈며 분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좋아할 수 없었다.
‘젠장. 스윙 타이밍은 맞았어.’
배트의 위치가 문제였을 뿐.
타자는 투구 속도에 버금가는 배트 스피드를 선보였던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타구가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타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도진은 더 이상 고개를 젓지 않았다.
마이크가 요구하는 코너로 공을 찔러 넣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다음 타자를 맞이한 도진은 이번에도 삼진을 잡았다.
2연속 삼진이라는 훌륭한 기록을 세웠음에도 도진에겐 여유가 없었다.
‘벌써 10구나 던졌어.’
타카시 사토는 공 10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자신은 두 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 10개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투구 수가 많아지면 긴 이닝을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맞춰 잡아야 할까?’
맞춰 잡는 피칭을 하면 체력은 아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좋지 않아.’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스윙에는 힘이 보였다.
먹힌 타구라도 쭉쭉 뻗어낼 수 있는 타격 매커니즘까지 갖추었다.
괜히 미국 랭킹 2위가 아니다.
도진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NY는 작년에 맞붙었던 팀이지만 기량으로 봐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결국 복잡해진 머리는 하찮은 투구로 이어졌다.
따-악!
NY의 3번 타자 팀은 도진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중견수 앞 안타를 생성했다.
2아웃 1루.
타카시 사토가 타석에 들어섰다.
* * *
타카시 사토와 도진.
도진의 타카시 사토의 승부에 관중석은 떠들썩했다.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탈 고교급 승부를 펼친 둘이 다시 맞붙었으니 말이다.
타카시 사토는 타석에 들어서며 배트로 도진을 겨눴다.
도발이었다.
타카시 사토의 눈이 자신감으로 활활 타올랐다.
도진은 그의 도발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평소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마이크는 도진의 감정을 추스르겠다며 서둘러 사인을 냈다.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마이크는 바깥쪽으로 붙어 앉았다.
하지만 도진의 투구는 정반대인 몸쪽으로 향했다.
타카시 사토는 엉덩이를 쭉 빼며 도진의 투구를 회피했다.
“볼!”
마이크는 도진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하며 다시 한번 공을 던졌다.
퍼억.
“볼!”
카운트는 2-0.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
도진은 소매로 이마를 닦아냈다.
고작 1회에 이마에 땀이 나는 건 덥거나 지쳐서가 아니었다.
긴장.
모든 부담감을 떠안은 도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부담감은 투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구가 좀처럼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3구. 손을 떠난 공은 한복판으로 향했고.
타카시 사토의 눈동자가 순간 빛을 띠더니.
따-악!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투구를 후려쳤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다.
내야수들은 그 즉시 고개를 떨궜다.
펜스 앞에 도달한 우익수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더니 고개를 떨궜다.
[Uh oh! High Fly ball deep to the right field!] [넘어갔어! 완벽히 넘어갔어! 타카시 사토의 투런 홈런! NY가 1회부터 선취점을 냈어!]1회 말.
NY는 시작부터 2점을 앞서나가게 됐으며.
FS의 실타래는 엉망진창으로 엉켰다.
* * *
도진은 1회를 어찌어찌 마무리했다.
하지만 선취점을 허용한 그는 2회 자신의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상대 에이스와 대비되는 장면.
상대는 4타자 연속 삼진을.
하지만 도진은 1회부터 2점이나 실점을 했으니 말이다.
시청자들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듯했다.
-NY가 이겼다.
-그래. 쟤도 인간이었어.
-상대 에이스가 무너진 순간 끝이지.
물론 도진은 고군분투했다.
2회 말에는 실점 없이 점수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위기는 3회에 다시 찾아왔다.
FS는 3회 무안타를 기록 중인 반면 NY는 선두 타자 9번이 출루하며 도진의 멘탈을 통째로 흔들었다.
1번 타자는 번트를.
2번 타자는 안타를 치며 1사 1, 3루.
3번 타자를 상대로 내야수 팝업 플라이를 만들어 위기를 모면하는 듯했지만.
[2사 1, 3루. 타카시 사토의 타석이야.] [오늘 킴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네. 투구에서 망설임이 느껴져.] [이번 이닝을 넘겨야지만 FS는 페이스를 되찾아올 수 있을 텐데. 쉬워 보이지는 않아.]-숨통을 끊어놓을 차례다.
-인정. 가라! 타카시! 캘리포니아를 밟아 버려!
-FS 4강? 충분히 잘했음. 그래도 결승 전력까지는 아님.
모두의 기대를 안고 타카시 사토가 타석에 들어서자.
“타, 타임!”
마이크는 서둘러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로 뛰어갔다.
“야. 괜찮냐? 오늘 너답지 않다.”
도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답지 않다. 인정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하찮은 투구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패스트볼이랑 커브가 완벽히 파악 당한 것 같아. 어쩔 거냐?”
마이크의 질문에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대신 그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상승했다.
“작전 변경이다. 전력으로 간다.”
마이크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띤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홀로 마운드에 남은 도진은 헛웃음을 삼켰다.
‘하긴. 지금 뒤를 볼 때냐?’
지금까지 너무 술술 풀렸다.
그렇기에 이렇게나 쉽게 벽에 가로막힐 줄 일절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견고한 벽이라도 도진은 깨부술 자신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마저 편해졌다.
도진은 사인에 곧장 투구를 가져갔다.
바깥쪽 패스트볼은 마이크가 요구하는 코스로 완벽히 꽂혔다.
“스트라이크!”
2구와 3구는 커브로 상대의 눈을 속이려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두 공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볼!”
“볼!”
4구.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투심.
타카시 사토의 배트가 나왔다.
하지만 배트 윗부분에 걸리며 공은 뒤로 흘러나갔다.
‘역시. 많이 준비했구나.’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은 던지는 족족 타이밍이 맞는다.
자신에 대한 대비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뜻.
도진은 짧고 강하게 숨을 내뱉은 후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마이크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그는 눈을 번뜩였다.
타카시 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1회와 같은 눈빛. 자신감에 절여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진의 눈동자에도 망설임이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행동에서도 느껴질 만큼 2사 1, 3루 2-2 카운트에서의 투구는 재빠르게 이어졌다.
공은 도진의 손을 떠났다.
타카시 사토는 희미하게 웃었다.
‘4구째와 똑같은 궤적.’
한복판으로 향하던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겠지.
실투였을까?
‘알 바는 아니다.’
그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갔다.
맞기만 한다면 타구를 장외마저도 넘길 만큼 호쾌한 배트 스피드를 선보였다.
배트의 풍압만으로도 모래들이 폭풍을 일으켰다.
그만큼 강하고 완벽한 스윙이었다.
하지만 타카시 사토는 스윙을 하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손에서는 어떠한 느낌도, 고막으로 흘러 들어와야 할 둔탁한 소리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이. 멈췄어?’
확실히 멈췄다.
굉음을 내지르고 날아오던 공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던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확신에 가득 찬 자신의 스윙이 공에 닿지 않을 리 없었으니까.
타카시 사토는 모래바람이 걷히는 순간 도진의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서클 체인지업.
도진의 신무기가 드디어 세상에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