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06화(106/400)
“양 팀 정렬!”
양 팀 선수들은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정렬했다.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두 팀이 품은 감정은 달랐다.
NY는 아쉬움을, FS는 기쁨이었으니 말이다.
“악수!”
도진과 타카시 사토는 서로에게 다가갔다.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선수의 손끝이 닿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굿 게임.”
일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타카시 사토였다.
“이번에는 내가 졌다.”
도진의 양쪽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아마추어 최고의 아시아 선수.
그 타이틀은 도진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야구의 시작점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프로에서 누가 더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타카시 사토는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너라는 라이벌이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했겠지.”
도진 역시 진심이었다.
물론 타카시 사토를 만나지 못했어도 미국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타카시 사토는 자신보다 이 낯선 땅에서의 길을 먼저 개척해놨다.
일본인이 미국 무대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동기부여가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타카시 사토를 누르겠다는 목표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거야.’
“뷰포드. 이겨주길 바란다.”
타카시 사토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 나왔다.
비록 서로는 지금까지 피 터지게 싸운 적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지금도 아시아인이 미국 야구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선을 다해볼게. 쉽지 않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타카시 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입을 뻐끔하려다 말았다.
너라면 가능하겠지.
이 말을 아꼈던 것이었다.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양 선수는 동시에 서로에게 등을 보였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오늘이 마지막이 아님은 서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16강부터 4강까지는 매일 같이 경기가 치러지지만, 결승전에는 3일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최고의 전력으로 맞붙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3일이란 기간은 투수가 휴식하기엔 다소 짧은 시간.
그래도 FS는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진이 쉴 수 있는 이 환경에 웃을 수 있었다.
첫날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둘째 날이 되었다.
도진은 여전히 휴식에 몰두하고 있었다.
호텔 로비 소파에서 반쯤 누워 있는 도중 마이크가 다가왔다.
“인터뷰 죄다 거절했네?”
“인터뷰할 때는 아니잖아.”
“팬들이 아쉬워하겠는데? 너도 캘리포니아가 얼마나 오랜만에 결승에 진출한 건지는 잘 알고 있잖아.”
“13년 정도 됐던가?”
“알면서도 그래? 팬 서비스가 영 꽝이네?”
“결승전 끝나면 지긋지긋하게 할 생각이다.”
“지면 어쩌려고?”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솔직히 반박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뷰포드.
미국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 학교였다.
마이크는 말을 덧붙였다.
“미디어에서 우리가 이길 확률을 몇 퍼센트라고 말하는 줄 알아?”
“10퍼?”
“아니. 1퍼센트다.”
도진은 미간을 구겼다.
“에게. 그것밖에 안 돼?”
“그 강력했던 NY도 뷰포드한테 매번 졌어.”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솔직히 아쉽긴 한데. 어쩌겠냐? 전력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괜히 기사 찾아보다가 꽁할까 봐 미리 말해준 거다.”
“기사 안 찾아보는데?”
“지랄. 아까도 핸드폰 보면서 실실 쪼개더만.”
“기사 보고 웃은 거 아닌데?”
마이크는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지 이름까지 검색해놓고 무슨.”
“봤어?”
마이크의 말마따나 도진은 자신에 관한 기사를 찾아봤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했는데 자신의 입지가 조금은 상승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는데.’
최고의 선수란 곧 위상과 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것들이 합쳐져서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만족스러운 평가였어.’
물론 고작 기자들의 말일 뿐이지만, 당장에라도 드래프트 랭킹 탑5 안에 넣어야 한다는 기사들이 많았다.
물론 도진은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안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때마침 도널드 감독이 호텔 로비로 나오며 도진을 찾았다.
“킴. 손님 왔다.”
“손님이요?”
“그래. 호텔 입구로 나가봐라.”
‘아. 인터뷰는 싫은데.’
그래도 어쩌겠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감독의 말은 철두철미하게 따르는 도진이었다.
하지만 호텔 입구에 다다른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에 눈을 하염없이 비볐다.
“도진아 안녕?”
그 손님은 다름 아닌 하리였다.
* * *
도진은 하리와 함께 호텔 근처에 있는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바빴나 봐? 톡 했는데 안보더라고.”
도진은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진짜네? 마이크랑 얘기하고 있을 때라 몰랐나 봐. 미안.”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보다 어쩐 일이야? 여긴 어떻게 왔어?”
캘리포니아에 있을 친구가 이 먼 곳까지 왔다.
그냥 먼 거리가 아니었다.
비행기를 이용해도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FS 이사장님이 비행기표 마련해주시던데?”
“응?”
“결승전이잖아.”
“어? 어.”
그런데 다른 학교 친구의 비행기표까지 해준다고?
도진이 모호한 표정을 짓자 하리는 눈웃음으로 보답했다.
“이거 봐봐.”
하리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FS 야구부 SNS가 화면에 떠 있었다.
-결승이다! 빨리 여왕님 모셔라!
-FS 뭐하냐! 당장 비행기표 대령하지 않고.
-진짜임! 여왕님 플로리다로 보내야 함!
-여왕님 직관 경기에서 킴 승률 100%. 제발 어떻게 좀 해줘!
도진은 멍하니 눈만 끔뻑이다가 이내 정신이 돌아왔다.
“여왕님이라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도진이가 캘리포니아의 왕이잖아?”
“뭔가 좀 쑥스럽네. 그런데 쟤네들이 하리 너도 아는 거야?”
“우리 학교에서 파생된 소문이라서 그래.”
“응?”
“우리 학교에 한국인들 많잖아. 걔들이 소문냈어. 내가 직관한 경기에서 네가 진 적이 없거든. 물론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그랬나?
도진은 여전히 눈만 끔뻑였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작년 우리 학교 홈경기. 그때도 네가 이겼지. 그 이후로는 U-18 대회 직관한 경기도 다 이겼고…… 또 이번 시즌 우리 홈경기에서도 FS가 다 이겼어.”
“진짜 승리의 요정이었네?”
“물론 지금은 나를 욕하는 애들도 많아. 배신자라고.”
도진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장난으로 들렸으며 그녀가 여전히 생긋 웃는 걸로 보아 장난임이 확실하겠지만.
‘배신은 무슨.’
지네들이 못해서 진 걸로 감히!
물론 이 말은 속으로 꾹 삼켰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항공권을 보내준 거야?”
“응. 어차피 주말이라서 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결승이라서 나 역시도 오고 싶었는데 잘 됐지 뭐.”
역시.
이사장이 부자인 학교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결국 며칠 전 오타가 오타가 아니었네?”
“오타? 무슨 오타?”
도진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응원하러 갈게. 응원할게의 오타인 줄 알았더니 진짜라니.’
도진은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럼 당분간 어디서 지내? 나 아직 3일. 아니 이제 2일 후에 경기인데.”
“응. 일요일 경기인 건 알고 있어. 호텔까지 마련해주더라고.”
“어디 호텔?”
“내가 묵는 호텔은 결승전 경기장에서 가까워.”
“다행이네. 밥은 먹었어?”
“나는 먹었지. 너는?”
“아직. 입맛이 없어서.”
도진은 밥을 먹었지만, 거짓말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리의 손에 들려 있는 도시락통 때문이었다.
물론 도시락인지 아직 확인된 바는 없었으나…….
‘통이 누가 봐도 도시락통이잖아?’
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왼손에 쥐고 있던 통을 도진에게 건넸다.
“이거 먹을래?”
도진은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어? 이게 뭐야?”
“뭐 좀 만들어 왔어. 운동선수들은 이거 먹고 운동한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도시락통 뚜껑을 열자 반 접힌 식빵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진은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피넛버터 젤리인가?”
“잘 아네?”
“미국인들 죄다 그리고 자주 먹으니까.”
“내가 듣기로는 마이너리거들도 이거 먹고 운동 한대. 열량이 높아서 운동할 때 매우 좋다던데?”
“나도 듣긴 했어. 물론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이거 호텔에서 만들어서 가져 나온 거라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도진은 곧장 하나 집어 들어 베어 물었다.
진짜로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는 처음이다.
맛은…….
그냥 땅콩잼과 딸기잼을 섞은 맛으로 맛이었다.
“맛있는데?”
“그래? 다행이다. 여기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몰라서 이걸로 결정했어. 물론 호텔에서 전부 제공해준 거지만.”
“요즘 뷔페 먹는데 이게 더 맛있네.”
“풋. 오버하긴.”
진짠데?
도진은 진심이라는 감정을 눈동자에 최대한 담았다.
“원래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법이잖아?”
“뷔페도 남이 해주는 음식인데?”
“그건 정성이 없더라.”
도진은 샌드위치 하나를 해치우고 하나를 더 집으려는 찰나.
위이잉.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주인공은 다름 아닌 상우였다.
연달아 5개가 넘는 메시지를 연속으로 보냈던 것이었다.
[상우: 야! 야!] [상우: 결승 갔다며? 축하한다. 우승해라.] [상우: 아 그리고 나도 이제 루키리그 시작된다. 폭격할 예정.] [상우: 그런데 여기 X같아!] [상우: 아니 쓰벌! 먹을 게 식빵에 땅콩잼이랑 딸기잼, 포도잼, 잼잼잼! 밖에 없다니까?] [상우: 미국 대우 왜 이따위냐? 이게 사람이 먹을 음식이냐고!] [상우: 너도 와서 이 개 같은 빵이나 처먹고 뺑이 치길 바란다.]“…….”
“…….”
하리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도시락통 뚜껑을 닫으려고 했다.
도진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도시락통의 뚜껑을 닫지 못하게 막았다.
“왜, 왜 그래.”
“미안. 이런 형편 없는 음식이나 만들어 오고.”
“그건 쟤가 정신 나간 놈이라서 그런 거야. 나는 맛있어. 진짜 맛있다니까?”
“앞으로 자주 먹을 텐데…… 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
“에이. 왜 그래. 상우잖아. 쟤가 원래 저래. 진짜야. 오해를 풀어줄게.”
도진은 서둘러 핸드폰을 열었다.
[나: 그거 먹어봐 맛있어.] [상우: 야 이! 내가 양키냐? 코쟁이냐고! 이딴 게 맛있을 리가 있겠냐?] [나: 일단 먹어봐. 진짜 맛있어.] [상우: 벌써 먹어봤어! 병신아! 먹을 게 이거밖에 없다니까?] [나: 하리가 결승전 응원하러 왔거든? 지금 만나고 있어.] [상우: 왜 느닷없이 자랑질이야 등신 새끼가. 안 그래도 식빵 때문에 승질 나 죽겠는데.]도진은 도시락통에 들어 있는 식빵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나: (사진)] [상우: 와. 겁나 맛있어. 내가 잘못 만들었나 봐. 다시 먹어 보니까 천상의 맛인데? 저번에 갔던 네 친구 스테이크 집보다 맛있어! 이걸 왜 몰랐을까?]눈치가 빠른 건 좋아.
그런데 1초 만에 먹고 답장까지 한다고?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간 차이를 좀 주던가.’
도진은 서둘러 남은 2개의 식빵을 동시에 집고 입에 욱여넣었다.
“므시쓰. 진쯔 므시쓰. 는 픙승 믁을스 있으. (맛있어. 진짜 맛있어. 난 평생 먹을 수 있어.)”
친구 잘못 둬서 도대체 이게 뭔 개고생이냐.
혹시 자객인가?
도진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