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1화(11/400)
월요일 조회 시간부터 도진은 마이크의 축하를 받았다.
“야구부에 들어갔더라?”
도진은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누군가에게 자랑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도진이 어떻게 알았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마이크를 쳐다보자 마이크가 웃으며 말했다.
“공지가 대문짝만하게 올라와 있으니까 알지.”
“공지?”
도진이 되묻자 마이크는 답답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학교 SNS 몰라?”
학교 SNS에서 학교의 소식들을 전부 접할 수 있다.
학교 내 학생들이 전부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도진은 그 SNS를 즐겨보지 않았다.
“가끔 봐. 근데 잘 안 들어가긴 하지.”
“거기 야구부 최근 소식에 네가 입단했다고 대문짝만하게 걸어놨거든.”
도진은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제어했다.
그러니까 학교 SNS에 들어가서 굳이 야구부 카테고리를 누르고 공지까지 읽었다?
말은 쉽게 들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이 학교엔 야구부만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지금의 FS 고등학교 야구부는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야구부 소식을 접하려면 스크롤을 내리는 수고를 보여야 했다.
‘마이크도 야구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분명 그럴 것이다.
설마 마이크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는 엄연히 여자친구도 있는 학교의 인싸였다.
“넌 야구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안 하는 거냐?”
마이크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러곤 1분 동안이나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화제를 돌려버렸다.
“글쎄. 그래서 이번 주 연습 시합에서 선발로 등판하는 거야?”
마이크가 급하게 말을 돌리자 도진도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유가 있겠지.’
그렇기에 질문에 대한 답변만 넌지시 던졌다.
“그건 아니야.”
“엥?”
마이크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도진을 닦달했다.
“아니. 야구부에 들어갔는데도 후보라고? 우리 학교 야구부 감독님이 그렇게 안목이 없지는 않을 텐데?”
“그런 건 아니고. 일단 부상 방지 차원에서 몸부터 만들라고 하더라고.”
마이크는 수긍한다며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네. 너 지금 밸런스가 좋지 못하더라고.”
도진은 두 눈을 끔뻑이며 마이크를 멍하니 쳐다봤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우리 감독님이 유명한 분이셔?”
“엥? 도널드 슈메이커 감독님을 몰라?”
“어. 잘 모르겠는데.”
마이크는 허탈한 표정을 힘겹게 감추고는 말을 이었다.
“하긴. 모를 수도 있겠다. 미국인들은 감독님을 꽤 아는데. 넌 한국인이지.”
마이크는 주먹을 말아쥐며 가슴을 톡톡 건드렸다.
“도널드 슈메이커. 전 메이저리거. 고등학교 때는 특급 유망주로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하지만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하셨지.”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그해에 야구를 제일 잘한 선수였다는 뜻이다.
부상 이후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메이저리그 구단에도 속한 적이 있다고.
“물론 그 후로는 유망주 양성에 힘쓰셨지. 지금은 이 학교에서 7년 차시고.”
‘메이저리그 선수에 코치까지. 정말 어질어질하네. 굉장하시잖아?’
“그렇게 유명한 분이셨구나.”
“학교가 감독님을 모시기 전에는 더욱 암울했다고 들었어. 암흑기에서 겨우 세상 밖으로 꺼낸 것도 감독님이긴 해. 육성에 일가견이 있으시니까.”
마이크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분 말 잘 들어라. 성적이 암울했던 우리 학교에서 메이저리거도 나왔으니까.”
“조엘 오스틴?”
“오? 아네?”
그야 만났으니까.
하지만 도진은 굳이 그 말을 꺼내진 않았다.
지금 당장은 감독님의 존재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긴. 조엘 오스틴이 은인이라고까지 하는 분인데, 평범한 사람일 리는 없지.’
다시 한번 감독의 대단함을 느낀 도진은 앞으로 도널드 감독을 믿고 따라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그전에.
도진은 마이크를 위아래로 흘겼다.
“나 좀 도와줘라.”
도진이 느닷없이 도움을 요청하자 마이크는 궁금증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도와달라고? 뭘?”
“식사 문제 때문에. 너 뭐 먹고 그렇게 컸냐?”
어떤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도 체격조건이 중요하다.
한창 자라날 시기에 키가 조금이라도 더 자란다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도진의 키와 몸무게는 183cm의 70kg.
하지만 그런 자신보다 마이크의 체격이 훨씬 더 좋았다.
키도 최소 5cm 더 컸으며 몸무게도 10kg 이상은 더 나가는 듯 보였다.
“네가 밥을 깨작깨작 먹는 거지. 나는 그냥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거든.”
내가 밥 먹는 걸 봤나?
하지만 마이크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도진도 수긍했다.
‘유전적인 것도 조금은 있겠지만. 한국인도 예전에나 작았지, 지금은 평균 키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잖아?’
이는 식습관이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대체로 키도 크고 덩치도 좋다.
그래서 도진도 이왕이면 점심시간에라도 미국인의 식습관을 한번 따라볼 생각이다.
“도와줄 거야?”
마이크는 도진의 어깨를 톡톡 치며 어깨를 올렸다.
“좋아. 내가 도와주지. 야구 선수가 그렇게 먹어서 공이나 제대로 던질 수 있겠냐? 아. 90마일을 뿌렸지. 개 같은 재능 차이……”
마이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 *
점심시간이 되자 마이크는 도진을 이끌고 매점들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너. 이제 식사 공짜잖아?”
혜택에 대해서 보여준 적이 없는데 그걸 네가 도대체 어떻게 알아?
하지만 도진은 질문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중한 점심시간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활용해야 했으니까.
“오늘은 메뉴 2개만 먹자.”
“2개씩이나?”
도진이 놀란 이유.
미국에서의 1인분은 한국의 1인분보다 푸짐했다.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먹어. 물론 내가 사는 건 아니지만.”
“2개는 그렇다 쳐. 그런데 몸을 키워야 하는데 아무거나 먹으라고?”
‘상식적으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이크는 도진의 표정을 읽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단백질 위주가 아닌 아무거나 먹으라 해서 놀란 건가?”
“어.”
“인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란다. 물론 단백질 같은 음식은 당장 근육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맞아. 하지만 단백질만 먹으면 맛있어?”
“맛없지.”
“맛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스트레스는 성장에 독이 된다. 그러니 일단 마음 놓고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서 몸이 성장하는 것을 바탕으로 둬야 해.”
“스트레스가 몸 성장과 관계있어?”
마이크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무슨 스포츠 관련해서 논문이라도 쓰세요?
워낙 자신만만했던 터라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메뉴를 곧장 고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야? 왜 안 골라?”
“먼저 골라.”
의도를 알아챈 마이크는 일단 제일 근처에 있는 매점에 들렸다.
“크림치즈 베이글이요.”
도진도 마이크와 같은 메뉴를 선택했다.
그리고 식사 쿠폰과 크림치즈 베이글을 교환했다.
“다음 메뉴는…….”
마이크는 베이글을 한입 베어 물더니 심도 있게 고민을 이어 나갔다.
“아시아 음식 먹을래?”
FS 고등학교는 다인종이 모여드는 사립 학교를 꿈꾼다.
물론 지금은 아시아인이 도진뿐이었지만, 어쨌거나 명성에 걸맞은 학교가 되고자 아시아 음식도 팔았다.
문제는 매점 하나에서 다양한 아시아 음식을 팔았던지라 맛은 없었다.
‘맛없으면 스트레스받는다며?’
굳이 행복한 점심시간에 스트레스받고 싶지는 않았다.
마이크는 도진이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겪자 선뜻 나섰다.
“그럼 그냥 치킨 스테이크나 먹자.”
크림치즈 베이글과 치킨 스테이크.
누가 봐도 미국인이 먹을 법한 음식이며 미국인들과는 다른 입맛인 한국인이었던지라.
‘내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메뉴들만 골랐어.’
이것도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가 아닐까?
‘그리고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단백질이네?’
“그래도 야구 선수가 단백질은 챙겨 먹어야지.”
들려오는 말에 도진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이크의 덩치는 아무리 미국인이라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뭐 네가 부탁하긴 했지만. 날 믿어라. 쑥쑥 자라나게 해주마.”
그의 말마따나 도와달라고 한 건 다름 아닌 자신이다. 친구를 믿어봐야겠지.
도진은 말없이 느끼한 음식을 욱여넣었다.
* * *
도진은 학교가 끝나는 즉시 기숙사에 들러 운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오늘부터는 정식으로 야구부 훈련이 시작되며, 앞으로 2년을 함께할 팀 동료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도진이 실내 연습장 입구에서 서성이자 같이 연습 경기를 뛴 몇몇 부원들이 도진에게 다가갔다.
“헤이 킴. 정식 부원이 됐다는 소식은 들었어.”
“파이어볼러와 한 팀이라니. 우리 이러다 리그 우승하는 거 아니야?”
도진은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경기에서도 말을 제대로 섞지 않았을뿐더러 이들의 이름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들은 마치 소꿉친구라도 되는 양 서슴없이 다가왔으니 대답 정도는 해줘야겠지.
“잘 부탁해.”
도진은 가벼운 인사를 남기고 실내 연습장 안으로 몸을 완전히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이미 몸을 풀고 있는 부원들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음. 확실히 모르는 얼굴들도 꽤 있네. 이 중에서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손 꼽힌다는 선수가 누구일까.’
투수는 고사하더라도 타자는 궁금했다.
‘이왕이면 포수였으면 좋겠으련만.’
물론 겉으로 티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분간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
그저 자연스레 지내다 보면 선수들을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
한 백인 남성이 도진의 등 뒤에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헤이 킴.”
도진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엥? 네가 왜 여기에?’
백인은 다름 아닌 알렉산더.
자신과 동갑내기이며 학교 내의 슈퍼스타였지만.
‘야구가 아니라 미식축구로 유명하다고 알고 있는데?’
고등학교의 슈퍼스타는 많은 인기를 끈다.
좀 과하게 말하자면 한국 아이돌만큼의 인기를 끌 때도 있다.
농구에서의 르브론 제임스, 야구에서의 브라이스 하퍼 같은 특급 선수들은 남다른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렇기에 도진은 그를 알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안다는 것도 의외였고.
또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난 미식축구와 야구 두 가지를 다 하거든.”
그래서 그렇구나.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는 익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물론 완전히 흔하지는 않지만, 만능 스포츠맨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 후 자신의 미래를 선택했다.
“저번 주에 미식축구 연습 시합에 참여하느라 야구 연습 시합에는 참여 못 했는데. 소문에 너 공 좀 던진다며?”
도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알렉산더는 입꼬리를 올렸다.
“나랑 가볍게 1아웃 승부 한번 어때.”
1아웃 승부.
다른 말로는 한 타석 승부라고도 불리며 타구 질에 따라 승패가 나눠진다.
결국 한 판 붙자는 뜻이었다.
‘자신감 봐라.’
아무래도 알렉산더가 학교 내 최고의 타자이며 캘리포니아에서도 알아주는 타자가 확실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당분간 마운드에 오르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붙어보고 싶었다.
학교 내 최고의 타자가 어떤 수준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뛰어난 조력자야말로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료였기 때문이다.
알렉산더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라면.
‘나도 좀 더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조엘과 감독님에게서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을 들었다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믿음직한 동료가 있다면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도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알렉산더가 재차 물었다.
“뭐 문제 있어?”
“문제? 있긴 있는데…….”
하지만 그때.
도널드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며 둘의 승부를 허락했다.
“킴이 아직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은 아니지만. 양측 모두 얻어갈 것이 있는 승부로 보이니 허락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