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12화(112/400)
우승 후 일주일이 지났다.
도진은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 확정적인 선수들은 공부에 그리 열을 올릴 필요는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도진같이 특출난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였다.
1라운드 상위권 픽이 가지는 이점이기도 했다.
“에휴.”
손에 펜을 쥔 마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진은 어울리지 않게 공부하는 마이크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그러니 평소에 공부 좀 해놓지.”
“했어! 병신아!”
“근데 뭘 그리 열심히 하냐? 좀 쉬엄쉬엄해.”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공부로 성공할 것도 아닌데 굳이?”
마이크는 입을 뻥긋거리다 말았다.
도진은 이를 눈치챘다.
“뭐야. 공부로 성공하려고?”
“나도 몰라. 그래도 해놔야 하는 거 아니겠냐? 난 1라운더도 아니라고.”
마이크는 가방에서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을 꺼내더니 도진에게 툭 던졌다.
도진은 책갈피가 돼 있는 페이지를 열었다.
그러자 드래프트 랭킹이 나왔다.
[타자 부분]1. 놀란 카브레라. 뷰포드 고등학교.
2. 도진 킴. FS 고등학교.
3. 존 앤더슨.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4. 제임스 스미스. 사우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5. 마이클 존슨. 반더빌트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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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이크 화이트. FS 고등학교.
[투수 부분]1. 토마스 핸더슨.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2. 도진 킴. FS 고등학교.
3. 로버트 프랭클린. 텍사스 공과대학교.
4. 데이비드 설리반. 마이애미 주립대학교.
5. 다카시 사토. NY 고등학교.
6. 윌리엄 미첼. 애리조나 대학교.
순위를 확인한 도진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순위가 많이 바뀌었네.”
“실력은 정직한 법이지. 물론 완전히 정직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무슨 뜻이냐?”
“네가 한국인이란 뜻이지.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몰라?”
도진은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미국인은 자국의 슈퍼스타를 더 좋아하는 법.
그런데도 이렇게나 순위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프라이드가 높은 미국인들의 인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타카시 사토도 순위가 많이 올랐네.”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카시 사토는 너와 호각이었잖아. 당연히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지.”
도진은 내심 뿌듯했다.
솔직한 말로 미국 땅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
그런데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평가였다.
“너도 랭킹이 많이 올랐네? 2라운드 중반까지 올라왔는데?”
“그러냐.”
무뚝뚝한 말투.
도진은 무언가 있다고 확신했다.
“왜 그래? 뭐 문제 있어?”
마이크는 대답을 회피했다.
“너 내일 갈 거지?”
알렉산더는 미식 축구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미식 축구판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같은 대회였다.
결승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된다.
“응. 가야지.”
“미식 축구 모르잖아.”
“모르면 어때. 그냥 알렉산더 이름만 외치면서 응원하면 되는 거 아니냐?”
“정답이네. 내일 12시에 교문 앞에서 만나자.”
도진은 복잡해 보이는 마이크의 표정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생활을 무작정 알려달라고 할 수 없었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 * *
도진은 마이크와 함께 각자 먹을 음식을 사서 관중석에 앉았다.
도진은 버펄로 윙을. 마이크는 핫도그였다.
마이크는 콜라 한 캔을 따서 들이키더니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지! 탄산을 어떻게 참아!”
“잘하는 짓이다.”
“지는. 안 마실 것처럼 얘기하네.”
“오프 시즌이니까 마셔야지.”
도진은 버펄로 윙 하나를 집어 들고 열심히 발라 먹었다.
2시간 일찍 도착한 이곳은 서서히 관중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우와. 사람 진짜 빨리 찬다. 야구보다 더 빨리 차는 거 같은데?”
“미국인들이 미식 축구에 환장하잖냐.”
“진짜 그런가 보다. 난 야구밖에 몰라서 늘 야구만 봤거든.”
“미국이 유명한 스포츠가 몇 개 있지. 야구, 농구, 미식 축구는 그중에서도 탑이지만.”
마이크와 노닥거리는 도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도진과 마이크를 발견한 알렉산더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도진 역시 그에게 손 인사를 건넨 후 혀를 날름거렸다.
“아. 기분이 이상하네.”
“뭐가.”
“아니. 저번 주까지만 해도 한 팀에서 뛰었잖아?”
“병신아. 저기도 FS야.”
“종목이 다르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원래 대부분 이래. 야구 선수라도 농구와 미식 축구를 병행하는 애들이 많지.”
“넌 왜 안 했냐.”
“난 미식 축구, 농구에 소질이 없어.”
“키도 큰데?”
“키 크면 농구로 무조건 성공하냐? 그리고 나 그리 큰 키도 아니야.”
마이크의 키는 무려 1m 93cm.
그런데 큰 키가 아니라니.
‘정말 미지의 세계구나.’
어쨌거나 몸을 풀고 있는 알렉산더의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묘한 것은 사실이었다.
왠지…….
이제는 헤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미식 축구에서 알렉산더의 평가는 어때?”
“괴물이지. 최소 탑 5안에 들어.”
“미식 축구에서 탑 5면 대단한 거지?”
“드래프트 1라운드 5위 안인데. 안 대단하겠냐? 그리고 저기는 야구보다 계약금이 더 세.”
“얼마나 받는데?”
“상위픽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2천만 달러 이상?”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2, 2천만? 2백만 아니고?”
“어. 2천만.”
2천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200억이 넘는 규모다.
국내 S급 프로 야구 선수들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물론 결국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다 비슷하게 벌어. 근데 요즘 야구가 인기가 좀 덜한 이유는 선수들이 급전을 당길 수 없어서야.”
“야구에서도 특급 선수들은 많이 벌잖아.”
“그렇지. 그런데 연차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을 요즘 애들이 좋아하지 않더라고.”
“성격이 급하네.”
“그러게나 말이다. 뭐. 근데 누구나 돈에 중점을 두는 건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야구를 선택했던 이유는 즐거웠기 때문이다.
“너는. 안 즐겁냐?”
도진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물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직후 마이크의 상태가 영 맛이 갔기 때문이다.
“야구. 즐겁지.”
마이크는 이번에도 어물쩍하게 넘겼다.
도진은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됐던 바람에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 * *
미식 축구 경기는 FS가 승리했다.
마이크는 알렉산더가 하드 캐리했다고 했지만, 룰을 제대로 몰랐던지라 확 와닿지는 않았다.
대신 알렉산더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대단하네.’
문뜩 번뜩임이 뇌리를 스쳤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저렇게 바라봤겠구나.’
팀원들끼리 사진 촬영이 끝나자 알렉산더는 도진과 마이크를 불렀다.
사진 촬영을 끝낸 후 셋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알렉산더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일원들을 쳐다봤다.
“어땠냐.”
“오. 대단했어.”
“난 룰을 몰라서. 근데 관중들의 열기와 함성으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대충 예상은 가더라.”
도진은 야구로 따지자면 만루 홈런을 쳤다거나 선발 투수로 올라서 팀을 승리로 이끈 만큼의 활약이라고 생각했다.
알렉산더는 피식 웃더니 이내 표정을 굳혔다.
“나는 이 길로 나아갈 생각이다.”
도진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젠장.’
친구의 미래에 손뼉을 쳐주지 못할망정 이런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마치 바늘이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킴. 고마웠다. 네 덕에 야구에 미련을 남기지 않을 수 있게 됐어.”
도진은 생각을 달리하려고 노력했다.
알렉산더가 언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그는 오히려 미식 축구보다 야구에 더욱 힘을 보탰다.
그러자 드디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축하해. 보기 좋아 보이네.”
알렉산더는 도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물론 분야가 다르니 자주 만날 일은 없겠지. 그래도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다.”
도진 역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에휴. FS 캡틴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감수성이 참 풍부해. 안 그러냐?”
마이크가 끼어들더니 알렉산더의 주먹을 톡 쳤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알렉산더. 슈퍼볼 경기에서 보길 바란다.”
슈퍼볼.
NFL 최고의 대회.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결승전이었다.
“고맙다 마이크. 그럼. 학교에서 보자고 친구들.”
알렉산더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벗어났다.
도진은 여전히 경기장 벤치에 앉아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쉽냐?”
“아쉽진 않아. 잘 됐다고 생각해.”
진심이었다.
하지만 2년간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야구판을 떠난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이곳은 미국.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왕 충격받았으니 나도 중대 발표할 차례네.”
도진은 간신히 마이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이크는 힘껏 미소를 띠었다.
“나도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도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 도대체 왜?”
“나랑 야구 선수의 길이 맞지 않는 것 같아.”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마이크. 너라면 충분히 포텐이 있어. 프로에서도 잘 해낼 수 있어.”
“내가 2라운더라서 그런 게 아니야. 2라운더라도 충분히 돈을 많이 받는다는 건 아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라운더도 정확히 얼마 받는지 몰랐으니 말이다.
마이크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2라운더도 아마 150만 달러 많게는 300만 달러도 받을 거다. 팀이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지만.”
“적은 돈이 아닌데……”
“적은 돈이 아니지. 그런데 선수로서의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 뿐이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더라고.”
돈 때문에 미래를 팔고 싶지 않다.
도진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돈 때문에 움직이는 인생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도진은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마이크는 도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친구야. 나는 야구판을 떠난다고 한 적은 없어. 야구에 선수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럼?”
“메이저리그는 선수만으로 운용되지는 않아. 예를 들어 스포츠 사이언스라던가, 스카우트라던가, 전력 분석가라든지. 트레이너도 있네. 그리고 너도 내 장점을 알잖아?”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는 분석이 정말로 뛰어나다.
오죽했으면 AI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넌 날 야구판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니까. 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해주리?”
도진은 피식 웃었다.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놨지만, 자신은 마이크의 미래를 대신해서 책임져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나보고 돈을 더 줄 테니 다른 스포츠를 하라고 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밀어도 절대 할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결론에는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다.
알렉산더와 마이크는 야구 선수로서의 길을 걷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럼, 대학 가겠네?”
“뭐. 그렇겠지? 안 그래도 네 덕분에 2라운더라서. 이곳저곳에서 많은 연락이 올 거거든.”
“연락? 무슨 연락?”
“쯧쯧. 좀 세상을 알아라. 대학 말이야. 아마 4년 장학금 받으면서 다닐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대학에서도 야구 해야 하잖아.”
“뭐 들었냐? 야구판에 있을 거라니까? 선수로서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지 않을 뿐. 분석가든, 스카우트든 뭐든 결국 야구를 더 해봐야 잘 알겠지. 그리고 공짜로 다른 것들을 배울 수 있잖아? 얼마나 좋냐?”
마이크의 목소리는 신이 나 있었다.
도진 역시 그의 진심을 완전히 알았다.
“그래. 잘 되길 빈다. 나중에 내가 있는 구단에 와서 분석 좀 해줘.”
“괜찮은데? 대신 네가 슈퍼스타가 돼서 나를 구단에 추천하는 건 어떠냐? 그만큼의 능력은 확보해 놓을게.”
“그게 가능하냐?”
“슈퍼스타는 뭐든지 가능하다.”
“그래. 슈퍼스타. 까짓것 해보지 뭐.”
“나중에 잘됐다고 쌩까지나 마라.”
“안 그래.”
마이크는 피식 웃더니 도진에게 주먹을 들이밀었다.
“우린 이제 더 큰물로 나아가기 직전이야. 잘해보자.”
도진 역시 주먹을 뻗었다.
“그래.”
이제는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가야 한다.
헤어짐이 있어야 새로운 인연도 존재하는 법이 아니던가?
물론 같은 곳에 없다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진은 마음의 응어리를 모두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