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13화(113/400)
5월. 어느덧 학교생활의 끝을 앞두고 있었다.
도진과 알렉산더는 비교적 여유로웠고 마이크는 공부에 열을 올렸다.
도진은 알렉산더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지금 공부한다고 뭐 달라지나?”
알렉산더는 피식 웃었다.
“옛날부터 마이크는 선수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있었지.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였을 거다.”
“그럼 넌 마이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었다는 거네?”
“아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끝나고 공부를 시작하길래 그때부터 확신이 들었다.”
도진은 마이크를 쳐다봤다.
‘열심히 하네. 잘하겠는데?’
바쁜 마이크에 반해 도진과 알렉산더는 매우 여유로웠다.
대부분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마치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들처럼 바쁘다.
하지만 이 둘은 프로와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시험들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물론 도진도 혹시 모를 걱정을 알렉산더에게 물어봤다.
“혹시 말이야. 구단에서의 제의가 별로 좋지 못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프트 1라운드의 아시아인은 자신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알렉산더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미국인들보다 대우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려치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계약하는 대신 대학 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 그리고 아마 여러 대학교에서 너한테 연락도 갔을 텐데?”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알렉산더는 말을 덧붙였다.
“좀 찾아봐라. 메일 와 있을 거다. 아마 메일을 읽지 않아서 SNS로 메시지가 왔을 수도 있다.”
도진은 SNS를 잠깐 확인했다.
DM이 5만 개도 넘는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나중에 메일이나 확인해봐야겠다.’
“어쨌거나 나를 선택하는 구단은 어떻게서든 나를 잡으려고 한다는 말이네?”
“어. 구단의 사정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네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라.”
“고맙다. 마음이 좀 편하네.”
“그리고 내 예상이긴 한데 가격을 후려칠 것 같지는 않다. 네가 일반적인 아시아인도 아니니까.”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솔직히 내가 네 미래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서 확답은 못 하겠다.”
도진은 내심 아쉬웠다.
정말 철저한 개인주의인 나라인 걸 알았지만,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섭섭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원의 손길은 금세 뻗쳐왔다.
[하리: 도진아! 혹시 바빠?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래?]* * *
학교가 끝난 직후 도진은 FS와 산타모니카의 중간 지점의 한 카페에서 하리를 만났다.
“요즘 한가하지?”
“나야 그렇지 뭐. 하리 너는 지금 바쁠 때 아니야?”
“음. 나도 시험은 다 끝나서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돼.”
“시험은 잘 본 것 같아?”
“글쎄. 최선은 다했어.”
도진은 하리의 미소에 그녀가 시험도 잘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 엄청 잘한다고 했지.’
지금까지 학교 성적이 전부 A+는 물론 SAT 같은 시험도 거의 만점에 가깝다고 들었다.
하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래 진로 상담해주러 왔어.”
“응?”
“지금 좀 고민되는 시기 아니야? 계약 문제도 있고 그렇잖아?”
“어…… 그렇긴 한데.”
어떻게 알았지?
도진의 고민은 표정에서 드러났다.
“우리 오빠도 계약을 앞두고 심각하게 고민했거든. 그런데 도진이 넌 한국인에게 생소한 미국 드래프트에 참여하잖아?”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인들은 그저 다 어물쩍하게 넘기지만 한국인인 하리는 그들과는 다르게 도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하리의 모습에 쌓아 놓은 고민을 풀어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대학보다는 바로 프로에 가고 싶어.”
“그럴 줄 알았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네가 굳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응. 그래서 계약 문제가 제일 걱정이네.”
도진은 어떻게서든 부모님을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
그러므로 계약서에 어쭙잖은 돈이 찍혔을 때가 제일 문제였다.
“네 가치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난 한국인이잖아.”
“물론 메이저리그는 미국 스포츠고 정통 미국인들이 더 주목받는 건 맞아.”
“응. 분명 그렇지.”
“그래서 분명히 원래 받을 수 있는 돈보다는 적게 받을 수밖에 없어.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네가 걱정하는 부분만큼 깎이지는 않을 거야.”
“왜?”
도진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짓자 하리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야. 넌 캘리포니아의 왕이니까. 영웅이기도 하고.”
“그게 상관이 있나?”
“있지. 매우 크지. 스포츠 선수들도 결국 상품성이 중요해. 근데 넌 적어도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상품 가치가 확실하다는 뜻이거든.”
“그런데 드래프트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캘리포니아 구단이 아닌 다른 구단이 나를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그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니까. 그러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적어도…… 대한민국 신기록을 세운 상우보다 최소 2배는 더 많이 받을걸?”
2배라.
500만 달러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솔직히 자신이 미국인이었다면 더 큰 돈을 바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자신은 한국인이었다.
그렇기에 500만 달러의 계약서를 내밀어도 냉큼 사인할 의향이 있었다.
물론 아직 눈앞에 계약서가 있는 건 아닌지라 걱정이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하리는 그런 도진의 표정을 읽었다.
“도진아. 자신감을 좀 가져도 돼.”
“아. 그게 잘 안 되네.”
하리는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긴. 대학을 앞둔 나도 이렇게 떨리는데. 너는 더 하겠지. 대신 자신감을 찾을 방법이 있는데. 해볼래?”
“그런 게 있어?”
“응. 메일이나 SNS로 여기저기서 많이 연락이 좀 왔을 텐데?”
“SNS는…….”
하리는 눈치가 빨랐다.
“여기저기서 DM도 많이 왔겠다. 축하한다고 몇 명씩만 보내도 몇만 개씩 쌓여 있겠네. 그럼 핸드폰 좀 잠깐 나한테 줘볼래? 내가 필요한 내용들만 찾아 줄게.”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하리는 도진의 옆으로 이동했다.
도진은 그녀에게 핸드폰을 넘기고 유심히 쳐다봤다.
하리는 5만 개가 넘는 읽지 않은 DM에 순간 흠칫 놀랐지만 금세 기지를 발휘했다.
“이거 봐봐.”
그녀는 B 컴퍼니라고 검색했고, 그들에게서 DM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악명 높은 에이전트였다.
“여기 어딘지 알지?”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 선수라면 모를 수가 없지.”
“한번 눌러볼까?”
DM은 자신들과 계약하자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메일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연락했을 거야.”
하리는 몇몇 에이전트 이름을 더 검색했다.
그들의 내용 또한 똑같았다.
“이제 메일을 봐볼까?”
도진은 하리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고 메일을 열었다.
에이전트 다수와 다양한 대학들의 제의가 담긴 메일들이 꽤 쌓여 있었다.
“구단들도 네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네가 을인 경우는 없다고 봐도 돼. 그래도 정 걱정이라면 에이전트와 계약하는 방법도 있긴 해.”
“음. 예전에 조엘이랑 얘기해봤거든. 그때 조엘이 굳이 에이전트와 계약할 필요는 없다고 했어.”
하리는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우리 오빠는 에이전트와 계약했거든? 그런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 물론 어디까지나 신인 드래프트에 한해서야. 나중에 FA 때는 무조건 필요하지.”
도진은 더욱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왜 도움이 안 됐어?”
“오빠는 부정 계약을 당했잖아. 에이전트가 구단의 속 사정까지 알지는 못 하거든.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검증해본 적이 없어 에이전트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입장이지.”
야구는 경력이 쌓일수록 우대받는 스포츠였다.
“아! 상우도 에이전트 끼고 계약했잖아. 상우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아. 그러네. 잠깐만.”
도진은 곧장 상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야. 계약할 때 에이전트 끼고 했지? 도움이 되디?]답장은 5분 후에 왔다.
[상우: 후후. 이 몸이 나설 차롄가? 나야 도움이 됐지. 첫 만남 때였나? 노란 머리 코쟁이들이 어쩌고저쩌고하는데 한마디도 못 들어먹겠더라고.] [나: 도움이 됐구나?] [상우: 어. 근데 넌 필요 없을 듯? 난 에이전트한테 정말 많은 요구를 했는데 다 칼같이 거절당했다던데? 영어로 대신해서 계약해주는 거 빼고 도움이 안 됐어. 신인이라서 그렇다던데? 이럴 거면 번역기 돌려서 내가 직접 계약했지! 쒸뿰! 수수료만 처 받아먹고. 아 생각하니 개 열받네.] [나: 오버하는 거 아니냐?] [상우: 사실 오버 맞음. 도움은 됨. 근데 네가 굳이? 넌 영어도 잘하잖아. 오히려 에이전트 껴서 하는 거보다 직접 네 자신을 어필하는 게 어때? 구단이 정말 너를 원한다면 그게 더 나을지도? 물론 그래 봤자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나: 도움 됐다. 고맙다. 하리와 같은 말 하네.] [상우: 후후. 제수씨와 이미 말을 맞췄지.] [나: 개소리.] [상우: 티 났냐? 어쨌거나 곧 드래프트네. 행운을 빈다.]결국 하리가 정답이었다.
그렇기에 도진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확실히 네 말대로 내 가치가 그렇게 깎일 것 같지는 않네.”
하리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도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덧붙였다.
“드래프트 때 도와줄 수 있어?”
일단 신인 드래프트때 에이전트가 그리 필요하진 않을 거란 조엘의 말이 제일 와닿았다.
그리고 하리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해본 경험이 있다.
물론 대상이 그녀의 오빠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훨씬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신인 드래프트는 가족 혹은 친구들이 함께해도 전혀 문제없었다.
‘하리도 이렇게나 날 도와주잖아?’
도진도 보답하고 싶었다.
옆에서 계약을 지켜보는 것 자체로 차후에 그녀가 꿈을 이룰 때 도움이 되길 바랐다.
하리는 눈웃음을 쳤다.
“좋아! 그런데 내 수수료는 비싼데 괜찮겠어?”
“얼마나 비싼지 얘기나 한번 들어볼까?”
하리는 뜸 들이지 않았다.
“소원 들어주기?”
“콜.”
도진은 그녀에게 오른손을 내밀었고 하리는 도진의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