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19화(119/400)
2036 메이저리그 룰 4 드래프트.
혹은 1st year 드래프트의 서막을 알리는 방송이 시작되자 3명의 진행자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래프트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특히나 이번 드래프트가 그렇게나 핫하다는 소문이 있죠?] [황금 세대. 누굴 선택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는 소문이 돌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아마추어 야구를 꾸준히 지켜본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몇몇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얼굴을 만나 보시죠.]화면이 전환되더니 놀란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이름, 학교 키와 몸무게에 이어 주 포지션이 적혀 있었다.
[놀란 카브레라. 정말 완벽한 타자입니다.] [인정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타자는 언제였더라? 2010년 브라이스 하퍼 급의 재능이 다시 재림했어요.] [와우. 벌써 26년이 지났군요. 확실히 놀란은 그만한 재능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브라이스 하퍼는 역대 최강의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는 4년간의 고등학생 기간이 너무 길었던지라, 편법을 이용해 1년 빨리 졸업 후 구단과 계약했다.
그만큼 대단한 재능을 가졌으며, 아마추어에서 그를 닮았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었다.
[그런데 그에 버금가는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게 바로 이 선수 놀란입니다.] [시대에 텀 때문에 실력만 두고 보자면 지금의 놀란이 더 뛰어난 건 사실이죠.] [그렇습니다. 야구도 그만큼 발전하는 스포츠니까요.]놀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 선수. 어디로 갈 것 같습니까.] [1픽이 되어도 손색없는 선수입니다만. 아무래도 넥스트 캡틴 아메리카가 될 선수를 거저 잡기가 쉽지는 않죠.] [동의합니다. 데릭 지터, 마이크 트라웃 혹은 브라이스 하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슈퍼스타. 제가 개인적으로 구단주였다면 이 선수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화면이 변했다.
이번에는 도진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다음은 도진 킴. 미국 아마추어 야구를 부숴버린 장본인입니다.] [전 이 선수 볼 때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작 2년 사이에 끝없는 성장을 이뤘어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바로바로 보완해버린 천재 중의 천재. 무엇보다 투타 모두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죠.]도진에 관한 칭찬은 마를 새 없이 이어졌다.
[가치가 제일 높은 선수로 평가되고 있죠?] [순수 미국 아마추어에서 투타 겸업 선수가 나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우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의합니다.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합쳐 평가해본다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올 테니까요.]이제는 예측의 순서가 다가왔다.
[솔직한 말로 드래프트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로열스와 에인절스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에인절스가 최대한 많은 유망주를 얻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킴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일 텐데요.] [소문은 소문일 뿐이지만, 일리 있는 말이죠. 유망주 팜이 털려버린 에인절스는 지금 다수의 유망주가 필요한 상황이긴 합니다.]한 선수가 과연 다수의 유망주를 대신할 수 있을까?
구단은 모험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유망주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곧이어 드래프트가 시작되었고 1라운드 1픽의 주인공 로열스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토머스 핸더슨을 뽑았다.
[토머스 핸더슨. 투수 부분 1위의 선수를 로열스가 가져갑니다.] [좋은 선택으로 보여요. 로열스가 생각하는 맥스 금액을 안겨줄 수 있는 훌륭한 기량의 선수이기도 하고요.] [동의합니다. 결국 드래프트보다는 계약서 사인이 더 중요한 부분이지만,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토머스 핸더슨은 도진을 제치고 투수 부분 예상 랭킹 1위에 오른 선수였다.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대학교에서의 생활 덕분에 다른 고등학생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갖춘 것은 사실.
하지만 그런데도 도진과 놀란보다 몸값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선수를 좋아한다.
선수가 어리면 어릴수록 훨씬 더 높은 포텐을 지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실제로도 데이터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비슷한 실력. 혹은 그보다 실력이 부족해도 나이가 어린 선수가 더욱 대접받는 곳이 메이저리그였다.
1라운드 1픽의 영예가 끝났지만, 진짜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그리고 선택을 앞둔 에인절스 단장은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 * *
에인절스 단장 페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상에 턱을 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젠장. 결국 이렇게 됐군.”
솔직히 로열스가 토머스를 선택할 것이란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예측이 맞아떨어졌음에도 심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에인절스는 지금 도진 혹은 놀란이라는 배부른 고민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단장으로서는 곤욕이었다.
그렇기에 차라리 로열스가 도진이나 놀란 중 한 명을 선택해주길 바랐다.
그랬다면 이렇게나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 선택에 구단의 운명이 달려 있다.’
페리 단장은 결국 드래프트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다른 수뇌부들의 의견은 그저 의견일 뿐.
선택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었다.
‘미래의 캡틴 아메리카냐.’
아니면 이미 한 번의 성공을 맛본 투타 겸업 아시아인의 재림이냐.
‘솔직히 킴이 더욱 끌리기는 하는데.’
머리는 도진을 외치고 있었다.
그는 기량, 인성과 노력.
야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오타니로 봐서는 안 된다.
오타니는 일본 리그를 폭격하며 증명을 끝마친 거나 다름없었지만, 도진은 아마추어를 폭격했을 뿐이었다.
‘물론 FS를 데리고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우승했지.’
페리의 한숨은 더욱 짙어졌다.
한 달 넘게 이어진 고민. 여전히 해답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생각할 시간은 더는 주어지지 않았다.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렸기 때문이다.
‘올 것이 왔구나.’
페리는 저 전화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란 걸 알았다.
그는 땀으로 흥건해진 손바닥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더니 이내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에인절스 단장 페리입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에인절스는 누굴 선택하실 겁니까?]페리는 잠깐 뜸 들였다.
여전히 자신의 모니터 화면에는 두 선수의 프로필이 놓여 있었다.
왼쪽에는 놀란, 오른쪽에는 도진.
자신은 여태껏 수많은 FA를 날려 먹었다.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두고도 실패하는 부분이 바로 선수 계약이었다.
‘안전의 놀란이냐. 아니면 도박의 킴이냐.’
놀란은 도진보다 안전하다.
그는 미래를 책임질 천재 타자. 더 나아가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될 것이 눈에 훤했다.
그렇기에 그를 선택한다면 구단과 팬들도 전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도진은 그보다 더 나은 포텐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걸리는 점은 미국 아마추어에서 투타 겸업은 처음 나오는 것이란 사실.
비록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보유했었지만, 자신들이 100% 키웠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투타 겸업을 키워야 하는 에인절스에게 도진은 도박이었다.
[여보세요? 단장님?]재촉하는 듯한 목소리.
페리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다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선택했지만 전부 실패했어.’
그러니 이번만큼은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머리보다는 마음이 가는 선수로 선택해보겠다.
그 선택이 악수로 작용해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갈지언정.
캘리포니아는, 에인절스는 이 선수를 어떻게서든 보유해야만 했다.
“저희 에인절스는…….”
* * *
뉴욕 양키스 단장은 에인절스의 선택을 앞두고 양손을 모으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제발. 제발.”
양키스는 에인절스와는 다르게 이미 1순위를 정해놓은 후였다.
그렇기에 에인절스의 선택에 따라 자신들은 1순위를 거머쥘 수 있느냐.
아니면 2순위를 선택해야 하느냐에 기로에 서 있었다.
그리고 결과를 맞이했을 땐.
“젠장!”
쾅.
그는 주먹에 분노를 담아 책상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에인절스가 자신들이 원하는 1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 * *
FS 시청각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에인절스 단장의 입이 뻐끔거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소식을 전달받은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했다.
도진의 프로필이 등장했다.
하지만 앞서 도진을 소개했던 프로필과는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필 하단에는 에인절스라는 소속팀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그 즉시 시청각실은 떠들썩한 함성으로 바다를 이뤘다.
“우와아아아! 미쳤다! 2픽! 1라운드 2픽이라니!”
야구를 아는 누구라도 도진이 2 픽으로 뽑혔다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최대어 두 명 중 더 높은 곳에 도달했다는 뜻이므로 사실상 1픽을 의미했다.
도진은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레 등이 소파의 등받이를 찾았다.
“하아. 뽑혔구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만 등을 적시는 식은땀은 그 즉시 자취를 감추었다.
끝을 모르고 뛰어대던 심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정말로 실감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도진은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악감정을 털어내고 미소를 지었다.
그 즉시 마이크는 도진을 부둥켜안았다.
“와! 실화냐? 실화냐고! 2픽 에인절스! 축하한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구나!”
알렉산더도 도진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함박웃음을 띠고 있었다.
“난 네가 해낼 줄 알았다.”
도진은 알렉산더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어서 페르난도와 디에고 여타 다른 야구부원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 후에는 자신을 지금까지 도와준 이사장, 교장, 감독과도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킴. 축하드립니다. 저는 당신이 해낼 줄 알았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코흘리개였던 아이가 이렇게나 훌륭하게 자랐군요.”
“정말 자랑스럽다. 올라가서도 잘하리라 믿는다.”
그들과의 인사를 나눈 도진은 하리 앞에 섰다.
하리 역시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도진아 축하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네.”
‘원하는 결과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
놀란을 제치고 그 영광을 자신이 거머쥐었다.
하지만 도진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의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 때문이었다.
“하리야. 나 잠깐만.”
도진은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도진 킴. 에인절스 단장 페리입니다.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데 혹시 시간 괜찮으신지요. 제가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도진은 심호흡을 짧게 내뱉고는 눈동자에 의지를 담았다.
“네. 시간 괜찮습니다.”
드래프트보다 중요한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