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2화(12/400)
도진과 알렉산더. 알렉산더와 도진의 1아웃 승부의 허락이 떨어졌다.
이 흥미로운 대결에 아이들은 전부 모여들었다.
“이야. 알렉산더와 초신성의 1:1 대결이라니. 누가 이길 것 같냐?”
“말이라고 하냐? 알렉산더지.”
대부분 알렉산더가 이긴다는 의견에 몰렸다.
물론 여전히 중립을 지키는 아이들도 존재했다.
“근데 저 친구도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지잖아?”
“빠르긴 빠르더라. SC 1군 상대로 3이닝 무실점 기록했잖아.”
“그것도 죄다 삼진.”
“난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도 그저 중립을 지켰을 뿐.
도진이 이긴다는 표를 던지지는 않았다.
실내 연습장 마운드에 올라선 도진은 괜스레 글러브를 매만졌다.
‘어떻게 응원하는 사람이 1명도 없지? 자존심이 좀 상하긴 하네.’
이것도 인종차별인가?
도진은 실없는 농담을 속으로 꾹 삼켰다.
진짜로 자존심이 상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저들의 반응은 알렉산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으니까.
‘홈런 맞아도 좋으니까. 제발.’
알렉산더가 강타자이길.
지금은 이기겠다고 아득바득 달려들 필요도 없었으며 자존심을 내세울 때도 아니다.
학교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첫 단계.
이 승부로 인해 동료를 믿게 된다면 재활은 더욱 완벽하게 진행될 테니까.
“잘 부탁한다.”
알렉산더는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도 고개를 가벼이 끄덕였다.
‘미식축구 하는 놈들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긴 하지.’
그들은 미식축구는 물론이고 농구와 야구에서까지도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그 자신감이 허풍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 *
포수 마스크를 쓴 한 선수가 도진에게 다가왔다.
“킴? 어떤 공을 던져?”
“포심 패스트볼.”
“그거 하나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브도 던질 줄은 알지만, 당분간은 패스트볼만 던질 생각이다.
아직 변화구까지 던질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그걸로는 좀 부족할 텐데. 뭐. 듣기로는 꽤 빠른 공을 던진다고는 했지만. 어쨌거나 알았어.”
포수는 도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더니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도진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꾹 삼켰다.
‘또 걱정해주네?’
그렇기에 알렉산더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수준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승부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진은 알렉산더의 수준을 알아버렸다.
‘와. 미쳤네.’
부웅. 부웅.
가벼이 휘두른 연습 스윙에서는 태풍이 몰아치는 듯했다.
‘알렉산더는 스윙을 제대로 할 줄 안다.’
더 나아가 타격 매커니즘이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정확성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는데?’
그러니 이제는 그 정확성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지.
도진은 눈을 번뜩이며 곧장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초구.
디딤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손을 떠난 도진의 공은 한복판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알렉산더의 눈이 번뜩인 것도 그때였다.
부웅.
폭풍을 휘몰아치는 소리와 번개처럼 빠른 스윙이 나왔지만.
“스트라이크!”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와우. 헛스윙!”
“노 볼 1스트라이크!”
놀랍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물론 제일 놀란 건 헛스윙을 한 알렉산더 본인이었다.
‘오? 빠르다고는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90마일 초반대의 공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잖아?’
알렉산더도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제어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희열인지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야구는 미식축구보다 희열이 적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연습 경기가 겹치는 날에는 야구를 포기하고 미식축구를 하러 갔던 것이다.
‘확실히. 재밌군.’
알렉산더는 광기에 찬 눈빛을 동반한 채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이어지는 2구.
이번에도 도진이 던진 공은 한복판으로 쏜살같이 날아왔다.
부웅!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헛스윙.
알렉산더는 도진에게도, 심판에게도 두 팔을 벌려 타임을 외쳤다.
그렇게 타석에서 벗어나더니 이내 실성한 듯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큭큭큭. 크하하하!”
도진은 그런 알렉산더의 행동에도 개의치 않았다.
저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숨기고 있었을 뿐. 전율이 전신을 휘몰아치는 기분은 그와 같았다.
비록 지금은 2스트라이크로 카운트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지만.
배트에 공이 닿는 순간 곧장 담장을 넘길만한 타구가 생성될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 역시도 주먹을 불끈 쥐며 떨림을 강제로 억제했다.
‘미쳤다. 솔직히 승부는 더는 의미가 없어.’
도진이 느끼기에 그는 최고 수준의 타자였다.
감히 예측하건대 캘리포니아뿐만이 아니라 전미에서도 최고 수준일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왜 FS 고등학교에 있는 거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었지만. 아직 승부는 진행 중이었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짓자고.’
알렉산더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어지는 3구.
공은 던져졌고.
알렉산더의 눈이 번뜩였다.
‘어이 친구. 공이 솟아오르더라? 좋은 공이야. 그런데 아직은 아쉽네?’
따-악!
타격 포인트를 높게 가져간 알렉산더의 스윙은 도진의 투구를 후려쳤고.
도진은 홈런성 타구를 맞았음에도 귀에 걸린 입꼬리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 * *
감독은 승부 직후 도진을 따로 사무실로 불렀다.
“그래. 승부는 어땠지?”
“감독님도 보셨잖아요? 담장을 넘긴 것도 모자라 장외까지 갔을 타구였어요.”
감독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승부에서 진 선수의 표정이 아니군.”
감독은 1주일간 도진의 상태를 쭉 살폈다.
하지만 오늘만큼 후련한 표정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져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시점에도 저런 표정을 짓진 않았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니까요.”
감독은 도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자칫 자존심이 강한 선수라면 오늘의 결과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법이 아니던가.
하지만 도진은 홈런을 맞았음에도 오히려 제 일인 양 좋아했다.
‘이 아이는 정말 이번 시즌에 리그 우승을 할 생각이군.’
도널드 감독은 씨익 웃었다.
‘확실히 아시아인이 좀 유별난 점이 있다니까.’
그간 자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시아인 투수와 타자들을 지도했다.
덕분에 그들의 성격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완전히 개인주의 성향인 미국인과는 다르다.
미국인이라면 개인의 성공을 위해. 오로지 개인이 돋보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것이 나쁜가?
아니. 오히려 미국에서는 이걸 옳다고 봤다.
자신의 인생은 누군가가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여태껏 경험해본 아시아인들은 미국인들과 달랐다.
배려가 몸에 뱄다.
그 배려는 개인 성적이 중요시되는 야구에서도 자세히 드러났다.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려고 하는 경향 때문에 손해를 좀 보더라도 팀을 위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도진에게서도 보였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나쁘냐고 묻는다면?
‘죄다 돋보이려는 것도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법. 야구는 어쨌거나 팀 스포츠니까.’
요즘 메이저리그에 아시아인들이 많이 진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품과 팀 공헌도 면에서는 아시아인을 뒤따를 미국인은 없었다.
무엇보다 감독이 도진을 이렇게 따로 부른 이유가 앞선 이유 때문이었다.
‘팀을 꾸리기 위해선 누군가는 양보가 필요하다.’
감독인 자신이 최대한 선수의 역량에 맞게 배치하겠지만.
그에 반발하는 학생들을 여태껏 한둘을 봐왔던가?
선발 투수를 기필코 해야겠다며.
수비가 좋지 못하면서도 유격수를 봐야겠다는 선수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도진은 굽힐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감독은 호흡을 가다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네는 이번 리그에서 대부분 계투로 출전하게 될 걸세.”
도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감독은 재차 물었다.
“아쉽지 않은가?”
“아쉬워요? 왜요?”
“허.”
감독은 도진의 대답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시아인을 완벽히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미국인인 자신에게는 상식을 벗어난 대답이었다.
“그야 한국에서도 늘 선발로 뛰지 않았던가? 당연히 선발 욕심이 있는 게 투수 아니던가.”
“뭐. 그렇긴 하죠. 그런데 지금 당장 저보다 괜찮은 선발 감이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감독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도진의 혜안에 심히 놀랐다.
1년 반의 공백이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겠지만 선수로서는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도진은 학교 내 어떤 투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몸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차후에 더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존심 강한.
실력에 자신 있는 미국인이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바로 받아들이다니. 배포가 남다른 아이군.’
“그리고 중간 계투가 어때서요? 선발이 무너지거나 승리를 지키기 위해선 계투의 역할이 중요하잖아요?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도 계투의 대우도 좋아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도진은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자신의 몸 상태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완벽히 선발로 나설 몸이 아니야.’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선 자주 등판하는 중간 계투가 오히려 더 적합했다.
“저는 타자도 병행할 생각이라 지금의 체력으로는 선발 투수까지 완벽히 수행해낼 수 없잖아요?”
“그렇지.”
“대신 몸 상태가 완벽히 올라오면 그때는 선발로 세워주실 거죠?”
“당연한 말을.”
긍정적인 답변이 들려왔기에 앞으로의 진로는 정해졌다.
‘타석과 중간 계투로 나설 몸부터 만든다. 이제 진로는 정해졌으니 궁금증을 좀 풀어볼까?’
“감독님. 알렉산더 말인데요.”
감독은 피식 웃더니 금세 대답했다.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떻겠나?”
* * *
사무실에서 나온 도진은 알렉산더와 눈이 마주쳤다.
알렉산더도 할 말이 있었던지 도진에게 구석으로 가자며 손짓했다.
인적이 드문 구석에 도착하자 알렉산더는 도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잘 던지더라?”
도진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놀리는 거냐?”
“넌 홈런 맞은 투수의 표정이 아니었잖아.”
애써 숨기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보였나?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다.
“투수가 3연속 패스트볼만 던지는 게 어딨어? 변화구 날라왔으면 나도 꼼짝없이 삼진당했을 거다.”
도진도 알고 있었다.
어설픈 커브를 던졌더라면 승부에서 이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알렉산더의 타구가 얼마나 뻗어나갈지, 정확성은 어떨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결과는 졌지만. 승패가 중요해?’
FS에도 강타자가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알렉산더는 도진의 후련한 표정에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넌 어디까지 보냐?”
“뭘?”
“우리 학교 말이야.”
“솔직히 리그 중위권으로 봤어.”
“작년 성적이군.”
도진은 순간 눈을 번뜩였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야. 널 보니 우린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어디까지?”
“리그 우승.”
우승이란 말에 알렉산더는 광대가 꿈틀댔다.
누구보다 저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입 틈으로는 장난기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한마디로 우리는 중위권 전력인데. 네가 합세해서 우승을 볼 수 있다는 거네?”
“그렇게 들렸어?”
“어.”
도진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가 보지.”
알렉산더도 도진의 대답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양 손바닥을 펼쳐 도진의 눈앞에 가져갔다.
“이거 보이냐.”
알렉산더의 손바닥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 몸도 만들지 못한 투수의 공이 대단하더라.”
연거푸 질문 세례를 받았으니 이제는 자신의 차례라며 도진은 역으로 질문했다.
“너는 이 학교를 왜 온 거야?”
“무슨 뜻?”
“아니. 우리 학교 야구부 하찮잖아. 네 능력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알렉산더는 허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 학교 미식축구부 유명하거든.”
도진은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래서였냐.’
다소 씁쓸해지려는 찰나.
알렉산더에게서 희망적인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올해는 야구에 좀 더 집중해보려고. 우리가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러니 다시 물을게. 우리 리그 우승 가능해 보이냐?”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갈 수 있다면 야구에 집중하겠다.
참 줏대 없는 말로 들렸지만 어쩌겠나.
알렉산더는 개인 성향이 강한 미국인이었다.
‘아쉬운 사람이 잡아야 하는 법이지. 이래서 을이 별로라니까.’
도진은 주먹을 말아쥐며 알렉산더의 가슴팍을 톡 건드렸다.
“안전띠 꽉 매라. 운전은 자신 있는데 목적지까지의 길은 다소 거칠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