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20화(120/400)
보통 단장이 직접 드래프트 협상에 나서지는 않는다.
최종권한자로서 드래프트 계약 말고도 처리해야 할 구단의 다른 업무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도진의 계약은 부단장 레너드와 스카우트 코비가 담당하게 되었다.
레너드가 다급히 물었다.
“빠진 거 없지?”
“네. 계약서 챙겼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봐.”
코비는 서류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내밀자 레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했다.
“음. 확실하군.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고급 세단의 상석에 앉은 레너드는 고개를 살짝 기울며 옆에 앉은 코비에게 나지막이 읊조렸다.
“젠장. 고작 신인과 계약이 이렇게나 떨리다니.”
코비도 너스레를 떨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수백이 넘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렇게 떨린 적은 없었습니다.”
코비는 에인절스 입사 후 지금까지 드래프트 계약에 전부 참여했다.
그 횟수가 이미 100번이 넘었다.
그보다 유망주를 잘 아는 인물은 에인절스 내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레너드는 고민하는 표정을 감추고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얼마를 제시하는 게 좋겠나?”
이미 구단에서 도진의 가치를 책정했다.
변동이 있을 가능성은 다분하지만 구단은 조금이라도 싼 금액에 선수를 잡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협상은 중요하다.
오늘의 만남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1,000만 달러 이상은 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비의 말에 레너드는 턱에 힘이 들어갔다.
“와우. 역시 쉽지 않군.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이라. 정말 그 선수가 그만한 가치를 할 거라 보는가?”
“물론입니다. 야구에서 부상을 제외할 수는 없겠지만, 부상이 없는 킴이라면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겁니다.”
그리고 구단은 선수와 계약할 때 부상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아무와도 계약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 구단에서 책정한 금액은 1,200만 달러. 오늘 얘기가 뜻대로 안 되면 이 금액을 제시하는 게 좋을까?”
“괜찮다고 봅니다. 물론 킴이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책정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봐서는 1,200만 달러가 맥스라고 봅니다.”
도진은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그의 약점은 다름 아닌 신체였다.
SNS 사진에서는 그가 신체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사진일 뿐이다.
실제로 그런 다부진 몸을 갖췄다고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됐다.
요즘같이 사진 기술이 뛰어난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레너드가 물었다.
“그런데 만약 그가 정말 사진과 같은 몸을 갖췄다면?”
“저희는 밸런스를 꼬집으면 됩니다.”
“음. 확실히 그렇군. 어떤 선수도 자신의 SNS에 좋은 영상만 올리려고 할 테니까.”
“그렇습니다. 몸이 급격하게 불어난 선수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다? 애당초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가 하나의 포지션을 고수한다면 또 모를까. 두 포지션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타자나 투수나 오프 시즌에 몸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렇기에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이룬 선수들은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무엇보다 킴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공을 던지죠.”
“하긴. 근육이 붙는다면 유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
물론 밸런스가 깨지는 건 구단으로서는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야구에서는 신체가 클수록 유리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협상 단계에서는 이것을 물고 늘어져서라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계약을 후려쳐야 했다.
그래야지만 한 명의 유망주라도 더 얻어갈 수 있는 에인절스였다.
곧 한통속이 될 수 있는 선수와 구단이지만, 돈 앞에서 양보 따윈 없었다.
“그래도 저희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지?”
“킴은 이번에 에이전트를 섭외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무리 신인 드래프트에서 에이전트의 입김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에이전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 * *
FS 실내 야구장은 오후 8시가 되었음에도 불은 켜져 있었다.
퍼-억!
퍼-억!
도진은 천 과녁에 공을 던졌고.
하리는 그의 손이 빌 때마다 공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도진은 하리에게서 공을 다시 한번 건네받았지만, 공을 던지는 대신 잠깐 머뭇거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도진은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페이퍼워크라고 불리는 사무적인 만남이 아니던가?
그런데 장소를 실내 야구장으로 잡은 것은 물론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하리는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이렇게 하면 네 가치는 더욱 올라갈 거야.”
도진은 질문 대신 공을 던졌다.
하리의 눈동자에서 확신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리는 이렇게까지 해야만 도진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도진이가 미국인이었다면 모를까.’
에인절스는 도진을 비교적 싼 가격에 후려칠 것이다.
그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은 예측할 수 없었으나 그들의 레퍼토리는 눈에 훤했다.
‘밸런스도 문제 삼을 테고.’
도진이 중요한 계약을 앞뒀음에도 이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은 건 온전히 자신 때문이었다.
‘우리 오빠가 그렇게 당했지.’
그들은 정말 하나하나 트집을 잡았다.
밸런스, 언어, 다른 나라에서의 적응까지. 잡을 수 있는 꼬투리를 물고 늘어졌다.
‘도진이는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돼.’
물론 오빠와 도진을 비교할 수는 없다.
도진은 야구 실력부터 압도적이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둘도 없는 역대급 재능은 이번 에인절스와 맺을 계약에서 아시아인 신기록이 될 것이며.
‘이 기록이 깨지려면 최소 수십 년은 걸릴 거야.’
하리는 불평 하나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공을 던지는 도진을 바라보자 다시 한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리는 도진의 존재를 6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시기는 그가 동대 중학교를 우승으로 이끌며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그때 당시 오빠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야. 동대 중학교에 미친 유망주 한 명 들어왔더라?
-그게 누군데?
-김도진. 이제 1학년인데 내가 봤을 땐 쟤는 무조건 큰다. 떡잎부터가 달라.
하리는 오빠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야구를 참 좋아했다.
오죽했으면 프로 선수들의 장점을 전부 꿰고 다녔다.
물론 도진은 차성현의 직속 후배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대 중학교와 동대 고등학교는 한 공간에 있었으므로 오빠로부터 그에 대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하게 일면식도 없는 후배를 칭찬하는 오빠의 발언에 궁금증은 증폭되었고.
이제는 반대로 자신이 오빠에게 도진에 관해서 묻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대 중학교 1군과 동대 고등학교 2군 연습 시합이 있는데. 와서 볼래?
하리는 그 연습 시합을 직접 구경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도진이 고등학생들을 상대로도 패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에 홀려 버렸다.
저 때의 나이 차이가 스포츠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도진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에게서 한 줄기의 빛을 보는듯했다.
그 이후 하리는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차성현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게 되며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도 한국에 있는 도진의 소식은 매번 찾아보았다.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며 동대 중학교를 우승했을 땐 일면식조차 없었음에도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 후.
도진의 소식은 끊겼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하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점심시간에 한국인 학생들과 식사 도중 한 한국인에 관한 얘기가 들려왔다.
-이번 FS 원정경기 본 사람?
-그런 허접한 팀과 붙는 경기도 찾아보냐? 결과 보니 우리 산타모니카가 처발랐던데 왜?
-그 때문이 아니야. FS 야구부에 한국인 있더라.
-그게 어때서? FS X밥이잖아. 한국인이 뛸 수도 있지.
-에휴. 고작 그거 때문에 얘기 꺼냈겠냐? 그 한국인이 산타모니카 1군을 개 처발랐어.
-우리 산타모니카 1군을 처발랐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니까. 기록 봐봐. 이름이 뭐였더라? 김도진?
하리는 언급된 김도진이 동대 중학교의 김도진임을 단번에 알았다.
매해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노리는 산타모니카 1군을 박살을 낼 만한 한국인은 그 김도진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성급히 산타모니카와 FS의 경기 영상을 찾아본 하리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동경하던,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대상이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야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듣는다면 억지라며 손가락질하겠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운이 좋았지.’
하리는 마이크의 여자친구 케이틀린과는 안면이 있었다.
‘도진이와 단 한마디라도 나눠보고 싶어 케이틀린에게 떼를 쓰기도 했지.’
그리고 처음 만난 날 이후로 도진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몇몇 한국 유학생은 낯선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며 어긋날 길을 걷는다.
하지만 도진은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꿈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어찌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리는 피식 웃었다.
‘어느덧 나는 성공한 덕후가 되어 버렸네.’
동경으로 시작해 어느덧 그와 좋은 만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하리는 이내 눈동자에 힘을 주어 각오를 담았다.
‘내가 아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도진이가 불리한 계약을 하게 할 순 없어.’
그리고 그때.
연습장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미스터 킴? 에인절스에서 왔습니다.”
도진은 이마에 땀을 닦아내며 그들을 힐끗 쳐다봤다.
하리는 도진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긴장했구나.’
하리는 도진의 왼손을 살포시 잡았다.
도진은 순간 흠칫 놀라며 자신을 쳐다봤지만, 하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도진아. 나 믿지?”
맞잡은 손에 아주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 역시도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
“응. 100% 믿어.”
하리는 첫 번째 협상에서 도진의 친구이자 에이전트로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