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22화(122/400)
드래프트가 끝난 다음 날 에인절스 SNS는 불타올랐다.
-에인절스 믿고 있었다고!!!
└우리 에인절스가 달라졌어요!
└솔직히 겁나 쫄렸다. 인정?
└이번에 받은 1,500만 달러로 선수들 대거 영입할 줄 알았는데 킴을 선택했네?
└LOL.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었네? 유망주 팜 망했다고 또 FA처럼 마구잡이식 영입할 줄 알았음.
└킴이 에인절스라니! 킴이 에인절스라니!
└일단 다른 지역에 뺏기지 않아서 이것만으로도 만족함.
└솔직히 킴이 잘 크면 혼자서 두 명의 가치를 낼 텐데. 너무나도 당연한 계약이었어.
└솔직히 에인절스가 스카우트는 잘 뒀음. 기깔나는 유망주들 대거 영입했었잖아?
└그랬었지. FA 때 상대에게 죄다 퍼주고 쓰레기만 영입해 와서 그렇지.
└어쨌거나 에인절스 스카우트 팀이 보기에도 킴이 제일 훌륭하다는 거네?
└굳이 전문가까지 가야 함? 그냥 대충 봐도 킴이 최고잖아?
└근데 아직 계약서에 사인한 건 아니니까 설레발을 치지 말자.
└에인절스 다 잡은 물고기라고 섭섭한 계약 주지 마라. 혹시나 놓치면 우리 전부 들고 일어난다.
의견을 남기는 사람들은 전부 에인절스 팬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인 대부분이 도진이 남아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
한편 도진은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폈다.
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못했기에 이렇게라도 해서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싶었다.
‘아휴. 왜 이렇게 떨리냐.’
때마침 이곳저곳에서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조엘: 축하한다.] [나: 감사합니다.] [조엘: 그래. 에인절스가 섭섭지 않게 제시했지? 아마 그랬을 텐데?] [나: 네. 아직 협상이 끝난 단계는 아니지만 만족스럽습니다.] [조엘: 다행이네. 이제 정말 적이 되어버렸구나.] [나: 그런데 아직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라서 떨려요.] [조엘.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선택을 받은 즉시 네가 손해 볼 일은 없어. 물론 과한 요구가 문제가 되긴 하는데. 네가 그럴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 [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했는데요.] [조엘: 그건 나도 봤다. 그게 어때서? 네가 아마추어 대회에서 남긴 기록은 전부 진짜야. 그 기록을 바탕으로 에인절스의 선택을 받은 거잖아?] [나: 그럼 과한 요구란 무엇일까요? 주의 좀 하려고요.] [조엘: 오로지 너만 생각하는 거지. 예를 들어 구단이 사치세를 지급해야 할 만큼 과한 요구? 그런데 네가 에인절스에 1,500만 달러 급의 계약을 원한다고 했을 리는 없을 테고.] [나: 비슷한데요?] [조엘: 에이. 그래봤자 천만 달러 초중반이겠지.] [나: 그 정도는 상관없나요?] [조엘: 넌 1라운더야. 그것도 최상위 픽이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넌 이번 해에 아마추어 선수 중 제일 잘한 선수니까.] [나: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열심히 해서 메이저리거에서 뵐 수 있도록 해볼게요.] [조엘: 그래. 열심히 해라.] [나: 넵. 시즌 마무리 잘하세요.]다음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건 상우였다.
[상우: 에인절스?] [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상우: 내가 에인절슨데? 이왜진?] [나: 그러게나 말이다.] [상우: 큭큭. 너 잘 걸렸다.] [나: 왜 또?] [상우: 루키리그 개 같아! 난 이번 시즌 끝나면 승격할 듯?] [나: 부럽네.] [상우: 부러워해야 할 거다. 진짜 개 짜증 나거든.] [나: 왜?] [상우: 일단 시설이 구려. 얘기 들어보니 올라갈수록 좋은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고는 하는데. 여긴 별로네.] [나: 메이저리그랑 비교할 수는 없겠지.]메이저리그는 한국 프로 야구 시설보다 과장 좀 보태 100배는 더 좋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는 한국 프로 야구 시설보다도 못했다.
[상우: 조언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이 동네 맛있는 밥집도 많이 찾아놨다. 빵 대신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지.] [나: 그래. 어쨌거나 고맙다.] [상우: 계약금은 얼마 제시하디?] [나: 아직 최종 결정은 나오지 않았어.] [상우: 하긴. 발표되면 곧 알게 되겠지. 여튼 뺑이쳐라.]* * *
일주일 후.
에인절스와의 약속이 잡혔다.
도진은 하리와 함께 에인절스에서 보내준 세단에 올랐다.
“하아. 긴장되네.”
하리는 괜찮다며 도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 의사는 제대로 다 전달했잖아?”
“그런가?”
“응. 아마 1라운더를 위한 대우라고 보면 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하리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계약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으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겠지. 그래도 도진이는 편하게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든든하네.”
긴장했던 나머지 답변이 다소 짧았지만, 도진은 하리가 정말로 든든했다.
그녀 덕분에 1,000만 달러의 계약이 1,2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으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최소 1,200만 달러라.’
입꼬리가 솟아오르려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됐으니까.
에인절스 구장에 도착하자 코비가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진은 코비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계약에 앞서 구장 투어를 시켜드릴 생각인데 괜찮으실까요?”
하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계약부터 체결하고 구장 투어를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은데요.”
“하하. 역시 꼼꼼하시군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레너드 부단장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에인절스 스타디움.
통칭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 투어는 단출하게 진행됐다.
에인절스 역사가 적힌 역사관을 시작으로 비어 있는 라커룸에 들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반인들은 경험할 수 없는 구장의 잔디를 밟았다.
도진은 쪼그려 앉아 손바닥으로 잔디를 쓸어보았다.
‘이게 메이저리그 구장의 잔디구나.’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밟아봤던 어떤 구장의 잔디보다 잘 관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킴. 당신은 이번 년도 저희 에인절스의 선택을 첫 번째로 받았습니다. 저희 구단은 당신이 이 구장의 잔디를 밟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도진은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것은 사실.
대신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터라 주저리주저리 얘기하지는 않았다.
오늘 만남이 계약과 완전히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었다.
‘많게는 5번 이상의 만남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했지.’
짧은 투어였지만, 40분이 소요됐다.
때마침 코비는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코비는 도진과 하리를 사무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오늘은 그때 뵈었던 부단장님 제외 다른 특별한 분이 계약에 직접 참여하실 겁니다.”
“그게 누구죠?”
“단장님입니다.”
하리와 도진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한국말로 대화했다.
“도진아. 단장까지 나섰다는데? 웬만해선 단장이 계약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거든.”
“그러게. 좀 무섭네.”
코비는 한국말로 나누는 둘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눈치가 빨랐다.
“후후.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그만큼 킴을 특별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다양한 선수들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단장님이 직접 나서신 적은 없으니까요.”
도진에게는 코비의 말이 와닿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종 권한자가 계약에 참여하는 게 좀 이상한데?’
어느덧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기에 고민을 이어 나가지는 못했다.
코비는 노크 후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도진은 고개를 끄덕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부단장 레너드와 그보다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남성 단장 페리가 방긋 웃어 보였다.
“오셨군요. 이리 와서 앉으시죠.”
도진은 단장이 가리킨 자리로 쭈뼛쭈뼛 다가가 앉았다.
하리도 이번만큼은 경직된 채로 도진의 옆에 앉았다.
단장은 피식 웃었다.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저희는 가족이 되는 날일 테니까요.”
그는 즉각 준비해둔 서류를 도진에게 내밀었다.
그 종이에 적힌 금액은 이랬다.
$13,000,000.
도진과 하리는 좋아할 새도 없이 눈만 끔뻑였다.
이게 되네?
둘의 감정이 딱 이랬다.
솔직히 단장까지 나서서 금액을 후려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 20년간의 드래프트에서 최고로 높은 금액이었다.
“저흰 킴을 이렇게나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계약은 이제 시작이죠. 특약 사항을 좀 넣어야겠죠?”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저.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코비가 물을 컵에 따르는 사이 시간의 공백이 생기자 도진은 서둘러 하리에게 물었다.
“특약이 뭐야?”
“어? 어?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둘의 대화를 눈치챈 단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특약입니다.”
하리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 이거 오빠 계약에서는 없었던 거야. 1라운더들은 혜택이 더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거 같아.”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네.”
도진은 코비가 건넨 물을 단숨에 들이켠 후 곧장 눈에 힘을 주었다.
“준비됐습니다.”
단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좋습니다. 일단 금액은 만족스러우시죠?”
“그렇습니다.”
“바로 특약 얘기를 해보죠. 일단 마이너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나요?”
“네.”
“그럼 루키리그가 어떤 리그인지 알고 계시겠군요.”
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단장은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킴. 당신은 로우 싱글 A에서 바로 시작할 겁니다.”
루키리그 다음 단계가 로우 싱글 A. 통칭 로우 A.
도진의 고개가 크게 왼쪽으로 꺾였다.
“네?”
“루키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로우 A에서 시작할 거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안 될 건 없죠. 저희가 판단하기엔 당신이 루키리그를 밟아봤자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단장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혜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이너리그 연봉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2023년부터 마이너리그 연봉이 대폭 개편됐다.
로우 A 기준으로 26,200만 달러가 최저 연봉.
개편되기 전에는 이보다 1/4이나 적었었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물론 미국의 물가는 비싸다.
특히나 마이너리거들은 숙식비용부터 경비까지 전부 본인의 돈으로 해결해야 했으므로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당신이 마이너리그에 있는 동안 최저 연봉에 1만 달러를 추가로 얹어드릴 생각입니다.”
로우 A에서 1년을 보낸다면 36,200만 달러. 한화로는 4천만 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하리는 도진의 옷깃을 잡고 살포시 흔들었다.
“에인절스는 진심 같아.”
도진도 동의했다.
어쨌거나 다른 누구보다 대우가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길 잘했어.’
보상받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도진은 솟아오르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제어했다.
하지만 하리는 도진의 대리인으로서 이 좋은 조건에도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충분히 에인절스가 킴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조금 더 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단장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씀해보시죠.”
“선수에게 제일 필요한 건 아무래도 장비죠.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만히 듣던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10,000달러 이상의 연봉을 추가로 준다는데 거기서 더 요구를 하다니.
욕심쟁이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장은 하리의 요구를 수용했다.
“좋습니다. 원래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는 장비 지원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드리도록 하죠.”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것도 되네?’
비싼 장비는 하나에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갈 만큼 고가의 금액을 호가한다.
1년으로 따지자면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하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프 시즌 때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단장은 턱을 매만졌다.
“메이저리거가 요구할 법한 특약들이군요.”
이번에는 조금 어렵다는 어투.
하지만 하리는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선수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것입니다. 그 정도의 투자는 앞으로 에인절스를 빛낼 유망주에겐 티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세한 떨림조차 없는 또랑또랑한 말투.
단장은 미소를 짓더니 도진에게 팬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기대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