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23화(123/400)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계약을 끝낸 도진과 하리는 코비의 배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세단에 올랐다.
도진은 착석 즉시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렸다.
“해냈다!”
운전기사가 움찔 놀랐다.
그걸 목격한 도진은 그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킴이 에인절스 소속이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진은 그제야 온몸에 힘이 풀려 좌석의 등받이에 몸을 맡겼다.
“우리 도진이 좋겠네.”
도진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
“응. 꿈꿔왔던 일이라서 그런가. 기분이 좋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걸?”
도진은 하리의 눈을 똑똑히 바라봤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고맙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솔직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내가 더 고마워. 일단 계약서나 다시 한번 봐볼까?”
“그럴까?”
도진은 서류를 꺼내 하리에게 반쯤 내밀었다.
“여전히 보고도 믿기지 않아. 1,300만 달러. 이게 가능한 액수구나.”
“나도 얼떨떨하긴 해.”
“앞으로 도진이 따라서 한국 유망주들도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도전해보면 좋겠는데.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대우는 확실하잖아.”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
언어부터 식습관 같은 관점에서 적응이 매우 어렵다.
애초부터 뭣도 모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라면 또 모를까.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 중학교 이후의 나이부터는 대부분이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성공했을 시 얻어갈 수 있는 메리트는 확실했다.
하리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인 상우도 250만 달러에 그쳤잖아.”
“그랬지. 상우도 만약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해서 지금의 기량을 유지했다면 1라운더가 됐겠지.”
그 역시도 2배 혹은 3배에 달하는 금액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했었을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완벽히 적응할 수 있었을 때의 얘기.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완벽히 적응한 도진이 유독 특별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바로 로우 A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지?”
“응. 상우가 그러더라. 식빵에 잼만 주는 루키리그는 별로라고.”
하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도진은 아차 싶어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별생각 없이 한 말인데, 하리에게는 예전에 준비한 도시락을 비하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아니! 그 뜻이 아냐! 나는 식빵에 잼 발라 먹어서 우승했잖아! 그리고 로우 A나 하이 A도 식빵에 잼 준다고 했어.”
“김밥이라도 쌀걸.”
“진짜 아니라니까 그렇네.”
하리는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그리고 연봉도 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해준다고 하니 마이너리그 생활 조금은 여유롭겠는데? 이미 1,300만 달러의 계약을 했지만.”
“그것도 그건데. 덕분에 장비랑 트레이닝 시설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돼서 더 좋아.”
이것만 해도 1년에 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우습게 넘어섰다.
또한 마지막으로 두 개의 특약이 더 붙었다.
하나는 에인절스와 협업하는 미국 내 호텔들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마이너리그 생활 중에는 그런 호텔에서 묵을 일이 극히 적지만, 몇몇 원정 경기에 나설 때 이용할 수 있다.
가족들도 언제든지 미국 여행 중 호텔에 머무르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마지막이 스폰서쉽 계약이었지?”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 브랜드나 지역 비즈니스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제약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부가적인 수입을 올려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이번 계약을 정리한 도진은 입꼬리가 꿈틀댔다.
‘한화 150억이 넘는 계약이네.’
150억 계약이면 한국 초특급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추가 옵션들까지 생각하면 에인절스가 도진을 반드시 붙잡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사이닝 보너스. 즉, 계약금이 일시불로 지급된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데도 도진은 눈동자에 의지를 담았다.
‘절대 만족할 순 없지.’
자신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실력이 된다면 돈은 곧 따라오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큰 액수는 적어도 배를 곯을 일은 없기 때문에 야구에 더 전념할 수 있을 테고.
이것을 위해 2년간 최선을 다했다.
‘하리의 도움으로 300만 달러를 더 받기도 했으니까.’
그녀에게 제일 먼저 보답하고자 넌지시 물었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내가 살게.”
하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일단 나는 근처에서 내려주고 부모님 뵈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도진은 너무나도 감격했던 나머지 하리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리는 예상치 못한 도진의 행동에 순간 깜짝 놀라 얼굴을 붉혔다.
“어. 왜?”
“고마워. 그럼 다녀와서 제대로 보답할게.”
하리는 은인이다.
그녀 덕분에 정말 최고의 계약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보다 부모님을 먼저 신경 썼다.
“나 아직 소원 남아 있다? 알지?”
하리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도진은 진지했다.
“응. 어떤 소원이든 상관없어. 다 들어줄게.”
“크게 될 사람이 공수표 너무 남발하는 거 아냐? 나중에 내가 에이전트 차리고 내 회사와 계약하자고 하면 어쩌려고.”
도진은 망설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내가 바라는 바야.”
도진은 진심이었다.
하리는 차후에 최고의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을 이번 계약으로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첫 계약을 훌륭히 도왔다.
그러므로 자신도 하리의 첫 고객이 되어 제대로 돕고 싶었다.
‘그 위치까지 올라가 보자.’
* * *
도진은 차에서 내린 후 운전기사에게 90도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아닙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진은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틀었다.
“후우.”
허름하고 작은 독채가 보였다.
절로 깊은숨이 뿜어져 나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통학하던 곳인데.’
야구를 다시 하게 되어 기숙사를 이용하게 됐고 이 집을 방문하지 않게 됐다.
‘부모님과의 교류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이 전부였지.’
그간 너무 집을 등한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진은 이내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그러고는 문 앞으로 다가가 두들겼다.
“도진이니?”
어머니의 목소리.
도진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지만, 이제는 웃을 일만 남았기에 힘차게 입꼬리를 올렸다.
“네. 저 왔어요.”
문이 열렸다.
그 즉시 도진은 어머니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안겼다.
어머니는 도진의 등을 따스하게 도닥였다.
“고생 많았다. 들어오렴.”
집이 워낙 좁았던 지라 거실까지 단 다섯 걸음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곳에 다다르자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왔구나. 고생 많았다. 와서 앉거라.”
도진은 당당하게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아버지. 이거요.”
도진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서류를 받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계약서입니다. 저 에인절스 소속이 되었어요.”
아버지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도진은 그에게서 다시 서류 봉투를 되찾아온 후 계약서를 직접 꺼냈다.
그러고는 앞에 놓인 테이블에 놓았다.
“1,300만 달러 계약이에요.”
“1,300만? 이, 이게 도대체 얼마지?”
도진은 아버지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해도 쉽사리 깨닫지 못할 금액이었다.
“한화로 160억이에요.”
“배, 백육십억?”
도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했다.
“덕분에 이런 좋은 계약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다시 야구를 하게 됐을 때 부모님의 거절이 제일 두려웠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응원했다.
그러한 이유로 더욱 야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눈물이 많은 분은 아니셨지만, 결국 옷 소매로 눈가를 가렸다.
도진은 그런 그를 꼭 안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지났을까.
안정을 되찾은 후에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허튼 곳에 돈 쓰지 말고 잘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쓰거라.”
“네 명심할게요. 대신 이 금액의 7할을 아버지와 어머니께 드리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도진도 절대 굽히지 않았다.
“저는 이런 큰돈이 당장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운동에 방해돼요.”
“그러니 그냥 아껴두면 되지 않겠느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미국을 떠나 한국에서 지내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요.”
자신은 몰라도 부모님은 아직 이 낯선 땅에서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계셨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타지에서의 적응은 더 어려운 법.
‘나는 기숙사에서 귀족처럼 생활했지만, 두 분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으셨을 거야.’
아버지는 여전히 고집을 꺾으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렇기에 도진은 논리적으로 말했다.
“아버지. 사람은 돈을 왜 법니까?”
도진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말을 덧붙였다.
“저는 누리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족들에게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자 사업에 손을 댄 것이었으니까.
“제가 가장 역할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가장은 아버지시니까요. 저는 키워주신 부모님께 그저 보답하는 거예요.”
“그래도 액수가 너무 많구나.”
“그렇게 많지도 않아요. 세금 떼가고 하면 절반 정도 남으려나요?”
주마다 다르지만, 캘리포니아는 52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소득자에게 세금 37%를 부가한다.
“그러니 네가 더 써야 할 것 아니더냐. 마이너리그 생활은 힘들다고 들었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아니에요. 마이너리그 생활이 힘든 건 맞지만, 저는 다릅니다. 일단 이 항목을 보시겠어요?”
도진은 특약 얘기도 전달했다.
“저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라요.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어요. 무엇보다요.”
도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메이저리거가 되면 앞으로 이것보다 훨씬 많이 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가 될 겁니다. 그러니 이 돈으로 한국 가서 편하게 지내세요.”
아버지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도진은 파르르 떨리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낳아주셔서, 그리고 제 꿈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도진은 단 하루만 부모님과 함께했다.
그 후 아침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오며 현관 앞에서 두 분과 작별 인사를 했다.
“가서 열심히 하거라.”
“아프지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꼭 얘기하고.”
도진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3년간 이곳에서 잘 해왔잖아요. 돈은 일주일 내로 들어온다고 했으니 어제 하셨던 말씀 꼭 지켜주셔야 해요.”
결국 아버지는 도진의 어리광에 요구를 승낙했다.
그 요구는 다름 아닌 한국에 돌아가서 편히 지내시라는 것.
그리고 FS 입학에 도움을 준 고모에게 큰 보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빚진 금액은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10배로 되갚아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건 아버지가 어련히 잘하시겠지.’
물론 부모님과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큰돈을 벌었다고 안주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 새로운 세계를 앞두고 더욱 발전된 기량을 보여야만 한다.
이제는 프로가 되었다.
경쟁자들 역시 프로가 된 것이었다.
‘먹고 사는 것이 걸렸으니 지금부터의 경쟁은 전쟁터나 다름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