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25화(125/400)
에인절스 로우 A 구단의 명칭은 인랜드엠파이어 66ers.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있다.
LA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100km 남짓.
도진은 버스를 이용해 샌버나디노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도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달했다.
“여기구나.”
샌 마누엘 스타디움.
66ers가 홈으로 쓰는 이곳은 외관상 FS에 비하면 설비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못할 정도로 안 좋은 시설은 아니었다.
한국 프로 야구팀들이 겨울에 전지훈련으로 오는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했다.
오후 2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도착한 도진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냥 들어가면 되겠지?’
그제야 상우의 말이 떠올랐다.
‘특급 유망주고 나발이고 진짜 신경을 안 쓰긴 하는구나.’
하긴.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겠지.
특히나 미국 생활이 익숙했던 도진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계와 질서 속에서 살아왔던 상우에게는 확실히 적응되지 않을법했다.
도진은 입구를 찾겠다고 구장의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사이 한 남성이 다가왔다.
“누구……”
도진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틀었다.
한 남성이 고개를 갸웃한 채로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눈을 번뜩였다.
“어? 도진 킴?”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오. 이곳으로 배정받으신 겁니까?”
이번에는 도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이곳의 관계자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66ers 구단 관리를 돕고 있습니다.”
도진은 미간을 구겼다.
‘응? 이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구단은 로우 A에서 시작한다고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막상 관계자가 모르면 어쩌자는 거지?
“일단 들어오시겠어요? 솔직히 아직 전달받은 게 없거든요.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죠.”
도진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성은 말을 덧붙였다.
“킴은 1라운더잖아요? 충분히 로우 A에서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죠.”
도진은 심장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성은 피식 웃더니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일단 감독님부터 만나보도록 하죠.”
* * *
똑똑.
66ers 감독 케빈은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그 방향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들어오시죠.”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시아인이었다.
케빈은 말없이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도진에게 물었다.
“누구……”
“도진 킴이라고 합니다.”
케빈은 턱을 매만졌다.
“도진 킴? 도진 킴? 아! 이번 에인절스 1라운더!”
“그렇습니다.”
“이, 일단 이쪽으로 와서 앉게.”
케빈은 마주 보고 놓여 있는 1인용 소파 중 하나를 가리켰다.
도진은 그곳에 다가가 앉았다.
케빈은 오늘 받은 팩스를 훑어보았지만, 도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은 없었다.
‘뭐지? 왜 여기로 온 거지?’
원래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마이너리그라도 엄연히 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그냥 뭣도 모르고 이곳으로 온 건가?’
케빈은 오늘 에인절스에서 받은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했지만, 도진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렇기에 도진의 맞은편에 앉은 후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전달받은 소식이 없었는데. 이곳으로 배정받은 게 맞나?”
“네. 그렇습니다.”
케빈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상하네. 구단이 이런 중요한 일을 늦게 처리할 리가 없는데. 원래 오늘 온다고 얘기가 끝났었나?”
“네. 로우 A에서 시작한다고 확답을 듣긴 했습니다만, 기간에 관해서 정확히 얘기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케빈은 얼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도진은 계약 후 바로 다음 날 이곳을 찾았던 것이었다.
‘아니.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기본적으로 선수가 합류하는 시점은 제각각 다르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기간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온다고?
‘대부분 자축 파티를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하는 게 정상인데?’
그로 인해 선수 대부분이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시작한다거나 다음 해인 스프링캠프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도진은 애리조나 가을리그는커녕 아직도 시즌 중인 팀에 합류한 것이었다.
“일단 구단에 전화를 걸어 확인 좀 해봐야 한다. 사람을 붙여줄 테니 라커룸에라도 가 있는 게 어떻겠나? 그 후에 자세한 일정을 설명해주겠네.”
도진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곤 캐리어를 들고 문밖으로 이동했다.
케빈은 곧장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헤이. 코비. 나 66ers 감독 케빈일세.”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 무슨 일이시죠?
“아니. 선수 한 명이 무작정 찾아왔는데?”
-선수요? 누구요?
“도진 킴이라고.”
-네에?
코비의 목소리는 굉장히 격양되어 있었다.
-저희 1라운더 도진 킴이요?
“그렇다네.”
-왜, 왜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아. 저희가 킴에게 로우 A에서 시작할 거라고 말하긴 했습니다.
“1라운더 상위로 뽑힌 선수니 그럴 만하지. 하지만 바로 어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가?”
-그, 그렇죠.
“이 친구는 야구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러붙은 건가?”
-그,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네요. 그가 하드 워커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는데요? 일단 잘 안내해주시겠어요? 서류는 바로 작성해서 팩스로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통화를 끝마친 케빈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으면 돈도 좀 펑펑 쓰고 놀 거 다 놀고 나서 오는 게 정상 아니야?”
심지어 아직 계약금이 입금도 되지 않았을 터.
‘괴짜네. 괴짜야.’
한편, 그때.
감독에게서 소식을 전달받은 코비도 얼이 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띠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킴이 66ers 구단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서류 좀 지금 당장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 후 코비는 서둘러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부단장님. 접니다.”
-그래. 코비. 무슨 일이지? 아직 미계약 건이 남아 있던가?
“그게 아니라 이 내용을 전달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킴이 66ers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인랜드엠파이어 66ers? 그게 왜? 원래 로우 A에 배정해준다고 했잖아.
“네. 오늘 합류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겠…… 뭐? 오늘? 오늘? 도대체 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방금 66ers 감독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하. 하하. 아직 돈도 입금되지 않았을 텐데?
“네. 이번 주 내로 체크가 처리된다고는 했지만, 어쨌거나 합류가 빨라도 너무 빠른데요?”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정말 어마어마한 유망주를 뽑았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위에다 보고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지.
“부탁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코비는 미소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역시. 킴을 선택하길 잘했어.’
드래프트는 일종의 뽑기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당첨될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뽑기의 결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왠지 당첨이 확실시된 것만 같았다.
* * *
도진은 허름한 라커룸 안에서 뻘쭘하게 앉아 있었다.
뒤이어 선수들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도진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이내 관심을 보였다.
“킴?”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드래프트를 챙겨본다.
어떤 선수가 구단에 합류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에인절스가 선택한 1라운더 도진을 알고 있었다.
도진은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일원들은 반갑다며 도진에게 다가가 저마다 한마디씩 건넸다.
“왜 여기에 있어?”
도진은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여기 있냐니.’
무엇보다 처음 자신을 감독에게 안내해준 남성을 시작으로 감독까지 전부 한결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은 금세 벗어날 수 있었다.
“어제인가 그제 계약한 거 아니야?”
“맞아.”
“그런데 벌써 합류해?”
노란 머리카락의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드래프트 협상은 이제 시작한 거나 다름없잖아.”
도진은 그제야 왜 사람들이 저런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았다.
‘내가 너무 빨리 합류한 거구나.’
하긴. 돈도 입금되지 않았는데 구단에 합류하다니.
확실히 돈 받고 일하는 프로의 자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하루라도 빠른 게 좋다.
그래야지만 꿈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때마침 감독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진에게 유니폼 두 벌을 던져주었다.
“일단 서류는 도착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오늘 시합에는 그걸 입게나.”
도진은 유니폼을 들여다보았다.
흰색 유니폼에 66ers라는 글자가 가슴팍에 박혀 있었다.
도진은 곧장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옆에 배치된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프로로서의 첫 유니폼이구나.’
무엇보다 시합이라니.
심지어 프로로서는 첫 시합이었다.
물론 오늘 경기에 나설지는 미지수겠지만, 이제부터는 정말로 돈을 받고 경기를 뛰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심장은 사정없이 뛰어댔다.
어느덧 정신 차려보니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 후 감독은 더그아웃 안에 기재해 놓은 라인업을 가리켰다.
“오늘 시합은 퀘이크스다.”
정확한 명칭은 란초 쿠카몽가 퀘이크스.
LA 다저스 산하 로우 A팀이었다.
선수들이 라인업을 확인하러 간 사이 감독은 도진을 따로 불렀다.
“일단 오늘 출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이지.”
“괜찮습니다.”
“특히나 자네는 특급 유망주야. 구단은 자네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을 거라 급하게 올릴 생각은 없다네. 기껏해야 대타 정도?”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처음 프로에 올라온 선수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네.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자주 다치거든.”
고등학생들은 지금이 오프 시즌이며 드래프트에 참여한 선수들은 휴식기나 다름없었다.
감독은 도진이 에인절스의 1픽이란 것을 제외하면 정보가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마이너리그의 감독은 1년 내내 유망주들만 상대한다.
그리고 이곳을 들어왔다 나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굳이 정을 주지는 않는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편히 앉아 있게.”
도진은 감독의 말을 따랐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감독은 이내 눈을 끔뻑였다.
‘그런데 저게 비시즌 몸이 맞나?’
오히려 시즌 중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몸 상태로 보였다.
도진의 프로 첫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