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30화(130/400)
‘이게 얼마 만이냐.’
마운드에 선 도진은 두근거림을 온몸으로 느꼈다.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후우.”
도진은 심호흡을 뿜어내고 포수의 사인을 기다렸다.
초구는 패스트볼 사인.
도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투구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초구였음에도 투구는 던지려고 했던 한복판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퍼억.
“스트라이크!”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즉시 뒤편에서는 그레그의 놀라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리 쉣!”
기분 좋은 긴장감이 맴돌았던 도진은 그의 반응에 몸의 힘이 순간 쭉 빠졌지만, 무뚝뚝한 표정으로 포수에게 공을 달라고 요청했다.
공을 받은 도진은 짧은 숨을 내뱉고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내 투구만 이어 나가자.”
투수는 본인의 피칭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안타를 맞든 홈런을 맞든 아웃카운트를 올리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하는 것이 결국 제일 중요했다.
3일 차. 첫 마운드 등판.
충분히 부담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도진은 오히려 생각을 달리했다.
‘첫 등판에서 큰 걸 바랄 필요는 없지. 그냥 부쩍 자란 몸으로는 첫선이니까 실전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자.’
그 때문일까?
밸런스가 깨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투구였지만, 도진의 패스트볼은 미트에 시원하게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몸을 돌려 전광판을 확인했다.
98이라고 찍힌 구속에 미소가 절로 솟았다.
‘이야. 확실히 몸을 키우길 잘했네.’
마지막에 던진 공은 힘을 완전히 들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98마일을 기록했다는 건 과거의 자신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까지만 해도 이 악물고 던져야 90마일 후반대를 기록했다.
지금은 이를 악물지 않았음에도 그만치의 구속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패스트볼 차례는 끝.
포수로서 도진의 패스트볼을 확인 마쳤으니, 이제는 변화구를 확인할 차례였다.
이어서 포수는 다양한 사인을 요구했다.
서클 체인지업, 두 가지의 커브 그리고 투심까지 섞어 던지는 도진의 투구는 상대 타자에게 재앙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1이닝 3삼진.
도진의 프로 첫 투수 데뷔전은 깔끔했다.
* * *
“조, 좋은데?”
이닝이 끝난 즉시 그레그와 도진은 교체되었다.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그는 도진에게 승리의 미소를 띨 생각에 싱글벙글했지만, 도진의 투구를 접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좋았나요? 좀 아쉽긴 했는데.”
“아쉬워? 아쉽다고? 1이닝 3삼진이 아쉬워?”
“결과가 아쉽다는 게 아니라 투구 내용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첫 등판이라서 그랬나봐요.”
그레그는 눈동자에 기만자! 라는 눈빛을 담아 도진을 노려봤다.
하지만 도진은 그레그를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 첫 무대여서 그런지 마인드컨트롤을 했음에도 본인의 투구가 완전히 나오지는 않았다.
특히나 바뀐 몸으로 첫 실전은 확실히 완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타자로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는데 찜찜한 거요.”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음에도 한 경기에 4안타씩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운도 실력이며 좋은 결과를 낸 것이지만, 타자는 본인의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도진이 지금 딱 그런 케이스였다.
더 잘 던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으니까.
“90마일 후반대 공으로 상대 타자를 지옥으로 빠뜨려 놓고 뭐? 아쉬워? 아쉬워어어?”
그레그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리에 꿀밤이라도 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도진은 고작 세 경기를 뛰었을 뿐이지만, 그의 수준은 환상적.
미국은 실력 지상주의다.
그레그는 세 경기 만에 도진의 실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 때문에 그레그의 분노는 사그라들더니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밟겠구나.
그레그마저 이렇게 생각하는데 감독은 오죽했을까?
경기가 끝난 직후 사무실에 앉은 그는 메일 하나를 보냈다.
‘에인절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선수를 뽑아버렸군.’
메일이 송신된 지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코비였다.
“여보세요?”
-네 감독님. 메일은 잘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은 밖에 나와 있어서 보내주신 영상을 분석팀에 보내놨습니다.
영상은 다름 아닌 3일간 보인 도진의 활약이었다.
“킴의 스카우트 리포트를 좀 받아볼 수 있나?”
-어렵지 않죠. 지금 당장 보내드릴게요. 잠시만요.
메일은 금세 도착했다.
감독은 곧장 도진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열었다.
타자 부분이 제일 먼저 보였다.
컨택트 35(50), 파워 30(50), 주루 65(75), 어깨 65(75), 수비 70(80).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리포트는 20에서 80까지만 사용한다.
이것을 스케일이라고 불렀다.
20점은 최악의 선수.
30점은 단점이 있는 선수.
40점은 벤치.
45점은 하위권 팀 주전.
50점은 평균적인 주전.
55점은 상위권 팀의 주전.
60점은 올스타급의 재능.
65~70점은 항구적인 올스타.
그리고 75~80점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초 에이스급 선수였다.
앞 숫자는 현재를 얘기하며 뒤에 숫자는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내용 확인이 끝난 감독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주루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어깨와 수비에는 이견이 없네. 그런데 컨택과 파워 부분은 오류가 좀 있어 보이는데?”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도진은 당장에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타격 지표는 벤치를 달군다고 나와 있었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보면 인상적이었나 보군요.
“나는 킴의 고등학교 활약을 보지는 못했지만, 왜 이렇게 저평가받았는지 잘 모르겠네.”
솔직한 말로 도진의 점수는 훌륭하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받기엔 월등한 평가였다.
당장 메이저리그를 밟아도 될 만큼 환상적인 점수였으니까.
하지만 감독의 눈에는 아직도 저평가로 보였다.
도진은 고작 세 경기만의 타격, 수비 그리고 투구에서도 환상적인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타격 부분의 점수는 고작 35와 30이다.
저 정도의 점수는 기본적으로 스윙 자체가 부족한 선수에게나 주는 점수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물론 이해는 가.’
고등학생들은 자유롭게 훈련한다.
제대로 된 코치에게서 배우는 것은 프로에 올라오고부터였다.
‘미국 최고의 타자 놀란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지 못했지만, 그의 지금 점수는 40점 언저리겠지.’
그만큼 고졸 루키의 평가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진은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줄 알며, 타구에 힘을 실을 줄도 알았다.
“이것만큼은 내가 장담할 수 있네. 이 선수는 마이너리그를 폭격할 거야.”
몇몇 희대의 없을 천재들은 마이너리그를 폭격하고 메이저리그를 빠르게 밟는다.
물론 그런 케이스는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완성된 신체로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주파하며 메이저리그를 밟는다.
하지만 간혹 대학생들 못지않은 고졸 루키들도 소수 존재했다.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렸던 브라이스 하퍼 역시 2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보냈지만. 그는 편법으로 고등학교를 1년 빨리 졸업 후 구단과 계약한 선수.
일반적인 고졸 루키가 프로에서 1년 차를 마무리했을 때 메이저리그를 밟은 선수였다.
그런 천재의 모습이 도진에게 보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감독님이 고작 세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선수의 영상을 보낸 것이 처음이죠. 저도 돌아가서 영상 확인 후 상의해보겠습니다.
* * *
코비는 구단의 수뇌부들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66ers 케빈 감독이 보내준 영상입니다.”
화면에는 도진이 활약한 영상이 나왔다.
세 경기이므로 편집하지 않아도 영상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수뇌부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와우. 환상적인 수비군.”
“타격도 상당히 멋진데?”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져대는군.”
코비는 영상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저도 영상을 확인했을 때 제가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이 선수가 로우 A 3일 차라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단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도진을 직접 선택한 장본인이었다.
“확실히 우리가 선수를 제대로 뽑았군. 직접 작성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무색해지고 있어.”
에인절스가 작성한 도진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엄연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
그러므로 그 이후에 선수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도진은 로우 A를 폭격하고 있다.
고작 3경기를 치렀기에 폭격이라는 말을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는 저기에 있을 선수가 아니었다.
단장은 코비에게 물었다.
“승격. 시켜야겠지?”
“네. 일단 지금까지의 결과를 봐서는 승격은 확실시돼 보입니다만. 지금 당장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장은 앞에 놓인 달력을 확인했다.
“로우 A의 시즌이 끝나려면 며칠 안 남았군. 괜히 선수 피곤하게 지금 당장 올릴 필요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애리조나 가을 리그를 보내고 나서 하이A로 배정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 소식을 지금 전달해주도록 하지.”
코비는 단장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괜히 선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는 않을까?
더 높은 곳에 배정받았으면 남은 로우 A 경기는?
도진이 특급 선수임은 맞지만, 굳이 구단이 끌려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단장은 합당한 이유를 말했다.
“코비. 체크가 처리됐던가?”
코비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 아직입니다.”
“돈도 주지 않고 선수를 부려 먹는 구단이 되고 싶지는 않네. 그는 에인절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우리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그 합당한 보상은 승격을 미리 알려주는 것.
구단이 선수에게 끌려가는 것은 좋지 못하지만, 도진은 결국 무보수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런 선수가 있을까?
단장은 없다고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말을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애리조나 가을 리그도 당연히 보내야겠지?”
애리조나 가을 리그.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유망주들이 5개 팀 단위로 한 팀이 된다.
그렇기에 30 구단이 총 6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른다.
대부분 더블 A와 트리플 A 선수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해 1라운더 같은 특급 유망주들이 참여한다.
그곳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를 빠르게 밟는 편.
과연 도진이 지금보다 수준이 월등히 높은 그곳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수뇌부들의 관심이 주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