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33화(133/400)
화기애애한 식사 분위기 속, 대화 주제는 여전히 야구였다.
야구 얘기가 나올 때마다 도진과 상우는 하리의 눈치를 봤지만, 그녀는 오히려 반겼다.
“결국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의 성적이 중요한 거네?”
도진과 상우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리는 말을 덧붙였다.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나? 대비를 좀 해야 하지 않겠어?”
“프로로서는 처음 맞이하는 오프 시즌이라 아직 계획이 정확히 안 서네.”
가만히 듣던 상우는 버럭했다.
“프로로 처음 맞이하는 오프 시즌? 개소리! 너 한 달 있었잖아! 고작 한 달 차가 무슨 프로를 경험한 것처럼 말하냐.”
“한 달이든 하루든 오프 시즌을 오프 시즌이라 하지 뭐라 하냐?”
상우는 어금니를 잘근잘근 씹었다.
“젠장. 할 말 없네. 그나저나 나도 하이 A에 가고 싶다고! 얘기 들어보니 로우 A는 내가 있을 곳은 아닌 것 같다.”
도진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리그와 로우 A는 수준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루키리그를 완벽히 폭격한 상우인 만큼, 구단 측에서도 하이 A로 올려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가을 리그에 나가게 된 거겠고.’
“그럼 한 달 동안 훈련이나 같이할래?”
“낫 배드. 어디 로우 A 식빵 먹던 놈의 실력 좀 볼까?”
식빵이란 말에 하리는 후식 차를 마시다가 순간 흠칫 놀랐다.
도진과 상우는 눈알을 좌우로 빠르게 굴리며 덩달아 눈치를 봤다.
“제수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얘가 원래 눈치가 좀 없잖아. 이해해.”
하리는 금세 천금 같은 미소를 띠었다.
“나도 요즘 노이로제 때문에 식빵을 멀리하고 있었긴 한데.”
가벼운 농담을 끝으로 하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왠지 둘 다 하이 A로 승격할 방법을 알 것 같은데?”
도진과 상우의 동공이 팽창했다.
둘은 하리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듯 그녀를 또렷이 쳐다봤다.
하리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음. 솔직히 상우 씨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현실을 말하자면 구단은 도진이에게 더 기대를 품고 있는 상황이지…….”
상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50억짜리를 고작 30억짜리랑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어.”
상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상우 씨한테도 구단이 바라는 그림이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루키리그를 폭격했을지라도 대개 2년 연속 애리조나 가을 리그를 보내진 않았을 거야. 특히나 소속이 더블 A 미만이니까 더 그랬을 테고.”
하리는 순간 머뭇거리더니 결심이 섰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구단은 둘의 시너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둘은 U-18에서도 호흡을 맞춰본 배터리잖아.”
“둘의 시너지라면. 설마 구단이 나보고 도진이 따까리 하라는 건가?”
상우는 빙빙 돌려 말하는 하리의 말을 정확히 캐치했다.
하리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따까리까지는 아니지만…… 상우 씨가 돋보이려면 개인 성적보다 도진이와의 호흡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물론 가을 리그를 직접 폭격할 수만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좋은 소식을 얻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말.
하리는 구단의 관계자들과 직접 만난 장본인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도진을 다른 유망주들과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우를 올해 가을 리그에 보낸 것 역시도 상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도진의 실력을 더욱 끌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상우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맞는 말 같아. 난 작년에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 참여했었잖아? 애들 실력이 다 장난 아니었거든. 지금 와서 보니 더블 A랑 트리플 A 선수들도 있더라. 시간이 흐를수록 내게 기회가 그리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어.”
프로에서 기회는 본인이 잡아야 하는 법.
상우는 수긍할 줄 알았다.
“승격만 할 수 있다면 그깟 자존심 따위는 다 죽일 수 있어. 그래서 제수씨. 어떻게 하면 되는데?”
“평소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U-18 이후로는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으니 이런 것들 위주로 강화한다거나.”
도진은 하리가 혜안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상우는 손뼉까지 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 장난 아닌데? 조목조목 맞는 말로 들려. 아니. 맞겠지. 이게 하버드생인가? 한평생 야구만 했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
“대단하긴 하네. 이게 미래의 B컴퍼니를 눌러버릴 사장님의 안목인가?”
하리는 부끄럽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 정도는 아니야.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걸.”
상우는 눈에 불을 켰다.
사악한 미소는 덤이었다.
“아하? 우린 그 누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야구만 해온 멍청이들이다?”
도진은 상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개소리는 작작.”
“멍멍! 장난이고 진짜 좋은 조언이었어. 제수씨 말마따나 야구는 결국 팀 스포츠니까. 전문가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의 노고를 절대 모를 리가 없겠지.”
식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도진과 상우는 이제 보스턴으로 떠나는 하리를 배웅했다.
그녀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떠나는 순간 상우가 물었다.
“부럽다 부러워.”
“인정.”
“닥쳐. 병신아. 짜증 나니까. 맨날 나만 혼자야.”
“너도 연애해.”
“연애할 때냐? 그리고 야구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할 말도 없어. 그건 그렇고. 제수씨 말마따나 우리 프렌드에게도 연락해봐야지?”
식사가 끝날쯤 하리는 마이크와도 협업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협업이란 야구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마이크는 뛰어난 분석가다.
오프 시즌에 완벽한 몸을 만들게 도움을 준 장본인이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야구에 도움이 될만한 과학적인 근거를 자주 얘기해주었다.
도진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나: 마이크. 뭐하냐?] [마이크: 슬슬 대학 갈 준비한다. 왜. 무슨 볼일이냐?] [나: 볼일 있을 때만 연락하겠냐?] [마이크: 볼일 있어서 연락한 거 맞잖아?] [나: 귀신이네.] [마이크: 뻔하지. 그래서 결론이 뭐냐?] [나: 두 달 전. 나 몸 만들 때도 한 번 얘기했던 거긴 한데.] [마이크: 협업? 오케이. 단톡방 파라.] [나: 승낙 속도가 장난 아닌데?] [마이크: 그때도 한번 얘기했지만, 널 도와줌으로써 내게도 이득이 있으니까.]마이크는 도진을 도와줌으로써 얻어갈 수 있는 이득이 있었다.
첫째. 마이크는 무상으로 도진을 관찰할 수 있다. 1라운드 1픽이나 다름없는 유망주를 무상으로 관찰하며 공부할 수 있는 건 행운이었다.
둘째. 마이크는 대학생으로 결국 논문이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도진의 변화를 논문으로 기록해 제출할 생각.
전부 대학 성적에 반영될 것이었으므로 상부상조였다.
도진은 단톡방에 일원들을 초대했다.
[나: 앞으로 잘 부탁할게.] [하리: 나도. 공부 많이 될 것 같아.] [마이크: 미스 차를 필두로 미니 에이전트가 만들어졌네? 재밌겠어.] [상우: 오! 마이 프렌드! 식사는 잡쉈어? 보고 싶다!] [마이크: 오! 마이 프렌드! 잘 지내고 있지? 저 망할 놈 콧대를 팍팍 꺾어 주라고!] [상우: 걱정 따위 하질 마! 기도 못 펴게 팍팍 눌러버릴게!]상우와 마이크의 마지막 만남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앞둔 마지막 훈련 때였다.
그때 처음 봤음에도 죽이 잘 맞았는데 지금도 그 관계가 변함이 없었다.
포수끼리 통하는 게 있는 걸까?
‘둘의 시너지가 기대되긴 하네.’
도진은 이 미니 에이전트에 거는 기대가 컸다.
돈이 오가는 사이는 아니지만, 각자 얻어갈 이득이 있었다.
단편적일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미래를 경험할 수 있게 뭉친 이 모임이 성공을 거뒀으면 했다.
‘결국 결과는 우리 선수들에게 달려 있겠지만.’
* * *
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에인절스 구단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닥을 기는 승률 때문에 플레이오프는 진작 탈락했지만, 원래 꼴찌 팀들이 더 바쁜 법이었다.
단장은 스카우트 팀장 코비에게 물었다.
“애리조나 가을 리그로 향하는 7명의 선수가 전부 추려졌나?”
“네.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코비는 준비해둔 A4용지를 단장에게 건넸다.
-에녹 보라인.
-조르다인 데칸.
-오베론 카론다.
-카심 피니어스.
-그레그 호먼.
-상우 리.
-도진 킴.
그 즉시 코비는 브리핑을 이어 나갔다.
“에녹은 메이저리그 콜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6개월의 재활 후 이번에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음.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복귀전을 치르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군.”
“네.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 중에 메이저리그 콜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유망주들을 이끌 선수가 필요하긴 하지. 에녹이라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군.”
코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블 A 소속 조르다인의 기량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같은 더블 A 소속 오베론과 카심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한 번 더 기회를 조금 더 줘볼 생각입니다.”
“확실히 생각만치 많이 크진 않았어.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다시 부흥했으면 좋겠는데.”
“다음은 그레그 호먼입니다. 최근 한 달간 실력이 부쩍 향상됐습니다.”
“3년 전 우리 1픽이군. 여전히 로우 A였구나.”
“그간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각성한 것인지 최근에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였습니다. 시즌 마지막 달은 무려 4할 5푼의 불방망이를 뿜어냈습니다.”
단장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출을 눈앞에 두고 각성한 건가? 이래서 자극이 좀 필요한 법이라니까?”
“그렇다기보다는…… 킴이 로우 A에 합류한 시점입니다. 로우 A 케빈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그레그에 조언도 해줬답니다.”
“허. 루키가 3년 차를?”
“물론 그레그의 실력 향상이 킴의 조언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갓 입단한 루키가 로우 A를 폭격한 것이 자극제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이래서 유망주를 잘 뽑아야 한다니까? 슈퍼스타는 좋은 자극제가 되는 법이지.”
“다음은 상우 리. 루키 리그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무엇보다 킴과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U-18 때도 킴과 함께 훌륭한 성적을 냈기 때문에 둘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우리가 리를 뽑았을 땐 킴을 생각하진 않았었지. 이렇게 보면 운이 참 좋은 것 같군.”
에인절스가 상우를 택했을 때 도진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8강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도진은 포텐이 있는 선수였지만, 1라운드 상위권 급 선수는 아니었다.
“원래 리는 이번 가을 리그에 예정이 없던 것 아니던가?”
“네. 하지만 킴을 위해 넣었습니다.”
“킴과의 시너지가 잘 난다면 같이 하이 A로 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단장은 턱을 매만졌다.
“좋은 결과가 들려오면 좋겠군.”
에인절스는 흔히 말하는 탱킹 중이다.
선수 풀이 워낙 빈약해 메이저리그에서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렇기에 에인절스의 자리를 유능한 유망주들이 채워야 했으며.
그들이 얼마만큼 성장하느냐에 따라 에인절스의 미래가 달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구단은 도진에게 거는 기대가 제일 컸다.
‘이번 가을 리그에서 반타작 정도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전 구단의 더블 A와 트리플 A 선수들도 참여하는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이제 갓 입단한 선수가 반타작 정도만 해줘도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