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35화(135/400)
도진의 대답에 공기가 차가워졌다.
오베론은 눈동자에 살기를 담았다.
“뭐라고 했냐?”
“이해를 못 하셨다니 다시 한번 말해드리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긴 해요?’라고 물었습니다.”
오베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손을 뻗을 수는 없었다.
팀원끼리의 다툼은 구단의 귀에도 들어간다.
자칫 잘못했다간 가을리그에서 퇴출은 물론 구단에서 방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허. 너 소속이 어디지?”
“로우 A요.”
“로우 A? 햇병아리 새끼네?”
오베론은 분이 덜 풀렸는지 계속해서 도진을 자극했다.
하지만 도진은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프로 입단 한 달 차니 햇병아리가 맞긴 하죠.”
오베론은 당황했다.
그는 어금니를 뿌득 갈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너. 이름이 뭐지?”
“도진 킴. 검색해보면 나올 겁니다.”
오베론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도진이 되물었다.
“제 소개는 끝났는데…… 당신은 누구시죠?”
도진은 자신이 가진 무기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 누구도 쉽게 손댈 수 없는. 에인절스가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1라운더였다.
그때 오베론의 옆에 있던 카심은 그의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여기서 더 해 봤자 좋을 것 없다는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오베론은 분이 덜 풀린 모양.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너. 두고 보자.”
“두고 보긴 뭘 두고 봅니까? 안 그래도 같은 팀이라서 상대할 일도 없을 텐데. 아. 방출당해서 딴 팀 가면 또 모르겠네. 그때는 두고 보도록 하죠.”
도진은 저들이 움츠러든 순간 좋게 좋게 끝낼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한 방 더 먹였다.
‘야구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
야구는 실력주의다.
실력 있는 사람만이 메이저리거가 된다.
관계자들이 이를 모를까?
편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그러므로 저 제안은 서로에게 좋을 게 없었다.
캠프에서 잠깐 돋보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더 높은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는 없었으며.
반면 보조하는 처지로서는 기도 못 펴고 캠프를 망치게 된다.
‘옆에 있는 상우와 그레그도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도 없지.’
이곳에 참여한 선수는 전부 간절하다.
누구는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한 무대이며 누구는 방출을 면하기 위한 마지막 무대였다.
확실히 맞서지 않는다면 이런 괴롭힘은 캠프 내내 이어질 것이 눈에 훤했다.
“젠장!”
도진은 오베론이 울분을 분출했음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실 웃었다.
“이럴 시간에 가서 연습이라도 더 하는 게 어때요? 감정 소비해서 캠프 망치면 누구 손해일까요?”
“…….”
잠깐의 신경전을 끝으로 오베론과 카심은 자리를 떴다.
그들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레그도 덩달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 쟤네가 누군지 알고 덤빈 거야?”
“자기소개도 안 하는 인간들인데 알 수가 없죠.”
“오베론과 카심. 더블 A 소속이야.”
“그렇군요. 그런데요?”
그레그는 놀랍다는 눈빛을 띠었다.
“두렵지 않아?”
“그러니까 뭐가요.”
“상대는 너보다 실력으로도 그리고 입지적으로도 우위에 있잖아.”
로우 A 출신과 더블 A.
그 격차는 하늘과 땅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어때서요? 저는 정치질이나 하려는 놈들은 선수 취급 안 합니다. 앞서 에녹이란 선수와 그의 뒤를 따라간 선수처럼 결국 본인 할 일들 하러 가는 게 진짜 선수죠.”
야구는 실력이 전부.
도진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놈들에게 굽힐 생각은 없었다.
* * *
작은 소동이 일자 상우는 기겁했다.
하지만 소동의 끝에 도달했을 땐 금세 부러움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이 미국인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은 너무나도 멋졌으니까.
‘젠장. 나도 미국으로 왔었어야 해.’
작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한 상우는 이런 비스름한 일을 겪었다.
불합리함을 느꼈음에도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도진은 아니었다.
조목조목 맞는 말만 내뱉더니 결국 이 다툼에서 승리했다.
‘나였다면……’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선 후배 문화가 확실한 한국에서 야구를 해왔다.
그렇기에 분을 삭이면서 어쩔 수 없이 돌아섰겠지.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의 처지로선 사소한 일들도 결국 각인이 되는 법이다.
‘그랬다면 이번 캠프에서조차 기도 못 펴고 바닥을 기었을 수도 있었겠지.’
더 높이 올라갈 기회를 타의로 인해 송두리째 놓치게 된다.
하지만 도진이 대신 나서서 이를 막아줬다.
‘물론 저런 모습은 마냥 부러워해야 할 게 아니겠지만.’
도진은 수준급의 대처를 보여줬다.
그 뜻은 이 낯선 미국 땅에서 이러한 부조리함을 이미 여럿 겪었다는 뜻.
한국에서도 도진을 깎아내리려는 선수가 태반이었는데 이곳이라고 덜 할까?
무엇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고충은 자신도 직접 경험하고 있었다.
‘너도 참 고생이 많았겠어.’
하지만 상우는 결국 미소를 띠며 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누가 뭐래도 내 둘도 없는 친구거든.’
그는 전부 이겨냈다.
덩달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이 자리까지 왔다.
너무나도 든든한 친구 덕분에 이번 캠프의 느낌은 좋았다.
상우는 결과로 보답하겠다며 눈동자에 의지를 담았다.
한편.
상우가 도진을 우러러보는 가운데 그레그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게 1라운드 상위권의 자신감인가?’
그레그 본인도 1라운더다.
하지만 어디 같은 1라운더라고 다 똑같나?
계약서에 사인한 금액, 선수가 가진 포텐 전부 다르다.
도진 때문에 미국 최고의 유망주 놀란은 결국 아마추어 2등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렸다.
일본 최고의 투타 겸업 유망주이자 포스트 오타니라고 불리는 타카시 사토는 또 어떤가?
‘둘은 고등학교 갓 입학했을 당시부터 미국 야구를 이끌어갈 장본인이라며 미디어를 독차지했었어.’
그 당시 4학년이었던 그레그는 1학년인 그들의 재능을 높게 샀다.
하지만 도진은 그 둘을 이기고 당당하게 최고의 금액에 사인한 황금세대 1등 유망주.
말도 안 되는 업적을 남겼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레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평생 이런 자신감으로 살아오지는 않았겠지.’
도진이 어두운 면이 있을 거라고 봤다.
‘이런 완벽한 대처는 결국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다.’
미국인으로서 그 불합리함을 직접 겪어 본 적은 없지만 자국인이기에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인종차별과 무시.
아주 판을 치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그레그는 도진의 대처에 더욱 대단함을 느꼈다.
불합리함 속에서도 당당한 모습의 도진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부끄럽긴 한데. 처음엔 나도 그랬잖아.’
에인절스 1픽의 주인공은 한국인.
명확한 정보가 없던 그레그도 처음에는 그가 왜 1픽이 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미국인으로서 으스대고 싶어 그에게 다가갔었다.
에인절스가 거금을 들인 선수보다 실력으로 앞선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다.
물론 고작 3일도 되지 않아 도진이 어나더 레벨이라는 것을 완벽히 깨닫게 됐지만, 어쨌거나 편견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가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는지 깨닫고 있었다.
‘개 같은 놈들. 다음에도 시비 걸면 제대로 나서줘야겠어. 어딜! 에인절스 최고 유망주에게!’
그리고 내가 로우 A에서 업어 키운 인재에게 감히 까불어?
그레그는 아빠 미소를 띠며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상우가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는 시점과 똑같았다.
그 즉시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눈으로 대화했다.
‘내가 업어 키운 후배다! 어딜 친구 따위가!’
‘이 코쟁이 새끼가 어디서 친한 척이야? 난 도진이와 10년도 넘게 알았어. 알아?’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아! 아! 아파! 아파!”
그 사이에 낀 도진은 양쪽 어깨에서 악력이 느껴지자 몸을 털어 손을 떼어 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왜 둘 다 내 어깨를 부수려고 들지? 자객은 이쪽이었나?’
* * *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는 글렌데일 데저트 독스의 감독을 맡은 토마스는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몸은 다 푼 것 같으니 오늘은 가볍게 연습 경기를 진행할 생각이다.”
총 35명.
투수와 타자를 합쳐 18명씩 한 팀에 배치했다.
도진이 투타 겸업이었기 때문에 홀수의 숫자에도 정확히 양분할 수 있었다.
“오늘은 트리플 A와 더블 A 소속이 한 팀에. 그리고 더블 A 미만인 선수들이 한 팀이 된다.”
토마스 감독이 선수들을 이렇게 배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캠프에서 주전으로 뛸 선수를 조금 더 손쉽게 가려내기 위함이었다.
도진 측 라인업은 이랬다.
1. 벤자민 해리스. CF. L.
2. 라이언 필립스. LF.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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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진 킴. DH. R.
8. 상우 리. C. R.
9. 그레그 호먼. 2B. R.
트리플 A와 더블 A 소속의 라인업은 이랬다.
1. 사무엘 로버츠. SS. R.
2. 조르다인 데칸. 1B. L.
3. 앤서니 앨런. 3B R.
4. 에녹 보라인. DH. L.
5. 카심 피니어스. C. R.
‘7번 지명타자라.’
침음하는 도진에게 그레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타순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신경 안 써요. 오히려 그레그가 신경 쓰는 거 아닌가요?”
“흥. 그럴 리가. 상위와 클린업을 맡은 선수들은 전부 하이 A 출신이다. 상대도 마찬가지야. 단순하게 상위 리그에 있는 선수들을 조금 더 좋은 타순을 줬을 뿐, 실력과는 별개지.”
“흠. 완전히 꿰고 있네요? 그게 신경 쓰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뒤늦게 타순 확인을 끝낸 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8번!”
그레그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더니 도진에게 물었다.
“얘 뭐라는 거냐?”
“8번이라서 좋다는데요?”
“야! 타순 아무런 의미 없다니까?”
상우는 이번에도 한국말로 읊조렸다.
“9번보다는 8번이지!”
도진은 이번에도 통역했다.
그레그는 상우에게 버럭했다.
“야! 8번보다는 9번이지!”
상우는 미간을 구겼다.
“뭔 소리세요? 8번이 9번보다 낫죠. 제가 한 타석 더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민데.”
“개소리하지 마! 9번은 강력한 상위 타순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해!”
“8번도 이닝에 선두타자나 1아웃 상황이면 상위 타순과 연결되는데요?”
도진은 둘의 투덕거림에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둘 다 뭐해?’
도대체 넌 왜 미국인한테 바락바락 대드냐?
그리고 그레그. 타순은 아무런 의미 없다면서요.
도대체 왜 저렇게 과민반응이야?
‘이 팀. 괜찮은 거 맞나?’
그때.
3루 측 더그아웃에 있던 도진은 맞은편 1루 측 더그아웃에서 살기를 느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조금 전 말다툼을 벌였던 오베론과 카심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해보자 이거지?’
도진은 프로 경력이 짧았다.
그렇기에 마이너리그가 어떤 곳인지 머리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약육강식의 세계란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진은 여유가 넘쳤다.
‘어디. 더블 A 맛 좀 볼까?’
이제 프로 세계에 들어선 선수를 견제하려는 프로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