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38화(138/400)
오베론의 투구가 도진에게 향했다.
그 즉시 오베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뒤늦게 잘못을 인지했던 것이었다.
‘F***.’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오베론은 패스트볼을 던졌기 때문이다.
가끔 실수가 나와 패스트볼로 사람을 맞출 수는 있다.
하지만 공이 손에서 빠지지 않았다면 고의였다.
그리고 이 공은 손에서 빠지지 않았다.
결국 오베론의 투구는 도진의 어깨높이로 향했고.
도진은 그 즉시 몸을 돌려 등을 내어주었다.
퍼억.
90마일 패스트볼은 도진의 어깨높이에서 살짝 아랫부분의 등을 직격했다.
그나마 빠른 반사신경으로 대처했던 것이었다.
“윽.”
도진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 즉시 상우와 그레그는 이성이 끊어졌다.
“야! 이 개새끼야! 이건 아니잖아!”
“F***ing As*****. Son of a bi***.”
둘은 더그아웃을 뛰쳐나갈 기세였다.
같은 팀 선수들은 심각성을 깨닫고 둘에게 달라붙었다.
“참아! 참아!”
“컴 다운! 컴 다운!”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아. 괜찮은 것 같아.”
이미 이성이 끊어진 상우는 눈이 회까닥 돌아갔다.
“저 *같은 새끼야! 놔! 놓으라고! 저 새끼 *져놓을 거라고!”
그레그도 내뿜는 말의 반이 욕설이었다.
“Im gonna kill that f***ing bast***.”
둘의 소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사달을 일단락시킨 건 도진이었다.
통증이 조금은 멎어 정신이 돌아온 도진은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통증에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지만 힘겹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양손을 펼쳐 괜찮다는 제스처를 아군 적군에게 모두 전달했다.
1루를 밟은 도진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가 되었다.
앞서 소란을 피운 상우와 그레그도 더는 경기에 임할 수 없을 만큼 흥분했다고 판단.
나머지 경기에서 제외됐다.
* * *
소란 끝에 경기는 속행됐다.
도진을 맞춘 오베론은 즉시 강판당했다.
그는 결국 경기장을 떠났지만, 상우와 그레그는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
“이걸 참아? 이걸 참냐고!”
“Idiot. 착해 빠졌네.”
도진은 양옆에서 불같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등의 통증은 이미 멎었지만, 귀에서는 피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아니. 참고 뭐고 할 게 없었어.’
공에 맞는 순간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그 상태로 도대체 무슨 대처를 하겠는가?
애매하게 맞았다면 항의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맞았다.
남성이 중요한 곳에 충격이 있을 때의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일절 움직일 수도,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이제 좀 살만해졌다 싶었을 땐 오베론이 그라운드를 떠난 이후였다.
‘뭐. 정신이 들었어도 싸움이 붙었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성인이 되어서 싸우면 손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스포츠라고 다를까?
이 중요한 가을 리그에서 싸웠다가 징계라도 받으면?
도진은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라면 모를까.’
도진은 에인절스 1픽. 구단의 얼굴이지만 아직 햇병아리다.
자신을 맞췄다는 이유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됐다.
상우는 도진의 눈빛을 읽었다.
“이게 이성적으로 해결될 일이냐? 다음에 또 맞추면 어쩌려고?”
그레그도 거들었다.
“이건 정식으로 항의해야 해. 그리고 너 1픽이잖아! 구단도 대충 상황을 이해할 거야!”
도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서 참는 거예요.”
“뭐?”
“구단은 제 말을 믿을 거예요. 특히나 증인들도 다수 있으니까 제가 불리할 건 없죠.”
정황상 누가 잘못했는지는 조사해보면 바로 나온다.
하지만 도진 무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
“제가 경기 전에 뭐랬죠?”
“뭐, 뭐라 했는데.”
“정치질 싫어한다고요. 야구는 스포츠입니다. 지금처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상황이어도 결국 스포츠에요. 제가 일러바치는 순간 정치가 될 겁니다. 그리고 야구에서 이런 일이 없는 거라면 또 모를까. 빈번하게 일어나잖아요?”
메이저리그 한 시즌에 히트 바이 피치드 볼은 대략 1,500개에서 2,000개가 나온다.
그중 보복구도 꽤 많았다.
몇 번을 고의로 당했으면 모를까.
고작 한 번 당했다고 징징댈 거라면 야구 선수를 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구단이 제 말을 들어서 징계가 나왔다고 칩시다. 그건 저한테도 문제에요.”
상우가 버럭했다.
“네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뭐가 문젠데?”
도진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이 쉽지 두 번이 쉽겠냐? 이런 비스무리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구단에 일러바치게?”
이곳은 야생이다.
야생에서 누군가에게 기댄다고?
그 생각 자체가 최고를 노리는 자신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았다.
상우와 그레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진의 설득은 통했지만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꽉 막힌 새끼.”
“유도리 없는 새끼.”
한쪽은 한국말이며 한쪽은 영어다.
하지만 상우와 그레그는 본인들이 같은 뉘앙스로 내뱉었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그 말을 내뱉은 즉시 둘은 서로를 힐끗 쳐다봤지만, 평소처럼 활활 타오르지 않았다.
“헤이. 그레그. 이 새끼 더럽게 답답하지 않아요?”
“인정. 인생 더럽게 재미없게 사네. 나였으면 접싯물에 코 박고 뒈졌다.”
“그렇죠? 제가 이놈이랑 벌써 햇수로 13년을 알았거든요? 안 바뀌어요.”
“13년? 와. 그동안 울화통이 터졌겠는데?”
“말해 뭐해요. 진짜 싸다구 마려웠다니까요?”
“나였으면 갈겼다.”
“나도 기회 있을 때 갈길걸. 지금은 너무 컸어요.”
“이 새끼 좀 컸다고 멋있는 척하는 거 역겹지 않냐?”
“개 토 쏠림. 계약금 적게 받은 나는 서러워서 살겠나.”
그레그는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계약금 얼마 받았는데.”
“저 250만 달러요.”
그레그는 느닷없이 상우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하이파이브 하자는 의미였다.
“나랑 비슷비슷하게 받았구나. 형제여.”
“형!”
“동생!”
갑자기 둘은 죽이 참 잘 맞았다.
그레그는 신이 난 듯 도진의 조롱을 이어나갔다.
“감정 쏟은 거 아깝지 않냐?”
상우는 도진을 흘겨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더럽게 아깝죠. 저희 다음에 이 새끼 헤드샷을 맞든 실려 나가든 팔짱 끼고 지켜보죠?”
도진은 선수로서 그리고 이성적으로도 완벽하게 대처했다.
그 때문에 상우와 그레그는 마치 밴댕이 소갈딱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나서줬으면 고맙다고라도 해주는 게 정상 아니냐. 그래.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야. 괜히 나섰다가 페널티 받으면 우리만 손해니까. 그래도 이건 좀!’
상우는 이성이 완전히 돌아왔다.
자신이 과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부끄러운 걸 어떻겠나?
당사자를 조리돌림으로써 민망함을 줄이고 싶었다.
그레그도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해. 그래도 걱정해준 사람한테 맞는 말로 조목조목 반박하네! 아 할 말 없어!’
만약 선수들의 만류가 없었다면?
도진이 상황을 수습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면?
더그아웃을 뛰쳐나가 오베론을 한 대 갈긴 순간 정말 큰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다.
둘은 동시에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래도 재미없어.’
결국 새롭게 상우와 그레그 라인이 형성됐다.
둘의 시선을 느낀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죽 잘 맞는 거 봐라.’
* * *
경기가 끝난 직후 도진은 감독 사무실의 문을 두들겼다.
똑똑.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덜컥 열며 말했다.
“저 감독님. 죄송한데 오늘 경기 영상 좀…….”
도진은 감독과 얘기를 나누던 익숙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어? 코비 스카우트님?”
“킴. 잘 지냈어요?”
도진은 고개를 꾸벅했다.
코비는 미소를 짓더니 재차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감독님께 오늘 영상 좀 받아 가려고요.”
“왜요?”
도진은 머뭇거리다가 이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많더라고요. 보면서 분석 좀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혼자는 아니고 동료들과요.”
감독과 코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둘은 눈을 맞추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도진은 미소를 짓고 등을 돌렸다.
그러자 코비가 그를 불러 세웠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킴 저와 잠깐 대화 좀 할까요?”
도진은 직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이 벌써 전파됐다고.
‘참 빠르네.’
구단은 선수끼리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를 알았던 도진도 흔쾌히 승낙했다.
“좋습니다.”
“그럼 나가시죠.”
코비와 도진은 아무도 없는 더그아웃에 들어가 앉았다.
코비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뭐 불편한 건 없죠?”
“딱히 없습니다.”
“정말 없나요?”
“네. 진짜 없습니다.”
코비는 턱을 매만졌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요?”
“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일 뿐이죠.”
코비는 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무나도 맑고 깨끗해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코비는 도진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도진은 오늘 있었던 일을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눈치.
그렇기에 이왕 부른 거 경기 얘기나 좀 더 나누기로 했다.
“좋습니다. 킴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 오늘 좋은 활약을 펼쳤더라고요. 3출루에 1득점을 올렸죠?”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첫 타석부터 볼넷으로 출루했더라고요. 후속 타자들을 믿은 건가요?”
“네. 에인절스 동료기도 하지만, 굳이 에인절스 동료가 아니더라도 믿었을 겁니다. 이곳에서만큼은 다섯 구단이 한 팀이니까요.”
“가을 리그는 개인 성적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팀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도 극히 드물죠.”
“출루도 개인 성적이니까요. 장타를 쳤으면 더 좋았겠지만, 바뀐 투수의 공은 익숙하지 않잖아요? 다시 돌아가도 제 선택은 같을 겁니다.”
코비는 빙그레 웃었다.
“맞습니다. 마이너리그 타자들은 대개 치려고 하죠.”
타점을 올리면 클러치 능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러치 능력이 높은 선수는 고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선수들은 경기에 임할 때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본인의 스윙을 한다.
걸어 나가거나 카운트가 유리해 공을 더 던지게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놓고 보면 당연했다.
‘개인의 성적은 돈과 직결되며 팀플레이는 우승과 직결되지만, 선수 대부분 전자를 원하거든.’
팀보단 일단 개인이 우선이다.
미국인들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코비는 도진의 마음가짐이 대견스러웠다.
‘1라운더는 정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그래야만 해. 그런데 킴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
“대화 나눠서 좋았습니다. 가서 쉬세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도진은 자리를 떴다.
그 즉시 코비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단장님. 접니다.”
-그래. 어떻게 됐지?
“킴은 이 해프닝을 덮길 원합니다.”
코비는 도진과의 대화를 낱낱이 전달했다.
-허. 매번 새롭군. 정말 대단한 선수야. 무엇보다 고작 올해 입단했음에도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군.
세상에는 다양한 리더가 있다.
그들이 가진 특색은 전부 다르다.
하지만 리더감이 아닌 선수가 리더가 될 수는 없다.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무리의 결말은 암울하다.
도진은 리더감이었다.
“그가 어떤 리더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언젠가는 상황이 좋지 않은 에인절스의 분위기를 바꾸리라 봅니다.”
사람은 경험이 쌓일수록 변한다.
사회를 알게 되는 순간 단체보다는 개인에 치우치게 된다.
그런데도 아직 어리지만 멋진 대처를 보여준 도진에게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