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39화(139/400)
애리조나 가을리그 캠프 참여자는 다른 레벨의 리그나 팀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경험을 쌓는 것이 주목적이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서 서로의 장점을 습득하기 좋은 환경이었으니 말이다.
청백전이 끝난 다음 날 훈련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도진에게 다가갔다.
“헤이.”
도진은 눈이 가늘게 찢어져 웃는 상의 백인 남성에게 고개를 꾸벅했다.
남성은 말을 이었다.
“어제 경기 멋지던데?”
“멋진 타격 잘 봤습니다.”
“오? 날 봤어?”
도진은 그가 누군지 정확히 몰랐지만, 청백전에서 상대 팀의 3번 타자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제 그는 담장을 넘겨버리는 중월 홈런을 기록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도진은 어떻게 대답할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저스 선수요.”
“끄응. 모르는구나.”
아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물론 그레그라면 알 수 있겠다.
그는 마치 마이크처럼 상대 선수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으니까.
남성은 도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앤서니 앨런. 다저스 산하 트리플 A 소속이다.”
도진은 눈동자에 부러움을 담아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앨런은 피식 웃었다.
“이야. 경기 때와는 다른 눈빛이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경기에 임할 때는 메이저리그급 눈빛을 띠는데 지금은 그냥 네 나이 같아서.”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이지. 어쨌거나 오늘은 나와 같이 준비운동 하는 건 어때?”
도진은 함께 몸을 풀던 상우와 그레그를 힐끗 쳐다봤다.
상우는 마치 파르르 떠는 것처럼 고개를 세차게 저었고 그레그는 눈치를 봤다.
“좋습니다.”
“배신자!”
상우가 버럭했다.
도진은 상우를 멀뚱히 쳐다봤다.
“넌 날 버리고 그레그랑 둘이 몸 풀고 있잖아.”
“버리긴 뭘 버려!”
“여튼 오늘은 이분이랑 할게. 상우야. 너도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해보는 것도 좋아.”
“안 그래도 미국인이랑 몸 풀고 있잖아.”
틀린 말은 아니구나.
“어쨌거나 다녀올게.”
도진은 이 선수에게 얻어갈 것이 있다고 봤다.
어제 그가 보인 스윙은 에인절스 메이저리그 예정자 에녹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없었다.
도진은 그와 바닥에 마주 보고 앉아 발을 맞댔다.
그러고는 서로의 손을 잡고 쭉쭉 늘리기 시작했다.
기본 스트레칭으로 이때 선수들은 대화를 나눈다.
앤서니가 물었다.
“프로의 세계는 어때?”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너무 이르긴 하군. 어쨌거나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진 말아줘. 너를 잘 봐달라는 친구의 말이 있었거든.”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앤서니는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네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고 한때는 내 라이벌이었지.”
조엘 오스틴.
그 이름이 앤서니의 입에서 나왔다.
“선배님을 아세요?”
“알다마다. 참고로 난 산타모니카 하이스쿨 출신이다. 네가 우리 학교를 그렇게 팼다며?”
“패진 않았는데. 비등비등했죠.”
“하. 나 때는 말이야. 어? FS는 산타모니카 상대도 안 됐어. 우리가 매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했거든. 그 유명한 조엘 오스틴이 있었을 때도 말이야.”
도진도 이야기는 대충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는 꽤나 오랫동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하지 못했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데도 난 2라운더가 됐고 조엘은 1라운더가 됐지.”
도진은 눈동자에 호기심을 담았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요?”
“그냥 놈이 더 잘했으니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1라운더가 된 선수는 그리 많지는 않거든. 물론 그때 캘리포니아는 암흑기라 놈도 그리 높은 픽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친해 보입니다.”
“친하지. 중학교 때까지 한 팀에서 뛰었으니까.”
도진은 더는 말을 아꼈다.
어쨌거나 조엘은 다저스의 1선발.
하지만 앤서니는 캠프 참가자다.
둘의 격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앤서니는 눈치가 빨랐다.
“그렇게 불쌍하게 볼 필요 없어.”
도진은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앤서니는 쿡쿡 웃었다.
“원치 않은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겠지만 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거든. 그래서 메이저리그 데뷔가 좀 늦어질 뿐이야.”
도진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 방향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앤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부상이었어.”
“힘드셨을 텐데 멋지십니다.”
도진은 진심이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의 인생사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봤다.
가벼운 대화를 끝으로 앤서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차후에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으면 대화를 나눠보자고.”
“영광이었습니다.”
앤서니는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또 같이 몸 풀자고. 슈퍼 루키.”
도진은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앤서니는 입꼬리를 올렸다.
‘조엘 말대로 예사롭지는 않네.’
자신이 오늘 도진에게 다가간 이유는 조엘의 조언 덕분이었다.
트리플 A는 그 어떤 리그보다 메이저리그와 제일 가깝긴 하지만, 구단마다 승격의 난도는 전부 다르다.
다저스는 언제나 돈을 펑펑 쓰는 구단이라 다른 구단보다 26인의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앤서니는 잡힐 듯 말 듯 메이저리그 문턱에서 계속 낙마했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때 운이 좋게 조엘과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앤서니. 이번 애리조나 캠프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다.
어깨 부상은 옛말이며 재활 목적이 아닌 이상 이 수준 낮은 리그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애리조나 가을리그는 트리플 A보다 수준이 낮았다.
그보다는 요즘 폼이 더 좋아진 조엘에게 그 이유를 물었고 대답은 이랬다.
-내가 그 친구에게 배운 게 많거든.
메이저리거가 고등학생에게 배울 게 있다고?
그 말을 듣고 구미가 당겼기에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그렇게 도진과 만나 얘기를 나눴고 첫인상은 이랬다.
‘그 누구보다 야구에 진심이야. 이 캠프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물론 이것만으로는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었으며 얻어갈 것이 있다고도 확신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간절함으로 따지자면 자신도 그 누구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래도 조엘의 말이니까.’
그의 말을 들어서 손해는 없었다.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할까?’
* * *
글렌데일 데저트 독스의 첫 시합 상대는 서프라이즈 사구아로스.
캔자스시티 로얄스, 워싱턴 내셔널스, 신시네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가 한 팀을 이룬 팀이었다.
그레그는 시합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혀를 내둘렀다.
“어후. 처음부터 캡틴 아메리카를 만나네.”
그의 시선은 놀란에게로 향했다.
도진은 맞장구쳤다.
“고등학교 때보다 몸이 더 좋아졌어요.”
근육 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던 것인지 몸이 더욱 거대해졌다.
그렇다고 민첩함이 사라진 것처럼 무작정 비대해지기만 한 건 아니었다.
타자로서 속도와 파워를 동시에 갖춘 완벽한 몸이었다.
“하긴. 고등학교 때도 훌륭했지만, 지금과 비교할 건 아니네.”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그레그를 흘겨봤다.
그레그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뭐 인마! 나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놀란 만났다니까?”
“3년이나 더 된 얘기잖아요. 저는 반년 전에 봤는걸요.”
그레그의 안면 근육이 씰룩댔다.
“응. Icing on the cake.”
한국말로 풀어서 얘기하자면 네 똥 굵다와 비슷한 의미로 유머스럽게 비꼬는 것이었다.
“에이. 장난인데 뭘 또 심각해져서는.”
“아니 이 자식이? 나도 장난이었어!”
“표정이 장난이 아니던데? 진짜 삐진 것 같던데요?”
“와. 내로남불 지리네.”
그레그는 혀를 내두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 그러고 보니 저 선수도 있네?”
그레그는 손가락으로 한 선수를 가리켰다.
켄자스시티 로열스의 1픽.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픽 토머스 핸더슨이었다.
“금액 순위로는 한 7픽 됐나? 어쨌거나 그래도 부럽네.”
“어떻게 다 꿰고 있어요?”
“아 그게…….”
그레그는 처음 도진의 활약을 접한 다음 날 그를 낱낱이 조사했다.
그랬다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나머지 선수들의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1픽은 예의상 알아야지.”
“그렇군요.”
“안 믿는 눈치냐?”
“믿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진의 우측 편에 앉아 있던 상우는 양손을 간절히 모으고 있었다.
“제발 주전. 제발 주전. 제발 주전.”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걱정될 거였으면 첫날에 성질 좀 죽이지.’
상우는 두 번의 타석에서 희생번트 하나만을 기록했다.
이후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었지만, 흥분하는 바람에 교체되었다.
그레그는 상우에게 덕담을 건넸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을걸? 상대 포수보다는 잘했잖아.”
상우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 힘이 되는 말 땡큐. 그레그.”
“웰컴 브라더!”
“그나저나 이 새끼는 한마디도 안 하네요?”
“주전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250만 달러는 나가 뒈져야지.”
“같이 나갈까?”
도진은 이마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내 탓을 하냐고.’
곧이어 감독이 스타팅 라인업을 더그아웃의 화이트보드에 적어 넣었다.
선수들은 우르르 몰려가 라인업을 확인했다.
1. 도진 킴. SS. R.
2. 조르다인 데칸. 1B. L.
3. 앤서니 앨런. 3B R.
4. 에녹 보라인. LF. L.
5. 카심 피니어스. DH. R.
.
.
8. 상우 리. C. R.
9. 그레그 호먼. 2B. R.
P. 오베론 카론다. R.
자리로 돌아온 상우와 그레그는 도진의 고막에다 절규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왜 이 새끼만 상위 타순이냐고!”
도진은 첫날 성적 때문인데요?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2:1도 불리한데 하필 상대가 그레그와 상우였다.
“타순이 뭐 중요한가요?”
“바꿀래?”
“바꿀래?”
“바꿔주고 싶죠. 감독님에게 바꿔 달라고 말할 테니 같이 갈까요?”
그레그와 상우는 눈에 불을 켜고 도진을 노려봤다.
그게 될 리가 있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도진은 여유롭게 둘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자 상우와 그레그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젠장. 그레그. 선발 투수 봤어요?”
“봤다. 브라더. 감독님도 너무하시네.”
선발 투수 오베론 카론다.
도진을 맞춘 투수였다.
어제 있었던 일을 감독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라인업을 이렇게 짠다고?
상우는 오베론과 배터리를 이루게 되었고 도진과 그레그는 그의 뒤를 지킨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이느니 마느니 했던 선수를 말이다.
도진은 둘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가자.”
상우와 그레그는 혀를 내둘렀다.
“와. 또 아무렇지도 않네.”
“저 새끼 심장 강철로 만들어져 있는 게 분명해.”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거 보니 감정이란 게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안드로이든가? 감정이 없는 것 같은데?”
도진은 헛소리는 그만하라는 의미로 의자에서 먼저 엉덩이를 뗐다.
“우리 입지는 우리가 챙겨야죠.”
도진은 해프닝이 있던 투수가 선발로 나서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두근댈 만큼 흥분했다.
청백전과 다르게 진짜 시합이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선수들과의 시합은 언제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