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화(14/400)
5일로 끝날 것 같았던 마이크와의 근력 운동은 계속 이어졌다.
대신 둘의 동행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마이크도 함께 근력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심해서 하는 거야 임마!”
라는 말이 들려오긴 했지만.
누가 봐도 심심해서 운동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벌써 4주 차인가?’
근력 운동이 서서히 몸이 익어갈 즘에는 감독의 말이 서서히 와닿기 시작했다.
근력 운동만으로도 몸이 상당한 피로를 느꼈던지라.
‘여기에서 야구까지 병행했다면 학업에 무조건 지장이 생겼을 거야.’
학업에 지장이 생긴다면 야구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지옥 같은 근력 운동도 적응됐다.
처음에는 운동이 끝나면 팔도 들어 올리기 힘들어 침대에 뻗어서 한 치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근력 운동시간이 끝나도 팔팔했기에 기숙사로 돌아와서 공부도 곧잘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감독과 약속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앞둔 지금.
도진은 마이크에게 글러브를 건넸다.
“옛다.”
마이크는 미간을 구겼다.
“넌 정말 양심이 없는 것 같아.”
마이크의 투덜거림에 도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야구부원과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
그래서 캐치볼을 할 파트너가 없었던지라 이번에도 마이크에게 부탁했다.
도진의 부탁에 마이크는 투덜거리면서도 흔쾌히 허락했다.
‘근데 또 생색이네. 가만 보면 덩치만 산만하지 애가 따로 없다니까.’
도진은 마이크의 장단에 맞추겠다고 굽신거리며 함께 피트니스 센터를 벗어났다.
‘오랜만이네.’
도진과 마이크가 도착한 곳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이었다.
진작에 이 야구장 스케쥴을 살폈던지라 아무도 없는 이 야구장은 오늘만큼은 도진과 마이크의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감독님께서 투구는 가급적 자제하라고 하지 않았어?”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캐치볼은 괜찮다고 하셨어. 그리고 지금은 괜찮아.”
“어째서?”
“그야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으니까. 내가 처음부터 감독님과의 약속을 어기진 않았잖아?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마이크가 고개를 갸웃하자 도진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전력으로 던질 생각은 없어. 그냥 가벼운 캐치볼을 하며 감각만 조금 끌어 올릴 생각이야.”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마이크도 결국 수긍했다.
도진의 말마따나 그는 한 달간 몸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지금 갑자기 공을 던진다고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다.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긴 하지.’
도진과 마이크는 10m 간격을 두고 캐치볼을 이어나갔다.
근 한 달간 캐치볼은 꾸준히 해왔던지라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죽이 잘 맞았다.
공을 한 번씩 주고받을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으며.
어느덧 거리는 20m를 넘어 30m까지 벌어져 있었다.
“어떠냐?”
마이크의 외침이 들려오자 도진은 공을 다시 글러브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제도 그제도 느꼈지만, 확실히 날마다 다른 느낌이긴 해. 공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그럴만하지. 너 몸 굉장히 커졌어.”
“그러냐? 난 잘 모르겠는데.”
마이크는 피식 웃었다.
저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거울을 들여다본다 한들 본인의 변화를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마이크는 도진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수업을 위해 반을 옮길 때마다 주위의 목소리를 들었다.
-킴의 몸이 굉장히 커진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갑자기 몸이 부쩍부쩍 자랐네?
일반인들도 눈치챌 수 있는 변화다.
도진의 지금 몸 상태는 꽤 봐줄 만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걸음마를 훌륭하게 내디딘 시점에서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됐다.
“이제 공 좀 받아줄래?”
도진은 마이크와의 거리를 좁히며 마운드 쪽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알았다. 살살 던져라?”
“알아. 괜히 무리했다가 부상 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도진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궁금했다.
‘마이크의 말마따나 몸이 조금은 좋아진 느낌이 들긴 해.’
그렇기에 이 힘을 바탕으로 피칭을 이어나간다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증을 제어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감을 잡는 데만 주력하자. 이번 주 수요일에 있을 개막전 경기에는 참여하지 못하겠지만. 주말에 있을 리그 경기에는 뛰어야 하니까.’
무엇보다 현재 마이크에게는 포수 장비가 없었다.
혹시나 제구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다칠 확률도 존재했다.
이렇게나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친구가 다치는 것은 절대로 원치 않았다.
“준비됐다. 던져라.”
쪼그려 앉은 마이크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고.
도진도 지체하지 않았다.
와인드업 후 내디딘 발에는 힘이 실렸다.
어깨의 힘을 잔뜩 풀고 던진 공은 바람을 가르며 정확히 포수 미트에 꽂혔다.
파앙.
‘젠장.’
공을 받은 마이크는 금세 미간을 찡그렸다.
분명히 도진이 던진 공의 구속이 빠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림잡아도 80마일 초반 정도로 그 역시도 힘을 빼고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무슨 위력이 이따구냐.’
하지만 공을 받은 손바닥이 얼얼해도 너무 얼얼했다.
물론 찡그려진 표정은 금세 숨겼다.
재활은 성공적이다. 마이크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공을 받는데 마치 폭탄이 터진 듯한 충격이 미트로 전달되지 않는가.
도진의 던진 공을 야구 관계자가 보기라도 한다면 누구라도 만족스러울 법한 구위였다.
하지만 마이크는 금세 표정을 굳혔다.
“나쁘진 않네.”
매우 좋았다.
순간적으로 마이크의 입에서 진심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자신의 가벼운 언행으로 친구가 거만함에 빠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절대 볼 수 없지.’
“괜찮았어?”
“어.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나보다는 네 느낌은 어때?”
“글쎄. 전력으로 던져봐야 알 것 같은데?”
마이크는 순간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전력으로 던진다니 저게 무슨 개소리인가.
아무리 제대로 된 장비를 차고 있지 않았지만 방금 받은 공의 구위는 손 마디마디를 마비시킬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한 번만 제대로 던져보고 싶네.”
한편 도진은 답답했다.
공의 위력이 올라간 것 같긴 한데, 아직 제대로 던지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었다.
“미친 새끼가. 적당히 해. 어떤 투수가 재활 기간에 풀샷을 던져.”
마이크는 서둘러 도진을 말렸다.
도진이 있는 힘껏 던진 공을 장비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받고 싶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던지지 않아도 위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활 기간에 있는 힘껏 던지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아쉽네. 벽에다가도 던질까 했는데. 그냥 말아야겠다.”
쪼그려 앉은 마이크는 금세 무릎을 피고는 도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공이 전보다 좋아졌어. 물론 좋아지라고 한 운동이니까 당연히 좋아져야겠지만.”
“그러니까 어느 정도?”
“몰라 임마. 감독님 허락이 떨어지면 토요일에 경기 뛴다며. 그때 확인해.”
“그렇네.”
마이크는 그런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혹시 알아? 바로 개막전부터 뛸 수도 있잖아?”
“그럴 수가 있나?”
도진은 갸웃한 고개를 이내 끄덕였다.
시합을 뛰든 뛰지 않든 선수가 상대 팀에 관한 정보 정도는 수집해둬야겠지.
“개막전 경기는 산타모니카지?”
산타모니카 고등학교. 리그 내 1, 2위를 다투는 학교로 연습경기에서 붙어본 적이 있었다.
마이크는 도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리그 우승을 바라보면 기필코 넘어서야 하는 존재지.”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개막전의 날이 다가왔다.
“오늘 경기 보러 갈 거지?”
도진은 마이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부로서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치러지는 경기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으니까.
“같이 갈래?”
“내가 왜?”
또 이런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오늘 상대도 상대일뿐더러. 난 상대의 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네 도움이 필요해.”
야구에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이다.
FS의 리그 첫 상대는 산타모니카 고등학교.
도진의 첫 연습 상대였던 그 산타모니카 고등학교였다.
물론 연습경기 때는 2군이 나왔지만, 오늘은 1군이 출전할 것이다.
그리고 1군이 출전하는 산타모니카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을 유력 후보였다.
결국 저들을 넘어서야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티켓을 따낼 수 있다는 뜻.
산타모니카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너도 경기를 보고 싶잖아?’
마이크는 자신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직접 챙겨보러 갔을 테니까.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의 이점.
이것을 살리려면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응원하러 가자. 솔직히 두 학교의 전력 차가 꽤 나지만 그걸 뒤집을 수 있는 게 응원 아니겠어?”
“네 부탁이 정 그러니 어쩔 수 없겠네. 가자.”
생색. 생색. 정말 대단하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이크의 뒤를 따라 일단 매점부터 들렸다.
“그럼 치킨이나 사 가자.”
“웬 치킨?”
“야구 경기는 치킨이 최고야. 몰라?”
“햄버거나 핫도그가 최곤데?”
도진은 벌어지는 턱을 통제하지 못했다.
‘치킨보다 핫도그나 햄버거라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애당초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치킨을 저렴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급식이 나오는 다른 학교에서는 한국인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치킨이 급식으로 나왔다고 왜 싸구려 음식을 급식으로 내놓냐며 학부모들의 난리가 났다는 기사가 난 것이다.
도진은 그 기사를 읽고 5분 정도 벙찐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이었으면. 한국인들이었으면 학교에 감사하다며 절을 했을 텐데 말이지.’
치느님의 위대함을 모르는 미국인은 행복을 누릴 권리 따위 없다.
물론 한국 치킨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순이었다.
미국은 전 세계 치킨 소비 국가 1위였다.
도진도 학교 내에 한국식 치킨을 팔지 않았던지라 버펄로윙 10조각을 사며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햄버거, 핫도그보다는 치킨이지.’
도진과 마이크는 음식을 각각 손에 들고 경기장에 30분 일찍 도착했다.
‘마이크의 말로는 30분이라는 시간도 촉박하다고 했는데. 왜일까.’
경기장에 도착하자 그 말의 의미를 완벽히 깨달았다.
‘와. 사람 진짜 많네?’
이 넓은 경기장 관중석이 인파로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역시 미국은 자기애가 강한 나라야.’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없다.
감히 어떤 나라가 천조국을 라이벌로 생각하겠는가.
‘미국인들도 다른 나라가 자신들의 라이벌이라고 생각 안 하지.’
그렇기에 대부분 프로 경기에서는 연고지를 응원하며.
더 나아가 이런 학교 대항전에는 자신의 학교에 훨씬 애착을 갖는다.
‘나도 경기를 뛰게 된다면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공을 던져야 하는구나.’
한국과는 달랐다.
유명한 중학 야구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도.
대회를 찾아준 관중들은 지금 관중의 절반의 반도 안 됐다.
‘스케일이 다르긴 달라. 나도 이 많은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보고 싶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프로 선수까지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느낌이 들것만 같았으니까.
더 나아가 전미 최고의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전율이 전신을 감싸자 황홀함을 느꼈다.
대신.
‘그 전에 리그부터 우승해야겠지. 그리고 오늘 붙는 상대는 리그 우승의 걸림돌이고.’
도진은 오늘 경기를 샅샅이 파악하겠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