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1화(141/400)
메이저리그 30개의 구단 스카우팅 리포트는 도진을 이렇게 평가했다.
수비와 주루는 이미 최정상급.
표본이 어디까지나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기준이었음에도 프로에서 통할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스카우팅 리포트 예상대로 도진은 이 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2번 타자가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서고 3번 타자 앤서니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입꼬리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단하긴 해.’
도어떠한 작전도 나오지 않았는데 도진은 자체적으로 그린라이트를 부여하더니 2루에 안착했다.
첫 정식 경기다.
그러므로 선수는 개인이 보일 수 있는 능력을 알아서 보여줘야만 하는데 도진은 그것을 해낸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표정은 여유가 넘쳤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거니 가능한 거지.’
도대체 어느 누가 저 선수를 루키로 보겠는가?
물론 앤서니는 1차원적으로 보이는 능력만을 높이 산 것이 아니었다.
‘조엘이 괜히 저 아이를 높게 평가한 게 아니구나.’
도진은 드래프트 최대어.
그가 선보이는 능력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라고 불리는 놀란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수준급의 수비나 주루가 그리 놀랍지는 않아. 다른 점이라면…… 저 아이의 장점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진짜 야구를 하는 데 있어.’
진짜 야구.
도진은 팀 관계자들에게 잘 보이겠다고 욕심 가득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말처럼 쉬울까?
아니. 절대 쉽지 않다.
이 캠프에 참가한 선수는 전부 제 미래가 달려 있었다.
‘당연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배길 수 없지.’
자신도 그랬고 다른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처음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 아이는 아니었다,
앤서니는 그렇게 느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어.’
도진은 무너져내린 FS를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시킨 장본인이자 우승까지 시켰다.
LA 다저스 1선발이자 미국의 1선발.
더 나아가 지구 1선발이라고 불리는 조엘도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낸 선수였다.
앤서니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고맙다 조엘. 그리고.”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결국 저 아이에게서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는 쉽지 않다.
쉬웠다면 너나 나나 메이저리거였을 테니 말이다.
각자 할 수 있는 진짜 야구는 전부 다르다.
포지션별로 그리고 장점에 따라 전부 달랐으니까.
‘난 이번 캠프에서 내 야구를 찾아봐야겠군.’
타자로서 그저 잘 치는 것만으로는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걸로 충분했다면 나 역시도 이곳이 아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있었을 테니까.’
아직 부족한 점이 있으니 구단에서 콜업하지 않았겠지.
‘솔직히 지금까지는 콜업의 희망이 보이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어두컴컴했던 미래에서 한 줄기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저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저 아이를 보고 있자면 깨달을 것만 같았다.
‘일단은 단순하게 따라 해볼까?’
도진은 2루에 안착했음에도 기쁜 내색 대신 귀신같이 경기에 집중했다.
그러므로 자신 역시 그럴 차례였다.
앤서니는 사방에 대한 신경을 원천 차단하며 투수에 집중했다.
손을 떠난 공은 배트와 만났고.
따-악!
그대로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 * *
“호올리 쉐에에에트!”
“지렸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레그와 상우는 호들갑을 떨었다.
방금 홈런은 장외를 넘길 만큼의 대형 타구였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도진이 경기를 마음껏 헤집어 놓으며 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그레그는 손가락으로 도진을 가리켰다.
“정말 난놈이야. 내 첫 캠프 때 어땠더라? 집에 가서 팬티 확인했더니 오줌을 지렸던 것 같아.”
“저도 정신 차려보니 경기가 끝나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런데 저놈은 아니지 않냐?”
“그래서 좀 짜증 나지 않아요?”
“세상에 다 가진 사람도 있다는데 하필 쟤네. 비교되게.”
“쟤 심지어 여친도 이쁨.”
“연애도 한다고? 개 같네? 그래도 한 가지 약점이나, 단점이라도 있을 거 아냐! 혹시 무언가가 작다던가…….”
“커요.”
“응. X발.”
그레그는 허무한 표정으로 등을 의자에 맡겼다.
하지만 일순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상우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걸 봤어?”
상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레그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라니까요?”
“그,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
서로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친한 사이라면 어린 나이부터 목욕도 같이하고 발가벗은 모습을 이따금 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때마침 대화의 주인공 도진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둘 사이에 앉았다.
둘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도진은 둘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휴. 긴장돼서 혼났네.”
그레그와 상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잘했어.”
“어.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딱팔딱하더라.”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칭찬이죠?”
“그럼 욕이겠냐?”
“욕이겠냐고!”
목소리에 화가 가득한 걸로 보아 욕설처럼 들렸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했던 도진이지만, 눈치만큼은 빨랐다.
“둘은 나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상우와 그레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똘망똘망해졌다.
“지, 진짜?”
“리얼? 트루? 하우?”
도진은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일단 솔직한 말로 둘은 저보다 신체적인 조건이 좋잖아요?”
이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프로에서 각각 3년과 1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둘은 도진보다 더 좋은 몸을 갖췄다.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둘은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상우가 물었다.
“1분은 활용하냐? 1초라도?”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개, 개그야?”
“개자식아! 말 더듬지 마!”
“어쨌거나 저는 이번 타석에서 제가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니면 상대가 저보다 강한 힘을 갖췄을 수도 있죠. 그런데 둘은 아니에요.”
둘은 홈런성 타구를 쉽게 생성하지 못할 뿐.
투수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릴 수준은 아니었다.
“칭찬이네? 우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이거지?”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기도. 아니. 이놈이 하는 말이면 왠지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야구가 말처럼 쉽던가?
둘은 해결책도 요구했다.
도진은 무심하게 말했다.
“방법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닌데.”
“그래서 그게 뭐냐고!”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알려달라고!”
똘망똘망하던 눈빛이 원망으로 바뀌려던 그때.
도진은 이대로 가다간 큰 화를 치르겠다고 생각해 서둘러 대답했다.
“긴장하지 말고 본인의 스윙을 보여줘요.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그레그는 도진을 벌레 바라보듯 쳐다봤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더니 하버드 갔어요. 이 뜻이잖아! 정신 나간 놈아!”
상우도 거들었다.
“그냥 오는 공 잘 보고 때리면 되는 거였네. 더럽게 쉬운데 우린 그걸 몰랐네? 어? 어? 멍청해서 아주 미안하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쉽다기보다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거지.”
“같은 의미잖아!”
“그게 마음처럼 되냐고!”
도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걸 해내야 하는 게 우리야.”
상우와 그레그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둘은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바라봤다.
경쟁심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나라도 안타 쳐야만 한다.’
‘제발. 저만 안타 치게 해주세요. 혹시 망해도 같이 망하게 해주세요.’
* * *
상우는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레그는 아니었다.
도진의 조언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앞선 타자 상우가 삼진을 당해 심리적 우위에 있었다.
결국 첫 타석에서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안타를 쳤다.
중견수가 입이 떡 벌어지는 펜스 플레이로 2루타를 단타로 둔갑시켰지만, 어쨌거나 멋진 타구였다.
후속 타자로 나선 도진은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닝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그레그의 어깨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아. 아쉽네. 이게 단타가 되네.”
정말로 아쉬웠던 타구.
도진은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건 중견수가 너무 잘했어요. 누구라도 단타였을 거예요.”
“담장을 넘기지 못한 내 실수지. 그렇지?”
“실수라기보다는. 그냥 중견수가 잘한 거죠.”
그레그는 아쉽다는 말과 다르게 웃고 있었다.
상우와 비교해 상대적 승자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우와 브라더 관계를 맺었다고 하지만,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
적어도 루키리그 출신에게 뒤처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착잡한 표정의 상우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하아.”
도진은 상우에게도 위로를 건넸다.
“솔직히 스윙 좋았어. 상대 배터리가 더 강했을 뿐이지. 너를 삼진 잡은 공을 내게도 던졌다면 나도 똑같이 당했을 것 같은데?”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도진은 진심이었다.
상우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스윙을 선보였지만, 그저 결과가 아쉬웠을 뿐.
그레그도 한마디 거들었다.
“헤이 브라더!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다음 타석에선 잘하겠지!”
어딘가 신나 있는 그의 목소리.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그레그를 흘겼다.
그러고는 다시 상우를 위로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잖아?”
다음을 기약하라며 도진은 상우의 어깨를 도닥였다.
경기는 계속해서 흘러 어느덧 9회 말.
3:4로 뒤지고 있던 데저트 독스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5번 타자와 6번 타자의 연속 안타.
7번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1사 1, 2루.
상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그는 지금까지의 참아왔던 울분을 마지막 타석에 쏟아부었다.
따-악!
중전 안타.
1루에 안착한 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 그는 4타수 1안타로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중요한 마지막 9회 말 공격을 살릴 수 있는 불씨를 지폈다.
비록 그레그가 2루타를 쳤지만, 정황상 동등한 성적을 낸 것.
상우는 집중하겠다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개인 성적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팀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그렇기에 그레그가 여기서 끝내기 안타를 쳐도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석에 들어선 그레그도 상우와 한 마음 한뜻이었다.
‘1사 만루. 기회가 왔지만 내가 급할 건 없어.’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베이스에 나가 있는 팀원들도.
그리고 대기 타석의 도진도.
전부 승리할 수 있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하늘도 도왔다.
제구가 되지 않은 투수의 초구가 포수의 머리 높이로 날아왔다.
“볼!”
2구도 다르지 않았다.
“볼.”
배트를 잡은 그레그의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흔들린다.’
투수가 흔들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공이 높게 제구된다는 것은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것.
3구 패스트볼은 높게 제구됐다.
“볼!”
3-0 카운트.
가만히만 있어도 최소 동점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천금 같은 기회를 앞둔 그레그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높은 공이야! 높은 공이라고!’
타자가 공을 갖다 맞추기만 한다면 안타를 뽑아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공이었다.
4구.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그레그는 결국 배트를 내었다.
통칭 노 피어.
3-0 카운트에서 대부분 선수에게 스윙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볼 하나만 기다려도 출루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3-0 카운트에서의 스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S급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작전.
그것을 본인 자신에게 부여했던 것.
하지만 3연속 패스트볼을 선보였던 투수의 4구는 변화구.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딱!
타구는 2루 정면으로 향했다.
병살타 코스.
그레그는 그 즉시 머리를 쥐어 싸맸다.
1루에 있던 상우는 반 포기 한 채로 2루로 내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대기 타석에 있던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오! 그레그시치!”
한국에서 범인을 지목할 때 사용하는 밈.
지금 그레그에게 매우 적합한 별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