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4화(144/400)
에인절스 구단은 즉각 회의를 열었다.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킴이 입스에 걸린 것 같습니다.”
“후우. 선수라면 간혹 겪는 문제점이죠.”
“경기 내용을 보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건 입스가 맞습니다.”
“그는 에인절스 최고의 유망주입니다. 그가 하루 빨리 호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
“그에게 닥터를 붙여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조용히 의견을 듣던 단장은 코비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확실히 입스가 맞습니다.”
단장은 미간을 구겼다.
“길어지면 문제 될 수도 있겠군.”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겪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겪는 선수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킴은 아직 어립니다. 멘탈을 잘 추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요. 그래도 닥터를 파견하는 방법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지?”
“그 행동은 구단이 직접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갑자기 의사를 붙여주면 오히려 그의 심리에 더욱 타격을 줄 수도 있겠군.”
코비는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
“그는 슈퍼스타의 숙명을 안고 태어난 선수입니다. 본인이 극복해야지만, 언젠가 마주할 다양한 슬럼프 때도 곧잘 극복할 겁니다.”
도진은 1,300만 달러의 초특급 유망주.
구단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우려의 불씨를 짓밟아서 꺼뜨려야 하는 건 본인의 몫이었다.
한편. 97만 구독자를 보유한 에인절스 팬 유튭을 운영하는 타이론은 즉각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미 방송을 예고했었으므로 순식간에 10만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타이론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킴에 관한 소식을 들고 왔어.]-오오! 우리 에인절스 1픽
-다 씹어 먹고 있겠지?
-그래서. 어떤데?
타이론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계약 즉시 로우 A에 합류했어. 더 웃긴 건 시기상 돈이 입금되기도 전에 입단했다는 거야.]-소식은 들었던 것 같은데 성적은 몰라.
-사인하자마자 팀에 합류했다고? 휴가는? 휴식은? 노예 계약이야?
[자의라고 들었어. 어쨌거나 킴은 로우 A를 가지고 놀았어. 고작 한 달 성적이지만, 타율은 3할 4푼에 5개의 홈런을 쳤고 10이닝 2실점 20삼진을 잡았어.]-떡잎부터 다른 선수가 우리 에인절스에 들어왔네?
-이야. 마이크 트라웃 때만큼 기대가 되는데?
-아니. 그라운드 적응도 되지 않았을 텐데 저 성적이 맞아?
하지만 타이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굳혔다.
[가을리그 1주 차 초반에는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어. 하지만.]타이론은 도진이 겪는 난항을 전했다.
입스라고 직관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눈치챘다.
-입스네.
-정말 입스 말고 설명이 안 되는데? 공이 머리로 날아왔다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식겁했을 거야.
-젠장. 왜 하필 입스야? 그것도 에인절스가 거금을 들인 1라운더잖아!
-선수라면 누구나 입스를 겪을 수 있어. 기다려줘야지.
-극복한 선수들도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더 많아. 대부분 마이너리거라서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인정. 메이저리거야 워낙 클래스가 다르지만, 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은 대부분 극복 방법을 알지 못해서 은퇴해.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으니까.
그가 입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
여기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 * *
1주 차가 끝난 선수들은 앞으로의 훈련 메뉴를 상담하기 위해 감독과 면담한다.
도진은 제일 마지막 순번이었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 도진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감독은 미소를 짓더니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와서 앉지.”
감독은 도진은 의자에 앉자 서류를 스윽 살펴봤다.
“괜찮나?”
감독은 눈만 치켜떠 도진의 반응을 살폈다.
진지한 표정이지만 슬픔이 묻어 있었다.
‘하긴. 이 아이는 지금 끝없이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지.’
고작 1주 차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봐서는 그랬다.
경기가 끝나면 매번 영상을 요구하러 사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팀 동료인 두 선수와 함께 제일 마지막까지 연습했다.
“일단 자네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네.”
도진은 즉각 입을 열었다.
“제게 지금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경기를 뛰고 싶습니다.”
“왜지?”
도진은 즉각 대답했다.
“여태껏 문제를 직면했을 때 직접 맞부딪혀 해결해 왔습니다.”
감독은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선수들도 여럿 있네.”
감독은 지금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접했다.
1년에 몇백 명씩 마주하는데 도진과 같은 선수들이 없었을까?
입스에 걸렸지만, 선수들은 제각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무엇보다 도진은 정면으로 맞설 생각. 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지금 당장 자신이 맡은 유망주의 미래도 걱정이 됐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 당장 경기에 임했다가 성적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어.”
도진은 잠깐 머뭇거렸다.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눈치였다.
그는 이내 비장함을 눈동자에 담았다.
“괘, 괜찮습니다.”
더듬는 걸로 보아 전혀 괜찮지 않았다.
지금의 도진은 1주 차 초반의 다 씹어먹을 것 같은 그 유망주가 아니었다.
감독은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쳤다.
“가을리그에서 성적이 곤두박질친다는 건 네 미래와도 연결된다.”
가을리그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다면 구단이 생각하는 그의 예정된 수순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안 좋은 쪽으로.
예정된 리그보다 아래 단계로 배정받는 것들 말이다.
도진은 에인절스의 초특급 유망주다.
오히려 구단이 그를 감싸고 돌면 돌았지 무리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무리했다가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구단이 입는 손해는 차마 계산기로는 표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진은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수의 요청을 고작 가을리그 감독이 무시할 수 없는 법.
“알았네. 일단 자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겠네.”
도진은 꾸벅 인사 후 사무실을 벗어났다.
감독은 도진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멍하니 문을 쳐다봤다.
“후우. 과연 저게 정답일까?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경기에 임하면 입스가 길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입스가 길어지면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입스에 대한 해결책은 뚜렷하지 않다.
온전히 선수의 의지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다.
과연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까?
‘혼자서 해결 못 하면 더욱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것이 입스다.’
잘못한다면 재기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고개를 젓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극복해낸다면?’
지금보다 훨씬 위력적인 선수가 되겠지.
* * *
2주 차도 끝이 났다.
감독은 도진의 요청대로 그를 계속해서 시합에 내보냈지만, 그는 입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5경기에 등판해 고작 1.1 이닝밖에 채우지 못하고 4실점이나 했다.
방어율이 27.07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그의 입스는 타격에도 영향을 주었다.
도진의 타격 성적은 30타수 5안타.
타율은 0.167로 덩달아 크나큰 부진에 빠졌다.
퍼억.
퍼억.
홀로 실내 연습장에서 투구 연습을 진행하던 도진은 마지막 공을 던진 직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성질 섞인 목소리가 연습장 내부를 울리더니 이내 자신의 귓가에 꽂혔다.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고는 앞서 과녁으로 사용했던 스트라이크 존을 멍하니 쳐다봤다.
‘연습 때는 이렇게 잘 되는데.’
마운드에만 서면 거짓말처럼 머리가 새하얘진다.
무엇보다 투구뿐이라면 또 모를까.
타석에서조차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기분이 들었다.
입스.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당장 핸드폰을 열어 인터넷에 입스라고 치면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은 누구든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심리를 위축하게 만드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고개가 바닥을 향한다.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땀이 바닥을 적신다.
그 양이 워낙 마치 강을 이룰 것만 같았다.
오늘뿐만이 아니다.
일주일간 이 연습량을 꾸준히 이어나갔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하다.
심장이 턱턱 메인다.
‘어떡하냐.’
도진은 옆에 놓인 가방을 뒤적였다.
핸드폰이 나왔다.
진동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핸드폰이 떨렸다.
도진의 팔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후우.”
극복하고 싶다.
극복하려면 뭐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독해도 너무 지독했다.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전부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잠식했다.
[나: 뭐 해?]답답함을 풀고자 하리에게 톡을 보냈다.
답장이 도착한 시간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리: 도진아. 무슨 일 있어?]“허.”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내 양쪽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고작 뭐 해? 라고 보냈을 뿐인데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알았을까?
딱히 상관은 없었다.
‘세상에는 내 편이 있구나.’
도진은 마음의 응어리를 내려놓고 자판을 두들겼다.
평소보다는 느렸지만, 마음만큼은 홀가분했다.
[나: 나 입스래.] [하리: 입스? 괜찮아? 다른 아픈 데는 없는 거지?] [나: 응. 그런데 너무 답답해.] [하리: 그렇겠다. 나도 스포츠 심리학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걸린 당사자는 마치 새하얀 방에 갇혀 있다고 했던 것 같아. 잠깐만 기다려봐.]하리의 톡은 5분 뒤에 도착했다.
[하리: 도진아. 솔직히 나보다는 전문가에 도움을 받는 게 빠를 거야. 나도 계속해서 문제를 찾아볼 테지만 전문가에게도 물어보는 게 어때?] [나: 전문가라면 누구…….] [하리: 주위에 좋은 사람 많잖아? 예를 들어 FS 감독님이라던가. 아니면 조엘 오스틴이라던가.]하리의 말이 정답일 수도 있겠지만, 확 와닿지는 않았다.
그들은 미국인이었으니까.
친분은 있지만, 왠지 괴리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도진은 미국인의 습성을 잘 안다고 착각했다.
과연 그들이 제 일도 아닌 일에 하리처럼 성심성의껏 나서줄까?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김도진. 뭐든 할 수 있다며?’
도진은 하리에게 고맙다며 톡을 남기고는 곧장 조엘 오스틴과 도널드 감독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저 입스래요.]5초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도널드 감독님이었다.
-누구보다 답답할 테니 안부는 묻지 않겠다. 입스라고? 솔직히 나는 그 해결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의사와 상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이 네게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다.
의사에게 입스에 걸리게 된 원인을 얘기해봤자,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통화가 끝난 직후 조엘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답답하겠네.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 솔직히 직접적인 해결 방법은 모른다. 대신 의사와 상담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방법은 어때?
도널드 감독님과 조엘은 비슷한 해결책을 전달해주었다.
-너를 제일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야구 전문가였으면 좋겠다.
도진은 딱 한 명이 떠올랐다.
[나: 도와줘.]* * *
입스를 해결하지 못한 도진은 긴 슬럼프를 앞두고 있었다.
상우와 그레그는 도진을 강제로 끌고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진은 또 특타를 자처했을 테니까.
그의 표정이 혼이 나가 있자 상우와 그레그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냐. 선수가 매번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매번 잘하면 넌 여기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있어야지.”
둘은 기로에 막혀 허우적대는 도진을 쏘아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건 칭찬과 조언뿐이었다.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왜 그래? 슬럼프는 원래 누구나 다 겪어. 난 작년 가을리그 때 집에서 엉엉 울었어!”
“그러니까. 나는 슬럼프를 3년이나 겪었어.”
도진은 둘의 응원에 피식 웃었다.
이들 덕분에 심각해져봤자 해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아. 이렇게 있어봤자 도움이 될 건 없지. 야구 얘기나 하죠?”
“어? 이 분위기에서 또 야구 얘기를 하자고?”
“이, 이럴 때는 리프레쉬를 위해 다른 주제를. 여자 얘기라던가.”
도진이 입을 뻐끔거리자 상우와 그레그는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알았어! 야구 선수가 야구 얘기를 해야지.”
도진은 내뱉으려 했던 말이 둘의 입에서 들려오자 멋쩍게 웃었다.
“그럼, 마음 편히 말할게요.”
“넌 그냥 마음 편히 얘기할 새끼였어.”
“인정.”
도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지독하네요. 입스라는 거.”
상우가 먼저 대답했다.
“너무 상심하지 마. 넌 극복할 거다.”
“그래. 지금 잘하고 있는 놀란도 언젠가는 그럴걸?”
정말 그럴까?
도진은 3일 전 놀란의 타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선수야말로 메이저리그 직행 티켓을 따내겠죠.”
도진은 생전 처음으로 푸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는 쭉 입 다물고 있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다들 앞서 나가는데……’
무엇보다 경쟁자들에 뒤처진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상우와 그레그는 도진의 대답에 비아냥을 참지 못했다.
“하. 그놈의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
“그러게. 이제 입단한 놈이 말만 번지르르하네.”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둘의 비아냥에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것 때문인가?’
공이 무서운가? 그건 아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놀랐다.
3일 동안은 그 장면이 머릿속을 괴롭힐 정도로 악몽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마치 없었던 일처럼 깨끗이 잊었다.
자신에게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그러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것은 공이 무서워서는 아니다.
‘메이저리거…….’
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메이저리거를 꿈꾼다.
그런데 이제 구단에 입단한 루키가 메이저리거만 꿈꾸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지금 당장 앞을 봐도 모자랄 판에 너무 먼 미래만을 보고 있었다.
‘내가 처음 캠프에 왔을 때 어땠지?’
강자들과 맞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그런데 자신보다 프로 생활을 더 많이 한 선수들보다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걱정, 걱정 또 걱정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며칠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불안했다.
그리자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 내용은 입스에 대한 해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