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5화(145/400)
연락의 주인공은 마이크였다.
[마이크: 야.] [마이크: 본론으로 들어간다. 솔직히 네 연습량 때문에 투구폼이나 스윙 자체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대신 무언가 빠져 있거든? 이게 뭘까?] [나: 알면 이 고생을 하겠냐.]잠깐의 텀 후에 장문이 왔다.
[마이크: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물론 입스가 심리적인 문제지만. 넌 지금까지 어떤 난관도 잘 해쳐나갔어. 해답도 바로바로 찾았지. 근데 그건 지금까지 네가 만난 선수들이 너와 수준이 비슷하거나 아래인 선수들이라서 가능했던 거야. 넌 지금 어딘가 조급해 보여. 1라운더 선수의 숙명 때문인 것 같다.] [나: 놀란은 가을리그에서도 잘하고 있어.] [마이크: 그렇겠지. 놀란은 어쨌거나 ‘2등’이니까. 그래서 둘의 목표는 지금 다를 거다. 놀란의 목표는 단편적으로 너보다 잘하면 된다겠지만, 네 목표는 그보다 훨씬 위. 메이저리그겠지.]의문이라는 심장에 확신이란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놀란의 심리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정답 같았다.
[마이크: 그러니 일단 지금 당장 네 앞에 있는 목표만 보고 나아가라. 그러면 입스고 나발이고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도진은 재빠르게 답장했다.
[나: 고맙다. 정말 고맙다.] [마이크: 아직 잔소리 안 끝났어. 너는 지금 고작 몇 달 사이에 적응할 시간조차 없이 환경이 계속 바뀌었어. 그런 정신 사나운 상황에서도 발전하려고만 들겠지. 그래도 즐겨라. 즐기는 네가 얼마나 무서운지 내가 아주 잘 알거든.] [나: 그래볼게.] [마이크: 오프 시즌에 밥이나 사. 비싼 걸로. 너 때문에 예정에도 없는 입스를 해결하겠다고 밤낮을 네 영상만 봤어!] [나: 은인에게 그것도 못 해줄까. 방학 내내 사줄게.] [마이크: 방학 내내 만나자고? 오우 쉣! 상상만으로도 최악이네. 여튼 난 잔다.]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렴풋이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마이크가 쐐기를 박았다.
당연히 자신을 제일 잘 아는 마이크. 신뢰가 갈 수밖에 없었다.
‘맞아. 난 너무 멀리만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너무 급하게 다가가려고만 했어.’
내가 최고다.
도진은 언제나 이런 마음가짐으로 야구 했다.
그런데 프로라는 환경에서는 배우려고만 들었다.
본인의 기량이 얼마나 통할지는 실험도 해보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휴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한 거겠지.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는 뭘 목표로 잡아야 할까?’
정답은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가을리그 올스타.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참가한 인원 중 훌륭한 선수들만 따로 뽑아 시합을 치른다.
‘일단 지금 있는 환경에서 최고가 된다.’
도진은 목표가 뚜렷해지자 희열에 찬 표정으로 큭큭대고 웃었다.
이를 바라보던 상우는 이렇게 말했다.
“그레그. 이 새끼 미친놈처럼 웃는데요?”
그레그는 관심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
“입스에 걸린 놈이 올스타에 뽑히는 좋은 꿈이라도 꿨나 보지.”
* * *
3주 차 첫 경기는 솔트리버 래프터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밀워키 브루어스 그리고 뉴욕 메츠가 한 팀을 이룬다.
데저트 독스의 스타팅 라인업이 발표됐다.
그레그와 상우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도진의 이름은 없었다.
“다녀오마.”
“쉬고 있어라.”
상우와 그레그는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갔다.
오늘 휴식하는 앤서니가 도진의 옆에 앉았다.
“헤이. 슈퍼 루키.”
“참 민망한 별명이네요.”
앤서니는 피식 웃었다.
“표정은 좋아 보이는데? 문제를 찾았나 봐?”
“결과가 나올 때까진 모르죠. 그래도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경기에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앤서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는 부담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쉽지 않았을 텐데 기특하네.’
앤서니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입스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던가?
솔직히 걸려보지 못했기에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도진의 표정을 보아하니 큰 걱정은 없었다.
경기를 묵묵히 지켜보던 도진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한다기보다는 표정들을 살폈다.
상우와 그레그의 첫 주 성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과하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 선발 투수와 6번 타자에 이름을 올린 타카시 사토도 그랬다.
‘확실히 다들 표정이 좋아 보여.’
저들은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투쟁심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나도 그랬었지.’
때마침 도진은 타카시 사토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모자를 벗어 도진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동정이란 감정이 존재했다.
도진은 분노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부진한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승부욕이란 감정이 내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전부 부순다.’
오늘은 6번과 7번으로 나선 상우와 그레그는 각자 2루타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이닝이 끝나고 마운드에 돌아온 그들은 미소하나 띠지 않았다.
도진은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격감 좋네? 잘 쳤어.”
상우는 입맛을 다셨다.
“운이 좋았다.”
도진은 미간을 살포시 찡그렸다.
“운은 무슨.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면서.”
도진은 상우가 슬럼프인 자신을 위해 저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었더라면 목소리가 아주 컸겠지.
도진은 뒤늦게 더그아웃에 들어온 그레그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1타점 2루타. 좋은데요?”
“아냐. 이건 브라더가 잘해서 운이 좋았어. 먹힌 타구였으니까.”
“먹힌 타구가 담장을 맞힌다고요? 제대로 맞았으면 넘겼겠네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닌데.”
“둘 다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요? 잘했으면 잘난 척 좀 해봐요.”
도대체 어떻게 그래.
둘의 표정이 딱 그랬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친구는 잘 사귀었네.’
그러니 이제는 저들이 기세를 이어 나가게끔 자신이 힘을 불어넣어 줄 차례였다.
“아쉽네. 둘 다 운이었으면 곧 나한테 따이겠어.”
상우와 그레그는 벌레 보듯 도진을 바라봤다.
도진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아직 타석 수가 적은 거 알지? 금방 따라 잡힌다?”
도진의 도발에 긁힌 상우와 그레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지랄도 가지가지 해요.”
“불쌍해서 오냐오냐해줬더니 뭐 어쩌고 어째? 솔직히 우리 성적을 어떻게 잡냐? 1할 타자가.”
“그러니까. 지금 안타 개수도 10개나 차이나. 알아? 그리고 네가 따라올 때 우린 가만히 있냐? 그레그. 이놈 더는 나불대지 못하게 멀리 도망가버리죠.”
“콜. 수준 차이를 보여주자고. 어딜 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놈이!”
도진은 둘이 본모습을 찾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왔으니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지.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된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잘해 낼 자신이 있었다.
5회 말.
상우와 그레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감독은 도진을 불러 세웠다.
“킴. 대타로 나간다.”
도진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즉각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 * *
도진은 무거운 응어리를 조금은 내려놓고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그래도 여유는 없었다.
막상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투수가 보인다.
타카시 사토였다.
무뚝뚝한 표정 사이에서 동정심이 엿보인다.
도진은 방긋 웃어보였다.
봐주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
타카시 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사인이 나오기 직전.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도진은 눈빛으로 고마움을 전달했다.
그 즉시 사토도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그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포수의 사인이 나왔던 것이었다.
공이 사토의 손을 떠났다.
굉음을 내지르는 패스트볼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걸쳤다.
퍼억!
절로 한숨이 나올 법한 구위.
도진은 타석에서 잠깐 물러서 장갑을 매만졌다.
‘원래 이랬나?’
사토의 공이 훨씬 좋아졌다.
물론 그 역시도 자신 못지않은 노력가. 실력이 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와 자신의 격차는 마치 메이저리거와 아마추어 차이의 수준.
입스에 걸린 도진은 그렇게 느꼈다.
‘이건 순전히 내 마음가짐 때문이야.’
아직 스윙하기가 두렵다.
예전 같았으면 초구부터 밀어 쳐서 타구를 외야로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타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머릿속에 박히는 순간 몸이 움츠러들었다.
빠드득.
어금니를 갈았다.
‘겁쟁이처럼 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2구.
패스트볼.
‘뒈지기야 하겠어?’
도진은 속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야구 경기에서 사람이 죽기라도 하나?
공이 머리를 직격한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서야 경기를 망치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 경치를 망쳐도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는 있다.
도진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타석에 서 자세를 잡았다.(@추가) 사토의 공은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했다.
도진의 스윙이 나왔다.
배트는 시원하게 허공을 갈랐지만, 머뭇거림은 없었다.
사토의 동공이 팽창한다.
채 1초도 되지 않아 그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사토의 미소에 자신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크게 헛스윙한 타자가 웃는 게 미친놈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지금 스윙은 만족스러웠어.’
하지만 아직 배트가 공에 닿지는 않았다.
도진은 눈에 힘을 주며 사토를 노려봤다.
3구.
이번에도 패스트볼.
그가 자신을 기만해서 던진 구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토는 루키, 그를 리드하는 건 포수다.
‘내가 패스트볼도 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아는 거야.’
그러니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스윙이 나왔다.
공이 배트와 만났다.
딱.
타구가 멀리 뻗지 않겠다는 둔탁한 음색.
도진의 예상대로 투구는 사토의 발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결과는 투수 앞 땅볼.
타자로서 굉장히 수치스러운 결과지만 타석을 벗어나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냈어.’
고작 스윙을 했을 뿐이다.
타자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해낸 것이기에 어디서 자랑할 수는 없겠지만, 뿌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그아웃에서 가까워질수록 몇몇 선수들이 안도의 한숨을 뿜어냈다.
상우와 그레그 그리고 앤서니의 것이었다.
자신을 동정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다행이라는 의미의 한숨이었다.
‘아직 안도하기엔 일러.’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옛 폼이 돌아온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새하얀 도화지에 아주 티끌의 물감만 묻어 있었던 것뿐이니까.
하지만 머지않아 좋아질 것이다.
여전히 도화지는 새하얗다.
한때 입스라는 놈에게서 폼이라는 그림을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예전의 것을 그저 되찾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도진은 더 멋진 그림을 그려 넣을 생각이었다.
* * *
7회에도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얕은 좌익수 플라이를 쳤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치 승부처에서 홈런을 친 타자처럼 밝았다.
‘더는 두렵지 않아.’
여전히 완전히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으므로 정상적인 타격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타구음에 몸이 움츠러들지 않는 것만큼은 희소식이었다.
더그아웃에 도착한 도진을 감독이 불렀다.
“오늘은 컨디션이 좀 좋아 보이는군.”
2타수 무안타지만 감독은 우스갯소리나 말하자고 농담을 건넨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네. 오늘 컨디션이 참 좋네요.”
“9회에 마운드에 등판해보는 건 어떻겠나?”
“바라던 바입니다.”
“그래. 글러브 챙겨서 불펜으로 가라.”
몸을 푼 도진은 마운드에 올랐다.
로진백을 도닥이며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더그아웃 난간에 걸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우, 그레그와 눈이 마주쳤다.
‘내 보모 같네.’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지랄 말라는 눈빛이 되돌아온다.
그때문인지 마음이 한결 더 편해졌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더니 타격 자세를 잡았다.
후우.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다시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막상 공을 던지려고 하자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짧은 숨을 내뱉고 오른손을 글러브에 넣었다.
그 즉시 와인드업 동작에 들어갔다.
들어 올린 발바닥이 지면을 짓누른다.
그 즉시 공은 손을 떠났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가는 공은 아쉽게도 포수의 몸쪽 사인과 정반대되는 하이 패스트볼.
도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역시. 아직인가?’
도진은 등을 돌려 전광판을 쳐다봤다.
92마일.
포심을 던졌음에도 최고 구속보다 8마일이나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여전히 한복판으로 던질 수 없었다.
2구, 3구도 다르지 않았다.
그가 던진 공은 연달아 스트라이크 존을 외면했다.
거기에 폭투도 몇 개씩 나왔다.
“베이스 온 볼스!”
“베이스 온 볼스!”
무사 1, 2루.
상우와 그레그는 그럴 줄 알았다며 분노했다.
“아오! 쉴 때는 좀 쉬라니까. 저 등신 같은 놈이.”
그레그는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볼넷이라고? 아니라고 해줘! 어?”
상우는 대답 대신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왜 점차 좋아지고 있는 애를 마운드에 올리냐고!’
물론 도진은 지가 직접 나선다고 깝죽댔겠지만, 그걸 막아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 아니던가?
속은 부글부글 끓기만 했다.
하지만 가서 뭐라고 할 것인가?
비참한 영어 실력으로 지껄여 봤자 통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뿐인 친구가.
그것도 세계를 아울러야만 하는 동료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데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때.
타카시 사토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 시발! 그냥 홈런 처맞고 강판당해라! 그게 낫겠네.’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도 못 던지므로 홈런이 나올 리는 없었지만, 그만큼 답답했다.
타석에 선 사토는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너와는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는데.’
구위도 구속도 자신이 알던 도진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저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순간 무조건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래. 차라리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면 정신 차리라고 홈런이라도 갈겨줄 텐데.
“볼!”
“볼!”
가만히만 있어도 볼넷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볼넷은 기록에 등재되겠지.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결과는 원치 않았다.
사토는 배트를 일자로 세워 도진에게 겨눴다.
‘극복해라. 네가 그정도로 무너질 남자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사토의 기대가 한풀 꺾였다.
3구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외면했기 때문이다.
‘젠장. 어쩔 수 없나?’
4구를 앞둔 사토는 배트를 낼 생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경쟁자가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괴로웠다.
하지만 그때.
태풍 같은 바람 소리가 왼쪽 고막에 꽂혔다.
불과 0.3초도 되지 않아 우측 고막에서는 굉음이 들려왔다.
퍼어엉.
사토의 눈이 번뜩였다.
뜬 눈은 포수의 미트로 향했다.
그리고 결과를 맞이했을 땐 감출 수 없는 흥분에 휩싸였다.
‘그래. 금방 극복해낼 줄 알았다.’
4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진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