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7화(147/400)
입스를 극복한 도진은 가을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1할 타율은 어느덧 3할을 훌쩍 넘어섰고 홈런과 장타도 꾸준히 기록하고 있었다.
두 자릿수의 방어율은 어느덧 5점대. 한 자릿수가 되었다.
종합적으로 5점대가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입스를 극복 후 단 한 번도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더욱 나아진 구위와 제구.
거기에 지저분한 무브먼트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진을 고깝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상우와 그레그였다.
3주 차 4번째 경기를 앞두고 휴식 차원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상우와 그레그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X됐어.”
“진짜 망했어.”
사실 상우와 그레그도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상우는 2할 7푼 5리에 홈런도 2개나 쳤고 2루타도 하나 있었다.
그레그는 3할에 홈런 1개와 2루타 2개가 있었다.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도진 때문에 앓는 소리가 나왔다.
갑자기 각성한 도진은 3일 내내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2주 차까지만 해도 30타수 5안타에 그쳤던 그가 12번의 타석에서 7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홈런은 무려 3개나 기록했고 2루타도 2개 있었다.
타율도 3할 3푼 3리로 훌쩍 뛰었다.
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분명히 1할이었는데.”
“입스였는데.”
도진이 입스에 걸린 상태로 고꾸라지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극복을 해도 너무 빠르게 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기록까지 넘어서고 있었다.
그간 도진을 걱정한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에 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중인격처럼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하긴. 대상이 도진이었다. 지금까지 도대체 누가 누굴 걱정한 것일까.
‘어렸을 적부터 저래왔잖아. 난관이란 난관은 언제나 쉽게 넘었었지.’
그레그의 생각도 상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로우 A 오자마자 폭격한 선수를 걱정했다고?’
허!
둘은 동시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그를 걱정한 감정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때마침 경기를 뛰던 도진은 교체되어 둘 사이에 앉았다.
“휴. 오늘도 운이 좋았네.”
상우와 그레그는 동시에 버럭했다.
“운? 우우운? 그레그 이 새끼 죽여버리죠?”
“기만자! 너 일부러 우리 놀리려고 입스인 척한 거지!”
도진은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둘의 음성에 서둘러 손으로 귀를 가렸다.
“진짜 이번 타석에서는 운이 좋기도 했고, 세상에 입스인 척하는 선수가 어딨어요?”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냐고!”
“일, 이주일은 입스도 아니야! 부진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도진은 둘의 표정을 살폈다.
정말로 억울해 보였다.
‘진짜 입스였는데.’
다만 주위의 도움으로 쉽게 극복했던 것이었다.
그 주위에는 상우와 그레그도 포함되었다.
만약 주위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벤치에서 울분을 토해봤자 딱히 도움은 되지 않을 텐데?’
도진은 이 둘과 함께 올스타에 뽑히고 싶었다.
지금 둘의 성적은 준수해 충분히 올스타에 뽑힐만한 기록.
하지만 이 둘과 비슷한 기록을 낸 선수들은 여럿 있었으므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때마침 감독의 전언이 들려왔다.
“리, 그레그. 준비해라. 대타로 나간다.”
둘은 터덜터덜 일어났다.
이를 지켜보던 도진은 기만자가 되기로 했다.
지금 당장 바닥을 쳐버린 둘의 투쟁심을 끌어 올릴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아이고. 감독님이 경기 포기하셨네.”
배트를 손에 쥔 둘은 동시에 도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타석에 임해야 했으므로 울분을 삼키고 더그아웃을 벗어났다.
따-악!
따-악!
결과는 백투백 홈런.
도진의 작전이 통했던 것이었다.
홈런을 친 상우와 그레그가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도진은 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하지만 둘은 하이파이브 대신 주먹을 말아쥐더니.
“엿 먹으세요.”
주먹 감자를 날렸다.
도진은 예상했던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면 함께 올스타에 뽑힐 수 있겠지.’
* * *
에인절스 팬 유튭을 운영하는 타이론은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번에도 다수의 시청자가 그를 반겼다.
[여. 다들 잘 지냈어?]시청자들은 눈치가 빨랐다.
타이론이 싱글벙글 웃자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정말 기대한다.
-나 타이론이 저렇게 해맑게 웃는 거 처음 봄.
-어떤 소식이려나? 우리 에인절스 유망주들이 반등이라도 한 건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애리조나 캠프도 어느덧 4주 차가 끝이 났어.]-막바지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이제 슬슬 가을리그 올스타 발표를 하겠는데?
애리조나 가을리그 올스타.
통칭 폴 스타(Fall Star).
[몇몇은 눈치채고 있네. 아직 폴스타 게임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에인절스에서 유력한 선수들이 몇 있어.]-오? 하나가 몇이나 된다고?
-에녹이랑 조르다인 둘인가?
-빨리. 답답해 죽겠어!
[에녹은 확정인 것 같아. 홈런을 무려 7개나 때렸고 타점도 팀 내 1위야.]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
예정상 에녹은 부상만 없었다면 메이저리거였기 때문이다.
[조르다인이 조금 아쉬워. 그의 장점인 장타는 여전한데, 삼진이 좀 많아.]-뭐야. 그럼 한 명이네?
-그러게 오베론이나 카심이 잘할 리는 없고.
-그렇다고 로우 A나 루키리그였던 유망주들이 폴 스타에 뽑힐 일은 더 드물지.
[내가 괜히 라이브를 켰겠어?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레발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에인절스 미래는 밝아. 로우 A 이하의 선수들이 뽑힐 가능성이 높거든.]타이론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레그와 리. 역시나 내 예상대로 반등했어. 3주 차부터 장타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타율도 같이 상승했어. 아직 찬스에서 조금 약하긴 한데 그래도 뽑힐 희망이 있어.]타이론은 둘의 기록도 함께 전달했다.
채팅창의 반응은 뜨거웠다.
-희망이 있는 정도가 아닌데?
-저 정도면 그냥 뽑힌 거 아님?
-그러게? 미쳤는데? 진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구나. 갑자기 반등해버리네?
-특히나 둘의 포지션은 2루수와 포수. 잘만 크면 구단은 행복사하겠네.
채팅창 반응에 미소를 머금은 타이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으스댔다.
[마지막 유력 후보는 킴이야. 타율 3할 4푼 5리에 홈런은 5개나 쳤어. 2루타도 5개나 늘었고 도루도 8번 시도해 8번 전부 성공했어.]타이론은 도진의 투수 성적도 공개했다.
[방어율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올라갔었는데, 어느덧 한 자릿수 방어율까지 내려왔어. 여전히 5점대 방어율로 성적만 놓고 보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이후부터 줄곧 무실점이야.시청자들은 패닉했다.
-이름을 잘 못 말한 것 같은데?
-우리 에인절스 1픽?
-Yips Kim?
-그 킴 말고 또 있냐? 이 븅신들아!
-아니! 입스라며! 입스였잖아!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반등할 줄 알았어! 반등할 줄 알았어!
-감히 누굴 의심해? 그때 킴 의심한 놈들 다 대가리 박아. 일단 나부터. 죄송합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루키한테 클래스는 영원하다 ㅇㅈㄹ.
하지만 폴 스타 리그에 에인절스 선수 다수가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에 시청자들은 행복회로를 돌렸다.
* * *
폴 스타 게임은 동부와 서부 각 15팀. 총 30팀 중 중 가을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들만 따로 뽑아서 단판으로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동, 서부지구는 메이저리그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데저트 독스, 서프라이즈 사구아로스, 페오리아 하빌리나스가 서부지구.
서프라이즈 사구아로스에는 뉴욕 양키스 같은 동부 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대표 유망주들만 참여하는 경기이므로 일반적인 가을리그 경기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내가 올스타라니! 내가 올스타라니!”
폴 스타 명단에 뽑힌 좋아하는 피자를 앞두고도 감격에 젖느라 한 입도 먹지 못했다.
함께 명단에 든 그레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저렇게 좋나?”
도진이 물었다.
“그레그는 별로 안 좋아요?”
그레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진은 그가 감정을 억누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좋아하지.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그레그는 이내 표정을 굳혔다.
“좋지. 그래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어.”
“왜죠? 저희가 뽑혔다는 건 이번 가을리그에서 잘한 선수 중 한 명이란 소리잖아요.”
“솔직히 나도 처음 뽑힌 거지만, 생각해봐라. 난다 긴다 하는 애들만 모아놓고 경기를 치르는 거잖아? 여기서 망하면?”
도진도 표정을 굳혔다.
“위축될 수도 있겠네요.”
“바로 그거야. 양날의 검이지. 그래서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뱉은 한숨과는 다르게 그레그의 입 주변이 계속해서 꿈틀대고 있었다.
“그래도 좋나 보네요.”
그레그는 결국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시인했다.
“당연히 좋지! 오히려 이것을 기회 삼아 반등할 수도 있잖아?”
“기회요? 반등이요? 뭘요?”
그레그는 연달아 눈을 끔뻑였다.
“저, 정말 몰라?”
“그러니까 뭐가요?”
“유망주 랭킹 말이야.”
도진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레그는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유망주에게 랭킹이 붙는다는 건 알지?”
“들어는 본 것 같아요.”
들어는 봤지만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레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단 나와 리 브라더는 랭킹이 있을 거야. 너는 아직 단 한 번도 제대로 시즌을 치르지는 않아 없을 수도 있어. 어쨌거나 모든 유망주에겐 랭킹이 붙어. 하나는 마이너리그 전체. 다른 하나는 구단 유망주 랭킹이야.”
“랭킹이 높으면 기회를 더 받겠네요?”
그레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서 전체 랭킹과 구단 자체 내 랭킹은 똑같이 중요해.”
구단 내 랭킹이 높다는 건 그만큼 메이저리그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 폴 스타에 뽑힌 것도 전부 랭킹에 반영이 되겠네요?”
“맞아.”
도진은 내심 아쉬웠다.
진작 알았더라면.
‘아니. 기본적으로 내가 알아봤어야 했어.’
금세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폴스타에 뽑혀서 한숨 돌렸네.’
너무나도 무지했다.
기량 상승에만 힘쓴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앞으로라도 놓치는 것들이 다시 생겨서는 안 되겠지.
“그레그. 그럼 폴 스타 말고 또 유망주 랭킹에 반영되는 것들이 있어요?”
“마이너리그 성적 같은 것도 반영되지.”
“가을리그에서는요?”
“있어. 포스트 시즌. 정확히는 챔피언십 게임.”
“가을리그도 그런 게 있어요?”
“어. 총 6팀 중 승률 좋은 2팀만 결승전에 참여하지. 이것도 유망주 랭킹에 반영된다.”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도진은 묵묵히 대답했지만, 내면은 끓어오르고 있었다.
막상 따져보니 애리조나 가을리그는 그저 발전만 하는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이네. 무턱대고 발전만 생각했으면 큰일 날뻔했네.’
도진은 2주 차가 끝날 즘.
입스도 극복할 겸 발전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며 목표를 바꿨다.
운이 좋았다. 만약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면?
폴스타에 뽑히기는커녕 유망주 랭킹도 처참했겠지.
“뭐라고?”
상우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도진에게 물었다.
도진은 그레그에게 직접 들으라며 턱짓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그레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아직 가을리그에도 이벤트가 두 개나 더 남아 있었구나.’
이것이야말로 미래가 걸린 진짜 이벤트였다.
도진은 금세 눈을 빛냈다.
‘유망주라면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게 당연하긴 한데.’
모든 일에는 단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야구에서는 유망주가 메이저리그를 밟기 위한 단계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랭킹이었다.
‘구단 랭킹이든 마이너리그 전체 랭킹이든 유망주 랭킹 1위가 된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폴 스타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