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49화(149/400)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자 해설들은 선수 설명에 나섰다.
[에인절스의 킴! 타석에 들어섭니다.] [2036년 드래프트 최대어. 빨간색 에인절스의 유니폼이 참 잘 어울립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고 유망주답게 가을리그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3할 4푼 5리에 홈런 5개. 2루타도 5개나 있네요? 와우. 도루는 8번 시도해서 8번 모두 성공했습니다.] [그는 마치 이곳은 아마추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자신은 여기 있을 선수가 아니라며 무력시위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물론 아직 프로에서 1년도 보내지 않은 선수입니다. 분석이 덜 되어 이점을 가지고 있죠. 그래도 정말 뛰어난 성적임에는 의견이 없습니다.] [타자로서는 완벽한 5툴 플레이어. 장타도 눈에 들어오지만, 저는 도루 성공률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아마추어와 가을리그의 차이는 바로 포수들이 프로라는 점이죠. 아마추어에서 도루왕을 기록했던 선수들도 첫 시즌의 도루 성공률이 그리 높지 못합니다. 그런데 저 선수의 성공률은 무려 100%. 경이롭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이게 에인절스 유망주지!
-황금세대 최대어고!
-오늘도 멋진 활약 부탁한다.
-응. 개같이 멸망할 거야!
-이번 폴 스타 서부는 인재가 많이 없나 봐? 갓 입단한 애들을 라인업에 쑤셔 박았네? 쉬운 경기가 되겠어.
한편.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마이너리그를 부숴버리겠다는 그의 각오와는 달리 상당히 신중했다.
‘투수 에스타반. 최고 구속 97마일의 강속구 투수.’
도진이 프로에 올라와서 제일 어렵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강속구 투수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반응이 잠깐이라도 늦을 땐 매번 타구가 먹혔어.’
지금까지는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공을 보고 쳤지만, 강속구 투수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초구.
투수의 공이 손을 떠났다.
퍼어억.
바깥쪽 깔끔하게 꽂힌 투구에 도진은 침을 꼴깍 삼키며 심판의 콜을 기다렸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아쉽다며 혀를 날름거렸다.
‘이건 투수가 운이 좀 좋았네.’
살짝 빠진다고 생각했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
끝에서 살짝 휘어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만약 운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투심을 구사하는 선수가 마이너리거라.
만약 투수가 똑같은 투심을 던진다면 흔히 말하는 긁히는 날일 수도 있다.
‘한 번만 더 지켜보자.’
2구.
이번에는 바깥쪽 대신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투심.
퍼어억.
존에 걸쳤다.
“휘유.”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위력적인 공이었다.
‘운이 아니라 이거냐?’
투심 구속은 93마일.
150km에 육박하는 구속에 공 끝도 지저분했다.
‘쉽사리 치기 힘들겠어.’
더욱이 투수는 아직 변화구라는 결이 다른 무기는 선보이지도 않았다.
‘패스트볼 계열만 노리고 들어갔다가 삼진당하기 딱 좋지.’
대기 타석으로 시선을 돌린 도진의 입꼬리가 길쭉하게 치솟았다.
‘든든하네.’
놀란은 스윙 연습을 한다기보다는 쪼그려 앉아 있었다.
‘자세까지 낮춰 투심의 궤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어.’
역시 남다른 기대주다.
놀란과 한 팀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마치 그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았다.
‘너도 나에게 거는 기대가 있겠지.’
3구를 앞둔 도진은 배트를 짧게 잡았다.
자신은 이닝의 선두타자이며 팀의 1번 타자다.
‘3구 삼진은 절대 안 돼.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컨택 능력은 상승하지만, 힘 자체는 덜 실려 정타가 아닌 이상 장타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투수의 다른 구종을 보기 전까지는 쉽사리 클린 히트를 치기는 어려워.’
3구.
투수의 선택은 투심.
앞서 2번의 공이 완벽했으므로 빠른 승부를 가져가겠다는 의미.
도진은 이번 투구에 반응했다.
투수의 공이 워낙 지저분해 정타를 맞추지 못했지만, 컨택은 했다.
“파울!”
4구.
다시 한번 투심.
이걸로 도진은 배터리의 생각을 읽었다.
‘투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승부하려 든다.’
투심같은 싱커성 계열의 공은 무브먼트 때문에 정타를 맞추기 힘들다.
배터리는 이 좋은 공을 바탕으로 맞춰 잡겠다는 뜻이겠지.
‘내가 그 계획을 깨버린다.’
작전은 매우 단순했다.
배트를 짧게 잡은 도진은 스윙했고 일부러 빗맞혔다.
틱!
“파울!”
도진은 투수를 힐끗 쳐다봤다.
여유로웠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제는 변화구 타이밍이지.’
그래도 도진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패스트볼 계열이 날아오면 언제든지 배트를 내겠다며 눈을 부릅떴다.
포수 머리 높이로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예상 밖의 볼 배합이었지만, 공이 다소 높게 형성돼 참아낼 수 있었다.
“볼!”
도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험했네.’
높은 공을 보여줬다는 건 이제는 떨어지는 공으로 스윙을 유도할 터.
6구. 도진의 예상 그대로였다.
“볼!”
타석에서 벗어난 도진은 배트로 스파이크를 톡톡 건드려 흙을 털고는 포수의 표정도 살폈다.
주름이 지어진 눈가와 살기를 뿜어내는 포수와 눈이 마주쳤다.
‘화가 많이 났네.’
그러므로 자신은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7구.
투수는 승부구로 투심을 선택했지만, 도진은 또다시 커트했다.
8구 슬라이더에는 반응하지 못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0-2에서 시작한 카운트는 어느덧 3-2.
평정심을 잃은 투수의 9구째 투심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베이스 온 볼스!”
9구 승부 끝에 도진은 유유히 1루로 걸어 나갔다.
* * *
놀란은 1루로 걸어 나가는 도진을 경이롭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질 않는구나.’
야구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상대를 아는 만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특성상 상대하는 선수는 자주 바뀐다.
과장 좀 보태 그냥 매번 다른 선수를 만난다.
‘그냥 데이터가 없다고 보는 게 편하지.’
그러므로 정보가 없는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선수 개인 능력이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데.
‘선두타자로 나서서 공을 9개나 던지게 했네?’
투수의 컨디션을 봤을 땐 그를 공략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투수의 긁힌 투심은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공이었다.
하지만 그 우려는 전부 기우였다.
‘오늘 최상의 컨디션인 투수를 단 한 타석만으로 말려버리게 하다니. 더욱 할 만해졌다.’
하지만 배터리는 하나다.
투수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게 바로 포수다.
그리고 저들은 무려 더블 A 배터리였다.
그런데도 놀란은 눈썹을 치켜뜨며 피식 웃었다.
‘헤이 킴. 이대로 만족하지 않을 거잖아?’
놀란은 도진을 매우 잘 알았다.
그는 한번 물어버린 상대를 지옥 끝까지 밀어 넣는다.
‘내가 경험자거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그에게 당한 장면이 이따금 머릿속을 괴롭히는데 그럴 때마다 치가 떨렸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든든하다.’
초구.
놀란은 배터리의 선택이 투심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그 공이 날아왔음에도 휘두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배터리의 표정이 미소를 지어도 모자랄 판에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2루를 훔친 도진은 2루 베이스를 삐딱하게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봐도 봐도 어이가 없네.’
놀란은 혀를 내둘렀다.
가을리그 최고의 선수들만 뽑아서 진행하는 폴 스타 경기다.
그런데 도진은 무대는 상관없다는 듯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완벽히 해내고 있었다.
그에게서 티끌의 긴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성장했구나.’
그는 고등학교 때 보다 훨씬 성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캠프에서 처음 그를 상대했을 때보다도 더.
뭐랄까.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더욱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입스를 극복하더니 다른 사람이 됐어.’
나도 절대 질 수 없지.
놀란은 배트를 말아쥐었다.
‘배터리는 킴의 주력을 확인했을 터.’
얼이 나가 있던 포수는 도진이 도루를 시도할 때 2루에 송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주력을 완벽히 확인한 지금.
‘변화구를 요구했다가 3루까지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2구도 투심이다.
놀란의 예측대로였다.
그리고 수없이 본 투심은 더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따-악!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놀란의 홈런으로 홈 베이스를 밟은 도진은 광대가 꿈틀거렸다.
‘이야. 역시 대단하네.’
놀란은 실투라고 보기 어려운 공을 완벽히 받아쳐 담장을 넘겨버렸다.
‘타격만큼은 배우고 싶어질 정도라니까?’
하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오늘은 비록 놀란과 아군이지만, 이 경기의 성적 또한 유망주 랭킹에 반영된다.
‘쉽게 물러설 수는 없지.’
3루 베이스를 통과한 놀란이 홈을 밟았다.
도진은 그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상우와 그레그의 사이에 앉았다.
“어휴. 쉽지 않네.”
상우와 그레그의 광대가 씰룩댔다.
“아오! 주둥이를 확.”
“엉덩이 발로 차버리고 싶네.”
도진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어? 진짜로 상대 공이 만만치 않은데?”
기만하는 표정까지 완벽했다.
상우와 그레그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 * *
이번 연도 드래프트 참가자였던 두 선수의 멋진 합작품이 나오자 캐서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방 뛰었다.
“봤어요? 봤어요? 킴이 다 했어요!”
홈런과 2타점을 기록한 놀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
하지만 이번만큼은 팀장도 반박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에인절스 스카우트 코비의 옆에 앉아 있던 백인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인정합니다. 우리 놀란 선수는 그저 마무리만 깔끔하게 지었을 뿐이니까요.”
캐서린은 양손을 모으더니 남성을 힐끗 쳐다봤다.
“이야! 양키스 스카우트 팀장님도 저와 생각이 같으시네요? 저도 이제 야잘알이 된 걸까요?”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오늘 투수의 공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투수의 멘탈을 부숴버린 건 킴이죠.”
남성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드래프트 당시 킴을 뽑아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했었으니 말이다.
그는 충분히 빅리그에서도 통할 인재.
예상대로 멋진 활약을 보이자 가슴이 쓰렸다.
‘그나저나. 저게 정말 입스에 걸렸던 선수라고?’
성장에 제동이 걸린 선수라고 믿기 힘들었다.
가만히 듣던 코비는 칭찬에 화답했다.
“그래도 확실히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의 타격은 다르네요. 투수의 머릿속을 읽은 완벽한 스윙이었어요.”
타자로서 제일 중요한 클러치 능력.
언제 어디서나 그것을 발휘하는 것이 실력이었다.
물론 도진이 판을 완벽히 깔아놓은 데는 이견은 없었다.
만약 선두타자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물러섰다면?
투수는 한층 상승한 기세로 놀란을 상대했을 테고 홈런을 맞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킴은 입스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했어.’
성숙해졌다.
그리고 성숙하다는 건 경력이 중요시되는 야구에서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도대체 어느 누가 저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이제 입단한 선수임을 믿을 것인가?
코비는 에인절스 옷을 입은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뽑았고 에인절스는 보물을 얻었다.
한편.
2명의 완벽한 합작품에 한 남성의 펜을 쥔 손이 바삐 움직였다.
‘흐음. 대단하군.’
이 남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공신력이 높다고 알려진 전문가 브래드 페이트.
그는 놀란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정정하고 있었다.
‘컨택과 파워 점수가 고작 40점이라고? 아직 한 타석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50점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작성하는 스카우팅 리포팅 점수는 오로지 선수의 지금을 뜻한다.
그리고 이 점수는 선수가 당장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방금 놀란의 타격은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상대 선수가 메이저리거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를 완벽히 눌러버리지 않았던가?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아.’
브래드는 다음 장을 넘겼다.
절로 미소가 번졌다.
‘주루면에서는 틀린 면이 하나도 없군.’
도진의 주루 점수는 당장 메이저리그를 밟아도 손색없다는 평.
아니.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루키가 메이저리그급 주루 능력을 갖췄다?
대부분이 개소리라고 할 테며 처음에는 자신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플레이를 보아하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컨택도 35점 이상이다.’
브래드는 볼넷으로 출루한 도진의 진가를 알아봤다.
연달아 몇 번씩 커트해서 볼넷으로 나가지 않았던가?
이 뜻은 지금 그가 가진 타격 포텐은 35점을 훨씬 웃돈다는 의미였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폴 스타 게임이다.
투수 한 명을 무너뜨렸다고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루키답지 않은 멋진 모습을 보여준 두 선수가 과연 경기가 끝날쯤에는 어떤 점수로 마무리될지 기대가 됐다.